There is no such thing as a war in France RAW novel - Chapter 55
055화
내가 뱉은 말에 나도 상처받아 시무룩해지려는데 버퍼링이 끝난 기자들은 무슨 망언이라도 들은 것처럼 격노했다.
“모헬 중령님! 방금 발언을 군부의 지배적 의견이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그러겠냐?
“아닙니다.”
“전쟁이 장기화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내년 5월 전에 끝낼 방법이 없으니까요.”
“4년이라는 숫자는 무슨 근거로 말씀하시는 겁니까?”
“4년 뒤에는 독일이 다중전선을 유지할 능력이 사라질 것 같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다 답해줬다. 혹시 모르니 추신은 꼭 붙여서.
“이상의 발언은 전부 제 개인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출처는 나야. 내가 야전 겪어보니까 내년 5월은 어림도 없더라니깐?
출처가 나란 말에 다들 받아들이지도, 무시하지도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젊은이의 경솔한 발언이라기엔 내가 그냥 젊은이는 아니잖아?’
페탱은 듣기 좋은 소리만 해줬지?
근데 사람이 어찌 달달한 쇼콜라떼만 먹고 살겠어. 나 같이 훌륭한 으른은 정신 번쩍 드는 아아의 맛을 알려줄 의무가 있다.
“…모헬 중령님께선 방금 이 비극이 4년이나 이어진다고 하셨습니다. 확실치 않은 발언으로 겪을 혼란과 이에 대한 반응 또한 좋지 않을 거란 사실을 인지하고 계십니까?”
“어쩌겠습니까. 사실은 사실입니다. 파리는 어떨지 몰라도, 야전에서 내년 봄에 끝난다는 말은 막 전입 온 이등병도 안 믿습니다.”
막연히 내년에 끝난다? 어떻게?
수백만 독일군을 전부 국경 너머로 몰아낼 방법이 물리적으로 존재는 할까. 마른 전투 5번 재탕해도 그건 힘들다고 본다.
“혹시 이 생각에 동조하는 다른 이는 없습니까?”
너 말고 다른 애도 이리 생각하냐고 묻는 거다. 이를테면, 방금 자리를 떠난 페탱 같은 인물이.
“모르겠습니다. 제가 다른 이를 대변할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난 이미 군부를 대변하는 수준이지만, 개인은 대변 못 해요.
딱 여기까지.
지금 난 선 위에 있다. 조프르가 긋고, 정부가 그어놓은 선. 아직은 개인의 일탈이라는 범위 내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후폭풍 내의 선 위에 말이다.
파리에 처음 왔을 때부터 받은 이질감. 그건 바로 현실 파악 못 한 후방의 분위기였다.
열받는다기보단 현실 도피 같은 느낌이랄까. 그도 아니면 무지가 불러온 행복에 불과한 것을 보는 느낌이었다.
마치 전쟁 전처럼 말이다.
그리고 여전히 프랑스는 희망찬 꿈에서 완전히 깨지 못해 비몽사몽한 상태다.
“다른 일정 때문에 슬슬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잠시만요! 더 데일리 뉴스의 아서 랜섬입니다.”
이만 가려는데 더 데일리 뉴스의 아서 랜섬이란 말에 난 발걸음을 멈췄다.
‘더 데일리 뉴스면… 이번에 ‘그’ 사진 찍어준 곳이잖아.’
기사 오리면서 가장 마음에 든 사진을 꼽으라면 참호 위에서 나와 함께 환호하는 병사들이 담긴 사진이다.
등밖에 안 나온 사진이지만 당당히 내 스크랩 1페이지를 장식하는 사진이다.
‘사진이 전부인 시대라서 다행이야….’
영상으로 외치는 소리까지 퍼졌다면 아서 랜섬은 역사에 길이 남을 고로시를 한 기자가 되었을 거다.
아무튼, 이건 예의상 들어줘야지.
“마지막으로 답하고 끝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이번 전쟁이 4년이나 이어질 전쟁이라면… 혹시 이를 좀 더 일찍 끝낼 방법은 없는 겁니까?”
이건 예상외인데. 마치 내가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 같지 않나. 일개 중령한테는 너무 과분한 질문이다.
무슨 말을 할까 싶었지만, 딱히 지금 이들에게 설명할 것은 없었다.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더는 이 전쟁에 중도 포기와 지름길은 없다. 그 끝을 알면서도 걸어가는 수밖에.
드디어 공개심문과도 같은 인터뷰가 끝나자 난 자리를 떠나며 흥얼거렸다.
“Kill Hans, Kill Hans, Kill more Hans….”
영어임에도 밝고 희망찬 프랑스 제국 근위대 군가의 음률이 참으로 잘 들어맞았다.
전역하면 나 음악이나 제대로 해볼까.
***
“음, 역시. 효과 하나는 탁월하군.”
막 수여된 따끈따끈한 훈장은 사람들의 차디찬 무관심 속에 묻혀버렸다.
그 대신 다른 장작이 파리를 활활 태우고 있었다.
만족. 아니, 기대 이상의 결과다.
그답지 않게 파리에서 조용히 지낸다 싶더니 역시 틈이 생기니 그 자리에서 파리를 뒤집어버렸다.
중간에 이상한 질문이 나올 때 자리를 비운 것부터 이미 모헬에게 바통을 넘긴 거긴 했다만.
“뭐, 모헬이 모헬 한 거지.”
분명 모헬이라면 파리에 오자마자 심기가 불편했겠지. 그놈 심리라면 자기는 혼자 뺑이 치는데 뒤에서 하하호호 놀고 있는 모습에 설사와 변비가 동시에 왔을 거다. 그런 그에게 페탱은 그저 화장실 문만 열어줬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정말 모헬 중령은 뒤가 없군. 그 뒤를 봐주는 게 나라곤 하지만.’
약간이나마 주저할 법도 한데 그런 기미 자체가 없다.
그냥 들이박을 기회만 생기면 곧장 땅 파듯 팍팍 긁으며 달려들 생각하는 게 생각을 하는 거 같으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돌진하는 황소 같다.
이번엔 그 친구도 자기 역할이 뭔지 잘 알고 있었으니 오해라고 변명 따위 안 들어도 될 거다.
쾅.
“이거 보셨습니까? 이거 당장 정정 요청해야 합니다!”
쭈그려서 신문이나 가위질하는 이상한 취미까지 생겨버린 모헬이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자 방금까지 평안하던 페탱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이번엔 또 뭔가.”
[악마가 그리는 지옥.]자극적인 제목이 딱 봐도 황색언론인데 그걸 진지하게 들고 온 모헬의 모습에 페탱은 기가 찼다.
“악마가 그리는 지옥이라니! 그럼 자기들은 악마가 지켜주는 지옥 주민들인가? 내 참 어이가 없어서!”
마치 자기는 억울하다는 듯이. 자긴 아무 문제 없는데 세상이 자기만 핍박하는 것 같다는 태도와 억울해하는 표정.
‘그래, 이게 모헬이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 온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만 솔직히 어제의 모헬은 혹시 전쟁 중에 미쳐버린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날뛰었다.
“모헬. 뭐가 억울한가. 나도 자네에게 맡겼지만 그래도 4년이라고 말할 줄은 몰랐네. 게다가 정부의 소리가 남아 있는 와중에 말이야.”
이건 진심이었다. 하루하루 힘겹게 연명하는 분위기 속에 명색이 전쟁의 희망이라는 놈이 ‘어림없는 소리!’라고 외친다면 과연 누군들 좋게 보겠나.
“아니, 들어보십시오. 전 진짜 저들에게 현실적인….”
“현실은 개뿔. 당장 오늘 아침부터 군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행위라면서 규탄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
“에이, 그건 제가 처리할 일은 아니죠.”
“그럼 자네 평판도 내 알 바는 아니지.”
침묵. 페탱이 몇 년간 터득한 이 베르게르 모헬이란 사람 상대법은 간단했다.
개소리는 개소리로. 논리는 논리로.
딱 똑같이 돌려주면 된다는 거다.
그리고 솔직히. 단어만 과격할 뿐 황색언론들이 되려 모헬을 더 잘 아는 것 같다.
주류들은 그래도 자기네들 영웅이라고 어떻게든 포장하려고 하니 참으로 애매하고도 괴상한 평판이 생기지만 황색언론들은 눈치 보는 것도 없으니까.
신문에 실린 말이 사실이지 않냐고 말해봤자 입에서 불을 뿜으며 어떻게든 합리화하려 할 게 뻔하기에 페탱은 그냥 넘겼다.
“악명도 명성이네. 그러니 겸허히 받아들이게.”
“예? 그럼 악법도 법이고 군법도 법입니까? 차라리 적의 생명도 소중하다고 하십시오.”
또, 또.
‘하아….’
골머리가 벌써부터 아파온다.
어제부로 확고하게 잡힌 페탱과 모헬의 대외적인 이미지. 그건 바로 미친개와 목줄의 관계였다.
분명 보이는 이미지만 그랬다면 상관없는데.
‘이 정도면 그냥 현실 아닌가….’
자신도 때론 이놈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생각에 전전긍긍할 때가 많다.
“난 전쟁 전에 개미 한 마리 죽여본 적도 없는데! 이걸 샤를로트가 보게 되면… 그래도 레몽 장군님은 아직 야전에 계시니 모를 거야….”
“하아, 나가.”
“쳇, 나만 나쁜 놈이지!”
“나가라고.”
옆에 있는 아무거나 집어 드는 시늉을 하니 끝까지 중얼거리며 모헬은 방을 나갔다.
자기 딴에는 진지한 것처럼 행동하나 정작 모헬이 사소하게 받아들인 것에 세상은 떠들썩하다.
“전부터 알았지만… 저거 분명 정신병이야.”
저런 놈이 사회에 버젓이 돌아다녔다면 진짜 위험하지 않았을까.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공화국도 뒤집으려 할 놈이다.
페탱은 군이라는 조직에 모헬이 갇혀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비단 페탱뿐만 아니라 모헬의 짧고도 강렬한 인터뷰는 순식간에 세상으로 퍼졌다.
“푸하하하! 역시 미친놈이야! 자리가 높아지면 조금은 얌전해질까 싶었는데 역시나!”
폭소하는 갈리에니.
“4년이라….”
“아무런 근거 없는 소리입니다.”
“전문가의 말 아닌가. 5월 종전 가능성을 제대로 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이는군.”
“…총참에 다시 문의하겠습니다.”
“이거 어쩌다 보니 총사령부와 일개 중령의 말이 대립하는 구도가 되어버렸군. 가볍게 물어만 보게. 물어만.”
“알겠습니다.”
맹신하진 않으나 나름 진지하게 받아들인 클레망소.
그리고.
빠직.
“허, 허허.”
손에 쥐어진 나무 펜을 악력으로만 두 동강 낸 포슈.
“내가 조용히 훈장만 받아 오라 하지 않았나.”
“…실언이었을 겁니다.”
베이강이 필사적으로 포슈의 분노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어림도 없었다.
“실언? 자넨 기사도 안 봤나? 난 우리 중령이 외국어에 이리 재능이 있는 줄 몰랐군! 흥얼거리는 소리가 신문에 실렸다면 그건 그냥 공식 발언이야!”
“…….”
자신의 손을 떠났다. 베이강은 그리 판단했다.
‘이 미친 새끼야!’
페탱 소장님도 문제다. 모헬을 대놓고 기자들 앞에 풀어놓다니, 노망이 든 게 틀림없다.
“모헬 중령이 언제 돌아오지?”
“다음 주입니다.”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 기대가 돼.”
포슈의 소름 끼치는 미소에 베이강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를 알 리 없는, 정확히는 뒷수습 따위 자기 일이 아니라 생각한 모헬은.
“후후.”
“좋으십니까?”
“좋지. 우헤헤헤.”
반년 만에 만난 프레드릭은 혼자 오지 않았다.
“그래, 다들 어느 정도 눈치챘겠지. 다들 기업 운영한다는 분이신데.”
“계약을 자신들에게 넘기기만 하면 웃돈을 얹겠다는 이들이 넘쳐납니다.”
바다에 배가 자취를 감춘 4개월. 하루가 다르게 막대한 물자를 소모하는 유럽이 드디어 폭발했다.
독일 함대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신 해양 봉쇄를 택한 영국.
비축한 자원을 하루가 다르게 소모하는 주제에 정작 자원지대는 다 뺏긴 프랑스.
그리고, 수백만이 생산 대신 전선에 투입되어버린 서부 전선.
삼박자가 맞아떨어지자 미국은 슬슬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아무리 독일 함대라도 미 자본가의 탐욕을 어찌 막으리오.”
“다들 내년까지는 전쟁이 이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다만 그 이후에는 협상 혹은, 정전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상관없다. 내년에 끝난다는 판단을 한 이들도 뒤늦게 배를 건조할 바에 이미 건조를 시작한 우리와 계약을 이어가려 할 테니까.
아무리 어디 수송선이 침몰했다고 신문에 나와도. 어느 민간상업선이 카이저 마리네한테 당했다고 떠들어도.
풀풀 나다 못해 썩은 돈 냄새가 미 대륙을 강타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그 결과.
“주식 시장은 회복도 안 했는데 배는 필요하다라. 참 웃기지도 않아.”
“물동량은 이제 폭발적으로 오를 일만 남았으니까요.”
“후후, 마침 중도금 낼 돈도 부족했는데.”
사악한 베르게르의 미소에 프레드릭은 그저 멋쩍어하며 웃었다.
모헬 컴퍼니,
투기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