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121)
을 위한 세계는 없다-121화(121/817)
〈 121화 〉 1장 보스, 불청객, 그리고… (5)
* * *
***
코르부스는 수업 시간에 늦었다.
제자와 성녀님이 함께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물론 그런 이유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으나, 주된 이유는 수업 준비 탓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르치기엔, 그녀를 1지망으로 선택한 다른 학생들의 수준이 너무 높았으니까.
프레아 칸이 직접 아카데미로 데리고 온 마법사에, 입학 순위가 한 손에 드는 실력자라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왜 나한테? 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음에도 코르부스는 진지하게 수업을 준비했다.
처음부터 제자로 받지 않았으면 모르되, 이미 1지망 학생들을 전부 제자로 받은 뒤 아닌가.
기왕 스승이 된 거, 제대로 된 가르침을 베푸는 게 우선이었다. 갈림길의 구도자의 제자라면, 뭔가를 배워가야지.
그래도 혹시, 만에 하나 수준 높은 학생들이 종족의 벽을 넘어 자신의 진가를 알아본 게 아닐까? 하는 기대가 없는 건 아니었으나…
수업 장소인 남부 휴게실의 문을 연 순간.
코르부스는 나머지 학생들이 왜 자신의 수업을 신청한 건지 단박에 이해했다.
“…조금 늦으셨군요.”
어딘가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반기는 천여명과 그의 뒤로 보이는 세 명의 소녀.
탁자 위에 기절해 있는 건 성녀님이었고, 그 옆에서 어색하게 인사하는 금발의 소녀는 쇠미리란 소녀이리라.
자연스레,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소녀는 홍세티겠지.
두 사람 다 눈으로는 코르부스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수인의 날카로운 감각은 그녀들의 신경이 여명에게 쏠려있는 걸 놓치지 않았다.
남자 하나에 여자 셋.
코르부스는 딱 부리를 부딪쳤다. 사람으로 치면 헛기침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성녀님… 짝사랑도 서러운데, 경쟁자까지 있는 겁니까?’
전대 성녀님도 그렇고, 성녀님들은 언제나 이런 운명이란 말인가?
성녀님의 미래를 생각하니 절로 눈물이 찔끔 흘러내렸지만…
“제자여. 그새 무슨 짓을 한 것이오?”
여명의 몸을 자세히 확인한 순간, 코르부스의 머릿속에서 다른 생각이 싹 날아갔다.
“…왜요. 또 뭐 문제라도 있습니까?”
“문제? 당연히 문제 있지. 제자의 마나가… 마나가 이상하잖소.”
“무슨 소리인지 저는 잘….”
코르부스는 애써 준비해온 수업 준비물들을 깡그리 바닥에 던져버리고, 후다닥 여명에게 날아갔다.
“지금 그대의 상태를 좀 보시오! 초짜 마법사처럼 마나를 질질 흘리고 있소!”
“….”
여명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건 말건, 코르부스는 조류 특유의 종종걸음으로 그의 주변을 돌며 몸 곳곳을 살폈다.
“어찌… 이 짧은 사이에…?”
“….”
“혹시,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무슨 영약이라도 먹은 것이오?”
영약이란 말에 세티의 몸이 움찔, 굳었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쇠미리만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작은 반응.
“…코르부스, 그만하시고 무슨 일인지 설명이나 좀 해주시죠.”
아무튼, 여명이 한소리하고 나서야 코르부스는 호들갑을 멈췄다. 그리고 까마귀 특유의 검은 눈동자로 여명을 보며 말했다.
“아직도 모르겠소?”
기절한 성녀님을 제외한 모두의 시선이 까마귀에게 모였고…
코르부스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갈림길에 들어선 것을 축하하오.”
***
마법이란 무엇인가?
차원문 너머의 마법사들은 고귀한 정신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라고 주장했다.
덕분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차원문 너머의 마법사들은 자신들을 특권계층으로 만들길 주저하지 않았다.
고귀한 정신을 타고났으니, 고귀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나?
그에 비해 지구의 마법사들, 보통 스스로 학자라 자부하는 이들은 마법을 마나를 다루는 학문으로 분류했다.
그 재료가 마나일 뿐이지, 기존의 물리학이나, 수학처럼 과학의 일부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이러한 의견 차이는 지구와 차원문 너머 마법사들 간의 정치적, 학문적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여명이 알 바는 아니었다.
그에게 중요한 건 마탑 어떻고 학회가 어떻고 하는 역사적 갈등이 아니라, 마법이 얼마나 쓸모 있느냐였으니까.
그동안 그가 만났던 적들, 특히 카할 마그두나 오르세 타불 같은 용들과 싸우며 뼈저리게 실감하지 않았던가.
강대한 육체와 마법의 조합.
코르부스가 마법에 대한 재능을 확인시켜준 순간.
여명은 자신도 용의 전투법을 따라 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짐짓 오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생각이었지만, 그는 자신 있었다. 재능과 경험, 둘 중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았으니까.
코르부스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단번에 흑익류의 진의를 깨달은 여명의 재능이라면, 마법도 어렵지 않으리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마법 수업을 시작하자, 그들은 의외의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주문을 하나도 모른다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이오?”
“….”
당황스러운 코르부스의 질문. 딱히 대답할 말이 없던 여명은 입을 다물었다.
뒤에서 세티가 조심스레 성녀를 깨우는 사이, 코르부스가 재차 물었다.
“…농담이 아니고, 정말로 하나도 모르시오? 단 하나도?”
“예, 정말입니다. 이런 걸로 거짓말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으음… 그, 아카데미에 오기 전까진… 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나 보오?”
오해와 배려가 반반 섞인 말을 마주한 여명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어찌 보면 코르부스의 오해는 상식적이었다.
현대 사회의 평범한(?) 초인 지망생들은 교육과정에서 세 가지 길에 대한 기초 지식을 배우는 법이니까.
흔히 마법의 정석이니, 카렐린 무술입문이니 하는 것들.
특히 마법의 경우에는 마나를 느끼는 것밖에 못 하는 반쪽짜리 초인이라도 학자로서 길이 열려 있기에, 가장 많은 교육을 받는 법인데…
정작 여명은 주문 하나 몰랐다. 아마 코르부스 입장에선 고등학교 졸업생이 사칙연산도 못 한다는 말처럼 들리겠지.
‘…하지만 그게 사실인 걸 어쩌나.’
초인 교육은커녕, 일반 고등학교조차 다녀본 적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발목을 잡을 줄이야.
여명은 코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코르부스, 뭔가 오해하시는 거 같은데… 전 로드 하우에 편입하기 전까지 초인 교육을 받아본 적 없습니다.”
“…그럼 편입학 전까진 전부 독학으로 익혔단 말이오?”
“예, 뭐… 드문드문 가르침을 내려주신 분은 있었지만, 대부분은 저 혼자 익혔습니다.”
“….”
쉽사리 믿기 어려운 말인 걸까?
딱! 소리 나게 부리를 닫은 코르부스는 ‘이게 사실이냐?’라는 표정으로 세티와 쇠미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정작 대답은 두 사람이 아닌 다른 방향에서 나왔다.
“…안 믿기죠? 그치만 굳이 의심할 필요 없어요. 여명은 이런 일로 거짓말 안 하니까.”
어느새 깨어난 성녀가 목덜미를 주무르며 말했다.
“성녀님이 그걸 어떻게…?”
“코르부스, 우리 엄마가 누군지 잊었어요?”
“….”
성녀는 가볍게 둘러댄 핑계에 불과했지만, 코르부스는 반박하지 않았다. 반박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핑계였으니까.
여명이 헛기침하고, 그 사실을 모르는 코르부스는 무언가를 고민하듯 부리를 다물었다.
아주 짧은 침묵.
성녀가 쇠미리를 손가락질하며 세티에게 무언가를 물어볼 때쯤, 코르부스가 말했다.
“…우리 제자의 재능이 본인의 상상 이상이었구려. 그럼 주문을 몰라도 다 방법이 있지.”
“…방법?”
“한 개도 아니고 두 가지나 있소. 하나는 전통적인 방식대로, 이제라도 주문을 배우고, 익혀나가는 것.”
“….”
“다른 하나는… 훨씬 빠르지만 고통스러운 방법이오. 우리 제자께선 아마 후자를 선택할 거 같은데… 그전에 이거 하난 꼭 물어봐야겠소.”
“뭡니까?”
“…제자께선 마법으로 무엇을 얻고 싶소?”
뜬금없지만, 동시에 한없이 진지한 질문. 여명은 한순간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힘.”
“…힘?”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만주에서 싸웠던 용들이나, 저번에 당신께서 보여주셨던… 그런 강력한 전투 마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여명의 대답이 기대한 그대로였던 걸까? 코르부스는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하! 역시 그럴 줄 알았소!”
“…왜 힘을 원하는지는 묻지 않으시는 겁니까?”
“남자가 힘을 원하는데 무슨 이유야 뻔하지 않소. 본능, 권력, 그리고… 여자.”
‘여자’를 입에 담는 코르부스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이는 수준으로 작았다. 마치, 비밀이라도 말하는 것처럼.
여명은 헛웃음을 삼켰다.
“그런 이유는 아닙니다만…”
“어허, 성녀님을 손에 넣으려면 그 정도 배포는 있어야 하오.”
“…코르부스.”
그가 정색하고 나서야, 까마귀가 웃음을 멈췄다.
“아무튼, 두 번째 방법을 시도해야겠구려. 지금 당장!”
코르부스는 날개를 활짝 펼치며 소리쳤다.
검은 깃털 몇 개가 흩날리는 가운데, 여명과 코르부스를 바라보는 소녀들의 눈동자가 각자의 의도를 가지고 반짝였다.
***
코르부스가 말한 두 번째 방법.
그건 주문을 익히고, 명상을 통해 완전히 몸에 익히는 전통적인 방식과 거리가 멀었다.
마나를 읽는 그의 감각과 재능을 믿고, 그의 앞에서 마법을 펼치는 것.
언뜻 듣기엔 간단해 보이는 방법이었으나… 실상은 조금 더 과격했다.
파스스!
코르부스가 만들어낸 얼음송곳 하나가 허공에서 피어나고, 곧바로 휴게실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어… 저거 그냥 내버려 둬도 되나?”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성녀가 한마디 하기 무섭게, 여명의 어깨에 얼음송곳이 처박혔다.
푸확! 피가 튀어 오르고, 여명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입으로 비명을 내뱉진 않았지만, 고통이 절절히 느껴지는 표정.
“저기? 세티야? 저거 보고만 있을 거야?”
성녀가 이름까지 부르고 나서야, 세티가 대답했다.
“…본인이 선택한 건데 내가 뭘 어떡해.”
“아니, 그래도…”
“그냥 훈련이라고 생각해. 마법을 몸으로 직접 느끼는 훈련은 다른 마법사들도 곧 잘하잖아?”
그건 보통 온풍 마법 같은 걸 배울 때나 쓰는 건데? 공격 마법을 직접 맞는 미친놈이 어딨어?
성녀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팔짱 아래 숨겨진 세티의 주먹이 꽉 쥐어진 걸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다른 얼음송곳이 또 여명의 몸에 처박혔다. 이번에는 종아리였다.
균형을 잃은 여명이 우당탕 휴게실 바닥에 쓰러졌다.
성녀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쇠미리와 세티 둘 다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걸 보고 들썩이던 엉덩이를 다시 의자에 붙였다.
왜 나만 안절부절하고 있는 거지? 아니, 그보다 쇠미리 쟤는 왜 저렇게 태연해?
그녀가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코르부스가 부리를 열었다.
“어떻소? 이제 좀 알겠소?”
“…예, 어느 정도는 알겠습니다.”
여명은 어깨에 박힌 얼음송곳을 뽑아내며 대답했다.
“그럼 기다릴 게 뭐 있소? 어서 시연해보시오.”
코르부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명이 마나를 움직였다.
몸속 혈관을 따라 움직이는 무술의 마나와는 전혀 다른, 마법을 위한 마나의 움직임.
생각을 따라 몸 밖으로 흘러간 마나가 허공에 고이고, 주인 없는 마나와 뭉치며 자리를 잡는다.
마치 뜨개질을 하듯, 마나의 실 하나하나를 엮고… 하나의 주문을 완성한다.
파스스…
복잡한 과정을 통해 허공에 모습을 드러낸 건, 작은 얼음송곳.
코르부스의 얼음송곳과 비교하면 반절도 되지 않는 크기였지만, 날카로움은 뒤지지 않았다.
크기야 들어간 마나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니, 모양을 완성한 것만으로도 얼음송곳 마법을 완전히 배운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명이 자신이 만든 얼음송곳을 멍하니 바라보는 가운데, 코르부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 성공이오! 겨우 다섯 발만 맞고도 완벽한 모양의 얼음송곳을 완성했구려!”
“…생각보다 훨씬 쉽군요.”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시오. 다른 마법사들은 2주는 배워야 제대로 쓸 수 있는 마법이니 말이오.”
“….”
“흐, 어쨌든 이 속도라면 이번 주에만 열 개도 넘는 마법을 익힐 수 있겠구려. 자, 자, 멈추지 말고 다음 마법을…”
코르부스가 흥분해서 말을 이어나가려는 찰나, 쇠미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 코르부스 선생님?”
여명이 고개를 돌려보니, 은근한 미소를 짓고 있는 쇠미리가 보였다. 평소와 달리, 어딘가 상기된 얼굴.
“무슨 일이오? 쇠미리 양?”
“그냥, 저희는 그냥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하나 해서요.”
그녀의 지적에 코르부스는 날개로 뒤통수를 긁었다.
“이런, 미안하오. 본인이 흥분해서 스승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구려.”
“아뇨, 괜찮아요. 여명을 보고 흥분하는 사람이 한둘도 아니고.”
…?
그녀의 농담 섞인 말에 모두가 물음표를 띄우는 사이, 쇠미리가 덧붙였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저도 제안을 하나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제안? 무슨 제안 말이오?”
자신에게 시선이 모인 걸 확인한 쇠미리는 휴게실 내부를 싹 훑은 뒤 말했다.
“어차피 여기 모인 사람들은 전부 여명 때문에 모인 거잖아요?”
“…뭐?”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여명이 눈살을 찌푸리건 말건, 그녀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기왕 이렇게 모인 김에, 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도움을 주는 건 어떨까요?”
“도움이라면…?”
“대련 상대가 되어주는 거죠. 정식 대련을 하자는 건 아니고… 여명은 마법으로만 싸우고, 우리는 전력을 다하고. 어때요?”
“…흐음.”
“괜찮을 거 같지 않아요? 우리도 여명과 싸우면 뭔가 배울 테고, 무엇보다 여명은 수련보단 실전에서 배우는 스타일이잖아요.”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같이 싸워본 적도 없으면서… 옆에 있던 성녀가 투덜거렸고, 코르부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쇠미리의 의견을 고민했다.
여명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살살 가로저었다. 당사자를 앞에 두고 둘이서 무슨 소리람.
“…이제 막 얼음송곳을 배웠는데 대련은 무슨 대련이야?”
“다른 것도 쓸 수 있을걸요?”
“뭐?”
“그거 말고도 맞아본 마법 많잖아요?”
“….”
그걸 어떻게? 여명이 목 끝까지 올라온 말을 삼키며 쇠미리를 바라보는 사이, 코르부스가 한마디 거들었다.
“제자여, 본인 생각에도 쇠미리 양의 의견이 괜찮은 것 같소.”
“….”
“맞아가며 배우고, 싸워가며 익힌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수업 아니오?”
겸사겸사 정분도 쌓고. 코르부스의 뒷말은 코앞에 있는 여명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았다.
여명은 까마귀의 모가지를 비틀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 뒤,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내저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입을 열려는 순간, 세티가 손을 들었다.
“…난 찬성.”
“세티, 너까지?”
여명은 브루투스를 보는 카이사르의 심정으로 말했으나, 세티는 가방에서 쇠망치를 꺼내며 대답했다.
“미리가 딱히 틀린 말 한 건 아니잖아. 계속 구경만 하는 것보단 대련이 나아.”
망치에 미처 닦지 않은 시크릿 소사이어티 조직원의 피가 말라붙어 있기 때문일까? 그녀의 목소리에는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정 그렇다면야, 알겠어, 마음대로 해.”
다수결로 따지면 이미 넘어간 상황. 여명은 양손을 들어 과장되게 항복을 표했다.
“그럼 여명도 허락했으니, 지금 당장 시작해 볼까요?”
쇠미리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성녀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첫 대련은 내가 할래.”
다른 사람들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그녀는 치마 주머니에서 리볼버를 꺼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