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212)
을 위한 세계는 없다-212화(212/817)
〈 212화 〉 지구에 있는 너에게 (5)
* * *
***
엄지손가락이라 불린 녀석의 안내를 따라 들어선 클럽 내부는 평범했다.
어디까지나, 클럽 기준으로 그랬다.
꽝꽝 귀를 때리는 음악, 눈이 아플 정도로 번쩍거리는 색색의 조명, 그리고 코를 찌르는 술과 약 냄새까지.
이런 곳이 처음인 성녀는 충격을 받은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세티 또한 귀가 아픈지 슬쩍 눈살을 찌푸렸다.
물론, 뒷골목 청소부였던 여명에게는 익숙한 광경이었다. 그는 다른 두 소녀가 인파에 휩쓸리지 않도록 보호하며 엄지손가락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엄지손가락은 사람들이 가득한 라운지를 지나, 클럽 음악이 작게 들릴 정도로 깊숙한 곳에 자리한 방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끼익
방문 너머로 드러난 내부는 흡사 호텔 스위트 룸이 떠오를 정도로 고급스러웠는데, 누가 봐도 VIP를 위한 공간이 틀림없었다.
최고급 소파에 화려한 인테리어, 온갖 술이 들어찬 바 테이블 그리고…
썩은 시체처럼 악취를 풍기는 뒤틀린 마나.
일행 모두가 그것을 느꼈지만,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칼을 준비하고 있는 건 이쪽도 별반 다르지 않았으므로.
아무튼.
일행이 방을 둘러보는 사이, 엄지손가락이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
“혹시 원하시는 술이나 마약이 있으십니까?”
“아니.”
“…콜라와 주스도 있습니다만.”
성녀가 그럼 나는 콜라 라고 대답하기 전에, 여명이 한발 앞서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네크로맨서가 주는 걸 먹을 정도로 비위가 좋지 않아서.”
“….”
엄지손가락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웃는 것인지 화내는 것인지 모를 얼굴로 여명을 바라보다가, 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딜라가 벌벌 떠는 걸 보면 어중이떠중이는 아닌데… 그렇다고 CIA에서 보낸 요원이라기엔 간이 너무 크고.”
담배를 물자마자, 정중했던 말투가 돌변했다. 그는 오른손 검지로 마나를 일으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깊게 가라앉는 보랏빛 눈동자.
“저 여자들과 달리 너는 우리 쪽 냄새가 나는군… 경쟁 업체에서 보냈나?”
여명은 아무 말 없이 녀석의 맞은편에 앉았다. 두 사람의 눈동자가 얽히고, 그 사이로 싸늘한 공기가 차올랐다.
매캐한 침묵.
잠시 뜸을 들이던 대뜸 엄지손가락은 담배를 쭉 빨아들였다. 그리고 여명의 얼굴을 향해 후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너, 뭐 하는 놈이냐?”
여명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답했다.
“부줌을 죽인 장본인.”
부줌, 로드 하우 아카데미를 습격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시체를 거래하던 네크로맨서.
인천에서 쇠똥구리와 세티가 함께 죽인 바로 그 네크로맨서의 이름이 나오자, 엄지손가락의 입가로 진득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거, 딜라가 귀한 분을 모시고 왔군.”
그는 손가락을 튕겨 꽁초를 내던지며 덧붙였다.
“그래서, 굳이 이곳을 찾아온 이유가 뭐냐? 거래? 의뢰? 그것도 아니면… 싸움?”
“정보.”
“…정보? 무슨 정보?”
“너희가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
그 말을 신호 삼아, 세티와 성녀가 각자 자리를 잡았다. 자연스레 방문을 틀어막는 방위.
그러자 엄지손가락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정부와 연관된 건 뭐든 비싼데, 돈은 가지고 왔나?”
여명은 대답 대신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냈다. 백 마디 말보다 확실한 행동이었다.
“손님이 아니라 강도였군! 근데 겨우 셋이서 되겠어? 이곳에 있는 네크로맨서가…”
“…19명. 나 혼자서도 충분한 숫자다.”
여명은 검에 마나를 담으며 대답했다. 뒤이어 검에서 시작된 마나가 파도치며 주변에 남아있던 담배 연기를 몰아냈다.
어느새 완숙한 경지에 도달한 파양결.
엄지손가락은 그런 여명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휙 고개를 돌려 딜라를 바라봤다.
“이 모자란 년아, 대체 뭘 데리고 온 거냐?”
“조르벡, 나, 나는…”
딜라의 말은 그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세티가 손가락을 튕겨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으니까.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엄지손가락, 조르벡의 눈이 가늘어졌다.
“신체 장악… 열차에서 딜라를 끌고 간 건 처음부터 CIA가 아니라 너희였나?”
세티는 딱히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덜덜 떨리는 딜라의 눈동자만으로도 충분히 대답이 됐다.
“쯧, 이거 원… 이봐, 그쪽은 뭘 준비해왔지?”
조르벡은 그렇게 말하며 성녀를 바라봤고, 성녀는 얼떨결에 우라간의 손잡이를 꺼냈다.
흑마법과 강령술에 천적인 유니콘의 뿔.
그것을 본 조르벡의 얼굴이 끔찍하게 일그러졌다. 혐오스러운 걸 본 표정이었다.
“그 나이에 잘도 유니콘의 뿔을 들고 다니는군. 부끄럽지도 않나?”
“….”
그 이죽거림을 들은 성녀가 심각한 표정으로 리볼버를 뽑건 말건, 조르벡의 시선은 다시 여명으로 향했다.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걸 전부 알려주겠다. 대신, 영업장에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맹세해라.”
“그건 그쪽 대답에 달린 문제지.”
“….”
여명이 맹세를 거부하자, 조르벡은 담배를 하나 더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뭔가를 저울질하듯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담배에 불을 지피며 말문을 열었다.
“생각보다 지루한 이야기가 될 거다.”
과연 그럴까. 여명은 꿈틀거리는 뒤틀린 마나를 느끼며 그의 얼굴을 노려봤다.
타오르는 담배 연기, 먼 곳을 바라보는 눈동자.
“지구인들에게 속은 다른 고향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피해자였다.”
어처구니없는 말을 시작으로, 그는 먼 과거의 이야기를 펼쳤다.
***
수십 년 전.
미국에게 배신당한 뒤, 네크로맨서들은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다.
미국에게 복수를 다짐하거나,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자들도 있었으나, 대다수의 네크로맨서들은 그것을 거부했다.
그들이 굳이 지구까지 온 것은, 수백 년간 추구해온 비원을 이루기 위해서였으므로.
그렇게 무작정 배를 타고 아메리카를 떠난 우리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소련이었다.
미국의 적이란 얄팍한 이유도 있었지만, 몇몇 네크로맨서들이 공산당 선언에 심취한 게 결정적이었다.
그들은 주인을 만난 개새끼처럼 스탈린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그리고 크렘린궁 한가운데서 미국인의 시체로 언데드를 만든 뒤, 이렇게 말했지.
자본가의 시체로 언데드를 만들었습니다! 평생 일하지 않고 노동자를 착취한 자들이 드디어 인민에게 진 빚을 갚게 된 겁니다!
마나만 있으면 영원히 농사를 짓고, 공장을 돌릴 수 있는 프롤레타리아의 노예.
네크로맨서들은 언데드 노동자가 기꺼이 인민을 대신해 사슬을 차고, 공산주의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에 불과했다.
단순노동밖에 할 수 없는 언데드는 공산주의자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언데드가 피로를 느끼지 않고 영원히 일할 수 있다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마나는 무한하지 않고, 언데드를 다루는 네크로맨서도 영원하지 않은데.
그리고 무엇보다, 공산주의 인민들은 네크로맨서들의 상상 이상으로 ‘저렴했다.’
설마 가성비에서 밀릴 줄 몰랐던 네크로맨서들은 좌절했다.
비전 기술까지 꺼내 스탈린을 유혹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결과는 뭐…
모두가 아는 그대로였다.
우리는 도망치듯 소련 땅을 떠났다. 그마저도 스탈린의 자비가 없었다면 모두 사냥 당해 죽었으리라.
그 무시무시한 자가 어째서 자비를 베풀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었다.
우리가 내어준 별과 신들에 대한 기술이 마음에 든 건지, 아니면 단순한 변덕인지…
어느 쪽이건, 우리는 살아남은 것에 감사하며 다른 나라로 향했다.
대부분은 아시아 방향으로 남하했고, 유럽으로 간 자들은 소수였다.
기독교인들은 고향의 다섯 신 교단만큼이나 언데드에게 적대적이었으니까.
그 사이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라는 자가 우리를 부르기도 했지만, 흡혈귀에 심취해 스탈린에게 덤벼든 미친놈과 함께할 간 큰 네크로맨서는 없었다.
뭐, 아무튼.
우리가 접촉한 아시아의 독재자들은 스탈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중국이 조금 관심을 보였었는데, 딱히 우리를 필요로 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진정한 중화 세계를 찾는 것도 바쁜데, 강시술 따위에 자원을 낭비할 수 없다나?
후에 벌어질 비극을 생각하면 우리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역사라는 건 참으로…
…크흠, 서론이 길었군.
이제 한국 이야기로 넘어가서.
당시의 상황을 표현하자면, 우리에게 있어 한반도는 모세가 이집트를 탈출해 도착한 가나안 땅이나 다름없었다.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그래, 그건 그야말로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초인을 키우려는 정부와 은밀한 지원이 필요했던 네크로맨서.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완벽한 짝이었다.
우리는 정부에게 각성의 물약과 마나와 관련된 온갖 지식, 그리고 언데드를 통한 실전 경험을 제공했고.
그 대가로 정부는 우리가 원하는 건 뭐든 다 들어주었다.
그래, 무엇이건 전부.
미국과 소련 두 나라 사이에 억눌려 있어서 그런 건지 몰라도, 한국의 독재자들은 공산주의의 독재자들에 비해 사고가 유연했다.
마르크스니, 인권이니 하는 것들에 연연하지 않고, 철저히 실리를 추구했지.
그들이 지구인이 아니었다면, 고귀한 비원을 함께 할 수도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마음은 애국심 외에 다른 걸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좁았다.
코딱지만 한 그 반도 땅이 뭐가 그리 중요한지, 우리가 주는 힘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깊이 추락한 자들의 손을 잡았다.
종말 교단.
한국 정부는 단순히 힘을 빌리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대통령이 직접 교단의 ‘아야톨라’들과 함께 공양 의식에 참여했지.
그 미친 짓을 본 우리는, 즉시 한반도에서 도망쳤다.
한국 정부는 그것을 배신으로 규정했지만, 웃기는 이야기다.
배신이라니? 교단에게 국가의 운명을 나눠준 시점에서 한국은 되돌릴 수 없었다.
멍청한 정부는 그들을 그저 사이비로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오물에 발을 딛고 있는 우리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않나.
그들은 신과 인간을 가리지 않고, 세상의 파멸을 바라는 미치광……
“…그만.”
***
“거기까지.”
여명은 딴 길로 세는 조르벡의 말을 끊었다. 조르벡은 목이 타는지 술을 잔에 채우며 말했다.
“이제 알고 싶은 건 전부 알았나?”
쪼르르, 황갈색 스위트 와인이 잔을 채우는 사이, 여명이 고개를 저었다.
“헛소리로 말 돌리지 말고, 진짜 중요한 이야기나 해.”
“…중요한 거라니?”
“추락한 별.”
잔을 채우던 손이 멈칫, 굳었다. 조르벡은 싸한 눈동자로 딜라와 여명을 번갈아 노려봤다.
“그쪽 금제가 우리 쪽 금제보다 강했군? 이건 또 의외인 걸.”
여명은 대답하지 않았고, 그 무거운 침묵을 마주한 조르벡은 입술을 핥았다.
“추락한 별과 한국 정부… 쓰읍, 처음부터 그걸 물어봤어야지. 괜히 시간만 버렸군. 어디까지 알고 왔나?”
“…한국이 별을 추락시켰다는 것까지.”
“많이도 아는군.”
조르벡은 그렇게 말하며 단번에 잔을 비웠다. 꿀꺽, 꿀꺽, 탁! 테이블에 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요란했다.
“안타깝지만, 우리도 아는 건 그다지 많지 않다. 우리가 제공한 건 별을 추락시키는 개념과 이론뿐이었으니.”
“….”
“애초에 별을 추락시키기 위한 준비물부터가 국가 레벨이 아니고선 불가능하기도 하고…”
“잡담은 그만.”
노골적인 위협. 조르벡은 다시 술잔을 채우며 대답했다.
“이론이라도 좋다면야, 얼마든지.”
그리고 옅어지는 세티의 숨소리를 따라, 조르벡의 목소리가 울렸다.
“별을 추락시키는 이론의 근본은 강령술의 역마법이다. 지하에서 천상으로, 그 대상을 죽은 영혼이 아니라 살아있는 신으로 바꾸는 마법이지.”
“….”
“하지만 이론과 실행은 별개였다. 별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고, 소환을 위해 온갖 시약을 준비하고… 그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다 극복해도, 문제가 하나 남아있었거든. 정작 땅으로 추락한 별을 붙잡을 방법이 없다는 것.”
“설마…?”
여명은 이곳을 바라보는 세티의 마나가 흔들리는 걸 느꼈다. 분노, 혐오.
“그 설마가 맞다. 우리는 지구의 전통적인 신앙 활동에 영감을 얻어, 별들에게 이 땅을 거닐 육체를 주기로 했지.”
전통적인 신앙 활동? 인신 공양을 고상하게도 표현하는군. 여명은 검 손잡이를 꽉 쥐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성인의 정신은 별을 견디지 못할 게 분명했다. 강대한 사제들조차 종종 축복에 힘겨워하는데, 본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당연히… 펑!”
조르벡은 자신의 관자놀이를 대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래서 아이들을 이용한 거냐?”
“정확히는, 정신이 무르익지 않은 순수한 신생아. 인간이란 족속은 두 살만 먹어도 머릿속에 잡념이 많아지거든.”
“….”
역겨운 이야기였다. 이대로 더 들어 줄 수가 없을 정도로 역겨운 이야기.
여명은 머리로 쏠리는 피를 조절한 뒤, 마지막 질문을 꺼냈다.
“…이미 추락한 별의 진명을 알아내는 방법, 알고 있나?”
별이 추락한 순간, 온 세상에서 그 별의 이름이 지워진다.
그다지 중요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지만… 세티 자매의 기묘한 이름을 생각하자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기도 했다.
한국이 대체 어떤 신화 속 신을 끌어내렸는지 알 수 있다면, 정부를 상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
그러나 조르벡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CIA 요원을 납치하려던 건데… 그쪽에서 방해하지 않았나.”
“….”
“뭐, 다른 신에게 물어보는 방법도 있겠군.”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조르벡이 술잔을 홀짝이는 사이, 여명은 딜라를 돌아봤다.
곧이어, 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엄지손가락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는 신호. 쯧, 여명을 혀를 찼다.
‘한국 정부가 교단과 손을 잡았다는 것 외에는 수확이 없나.’
네크로맨서의 역사 공부는 흥미로웠지만, 그뿐이었다.
진명을 알아내는 건 녀석의 말처럼 다른 신, 어쩌면 미그니움에게 물어봐야 할지도…
거기까지 생각을 정리한 여명은 그대로 쥐고 있던 검을 휘둘렀다.
스걱
검이 기다란 잔상을 남기며 허공을 갈랐고, 조르벡이 들고 있던 유리잔과 그의 목뼈를 동시에 양단했다.
비스듬하게 추락하는 머리를 따라, 선명한 피가 소파 위로 쏟아진다.
“조르벡!”
설명도 없는 기습에 딜라가 경악하는 사이,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던 조르벡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사후경직? 아니, 아니었다. 녀석의 머리는 마치 살아있는 사람의 그것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꼭 이랬어야 했나? 평화롭게 대화로 풀 수도 있었잖아?”
심지어 말까지 했으나, 여명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럼 대화하는 동안 몰래 함정을 준비하지 말았어야지.”
방 전체에 감도는 뒤틀린 마나, 그리고 벽면 곳곳에 숨어있는 반투명한 마법진까지.
여명이 손가락을 들어 그것들을 지적하자, 머리만 남은 조르벡이 피식 웃었다.
“내 예상보다 훨씬 감도가 좋군. 데스나이트로 만들면 걸작이 나오겠어.”
쿠구궁…!
그 말을 끝으로, 방 전체가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클럽 건물 전체가.
이 정도 함정은 이미 예상한 바였기에, 여명은 담담히 녀석의 머리 위에 발을 올렸다.
“데스나이트 운운하는 건 네크로맨서들의 전통 같은 거냐? 날 만난 녀석들은 다들 비슷한 소리를 지껄이는군.”
“고작 딜라와 부줌을 이겼다고 기고만장하구나, 꼬마야. 진짜 준비된 네크로맨서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려주마.”
“고작 반마족 따위가 카할 마그두보다 강할 거 같지는 않은데.”
“해골용? 그 이름이 왜”
녀석의 말이 끝나기 전에, 여명은 그대로 발에 힘을 실었다.
콰직
VIP 룸 바닥 가득 피와 침묵이 튀었다.
여명이 발을 털고, 일행 모두가 전투를 준비하는 바로 그 순간.
우라간의 손잡이가 밝게 빛나며 문 너머로 무수한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