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244)
을 위한 세계는 없다-244화(244/817)
〈 244화 〉 세 개의 뿔, 인연, 악연, 드워프. (5)
* * *
***
맥도날드의 딱딱한 의자 위에서, 여명은 아침을 맞이했다.
창문을 데우는 아침 햇살과 알바생의 걸레질 소리, 뻐근한 목, 잠든 세티의 속눈썹을 따라 흘러내리는 피로감.
여명은 잠든 일행들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갔다.
자동차가 돌아다니고, 드높은 빌딩 사이로 햇빛이 번지는 시카고의 아침은 활기차다는 말보다 번잡하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피로에 찌든 샐러리맨들, 맥도날드 앞에 줄을 선 트럭 운전사,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노숙자, 바리바리 짐을 옮기는 상인…
그 모든 것들을 눈에 담던 여명은, 맥도날드 옆 벤치 위에 앉았다. 자동차 매연과 커피 향기가 뒤섞인 이슬 때문인지, 등이 축축했다.
축축한 침묵, 군중 속의 고독, 그리고 일찍 일어난 새들의 날갯짓.
전신주 위에 모인 새들과 여명이 눈을 마주치던 그때, 익숙한 까마귀 한 마리가 그의 벤치 옆에 날아와 앉았다.
“잘 주무셨소?”
“예, 저야 뭐, 이런 곳에서 자는 게 익숙해서… 코르부스는요?”
코르부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부리를 열었다.
“괜찮소?”
“…뭐가 말입니까?”
“모든 게 말이오.”
갑자기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여명은 굳이 되묻지 않았다.
작전 조언이라도 해주시려는 거겠지. 코르부스는 무언가 생각을 정리하듯 부리를 다물고 있었고 여명은 천천히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짧은 정적.
지나가던 트럭 한 대가 빠앙 경적을 울릴 때쯤, 코르부스가 말했다.
“본인은, 이번 일이 성급했다고 생각하오.”
“….”
“무차별 습격이란 아이디어는, 제자답지 않소.”
“예, 그건 그렇지만…”
여명은 그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대답하려 했다. 코르부스는 그의 대답을 예상이라도 한 듯 먼저 말을 끊었다.
“마나와 정신은 불가분이라. 무술은 육체와 정신 모두를 따라가오. 역으로 말하자면, 정신과 육체 또한 무술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소.”
“….”
“제자는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오. 그렇지 않소?”
번들거리는 까마귀의 눈동자가 여명을 향한다.
“본인의 걱정이 기우일지도 모르오. 하지만 차원문을 넘은 뒤 제자가 배운 무술들을 되새겨보시오.”
피눈물의 환상, 주가시빌리, 화산쇄설… 모든 무술을 떠올린 여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코르부스는 계속 말했다.
“그날, 데메론드에게 무슨 가르침을 받았소?”
그제야, 여명이 입을 열었다.
“…인생 자체를 진의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애써 돌려 말했음에도, 코르부스는 단번에 그 속에 숨어있는 뜻을 찾아냈다.
“그럼 데메론드가 가진 진의는 증오였겠구려?”
“….”
“정신 수양보다 전투를 중시한 소련의 무술에, 복수심에 가득 찬 기사단장의 화산쇄설, 그리고 데메론드의 증오라… 여명, 본인이 살기에 취한 그대를 보고 했던 말, 기억하시오?”
머리에 살기가 차면 살기가 빠질 때까지 두들겨 패주겠다는 말.
여명은 쓴웃음을 삼키며 대답했다.
“예, 기억합니다.”
“그 약속, 아직도 유효하오.”
쓴웃음 한 번, 자신에 대한 의심 한 번.
여명은 걱정하실 필요 없다고 말하지 못했다. 코르부스는 종종 걸음으로 여명의 어깨 위에 앉아, 작은 날개를 뻗었다.
그녀는 여명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여명, 본인은 그대가 어떤 무술을 익히건, 어떤 선택을 하건 지적하지 않겠소. 하지만…”
그때, 빌딩 사이로 햇빛이 두 사람을 비췄다. 벤치의 뒤편으로 기다란 그림자가 드리웠다.
“맑은 물이나 더러운 물이나, 빠지면 똑같이 죽소. 그러니 중요한 건… 물에 빠지지 않는 것이오. 아시겠소?”
“코르부스, 저는…”
“어허, 아직 스승의 말이 끝나지 않았소.”
여명은 참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코르부스 또한 부리를 피식거리며 말을 이었다.
“제자여, 차원문을 넘은 뒤로, 제대로 쉰 적 있소?”
“그게…”
여명은 말끝을 흐렸다.기억을 되새겨봤지만, 제대로 휴식을 취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차원문을 넘은 이후로… 아니, 죽었다가 살아난 이후로 그는 언제나 싸움을 준비하거나 싸우고 있었다.
“그동안 제자의 목적을 몰랐기에 입 다물고 있었소만, 이제는 말해야겠소.”
“….”
“제자여, 나는 스스로 불태운 자들이 어떻게 되는지 수도 없이 보았소. 우리는 석탄이 아니고, 될 수도 없소. 빨갛게 인생을 불태운들, 남는 건 한 줌의 재가 아닌 뒤틀린 자신 뿐이오.”
여명은 대답하지 않았다. 코르부스도 대답을 바란 말은 아닌 듯,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그대에게 필요한 건 휴식이오.”
휴식. 어쩐지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
“그러니 본인과 약속 하나 하시오. 이 일이 끝나면, 반드시 아카데미로 돌아가겠다고.”
여명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요?’ 라는 말을 하지도 않았다.
짧은 고민, 그보다 짧은 침묵.
생각을 정리하기 충분한 시간이 지난 뒤, 여명은 코르부스에게 대답했다.
“…예, 약속하겠습니다.”
코르부스는 빙그레 웃으며 여명의 머리에서 날개를 땠다. 그의 머리카락 사이로 검은 깃털 몇 개가 흘러내렸다.
“자, 그러면 잔소리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가르침… 아니, 상을 주겠소.”
“상이요? 제가 생각하는 그런 상은… 아니죠?”
여명이 슬쩍 고개를 뒤로 빼자, 코르부스가 날개를 들어 그의 이마를 내려쳤다.
“제자는 어째, 갈수록 성녀님을 닮아가는구려?”
“…말이 심하십니다.”
“바로 그런 점을 말하는 것이오.”
“….”
“됐고, 이거 받으시오.”
코르부스는 부리로 자신의 날개를 헤집더니, 그 속에서 돌돌 말린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밤새 작성한 꼬질꼬질한 종이에는 마나가 가득 담겨 있었는데, 그 수준이 범상치 않았다.
“이건…?”
“제자가 앞으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익혀야 할 마법이오. 갈림길을 걸어야 하거늘, 그동안 너무 무술에만 치중하지 않았소?”
여명은 돌돌 말린 종이를 살짝 펴봤다.
그 안에는 복잡한 마법진과 술식에 대한 해설, 그리고 여명의 마나를 불어 넣으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마법이 종이 안에 잠들어 있었다.
임시 마도구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물건.
여명이 감사를 표하기 전에, 코르부스가 먼저 선수를 쳤다.
“자, 이제 가시오.”
“…끝까지 말리진 않으시네요.”
“말리면 안 갈 것이오?”
“…아뇨.”
그 대답을 들은 까마귀는 까악 부리를 열어 웃었다.
“그럴 줄 알았소. 잡지 않을 테니, 어디 속 편하게 날뛰어보시오. 되도록 사람은 죽이지 말고.”
“…새겨듣겠습니다.”
“좋소. 그러면 성녀님과 세티는 본인이 잘 지키고 있겠소.”
“다룰마는요?”
“드워프는 좀… 여유가 남으면 챙기겠소.”
마지막까지 농담을 던지는 코르부스의 모습에, 여명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얼굴에 새로운 환상을 덮은 뒤, 코르부스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다녀오겠습니다.”
“되도록 몸 성히 돌아오시구려.”
그 이상의 인사는 없었다. 이건 작별이 아니었으니까.
여명은 조용히 몸을 돌려 맥도날드에서 멀어졌다. 잠시 후, 맥도날드 1층에서 아침 메뉴를 먹고 있던 네티가 부랴부랴 그의 뒤를 쫓았다.
“형부, 아침은 먹고 가야죠!”
감자튀김을 흘리며 달려가는 네티와 잠깐 뒤돌아보는 여명.
코르부스는 멀어지는 두 사람의 등을 조용히 바라봤다.
출근 인파와 빽빽한 빌딩 사이로 두 사람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계속.
***
할 파갈다는 검소한 드워프였다.
‘둔간 의료 기기’를 운영하며 버는 막대한 돈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나 값싼 옷을 입고, 값싼 것을 먹었다.
아직도 수많은 동족이 차원문 너머 게토에서 보리죽이나 끓여 먹는데, 자신이 사치를 부릴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이런 소박함 때문에, 할 파갈다는 다룰마 둔을 비난했다.
반지를 열두 개나 끼고 다니는 것 정도야, 젊음(?)의 치기라고 생각하면 참아줄 수 있었다.
하지만 애꿎은 용병 놈을 위해 한국과 척을 졌다고? 그건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둔간 의료 기기가 한국 시장을 뚫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데, 거기서 나오는 수익이면 얼마나 많은 동포의 배를 채울 수 있는데!
다룰마는 필요한 투자였다고 자신을 변호했지만, 성검이나 메이커 같은 괴물도 아니고 그깟 용병에게 한국 시장만 한 가치가 있을 리 없었다.
“결국, 다룰마는 가주의 뒤를 이을 재목이 아니었던 게지.”
할은 핫도그를 씹으며 말했다. 거대 기업 임원의 아침밥치고는 검소한 식사.
그에 비해 검소함과 거리가 먼 그의 보디가드는 단번에 핫도그를 집어삼키며 대답했다.
“갑자기 무슨 소리십니까?”
“다음 임원 회의에서 다룰마는 실각될 거란 이야기일세.”
그러자 핫도그를 하나 더 먹으려던 보디가드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다룰마의 인맥으로 둔간 중공업에 들어온 자였으므로.
“그럼 저희 용병단은…”
“주인 잃은 개 취급이 어떤지, 내 입으로 말해줘야 하나?”
참 노골적인 말이었기에, 그의 보디가드… 아니, 임시 보디가드로 불려온 톈린은 인상을 팍 찌푸렸다.
“둔간 중공업도 마음껏 쓸 수 있는 무력대가 필요할 텐데요.”
“그 무력이 꼭 자네들일 필요는 없지.”
“….”
할은 수염에 묻은 머스타드를 닦으며 말했다. 입맛이 떨어진 톈린은 핫도그를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이야기를 왜 저한테 하시는 겁니까.”
“…요 며칠 함께 다녀보니, 자네가 마음에 들었거든.”
“….”
“어떤가? 내 밑으로 들어오는 게? 선죽 용병단이라면 전부 받아줄 용의가 있네.”
스카웃 제의 치고는 황당한 맛이 있었다. 톈린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배려는 감사드립니다만… 꼭 아침 먹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셔야 했습니까?”
“회사에서 하기엔 너무 노골적인 이야기잖나. 대신, 밥값은 내가 내겠네.”
“….”
뭐라 반론할 말이 없었다.
톈린은 잠시 남은 핫도그를 깨작거리다가, 한 중년인이 가게에 들어올 때쯤 입을 열었다.
“다룰마를 너무 미워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왜, 꼴에 전직 상사라 이건가?”
“그런 것도 있습니다만… 만주에서 벌어진 일은 다룰마 잘못이 아니라서 그럽니다. 까놓고 말해서, 말 못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용의 해방이나, 황금 옥새 같은 것들?”
톈린이 애써 고개를 끄덕이자, 할 파갈다는 코웃음을 쳤다.
“모든 비밀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르는 법이야. 임원들에게 비밀로 하기로 했으면, 그 비밀에 걸맞은 대가도 치러야지.”
“….”
“뭐… 너무 걱정하지 말게. 다룰마가 죽는 일은 없을 걸세. 그냥 잠시 기업 운영에서 손 떼고, 가주가 돌아가실 때까지 수발이나 들게 할 생각이니.”
“그럼 저희를 거두시려는 것도…?”
“처먹은 영약 값은 해야지.”
톈린은 복잡한 사내 정치 문제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만약 할 파갈다의 말대로 된다면, 다룰마나 용병단 모두에게 나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그의 말대로 흘러간다면.
“…그러지 말고, 한 번만 다룰마를 지지해 주십쇼.”
“벌써 열 번이나 똑같은 대답을 들려준 것 같은데.”
“그럼 열한 번째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거절하겠네.”
짧은 만담이 오고 간 직후, 톈린은 그 이상 부탁하는 대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런 상황조차 눈앞의 드워프가 선죽 용병단을 배려해준 덕분이라는 걸 아는 까닭이었다.
그래서, 그는 방향을 바꿔 정에 매달렸다.
“…다룰마가 죽을지도 모릅니다.”
암살 사건을 떠올린 걸까, 할은 조금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것도 다 자기 운명이야.”
“…그래도 친척인데, 너무 잔인하십니다.”
“부자라는 건, 혈족의 무게를 짊어진 기업의 임원이라는 건 그런 걸세.”
“….”
“같은 의미에서… 다룰마가 우리 모두를 죽일지도 모르는 일이지.”
“다룰마가요?”
톈린은 졸부 드워프를 생각하며 헛웃음을 내뱉었지만, 할은 단호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는 누가 뭐라 해도 가주의 핏줄이야. 승산이 없다는 걸 깨닫자마자 가장 먼저 구봉산을 떠난 바로 그 가주!”
“….”
“피는 못 속여, 특히 드워프의 피는! 다룰마는 분명 다른 수를 찾아낼 걸세. 내가 괜히 자네에게 일당 줘가며 호위로 삼는 줄 아는가?”
그때, 톈린이 표정을 굳혔다. 핏줄을 향한 드워프의 집념을 이해하기 어려워서?
아니, 조금 전 가게로 들어온 중년인이 벌떡 일어나 그들의 테이블로 다가왔으므로.
“잠깐, 거기, 멈추시지.”
톈린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할을 보호하듯 섰다. 마나를 끌어 올리는 건 덤이었다.
“무슨 용무냐?”
상대는 노골적인 마나를 숨기지도 않은 채 그와 드워프를 번갈아 바라봤다.
불길함을 느낀 톈린이 권총에 손을 올릴 때쯤, 녀석이 입을 열었다.
“둔간 의료 기기의 할 파갈다. 맞나?”
어딘가 위협적인 목소리. 톈린은 녀석과 드워프 사이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무슨 용무냐고 물었다.”
그때, 중년인의 얼굴 중 절반이 살짝 변했다. 아니, 환상이 벗겨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리라.
이 가게에서 톈린만 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짧은 순간 지나간 얼굴은…
‘여명…?’
황금색 눈동자로 윙크를 보내는 소년, 그건 그가 결코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제미니 시티에서 급하게 헤어진 그가 왜 시카고에? 그것도 얼굴을 가리고 할에게?
톈린의 머리가 바삐 돌아가는 순간, 여명의 몸에서 아지랑이가 뿜어져 나왔다.
가게 전체가 붉게 물들 정도로 살벌한 아지랑이.
그 아지랑이가 뭔지 몰라 뒤로 물러나는 톈린과 달리, 할은 그 아지랑이를 알아보고 소리 질렀다.
“주, 주가시빌리! 주가시빌리다!”
늙은 드워프 입에서 절대로 나올 거 같지 않았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
톈린은 이게 대체 뭐 하는 건가 싶어 둘을 번갈아 보는데, 할이 몸을 벌벌 떨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톄, 톈린! 어서 쏘게! 쏴버려! 당장 저 빨갱이를 죽이게!”
다음 순간, 여명이 대뜸 주먹을 들어 톈린을 향해 휘둘렀다.
어마어마한 마나가 실려있었지만, 속도는 일반인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느린 공격.
그제야 톈린은 상황을 눈치챘다.
‘말이 씨가 된다더니, 다룰마가 보낸 거구만?’
다음 순간, 그는 멋지게 물러나며 여명의 주먹을 피했다.
!!!
주먹이 지나간 자리로 어마어마한 마나가 터져 나왔다. 가게가 박살 나고, 드워프가 훨훨 날아다닐 정도의 위력.
“으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할을 공중에서 낚아챈 톈린은 즉시 가게 바깥으로 도망쳤다.
사실 싸우며 시간을 끌어 볼 생각이었는데, 여명의 주먹에 실린 힘이 상상 이상이었다.
‘연기가 아닌가?’
설마 진짜로 죽이려는 건 아니겠지? 에이, 그러면 얼굴을 안 보여줬겠
그 순간, 여명이와장창가게 유리를 박살 내며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그의 얼굴을 덮은 환상은 피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는데, 붉은 아지랑이와 그 얼굴이 합쳐지니 흡사 영화 속 살인마가 떠오를 만큼 무시무시했다.
‘아, 이건 튀라는 거구만.’
살벌한 얼굴로 달려드는 여명을 본 걸 본 톈린은 미련 없이 할을 붙잡고 뛰었다.
“더, 더 빨리 뛰게! 제발!”
그리고 그에게 매달린 드워프의 비명을 따라, 두 사람 사이의 차가 뒤집히고, 유리창이 와르르 깨져나갔다.
마치, 누군가 염동력으로 주변을 박살 내는 것처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