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130)
을 위한 세계는 없다-130화(130/817)
〈 130화 〉 주인공을 위한 조난은 없다.
* * *
칭기스 칸, 레오폴드 2세, 히틀러, 스탈린, 폴 포트…
『오크에게 도움이 된 지구인이 있냐는 질문에 대한 오크 혁명가 바르두그의 대답.』
***
짧은 대화가 끝난 직후, 세 명의 소녀는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옥새에 빨려드는 네 명의 마나가 엉키지 않도록 컨트롤하는 게 쉽지 않은 탓이었다.
그나마 여명과 쇠미리의 마나가 거의 동일한 덕분에 마법이 멈추는 일은 없었지만…
문제는 황금 옥새에 들어가는 마나량 그 자체였다.
아무리 황금 옥새에 마나를 퍼부어도, 차원문이 열리는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이미 타락석을 잃고 무너지는 차원문을 다시 연다는 건 뼈대만 남은 집을 다시 세우는 일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결국, 차원문이 열리는 것보다 먼저 네 사람의 체력과 마나가 바닥을 보였다.
가장 먼저, 세티의 실핏줄이 터지며 코와 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다음으로 여명이 울컥 피를 토했고, 쇠미리도 마찬가지로 손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그나마 성녀가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었지만, 그녀도 이미 격렬한 전투를 몇 번이나 치른 상태.
그녀 또한 오래 버티지 못하리라는 건 이 자리에 있는 누구나 다 예상할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함께 죽겠구나. 네 명의 머리에 동시에 같은 생각이 떠오른 그 순간.
성녀가 입을 열었다.
“…전윤성이라도 깨울까?”
질문의 답은 세티에게서 돌아왔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내저었다.
“안 돼. 역효과만… 날 거야…”
확신에 가득 찬 말투. 성녀는 뭔가 뒷이야기가 있으리라고 짐작했으나, 더는 묻지 않았다.
그 대신,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옥새에 올린 왼손은 그대로 둔 채, 오른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기도를 올렸다.
“백색의 울쓰바티시여, 당신의 딸이 아뢰나이다. 저희에게 당신의 태양을 비추어 당신의 그림자 아래를 거닐게 하소서.”
울쓰바티의 사제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기도.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성녀가 직접 빈 기도의 힘은 어마어마했다.
번쩍!
그녀의 기도가 끝나기 무섭게, 성녀를 중심으로 새하얀 축복이 휘몰아치며 네 사람을 감쌌다.
빛은 닿은 곳마다 상처가 아물고, 바닥난 마나가 돌아왔다.
고위 사제들조차 쉽사리 성공시키지 못하는 최고급 축복이었으나… 아직 차원문을 열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치.
성녀는 재차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흑색의 모르닥이시여, 당신의 꿈이 비나이다.”
“적색의 레독스시여, 당신의 총이 도전하나이다.”
“청색의 베눌이시여, 당신의 책이 간청하나이다.”
“녹색의 이사기녹이시여, 당신의 꽃이 바라나이다.”
다신 신 모두를 향한 기도.
그녀는 그것으로도 모자랐는지, 가슴팍 사이에서 성물을 꺼내 쥐었다.
‘신들이시여, 진정으로 저를 아끼신다면 제 사랑과 무고한 이들이 희생되지 않게 해주소서.’
언제나 그렇듯, 신들께선 말로서 화답하지 않으셨다.
침묵과 고통, 간지럼과 향기, 그리고…
축복.
화아아악 !
다음 순간, 다섯 개의 빛이 성녀의 몸에서 터져 나왔다.
그녀의 새하얀 머리카락이 넘실거리고, 마나가 요동쳤다. 신들께서 기도에 응답하셨다는 증거.
성녀는.
그대로 축복을 옥새에 밀어 넣었다. 막대한 마나에 마법진이 일그러지건 말건,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옥새를 조종하는 여명을 믿었으므로.
그리고 그 믿음에 호응하듯, 옥새의 마법진이 점점 크기를 키워나갔다. 차원문은 물론이고, 돌 제단까지 전부 뒤덮을 수 있을 정도로.
이윽고,
번쩍 !
옥새의 마법진에서 다섯 빛이 터져 나오며 옥새와 차원문 사이를 가득 채웠다.
그러자 검은 틈새에 불과했던 차원문이 금빛으로 물들고 진짜 ‘문’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타원형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누가 설명하지 않았음에도, 네 사람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성녀의 축복이 기적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사실에 가장 흥분한 건 다름 아닌 성녀 본인이었다.
설마 한 번에 성공할 줄이야?
그녀는 축복의 여파로 팔다리를 후들거리면서도, 가슴을 내밀며 우쭐거렸다.
“봐, 봤어? 봤지? 특히, 여명, 이 불신자! 신의 기적을 똑똑히 목도했지?”
“…그래, 봤어.”
“그럼 가만히 있지 말고 박수라도 쳐! 성녀님은 최고라고 외치면서!”
농담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 여명은 코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피식 웃어 버렸다.
웃음은 전염된다고 하던가? 세티와 쇠미리 또한 또한 차원문이 열리는 걸 보며 긴장을 풀고 미소지었다.
짧은 여유, 찰나의 방심.
그리고 그 방심이 간극을 만들어냈다.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짧은 간극이었으나, 여태껏 차원문 속에 숨어있던 타락석의 마나에게는 충분한 간극이기도 했다.
사아아악…!!!
어둠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가 울린다.
그 소리를 신호 삼아, 검은 타르 덩어리를 닮은 걸쭉한 마나가 차원문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모두 피하…!”
뒤늦게 이상을 깨달은 세티가 소리치고. 쇠미리가 마법을 발사하려 했지만, 한 발짝 느린 대응이었다.
타락석의 마나는 이미 4명의 머리 위에 기다란 그림자를 드리운 뒤였으니까.
그렇게 4명 전부 마나에 집어 삼켜질 절체절명의 순간.
여명은 반사적으로 뒤꿈치를 들어, 돌 제단을 내려찍었다.
콰앙!!
비각술의 진각.
어마어마한 마나를 담아 펼친 무술의 충격파가 돌 제단을 무너트림과 동시에, 위에 있던 모두를 아래로 밀어냈다.
단 한 사람, 진각을 펼친 당사자만 제외하고.
“안 돼!!”
추락하는 세티의 비명을 끝으로, 타락석의 마나가 여명을 집어삼켰다.
***
돌 제단 아래로 떨어진 성녀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조금 전까지 여명이 서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무너진 돌 제단 위, 남은 건 주인 잃은 황금 옥새뿐.
여명을 집어삼킨 검은 마나는 그대로 차원문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 같았다.
성녀는 입술을 꽉 깨문 채, 돌 제단 위로 올라갔다.
‘타락석의 마나… 사라진 게 아니었어.’
그저 차원문 깊숙한 곳에 숨어, 차원문이 닫히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
원래라면 차원문이 닫히고 결계가 무너지는 순간까지 숨어서 폭발의 때를 기다렸겠지만…
황금 옥새가 억지로 차원문을 열어버리자, 폭발했어야 할 타락석의 마나는 오히려 차원문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타락석의 마나에게는 어떠한 지능이나 의지도 없다는 사실일까.
녀석이 가진 건 주변에 있는 사물을 타락시키려는 순수한 악의뿐.
‘여명, 조금만 버텨줘.’
성녀가 그런 생각을 하며 차원문 앞에 도착했을 땐, 이미 선객이 있었다.
“쇠미리, 너…?”
용케 날아가지 않은 걸까? 그녀는 차원문 앞에 무릎 꿇고 앉은 채로 무언가를 꽉 붙잡고 있었다.
황금빛 차원문 너머로 빼꼼 튀어나온 그건… 다름 아닌 여명의 오른 팔뚝이었다.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쇠미리는 여명이 차원문 안으로 끌려가기 직전에 그의 손을 붙잡은듯했다.
“…다행이다.”
이대로 차원문 너머로 사라졌으면 어쩌나 했는데, 그나마 희망이 있었다.
성녀는 안도감을 느끼며 차원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쇠미리의 앞에 도착해 그녀의 상태를 확인한 순간…
그녀는 쇠미리가 여명의 손을 붙잡기 위해 무슨 대가를 치른 것인지 깨달았다.
고막이 찢어져 피가 흥건한 귀, 안구가 터진 듯 진물과 피가 뒤섞여 질질 흐르는 눈동자까지.
마법 후유증… 그것도 준비 없이 마법을 난사한 전형적인 증상.
“아….”
가속 마법을 썼을까? 아니면 비행 마법?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었으나,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여명을 붙잡은 사실만큼은 절절히 느껴졌다.
자칫하면 과다출혈로 죽을 수도 있는 상처.
그 각오를 마주한 성녀는 얼마 남지 않은 마나를 끌어모아 그녀에게 치유 축복을 퍼부었다.
그제야, 성녀가 온걸 깨달은 쇠미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 성녀님… 세티… 좀, 불러주세요. 저, 저는 이대로 손을 놓칠 것 같아서…”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던가?
성녀가 그러겠다고 대답하기도 전에, 세티가 쿵! 소리와 함께 차원문 앞에 착지했다.
그녀는 하수도에 던져놓고 온 망치와 무기 보자기를 둘러메고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차원문으로 돌진할 기세였다.
물론,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아, 손잡았구나… 다행이다…”
쇠미리와 여명의 손을 번갈아 확인한 세티의 반응은 성녀와 다를 게 없었다.
안도, 놀람, 그리고 걱정.
그 짧은 감상을 끝으로, 세티는 여명의 손을 넘겨받았다. 쇠미리는 그제야 울컥 피를 토하며 차원문 앞에 누웠다.
성녀는 그녀를 치유하면서 세티에게 물었다.
“어때? 당길 수 있어?”
“…아니. 내가 당길수록 저쪽에서 당기는 힘도 강해져. 이대로라면 현상 유지가 한계야.”
“….”
“성녀, 혹시 여명을 덮친 이 괴물… 아니, 이 마나가 뭔지 알아?”
성녀는 고개를 끄덕인 뒤, 설명을 시작했다.
타락석이 무엇이고, 방금 여명을 덮친 타락석의 마나가 지금 무슨 상태에 있는지…
나름대로 설명을 이어나가길 잠시, 성녀는 문득 세티의 반응이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그녀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차원문 너머를 노려보고 있었다.
“세티? 왜 그래?”
“…차원문이 변질되고 있어.”
“….”
그녀의 말마따나, 옥새로 열어젖힌 차원문이 서서히 검게 물들고 있었다.
산 넘어 산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
갑자기 차원문이 변질된 이유를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백이면 백, 내부에서 타락석의 마나가 다시 활개 친 덕분이겠지.
‘어떻게 하지. 어떻게…’
세티는 여명의 손을 꼭 붙잡고 고민했다.
옥새로 다시 문을 연다? 옥새를 쓸 수 있는 건 여명뿐이지 않나. 기각.
여명을 따라 불안정한 차원문 안으로 들어선다? 자칫하면 동반 자살에 불과하다. 기각.
성녀가 한 번 더 기적을 일으키길 기도한다? 이미 그녀는 한계다. 기각.
기각, 기각, 기각…
끝이 보이지 않는 온갖 고민의 파도 속에서 그녀의 뇌가 익사해버리려는 찰나.
불현듯, 그녀의 신께서 말씀하셨다.
『첫 번째야, 그를 위해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라.』
무엇을 줄 수 있는가 세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전부.
대답이 마음에 드신 걸까, 웃음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이건 어떤 계시일까? 아니면 조언? 세티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던 그때.
차원문의 좌측에 굴러다니는 고풍스러운 제사용 단검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운명의 이끌림인가.
세티는 그 손을 뻗어 단검을 집어 들고, 날에 자신의 얼굴을 비췄다.
피가 말라붙은 칼날 위로, 자유로워진 가축이 보인다.
복수에 눈먼 자매가 보였으며, 그의 첫 번째이자… 희생양이 보였다.
…그래, 희생양.
세티는 그제야 ‘무엇을 줄 수 있는가’의 뜻을 깨달았다.
그녀는 단검을 역수로 쥐고, 신을 향해 기도했다.
‘나의 신이시여. 희생양을 제물로 바칩니다. 그러니, 부디…’
여명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해주세요.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세티는 자신의 목을 찌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단검을 들어 올리자마자, 오른손이 멋대로 움직여 그녀의 목이 아닌 다른 곳을 찌르는 것 아닌가.
왼손 검지 손가락.
푹 단검이 손가락 끄트머리를 아주 살짝 찔렀다. 아주 작은 핏방울들이 칼날을 적셨으나, 그뿐이었다.
초인의 재생력이라면 하루도 걸리지 않는, 그런 상처.
‘…신이시여?’
『낭비다.』
‘…네?’
세티가 상황을 따라가지 못해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성녀가 말을 걸었다.
“세티… 너 갑자기 왜 그래?”
사뭇 걱정스러운 말투였다. 그럴만했다.
그녀가 보기엔 세티가 대뜸 단검을 주워들고는 자기 목을 찌르려다가 손가락을 베어버린 상황 아닌가.
솔직히 세티로서도 설명할 말이 막막했기에, 대충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
“정말로.”
세티는 그렇게 말한 뒤 자신의 피가 묻은 단검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차원문으로 던졌다.
반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고, 딱히 뭔가를 바란 건 아니었으나…
쿠구구궁…!!!
단검을 집어삼킨 차원문에서 격렬한 반응이 돌아왔다. 이제 막 치유를 끝낸 쇠미리조차 놀라서 상체를 일으킬 정도.
“…뭐에요?”
오히려 세티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대체 뭐야?
‘희생양의 피에 뭔가가 있나?’
그녀는 설마설마하면서도 피 몇 방울을 더 짜내 차원문에 뿌려봤다.
그러자 이번에는 차원문에 생기던 검은 반점들이 싹 사라지는 게 아닌가.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어색한 침묵.
다행히 침묵은 길지 않았다. 어느 정도 치유가 끝난 쇠미리가 입을 연 덕분이었다.
“세티 양… 역시 특별한 혈통이었군요?”
“….”
특별하다면 특별하지. 좋은 쪽이 아니라서 문제일 뿐.
세티는 부정도 긍정도 아닌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그 미소를 무언의 긍정으로 해석한 쇠미리를 뭔가를 골똘히 고민하다가, 여명의 손을 보며 말했다.
“여명은… 여전히 안 당겨지죠?”
세티는 대답 대신 보란 듯 손을 당겨봤지만, 여명의 손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 밀고 들어가죠.”
“뭐?”
“세티 양의 피로 차원문이 안정되는 걸 확인했잖아요. 다른 차원으로 떨어질 문제도 없고… 이렇게 된 거, 여명을 구하고 차원 반대편에서 나와요.”
“오…”
쇠미리의 제안에 세티가 혹하자, 성녀가 끼어들었다.
“이 차원문이 어디로 가는 줄 알고 들어가래? 그러다가 어디 이상한 곳에 떨어지면 어쩌려고!”
“이 차원문을 처음으로 연 건 종말 교단의 사제라면서요. 그럼 우리 고향일 텐데 뭐가 문제에요?”
“…우리 고향에도 위험한 곳 많거든!”
“아무리 멀어봤자 지구까지 반년이면 올 수 있잖아요. 여명의 목숨과 아카데미 반년. 뭐가 더 중요한지는 뻔하지 않나요?”
“….”
여명의 목숨이 나오자 성녀는 입을 다물었다. 반박할 말이 없었으므로.
그 대신, 다른 말을 떠올렸다.
“그럼 나도 갈래.”
“안 돼요.”
“야! 쇠미리! 너는 되고 난 왜 안 되는데?!”
“당연히 저도 안 돼요.”
“….”
“세티와 여명. 두 명만 차원문을 넘는 거라면… 이 사건을 우리 선에서 둘러댈 수 있어요. 성녀님은 무슨 말인지 아시죠?”
정치적 문제란 소리였다. 성녀는 반박할 말을 찾기 위해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귀쟁이.”
“성녀님, 그거 혐오 표현이에요.”
“빨갱이.”
“하?”
둘의 말다툼이 격해지건 말건, 세티는 망치와 간단한 권총 한 자루를 챙겼다.
한 손으로는 여명의 손을 잡아야 하느라 챙길 수 있는 게 많지 탓이었다.
아무튼, 간단한 준비를 끝낸 그녀는 성녀와 쇠미리를 번갈아 보며 당부의 말을 남겼다.
“나 없는 동안 우리 동생들 좀 잘 챙겨줘.”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양치기도 잘 관리하고 있을게요.”
쇠미리의 묘한 미소.
세티는 그녀가 어디까지 알고 있나 궁금했으나, 지금은 그런 걸 물을 때가 아니었다.
“…그럼 빠른 시일 내로 돌아올게. 뒷정리는 잘 부탁해.”
그 말을 끝으로 차원문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성녀의 뜨거운 포옹에 30초 정도를 더 지체해야 했다.
“빨리 돌아와야 해…”
애타는 성녀의 부탁을 마지막으로, 세티는 차원문 너머로 뛰어들었다.
여전히 여명의 손을 꽉 쥔 채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