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185)
을 위한 세계는 없다-185화(185/817)
〈 185화 〉 삼포 가는 길 (9)
* * *
***
세계수는 그냥 큰 나무다.
이 세상 모든 엘프의 피와 눈물로 쓰인 그 한마디가 울림과 동시에, 데메론드는 자신의 진의를 허공에 풀었다.
차가운 증오가 공간을 짓누르고, 공기가 숨을 죽였다.
바람조차 그를 피하는 가운데, 데메론드는 여명의 반응을 살폈다.
그의 경험에 비춰보자면, 그의 진의를 마주한 지구인들의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갈렸다.
위선적인 동정, 혹은 막연한 두려움.
그러나 여명의 반응은 둘 중 어느 쪽도 아니었다. 그는 몸을 조금 움츠렸을 뿐,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아니, 한 가지 확 달라진 점이 있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
그 황금색 눈동자는 조심스레 데메론드의 진의를 가늠하고 있었다. 마치, 맹수를 만난 사냥꾼이 몸을 낮추고 활을 겨누는 것처럼.
‘…어떻게 싸워야 할지 고민하고 있군.’
건방지지만, 마음에 드는 태도였다.
적어도 성검이나 메이커처럼 같잖은 동정을 보내는 것보다 백 배는 나았다.
데메론드는 피식 웃으며 진의를 거둬들였다.
그의 진의가 퍽 인상적이었던 건지, 여명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감정이라면 뭐든 진의로 만들 수 있는 겁니까? 예를 들어, 복수심 같은 거 말입니다.”
“….”
복수심이라, 그 노골적인 단어에 데메론드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가능하지. 그 감정에 자네 인생을 전부 속박할 수 있다면.”
“….”
“하지만… 음,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감정을 진의로 삼는 건 지양하는 게 좋아.”
어째서? 여명이 질문하기도 전에, 데메론드가 한발 앞서 대답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인생의 목표로 삼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지.”
“….”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잠깐 앉아보겠나?”
데메론드는 그렇게 말하며 나무를 등지고 바닥에 주저앉았고, 여명은 순순히 그의 앞까지 다가가 흙바닥에 앉았다.
별들이 슬쩍 고개를 내미는 사이, 엘프가 말문을 열었다.
“천여명, 자네는 미국이 우리 종족에게 저지른 전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역사서에 적힌 만큼은 알고 있습니다.”
미국엘프 전쟁.
‘숲 주민 해방 운동’이니, ‘제2차 서부 개척’이니 하는 핑계를 명분 삼아 미국이 엘프 숲을 공격하면서 발발한 전쟁.
의미 없는 명분과 프로파간다들을 전부 제쳐두고 보자면, 전쟁의 원인은 인류사의 다른 전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와 자원.
엘프들이 차지한 숲에는 차원문 너머의 영약 중 8할이 잠들어 있었고, 미국은 엘프 숲의 영약을 독점하고자 했다.
스탈린이 드워프 산맥의 마나 메탈을 독점한 것처럼.
그러나 엘프들은 드워프와 달랐다.
산맥에 모여 살던 드워프와 달리 엘프 숲은 지독하게 넓었고, 그들은 타고난 게릴라였다.
엘프들은 숲을 방패 삼아 미군과 숲 주민, 그리고 심마니들을 사냥했다. 그리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차원문을 넘어 미국의 주요 인물들을 암살했다.
물론, 그런 격렬한 저항은 더 격렬한 전쟁을 불러왔다.
숲을 뒤덮은 고엽제와 네이팜, 대량 학살, 그리고… 핵폭탄.
불타는 세계수의 사진을 떠올리던 여명은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보니, 그가 아는 지식들은 전부 인간과 지구인 입장으로 기록된, 편중된 지식이었으니까.
기껏해야, 교과서와 다큐멘터리에서 얻은 지식들.
엘프이자, 전쟁의 당사자인 데메론드 입장에서는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지식들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여명이 슬쩍 엘프의 눈치를 살폈는데…
정작 데메론드는 다른 단어에 꽂힌듯했다.
“역사서? 역사서에서 엘프에 대해 배웠다고?”
여명이 그렇다고 답하자, 데메론드가 즉시 되물었다.
“자네, 성녀와 비슷한 나이였지?”
“예, 몇 살 차이 안 납니다.”
겨우 몇 살. 데메론드는 입을 가리고 허탈하게 웃었다.
“하긴… 인간들에게 수십 년은 자신들의 과오를 그저 역사로 치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지.”
그렇게 중얼거린 데메론드는 여명을 가만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뭐, 탓할 생각은 없다. 인간으로 태어난 게 자네 잘못도 아니고…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지.”
데메론드는 마른 입술을 핥은 뒤,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아무튼, 자네가 우리 역사에 대해 안다면 내가 이런 증오를 가진 이유를 이해하겠지? 하지만 자네가 얼마나 알고 있건… 내가 가진 증오는 그 이상이었다.”
“….”
“증오를 진의로 삼아 억누르지 않았다면, 스스로 조절이 안 될 정도였지.”
여명은 그것이 빈말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조금 전 피부를 찌르던 엘프의 증오는, 주가시빌리의 살기만큼이나 무시무시했으므로.
곧이어, 데메론드가 그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천여명, 자네의 복수심이 그 정도인가? 모든 의지와 삶의 목적이 그 감정 하나에 속박될 만큼?
“그건…”
“이런 질문은 어떤가, 무고한 사람들… 예를 들어, 자네 옆에 있던 그 소녀들. 복수를 위해 그녀들을 고문하거나, 희생할 수 있나?”
여명은 대답하지 못했다. 데메론드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난 할 수 있었다.”
“….”
“미국인을 죽일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었다. 어머니의 유언을 어기고, 동족을 죽이고, 아내조차 저버리고…”
하늘에서 그를 내려다보는 별들은 말이 없었다. 그들은 비판도 비난도 없이, 그저 조용히 데메론드의 말을 경청했다.
“전부 어리석은 과오였… 아, 이거 원, 낯부끄러워서 더는 못 하겠군. 천여명,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자네에게 해주는지 알고 있나?”
“…쇠미, 아니, 미리디스의 친구라서?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내가 보기엔 자네도 아슬아슬하거든,”
“….”
아슬아슬하다고? 여명은 아니라고 부정하려다가, 문뜩 자신이 세티와 복수심 사이에서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했다는 걸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복수는 수단이야. 억울함을 풀고 행복한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수단. 그게 목적이 되어선 안 돼.”
데메론드의 목소리는 조금 메말라 있었다.
마치, 아이들에게 자기처럼 살지 말라고 훈계하는 실패한 어른의 그것처럼.
“내 경험상… 이걸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복수가 끝나고 허무함에 미치거나, 자기 자신을 파괴하더군.”
“….”
“내 딸 친구라서 해주는 말은 아니지만, 자네는 안 그랬으면 좋겠군.”
어째서일까, 청소부 시절 어르신들의 넋두리가 떠오른 여명은 쓴웃음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그러자 데메론드가 피식 웃었다.
“이런 걸로 가르침은 무슨, 진짜 진의를 만드는 법은 이제 시작인데.”
이제 시작이라, 여명은 조금 진지한 태도로 물었다.
“제가 뭐부터 하면 됩니까?”
대다수의 무술이 그러한 것처럼, 고상한 사자성어나, 철학적인 경구를 떠올려야 할까?
여명이 조심스레 머릿속을 뒤지던 그때.
데메론드의 입에선 나온 말은 그의 예상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다.
“자네 인생을 한 줄로 표현해보게.”
***
성녀는 용에게 몰려간 사람들을 보며 팔짱을 꼈다.
서운함을 느끼는 건 아니었다. 그녀라도 리볼버 묘기보다는 용이 고기 굽는 모습을 보러 갈 테니.
그리고 무엇보다, 저 승차감 나쁜 거대 파충류의 고기 굽는 실력이 예사롭지 않았다.
홀라당 태워 먹을 줄 알았는데, 손가락으로 고기를 돌리며 후후 적당히 숨결로 고기를 익히는 모습이라니.
뭐, 이해 못할 광경은 아니었다. 드워프와 기나긴 시간을 함께해온 용 아닌가.
작은 친구들을 위해 용 숨결 직화구이(?) 같은 작은 쇼를 준비하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저런 용이 만주를 파괴하겠다며 그 난리를 피운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의 눈에 총알을 박아 넣었던 성녀는 조금 묘한 감상을 느끼다가, 걸음을 옮겼다.
고기 한 점 얻어먹을 생각이었는데, 몇 걸음 걷지 않아 세티를 발견했다.
언제 왔지? 라는 생각보다 먼저, 발이 움직였다.
몰래 등을 껴안을 생각으로 슬금슬금 다가가는데, 다가오는 성녀를 발견한 네티가 화들짝 놀라며 손가락으로 엑스 자를 만들었다.
장난 금지.
눈치가 없는 사람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노골적인 제스처.
평소의 성녀였다면 저런 제스처 따윈 가볍게 무시했을 테지만, 어깨를 축 늘어트린 세티의 등을 보자 장난을 칠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녀는 네티를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인 뒤, 걸음을 돌렸다.
“코르부스, 뭐해요?”
성녀가 다음으로 찾은 건 모닥불 앞, 홀로 조용히 숲 저편을 바라보고 있는 거대한 까마귀였다.
“경계 중입니다. 성녀님.”
까마귀 수인, 코르부스는 숲 저편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경계요? 숲에 짐승이라도 있어요?”
“짐승이면 다행이지요. 더한 것들입니다.”
“…네?”
“웬 인간들이 야영지로 좁혀오고 있습니다. 숫자는… 적어도 서른 명 이상.”
성녀는 자신도 모르게 숲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보이는 건 밤의 숲 특유의 어둠뿐, 다가오는 인간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차라리 한두 명 정도 식별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녀가 한 놈도 느낄 수 없다는 건, 야영지를 둘러싼 놈들이 수준이 상상 이상이란 뜻이었으니까.
성녀는 침을 삼켰다.
“…갑자기 왜?”
“아까 용병단 놈들이 원군을 불렀거나… 단순히 재수가 없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딱, 부리를 부딪친 코르부스의 목소리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성녀는 새삼 죽은 용병들의 핸드폰에 프랑스 외인부대 마크가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잠이 확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우선 여명부터 찾았다.
하지만 야영지를 한참이나 두리번거리고, 마나를 펼쳐봤음에도 그는 찾을 수 없었다.
“저… 코르부스? 여명이 안 보여요.”
“….”
“코르부스?”
“저도 압니다.”
안다고? 성녀는 불길함을 느꼈다. 예지를 쓰지 않았지만, 그녀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설마… 혼자 숲에 들어간 건 아니죠?”
코르부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언의 동의.
성녀는 이마를 짚고푹한숨을 쉬었다.내가 못 살아. 또 무슨 사고를 치는 거야?
“…당장 찾으러 가죠.”
“안 됩니다.”
“안 된다니, 뭔 소리를 하는 거예요! 여명은 코르부스 제자잖아요! 지금 제자를 버려두”
성녀가 빽 소리 지르려는데, 코르부스가 말을 끊었다.
“성녀님, 이곳에는 초인에 용까지 있습니다. 그런데도 적들이 다가온다는 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소리입니다.”
“….”
“전 제자를 믿습니다. 무슨 일이 생겨도 제자는 능히 몸을 뺄 수 있겠지요.”
코르부스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덧붙였다.
“제자를 찾겠다고 숲으로 들어가다가 세티 양이나 성녀님이 다치면, 제가 제자의 얼굴을 어찌 보겠습니까?”
성녀는 반박할 말을 떠올리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입술을 삐쭉인 뒤, 예지를 사용했다.
까짓것, 미래를 보면 되지.
총대주교나 다른 사제들이 보면 통탄할 광경이었으나, 코르부스는 다섯 신 교도가 아니었다.
신의 축복이 낭비되건 말건, 까마귀는 성녀를 호위하듯 그녀의 옆에 섰다.
안대 아래 가려진 성녀의 시야가 미래를 엿보고, 현재의 모닥불이 펄럭이며 불씨를 토해내길 잠시.
다시 현재를 바라보게 된 성녀는 대뜸 주먹을 쥐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왜 그러십니까? 성녀님, 무슨 미래를 보신 겁니까?”
코르부스가 조심스레 묻자, 성녀는 획 고개를 돌려 세티를 바라봤다.
“설마, 세티 양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겁니까?”
걱정스러운 그녀의 말과 달리, 성녀의 반응은 극적이었다.
걱정, 실망, 그리고 분노. 마치, 브루투스에게 배신당한 카이사르가 떠오르는 모습.
그제야 이상함을 느낀 코르부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성녀님?”
“이, 이… 파렴치한…!”
“…파렴치?”
성녀는 세티의 등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세, 세티가 오늘 밤 여명이랑 한 천막에서 자려고 했어요!”
“…예?”
“밤에 몰래! 천막으로! 숨어들어서! 막, 막! 뽀뽀하고!”
“….”
“지,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예지 안 썼으면 나만 몰랐던 거잖아요!”
코르부스의 뇌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다행히 그녀의 뇌는 마법사답게,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무시.
답을 내린 까마귀는 얼굴이 새빨개진 성녀님을 향해 다른 질문을 꺼냈다.
“성녀님, 그러면 이곳으로 접근하는 적들은…”
가장 중요한 이야기였건만, 성녀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 사람들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미래를 볼 수 없는 코르부스는 답답함을 삼키며 재차 질문했다.
“…신경 쓸 필요 없다니요?”
“습격자들은 우리 손님 아니고, 여기 있는 빨갱이 잡으러 온 거예요.”
“…빨갱이?”
“네, 데메론드 입 맑스요.”
데메론드? 귀쟁이 수장? 그 이름이 여기서 왜 나온단 말인가?
혹시 비유인가? 코르부스가 그게 무슨 비유냐고 물으려던 차에, 숲 저편에서 신호탄이 하늘로 솟구쳤다.
푸슈우우우 !
적색 신호가 밤하늘을 물들인 다음 순간.
코르부스와 마찬가지로 접근하는 적들을 감지하고 있던 용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구경하고 있던 상인과 일꾼들을 보호하기 위해 꼬리로 주변을 감싸고, 입에 고인 불길을 신호탄이 있는 곳을 향해 겨눴다,
겨눴는데…
아아악!!
숲 저편에서 대뜸 전투가 시작되었다.
보이는 건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모습뿐이었지만, 소리로 알 수 있었다.
총소리, 폭발음, 주문을 읊는 소리, 그리고 비명.
갑작스러운 소음에 상인들이 놀라 용 뒤편에 숨건 말건, 용과 코르부스는 동시에 마나를 끌어 올리고 긴장 상태를 유지했다.
마나를 읽을 수 있는 마법사의 감각으로, 전투의 정보가 어렴풋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습격자들은 최신 무기와 방어구로 무장한 전문가들이었다. 그중 초인은 적어도 스물 이상.
조금 전에 상대했던 도돈의 형제단인가 뭔가 하는 놈들과 비교하면 정규군과 떼강도들만큼이나 차이가 나는 자들이었으나…
포위… 아악!!
다리를 노려! 다릴 커헉!
그들은 문자 그대로 학살당하고 있었다. 상대하는 자의 손속이 얼마나 잔인한지, 죽은 자들의 단말마가 끝없이 숲을 울렸다.
코르부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여명인가? 아니, 아니었다.
그의 제자도 적에게 잔인하긴 했지만, 저런 도살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그녀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숲 저편에서 들려오던 비명이 멈췄다.
공포스러운 침묵.
초인이건, 술에 취한 일꾼이건 모두 그 침묵 속에 담긴 뜻을 깨달았다.
전투가 끝났다. 이렇게나 빠르고, 잔인하게.
잠시 후, 숲 저편에서 들려오는 두 개의 발소리가 침묵을 깼다.
저벅, 저벅.
상인들이 숨을 죽이고, 용조차 긴장하길 잠시.
야영지의 횃불 아래로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드를 뒤집어쓴 누군가와 천여명.
옷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두 사람이 야영지로 들어와 탁자에 앉을 때까지,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잠시 후, 여명이 세티 자매가 앉아있는 탁자로 다가간 그 순간.
성녀가 침묵을 박살 냈다.
“야! 천여명! 너 오늘 바깥에서 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