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219)
을 위한 세계는 없다-219화(219/817)
〈 219화 〉 All That Jazz
* * *
소위 서방의 지식인이란 자들은 ‘공백기의 권력다툼’ 이나, ‘자유를 향한 대중의 열망’ 같은 말을 내뱉겠지.
그게 무슨 의미라도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 당시 모스크바에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답을 알고 있지.
너무나 간단한 답.
우리 중 누구도 스탈린을 대신할 수 없었다.
『어째서 소련이 해체되었냐는 질문에, 유리 안드로포프의 대답.』
***
벌어진 문틈으로 새벽바람이 파고드는 낡은 차고 안.
차고 바닥에 쭉 늘어선 일곱 구의 시체 사이로, 한 네크로맨서가 끙끙거리며 시체를 복원하고 있었다.
잘려 나간 팔다리를 이어 붙이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흉터를 지우고, 부러진 뼈와 짓이겨진 내장 등 자잘한 상처를 치유하고…
그녀의 세심한 손길은 뛰어난 장의사를 방불케 했다.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실제로 네크로맨서들이 가장 자주 이용하는 가짜 신분이 장의사였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장의사라도 하룻밤 만에 일곱 구의 시체를 모두 복원할 수는 없는 법.
식사도 거른 채로 시체를 만진 탓일까, 그녀는 결국 네 번째 시체 앞에서 탈진하고 말았다.
뭐 하냐?
헐떡이는 그녀의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복원 받던 시체가 대뜸 고개를 들었다.
데스나이트, 벨라디바.
기절할 거면 내 다리는 붙여주고 기절해.
일곱 데스나이트 중에서 가장 큰 덩치를 지닌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여태껏 시체를 복원하던 딜라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뭘 꼬나봐?
이 시발년, 확 왼발과 오른발을 거꾸로 붙여버릴까 보다.
딜라는 턱 끝까지 올라온 나쁜 말을 삼킨 뒤, 애써 고운 말을 내뱉었다.
“그, 조금만 체력을 회복한 뒤에 하려구요. 이건 섬세한 작업이니까… 제가 실수해서 벨라디바 씨 몸을 잘못 복원하는 건 싫으시잖아요?”
아니? 난 별로 상관없는데? 어차피 너희가 전쟁터의 무덤을 멋대로 파내서 부활시킨 몸뚱아리, 함부로 굴려도 돼.
“….”
그리고 내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마라. 대가리 쪼개지기 싫으면.
겨우 팔 하나만 복원된 데스나이트의 경고였음에도, 딜라는 움찔 몸을 떨었다. 그녀의 손바닥에 들린 손도끼가 날카롭게 반짝이고 있었으므로.
그러자 그 꼴을 보고 있던 노인이 끼어들었다.
거참, 겁 좀 주지 말게. 그러다 오줌이라도 지리면 어쩌려고 그러나?
두메아 가문의 전대 가주.
두 번째로 복원된 그는 차고 구석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칼을 닦고 있었다. 그 꼴을 본 벨라디바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늙은이가 웬일로 네크로맨서 편을? 나이순으로 복원해주니 꼰대가 된 거요? 아니면 그새 정이라도 들었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치료… 는 아니고, 그, 복구 받는 입장에서 좋게좋게 가자, 뭐 그런 말일세. 말 잘 듣는 네크로맨서가 어디 구하기 쉬운가?
말을 잘 듣기는, 네크로맨서가 무슨 강아지인 줄 아쇼?
그렇게 말한 벨라디바는 찌릿, 딜라를 노려봤다. 짙은 살기가 번들거리는 야만인의 눈동자.
세티인가 뭔가 하는 그 계집애가 없어지면 바로 뒤통수칠 거라는 데 내 유방 두 짝을 걸겠소.
딜라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상황이었다.
뒤통수고 뭐고, 육체의 주도권을 빼앗긴 이상 살아도 산 게 아니었으니까.
어찌 보면 데스나이트들과 비슷한, 아니 그보다도 처량한 입장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벨라디바에게 그녀의 사정 따윈 알 바 아니었다. 덩치 큰 데스나이트는 손도끼를 휘두르며 재차 딜라를 닦달했다.
야 이년아, 됐으니까 빨리 내 다리나 붙이…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흉갑을 입은 붉은 머리의 데스나이트가 끼어들었다.
모두 앞으로 어쩌실 건가요?
뜬금없는,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중요한 말.
두메아 가주를 비롯한 데스나이트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몰리자, 붉은 머리의 여인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 청년의 말대로 하실 건가요? 사제에게 정화 받고, 정식 장례를 통해 안식에 드는 것?
자신의 이름을 천여명이라 밝힌 정체불명의 청년이 해준 말.
그 말을 떠올린 데스나이트들은 각자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죽은 자 특유의 무거운 침묵.
그 침묵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차고 문틈 사이로 햇빛이 슬그머니 얼굴을 내비칠 때쯤.
두메아 가주가 말했다.
안식도 좋지만… 난 손녀와 딸아이의 얼굴을 보고 싶군.
벨라디바는 기가 찬다는 듯 그 말을 받았다.
데스나이트로 더 사시겠다? 지옥에 가려고 아주 발악을 하시는구만. 검은 신께서 손수 지옥행 뚜껑을 열어줄 거라곤 생각 안 하쇼?
글쎄, 이미 기나긴 시간을 데스나이트로 묶여있던 몸 아닌가. 거기서 겨우 한두 달 더 데스나이트로 산다고 모르닥께서 날 벌하실 거 같진 않군.
연장자가 내뱉기엔 지나치게 솔직한 말.
그 솔직함이 모두를 자극한 건지, 데스나이트들의 차가운 눈동자 위로 열기가 차올랐다.
안식을 방해받은 억울함, 아직 끝맺지 못한 인연을 향한 그리움, 그리고 오랜 시간 데스나이트로 부려지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까지.
그 모든 것들이 뒤섞여 차고를 채우고, 이 틈에 체력을 회복하고 있던 딜라가 침을 삼키던 바로 그 순간.
끼익
주택과 연결된 차고의 문이 열리며 익숙한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섰다.
***
안으로 들어선 건 천여명과 서글서글한 동양인 아줌마였다.
“어르신들, 좋은 아침입니다.”
천여명은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잠을 설친 듯, 조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아무튼, 차고로 들어서는 그를 향해 두메아 가주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좋은 아침이라니, 그런 살가운 인사를 얼마 만에 받아보는지 모르겠군.
얼마만은 무슨, 살아생전 딸년이 안 해줬소?
마누라도 안 해줬다네. 사실, 내가 그렇게 좋은 가장은 아니었거든.
농담 한 번 했다가 남의 가정사를 듣게 된 벨라디바가 인상을 팍 찌푸리는 사이, 여명은 데스나이트들이 모두 보이는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크흠, 헛기침으로 자신에게 시선을 모은 뒤, 딜라에게 물었다.
“네크로맨서, 복원은 어디까지 됐지?”
“제 이름은 네크로맨서가 아니라 딜라 카탁포이… 죄송합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
“상처가 너무 깊은지라, 아직 세 분밖에 못 했습니다. 그래도 명령하신 기사단원 분은 첫 번째로, 가장 먼저 복원했습니다.”
육체의 소유권을 쥔 세티가 그에게 껌뻑 죽는 모습을 본 뒤라서일까, 딜라는 여명에게 깍듯이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여명은 고개를 끄덕인 뒤, 다른 데스나이트들을 쓰윽 훑었다.
“어르신들, 제 제안은 생각해보셨습니까?”
물론 생각이야 했지. 하지만 정말로 우리 장례를 치러줄 생각인가? 사제까지 불러서?
“예, 한 입으로 두말할 생각 없습니다.”
즉답. 두메아 가주는 여명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슬쩍 고개를 돌려 여태껏 눈을 감고 있던 맨손의 노인을 불렀다.
성기사 어르신, 저 청년 말대로 우리를 정화할만한 사제를 부르려면 얼마 정도 들겠습니까?
그러자 맨손의 노인은 슬그머니 눈을 뜨더니, 양손을 모아 기도하며 말했다.
현재 시세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살아있던 시절 시세를 떠올리자면 한 명당 은괴가 든 궤짝 하나, 혹은 금괴 네 개는 되어야 하겠지.
현재의 가치로 환산해도 족히 몇억은 되는 돈.
두메아 가주는 ‘이거다’ 싶었는지, 다시 여명을 바라보며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가격이 어마어마하구먼, 이거, 우리가 자네에게 너무 큰 부담을 지우는 것 같군.
“아뇨, 그런 건 신경 쓰실 필요 없”
어허, 아직 우리를 해방해준 은혜도 다 갚지 못했는데, 어찌 이런 도움을 그냥 받을 수 있겠나? 귀족으로서 그럴 순 없지.
“….”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지? 여명이 고개를 기울이는 사이, 두메아 가주가 덧붙였다.
우리가 한동안 자네를 돕겠네.
“…도움이요?”
그, 자네의 신기한 아공간에 우리를 넣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마다 우리를 꺼내는 걸세. 칼질이라면 자신 있으니, 꽤 도움이 될 걸세.
“….”
사제를 부르는 비용만큼 용병 일을 해준다… 그렇게 생각해도 좋네. 아, 그리고 혹시라도 부담가지지 말게. 당장 우리가 은혜를 갚을 방법은 이것뿐이니 말일세.
돕는 과정에서 겸사겸사 이 땅에 남은 가족들을 만나면 더 좋겠지 두메아 가주는 굳이 뒷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데스나이트들은 그 뒷말을 들은 것처럼 헛웃음을 내뱉었다.
염병, 히라리아의 귀족들이란.
벨라디바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가운데, 여명은 잠시 두메아 가주의 말을 심사숙고했다.
확실히, 인벤토리에서 언제든 꺼낼 수 있는 데스나이트는 매혹적이었다. 한국 정부와 싸울 때 이보다 더 좋은 전력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때, 성녀가 고민하는 그의 등허리를 꾹 찔렀다.
여명이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입술을 달싹였다.
안 돼.
평소의 푼수 태도와 다른 모습.
그 모습을 본 여명은 예지 속에서 봤던 미래와 인벤토리 속 핵미사일, 그리고 작업반장님을 차례대로 떠올렸다.
그렇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상념이 끝난 직후.
여명은 결정했다.
“…어르신, 제안은 감사하지만, 역시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설마 거절당할 줄 몰랐던 두메아 가주가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여명은 한걸음 뒤로 물러나 성녀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제이라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모셔왔으니까요.”
사제…?
그러자 맨손의 노인이 의아한 얼굴로 성녀를 훑었다. 그럴 만도 했다. 성녀의 지금 모습은 복장부터 얼굴까지 어디 하나 사제다운 면이 없었으므로.
여명은 웃음을 참으며 성녀에게 눈짓했고, 그녀는 순순히 안대를 꺼내 눈을 가렸다.
곧이어 고급스러운 어깨 망토를 꺼내 목 아래에 두르고, 그대로 피눈물의 환상을 해제했는데…
“불사의 왕이시여…”
성녀의 진짜 얼굴을 보고 놀란 건 오직 한 명, 딜라 뿐.데스나이트들은 모두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하지만 데스나이트들도 눈치가 있는지라, 성녀가 평범한 사제가 아니란 것 정도는 알아챘다.
꽤 유명한 사제님이신가? 하지만 그래도 조금 걱정 되는군.
“…?”
우리 여섯에, 죽은 기사단원까지 생각하면 데스나이트를 일곱 명이나 정화해야 하는데… 저 어린 사제님에게 너무 큰 부담이 되지 않겠는가?
그 말에 성녀가 빙그레 미소 짓고, 딜라는 어이가 없다는 듯 두메아 가주의 뒤통수를 바라봤다.
그제야 이상함을 느낀 두메아 가주가 눈살을 찌푸리는 사이, 성녀가 복원된 기사단원의 시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세상 어느 곳을 걷더라도, 빛은 그대의 머리 위에 있나니.”
평소의 방정맞은 목소리는 어디로 갔는지, 그녀는 두 손을 모으고 경건한 목소리로 말했다.
“흑색의 모르닥이시여, 당신의 낫이 바라나이다. 억울하게 죽음을 빼앗긴 자에게 당신의 수의를 내리시어 안식을 누리게 하소서.”
오랜만에 성녀다운 모습을 본 여명은 조용히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았고, 생전 성기사였던 데스나이트의 눈동자가 커졌다.
다른 데스나이트들도 차고 가득 넘실거리는 신성에 당황하는 사이, 성녀가 한 번 더 기도를 올렸다.
“백색의 울쓰바티시여, 당신의 딸이 아뢰나이다. 억울하게 죽음을 빼앗긴 자에게 태양을 비추어 당신의 그림자를 거닐게 하소서.”
그 기도와 동시에, 문틈 사이로 햇빛이 길게 늘어졌다.
자연적인 햇빛은 보일 수 없는 그 빛이 데스나이트의 시체를 비추자, 뒤틀린 마나에 절여져 있던 시체가 정화되기 시작했다.
숨을 쉬지 않는 데스나이트들조차 호흡을 잊고, 멍하니 햇빛을 바라보기를 잠시.
기도를 끝낸 성녀의 앞에는 온갖 뒤틀린 마법으로 오염된 데스나이트의 시체 대신, 평온하게 눈을 감은 기사단원의 시체가 놓여있었다.
무거운 침묵.
그리고 그 침묵이 길어지기 전에, 맨손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성녀에게 무릎을 꿇었다.
성기사단의 옛 부단장이자, 레독스의 주먹, 바라 카시가 빛의 딸을 뵙나이다.
설마설마하던 일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두메아 가주는 망설임 없이 여명을 향해 말했다.
이보게, 천여명. 사실 조금 전에 했던 내가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네.
“…?”
지금부터라도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괜찮겠나?
뻔뻔한 노인네 같으니 등 뒤에서 벨라디바의 비난이 들려오건 말건, 두메아 가문의 전대 가주는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
잠시 후, 주택 거실.
서류가 가득 쌓인 소파 위에서, 세티가 미간을 주무르며 물었다.
“…그래서, 아공간에 데스나이트를 넣고 다닐 거라고?”
“일단 네 명은 함께 하기로 했어. 미군이랑 창술사는 조금 생각해보겠다고 했고.”
“….”
세티의 푸른 눈동자가 여명을 빤히 바라봤다. 확실히, 겨우 가족을 만나게 해주는 대가로 데스 나이트를 거느릴 수 있다면 이득이긴했다.
굳이 걸리는 점을 뽑자면…
“언데드잖아. 네크로맨서가 갑자기 그들을 조종할 가능성은?”
여명은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답했다.
“…우선 딜라에게 시체 조종 마법을 배우기로 했어. 일단 배우기만 하면 내가 죽지 않는 이상 조종권을 빼앗기는 일은 없을 거래.”
“딜라?”
“그 네크로맨서.”
“…아.”
여태껏 이름도 기억하지 않았던 걸까, 세티는 그제야 생각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대화가 일단락되고, 다시 일행들이 서류 더미로 파고 들으려는 데, 반쯤 꾸벅꾸벅 졸고 있던 네티가 입을 열었다.
“…그럼 데스나이트들이 복원될 때까지 이곳에 있어야 하는 건가요?”
“아마 그렇겠지?”
여명이 그렇게 대답하자, 네티의 표정이 조금 묘해졌다. 그녀는 오랜만에 원래 얼굴로 돌아다니는 성녀와 언니, 그리고 형부를 차례대로 본 뒤 말했다.
“…그럼 아카데미에 전화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응?”
“우리가 지구로 돌아온 거, 쇠미리 언니랑 동생들은 모르고 있잖아요. 그리고 특히 성녀님은 무단으로 가출하신 거니까…”
네티는 성녀를 보며 말끝을 흐렸고, 일행은 그제야 서로의 얼굴을 보며 아카데미를 떠올렸다.
지구에 오자마자 떠올렸어야 하는데, 네크로맨서와 서류 생각에 정신이 팔려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긴, 전화기 없는 생활이 너무 길었다. 차원문 너머에서 핸드폰도 안 쓰며 수십 일 넘게 생활하지 않았나…
‘…라는 핑계도 오늘까지만 먹히겠지.’
거기까지 생각한 여명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 서랍장 위에 놓인 전화기를 잡았다.
아카데미 전화번호는 이미 알고 있으니, 그대로 쇠미리나 바오닉에게 연락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번호를 누르기 시작한 순간.
따르릉 이제는 구식이 되어버린 전화기의 벨이 울렸다.
“…뭐야?”
갑자기 울린 전화에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여명은 별 고민 없이 전화를 받았다. 이곳은 산초가 준비해준 주택 아닌가, 아마 산초가 전화한 것이리라.
그런 생각으로 수화기를 든 여명의 귓가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아, 여보세요?]익숙한 소녀의 목소리.
[쇠똥구리 씨? 너무 연락을 안 하셔서, 제가 먼저 연락드렸어요.]그건 아카데미에 있어야 할 엘프 공주, 쇠미리의 목소리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