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259)
을 위한 세계는 없다-259화(259/817)
〈 259화 〉 마왕으로 가는 길 (8)
* * *
***
화려한 공간 내부로 들어선 라쉬크는 숨을 죽였다. 밖과 안의 마나가 전혀 다른 까닭이었다.
분쟁지역이 떠오를 정도로 은밀하고, 살인적인 마나.
암살자 시절의 경험이 아니었다면 존재조차 모를 마나였다. 만약 평범한 마법사가 이곳에 침투했다면, 뭣도 모르고 입구에 깔린 지뢰마법진을 밟고 폭사해버렸으리라.
‘뭔데 시발.’
아무리 재벌의 거처라지만, 입구부터 이 지랄을 해놓은 이유가 뭐지? 라쉬크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그사이, 여명은 초췌한 드워프와 소녀의 감이 뭐냐느니, 별일 없었느니 같은 사소한 인사를 나누며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이러고 있지 말고, 이분… 아니, 이 누님 소개는 안에서 할게요.”
라쉬크는 순순히 여명을 따라 넓은 거실로 향했다.
여명과 대화를 나누는 드워프는 그녀에게 눈빛조차 주지 않았으나, 가장 먼저 입구로 달려왔던 키 큰 단발머리의 소녀는 눈살을 찌푸린 채 그녀의 위아래를 훑었다.
흡사, 바람난 남편의 애인을 보는 것처럼 노골적인 눈빛.
‘얘는 또 뭔데.’
라쉬크는 애써 소녀의 시선을 피하며 여명의 꽁무니를 쫓았다.
연금술사가 어디 가서 환영받는 직업은 아니었지만, 이런 눈빛은 또 처음인 까닭이었다.
뭐, 아무튼.
다룰마가 넓은 거실 탁자에 앉고, 네티가 눈치껏 주방으로 갈 때쯤, 여명은 거실 구석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다녀왔습니다. 스승님.”
그의 인사를 받은 건 복잡한 마법진 위에 있는 작은 까마귀였다.
이곳에 마법진을 설치한 마법사의 패밀리어인가? 라쉬크가 까마귀를 살펴보려는 찰나, 까마귀가 부리를 열었다.
“고작 며칠 사이에 훤칠해지셨구려. 갔던 일이 잘 풀린 것 같아 다행이오.”
숲속 마녀가 떠오르는 고아한 목소리와 고풍스러운 말투. 그건 패밀리어가 낼 수 있는 종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뭐야 시발, 수인 왜 있어?’
수인, 그것도 초인 수인이 미국 땅에 발붙이고 있다니. 암시장에서 불법을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그녀조차 기겁할 일이었다.
이쯤에서, 라쉬크는 함정에 빠진 게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녀를 안내한 여명과 눈앞의 다룰마 둔이 아니었다면… 당장 독을 뿌리고 이 자리에서 도망쳤으리라.
물론 그녀의 속사정 따위는 알지 못하는 여명은 다룰마에게 그녀를 소개했다.
“소개하겠습니다. 이 누님은 제게 용의 심장을 시술해주신 연금술사십니다.”
“연금술사?”
여명을 어지간히도 신용하는 건지, 다룰마 둔은 별다른 질문 없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시오. 본인은 다룰마 둔이라 불리는 드워프요. 미력하나마 둔간 중공업에서 일하고 있지.”
두꺼운 반지가 가득한 손. 라쉬크는 재벌 드워프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그 손을 맞잡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라쉬크라고 합니다. 암시장 북부에서 작은 연금술 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암시장이란 단어가 나오자, 다룰마의 눈썹이 살짝 휘어졌다.
“암시장의 연금술사? 그럼 혹시…”
그녀의 명성이 재벌에게 퍼질 정도로 대단했던 걸까?
라쉬크는 살짝 어깨에 힘을 주고 ‘예, 제가 바로 그 연지벌레의 주인입니다’ 라고 대답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다룰마의 입에서 나온 건 연지벌레의 주인이 아닌, 다른 이명이었다.
“그쪽이 핑크 데스인가?”
“…?”
“아, 혹시 아니었다면 미안하네. 암시장의 연금술사 하면 그 양반이 가장 유명해서. 그, 분홍색 마약과 독이 워낙 특이하지 않나.”
“….”
정신적인 충격 때문일까, 라쉬크는 미소를 유지하기 위해 볼 근육에 힘을 줬다.
핑크 데스라니, 왜 하고많은 이명 중 그딴 이명이 알려졌단 말인가?
시카고의 현자, 하다못해 분홍 황금이란 이명도 있는데!
그러나 라쉬크의 분노가 바깥으로 나오는 일은 없었다. 그녀는 프로였고, 프로는 돈줄 앞에서 실수하지 않는 법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며 드워프와 악수를 나눴다.
“…제가 그 핑크 데스가 맞습니다.”
“오, 역시 대단한 양반이셨군.”
그렇게 의례적인 인사가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네티의 ‘풉, 핑크 데스…’ 라는 웃음소리가 끝날 때쯤.
여명은 의자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다룰마, 이 누님을 모시고 온 건, 예전에 저하고 약속하셨던 영약 거래 때문입니다.”
쓸만한 영약 상인을 추천해주겠다던 약속. 다룰마는 그 약속을 떠올림과 동시에 여명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파악했다.
“핑크 데스께서 내 후원을 바라시나?”
라쉬크는 당장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리고 가능하다면 후원을 넘어서, 직접적인 투자를 원합니다.”
“투자? 무엇에 대한 투자?”
역시 사업가라고 할까, 투자란 단어를 들은 다룰마의 눈빛이 돌변했다. 라쉬크는 조심스레 대답했다.
“저는 호문쿨루스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지원이 부족해서 아직 시제품 밖에 만들지 못 했습니다만, 충분한 지원이 있다면 10년 내로 완성된 호문쿨루스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호문쿨루스를, 그것도 10년 만에? 허…”
잠시 말끝을 흐리던 다룰마는, 잘그락 반지가 가득한 손가락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그래서?”
“예? 그래서라뇨?”
“10년 내로 호문쿨루스를 만드는 게 내게 무슨 소용이 있지? 상품성은 있나? 법적인 문제는? 또 실패 리스크 관리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
“나한테 투자금을 받으러 오는 사업가가 일 년에 몇 명이나 되는 줄 아나? 투자를 입에 올리려면 적어도 사업 설명서 정도는 챙겨 왔어야지.”
설마 대화가 이런 식으로 흘러갈 줄 몰랐던 라쉬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을 굴렸다.
뭐라고 해야 하지? 상품성이라니, 군대라도 만들지 않는 이상 호문쿨루스에 그런 게 어딨어?
머리가 복잡해진 라쉬크는 여명을 향해 ‘구경만 하지 말고 도와줘.’라는 눈빛을 보냈다. 여명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다룰마, 너무 놀리지 마세요. 이 누님은 그런 사람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따로 드릴 이야기도 있구요.”
놀리지 말라고? 라쉬크가 고개를 돌리자, 씨익 웃는 드워프가 보였다.
“이런, 내 정신 좀 보게. 투자 이야기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장난스럽게 담배를 무는 드워프를 보고 나서야, 라쉬크는 이게 갑질인지 뭔지 하는 장난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런 씨…’
이 상황에서 장난질을? 아니, 생각해보니 이상한 게 없었다. 눈앞의 드워프는 암시장 한량 드워프들과 같은 혈족 아니던가. 그 피가 어디 가겠는가?
후원자를 잘못 고른 게 아닐까? 라쉬크가 뒤늦게 고민하는 사이, 다룰마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여명과의 약속도 있고, 그쪽 이름값도 있고… 후원이라면 얼마든 해주겠네. 종종 물약을 부탁할 때도 따로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
생각보다 좋은 조건이 나오자마자, 라쉬크의 심통이 눈 녹듯 풀렸다.
중요한 건 물약 제작에 인센티브를 준다는 부분이었다. 그건 돈에서 그치지 않고, 재벌의 물약을 만든다는 이름값까지 주겠다는 소리였으니까.
다룰마는 두 손을 불끈 쥐는 라쉬크를 보며 작게 웃은 뒤,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를 털며 말했다.
“단, 앞으로 마약은 만들지도, 팔지도 말게. 내 얼굴이 폭스 뉴스 메인에 올라가는 건 피하고 싶으니.”
“…후원자님께서 원하신다면야.”
라쉬크는 순순히 마약을 포기했다.
애초에 남미 마약상들의 눈치를 봐가며 만들던 마약이었다. 굳이 다룰마가 지적하지 않았어도 돈만 있다면 포기했을 상품.
그러나 여기서 그냥 넘어가는 건 하수나 할 짓이었다. 라쉬크는 혀로 입술을 핥은 뒤,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마약은 제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데… 그걸 끊는 대신, 조건을 하나 더 붙여도 될까요?”
“조건?”
“둔 가문의 가주님이 만들었다던 드워프 전통 공방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받고 싶은데요. 그 정도라면 마약을 포기해도 괜찮…”
“…핑크 데스.”
드워프 공방이란 단어가 그녀의 입에서 언급된 순간, 다룰마가 목소리를 깔았다.
“선 넘지 말게.”
“…넵.”
***
라쉬크에 대한 후원 이야기가 훈훈(?)하게 마무리된 직후, 여명은 곧바로 대화 주제를 돌렸다.
“다룰마. 제가 없는 동안 일은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여기서 일이란 다룰마의 암살과 붉은 별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뜻했다.
다룰마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생각을 정리하듯 깊게 담배를 빨아들였다.
담배 연기를 따라 흐르는 가벼운 침묵.
네티가 주방에서 콜라와 커피, 그리고 물을 가지고 올 때가 되서야, 다룰마가 입을 열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두 개가 있네. 어느 것부터 듣겠나?”
“좋은 소식부터요.”
다룰마는 입을 열기 전에 힐끗, 라쉬크를 바라봤다. 그녀가 들어도 되냐는 제스처였고, 여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따로 날 추적하던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네. 자네가 습격한 임원들 중 암살 용의자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붉은 별의 등장 때문에 내게 신경을 못 쓰게 된 건지… 어느 쪽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네.”
“…생각보다 좋은 이야기는 아니군요.”
이러면 꼭 나쁜 이야기는 생각보다 나쁘던데. 여명은 네티가 건네준 콜라를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나쁜 이야기는 뭡니까?”
“임원들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겁을 먹었네.”
“…겁? 설마, 회의를 뒤로 미룬 겁니까?”
“아니, 임원 회의는 연기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겠다더군. 여기서 일정을 연기하는 건 붉은 별에게 도망치는 거라나?”
여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래 계획대로 임원 회의가 진행된다는데, 무슨 겁을 먹었다는 건가?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대신, 경호를 대폭 늘리기로 했네. 우리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훨씬 이라면, 어느 정도나?”
“경호팀에 심어놓은 친구에게 듣기로는, 초인만 두 자릿수를 동원한다더군.”
두 자릿수의 초인. 예상을 훨씬 상회 하는 숫자에 여명은 슬쩍 눈을 찌푸렸다. 역시 돈 지랄을 하면 안 되는 게 없나.
“…많군요.”
“여기서 끝이 아니야. 용병단까지 불러온다니, 초인이 아닌 사람들까지 합치면 적어도 세자릿수를 상정해야 할 걸세. 그나마 대 초인용 마나 감지 미사일까지 설치한다는 걸 시장이 막았다더군.”
“….”
다룰마는 재떨이에 꽁초를 비벼 끈 뒤, 여명을 똑바로 바라봤다.
“여명, 자네도 알다시피, 난 이번 임원 회의에 참석해야 하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
“원래 계획대로 경호팀을 회유하거나, 투명 망토로 잠입하는 건 힘들 걸세. 다른 계획이 필요하네.”
여명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겼다.
도와줄 마음이 사라져서? 아니, 그건 아니었다.
다룰마가 임원 회의에서 대체 뭘 할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여명은 그를 도와주겠노라고 분명히 약속했다.
은혜를 은혜로 갚기 위한, 종과 나이를 뛰어넘은 친구로서의 약속.
복수에 문제가 되지 않는 이상, 여명은 그 약속을 지킬 생각이었다.
문제는, 방법이었다.
다시 붉은 별로 위장해서 회의장을 덮치고, 그 사이에 다룰마를 난입시킨다? 불가능.
정면으로 돌파한다? 암살자가 폭탄이라도 터트거나, 저격에서 다룰마를 지킬 방법이 없었다. 기각.
정확한 보안 지도를 봐야 확신할 수 있겠지만, 하늘 위에서 강하하는 게 아닌 이상 침입하는 건…
그때, 옆에 앉아있던 라쉬크가 떠듬떠듬 말했다.
“이…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임원 회의? 암살? 그리고 뭐? 붉은 별?”
그제야 일행들은 슬쩍 라쉬크를 확인했다. 그녀의 분홍색 눈동자는 초점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여명이 붉은 별이라는 걸 처음 들은 사람처럼.
“…작전 도우미로 불러온 게 아니었나 보군?”
다룰마가 혀를 차며 말하자, 여명이 어깨를 으쓱였다.
“나중에 필요하면 부탁하려고 했죠.”
“…나중에 언제? 후원을 받고, 기밀까지 다 들은 뒤에?”
“….”
“자네, 생긴 거랑 다르게 참 악질… 아니, 사업가적인 면모가 있어. 아카데미 졸업하면 나랑 사업이나 같이 하지. 인건비 줄이는데 자네만 한 인재가 없을 거 같은데.”
다룰마의 농담 아닌 농담과 달리, 라쉬크는 손을 떨었다.
그동안 미 정부의 눈을 피하려고 얼마나 빡빡하게 숨어 살았는데, 이런 정신 나간 일에 엮이게 될 줄이야.
“…여, 여명 동생?”
“네, 누님.”
“나, 암시장으로 돌아가면 안 될까?”
여명은 피식 웃었다.
“돌아가셔도 되죠.”
“….”
“이틀 뒤에 둔간 중공업 본사 빌딩에 갈 건데, 그때 오시면 돼요.”
“….”
이 씨발 새끼. 라쉬크는 마시던 음료를 여명의 얼굴에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마음 같아서는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지만, 지금 그녀에게는 구더기 군대도, 효율적인 독도 없었다. 그리고 그 대신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저편에서 부리부리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수인 마법사가 있었다.
결국,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깊은 체념과 한숨 뿐이었다… 아, 그리고 후원도.
“…여명, 적당히 해.”
그때, 침실에서 익숙한 세티의 목소리가 들렸다.
끼익 그녀는 눈을 비비며 침실에서 나오더니, 그대로 의자까지 다가와 여명의 품에 쓰러지듯 안겼다.
“왜 나왔어? 더 자지 않고.”
여명은 자신의 무릎 위에서 몸을 동그랗게 마는 세티를 껴안으며 말했다. 그러자 세티가 침실 문을 노려보며 말했다.
“…성녀가 코 골아.”
“….”
“무슨… 맹금류 울음소리처럼… 크게.”
충격적인 고백에 코르부스가 딱! 부리를 부딪히는 사이, 세티는 눈을 감고 여명의 쇄골에 고개를 파묻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회의 난입 말인데… 무슨 계획 짜고 있었어?”
갑자기 침투 계획 이야기인가. 여명은 그녀의 등을 두들기며 대답했다.
“정면 돌파, 경비팀 회유, 피눈물의 환상을 믿고 잠입.”
“…미친 계획들이네.”
세티의 차가운 감상에 다룰마와 네티가 동시에 뜨끔, 고개를 돌렸다. 아마 여명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어쨌거나, 세티는 조곤조곤 말을 이었다.어지간히 졸린 건지, 이어지는 그녀의 목소리는 길게 늘어졌다.
“계획은…이미, 내가 다… 하암, 짜놨으니까… 지금은 고민하지 말고, 쉬어… 아직, 이틀이나… 남았으니까…”
계획을 다 짜놨다? 다룰마는 잘그락 반지를 긁었다.
“무슨 계획을 짰는지 모르겠지만, 상황이 변했네. 본사 빌딩의 보안 수준이 자네가 계획을 짜던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올라갔단 말일세.”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게다가 임원 회의가 코앞 아닌가. 본사에 먼저 들어가 확인하는 건 회의 당일에 잠입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혹시 다른 수가 있는 걸까? 여명이 기대를 품고 세티를 내려다보자, 그녀는 여명의 목을 꽉 끌어안으며 말했다.
“보안이 아무리… 늘어도… 상관… 없어요… 하음… 그리고, 다룰마는… 따로… 연습할게… 있어요…”
“연습?”
“기절… 안, 하는… 연습…”
“뭐?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세티는 이미 여명의 품에서 잠들어버렸으니까.
드워프의 목덜미로 불길함이 엄습하는 가운데, 성녀님의 코 고는 소리를 녹음하러 가는 네티의 발소리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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