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276)
을 위한 세계는 없다-276화(276/817)
〈 276화 〉 한계를 마주하는 법. (9)
* * *
***
시간을 조금 뒤로 돌려, 시카고, 차원문이 내려다 보이는 창문.
조준경에 눈을 대고 있던 성녀는 피부를 타고 올라오는 익숙한 감각에 눈을 찡그렸다.
“저거 설마…?”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 건너 섬에서 뭔가가 폭발했다.
!!!
하늘로 치솟는 검은 장막, 더럽혀지는 섬, 비명을 지르는 마나.
그건 마치 거대한 괴수가 입을 벌려 섬을 통째로 잡아먹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성녀는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축복과 마법, 거기에 중력 가속도가 더해진 총알이 공기를 갈랐다. 뒤틀린 마나가 섬을 뒤덮기 전에, 섬광이 섬에 명중했다.
“…됐다.”
막 너머로 총알이 빛을 내뿜는 걸 확인한 성녀는 저격총을 들어 올린 뒤, 등 뒤에서 마법을 준비하던 까마귀를 바라봤다.
코르부스는 성녀가 입을 열기 전에, 먼저 말했다.
“안 됩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그래도 안 됩니다.”
“….”
성녀는 힐끔, 섬의 모습을 확인했다. 어느새 검은 알처럼 동그란 결계로 뒤덮인 섬은 뒤틀린 마나를 줄줄 흘리며 주변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적어도 성녀가 보기엔 그랬다.
그녀는 짧게 심호흡한 뒤,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곳에 여명이랑 세티가 있어요.”
“….”
“그러니 말리셔도 저는 갈 거예요. 코르부스, 같이 갈래요. 아니면 저 혼자 갈까요?”
코르부스는 대답하지 않고 섬을 바라봤다. 검은 진주 같은 까마귀의 눈동자는 갑자기 일어난 난리와 그 난리에 휘말린 제자를 찾아 번들거렸다.
하지만 제자는 찾을 수 없었고, 그녀는 한숨 쉬듯 말했다.
“…제자를 믿고 기다리실 수는 없는 겁니까?”
성녀는 총알 가방을 메며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믿는 건 잘해도, 기다리는 건 영 못 하겠더라구요.”
코르부스가 뭐라 대답하지 못하는 사이, 그녀는 총을 챙겨 창문 위로 올라갔다.
이대로 두면 빌딩 아래로 떨어질 것 같았기에, 까마귀는 어쩔 수 없이 덩치를 키워 성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정말 가셔야겠습니까? 성녀님 혼자서는 시간을 끄는 것도 어려우실 겁니다.”
“그래도 코르부스랑 함께 가면 시간 정도는 끌 수 있지 않을까요?”
“….”
“또,그 시간이 엄청 중요할 수도 있잖아요.”
성녀의 그럴싸한 논리 때문일까, 까마귀는 부리를 딱 다물었다.
“그리고… 가만히 기다리다가 후회하는 것보다, 일단 저지르는 게 더 낫다고 했어요.”
총을 꽉 쥐는 성녀의 말. 코르부스는 날개에 힘을 주며 되물었다.
“지구의 미디어에 너무 물드셨군요. 성녀님, 그런 타락한 말은 함부로 하시면 안 됩…”
“전대 성녀님이 해준 말인데요?”
“….”
본전도 못 찾은 코르부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성녀를 꽉 쥐고 창문 바깥으로 뛰어내렸다.
검은 깃털을 흩날리며 파닥거리는 날개, 철컥, 저격총의 노리쇠 소리, 그리고 시카고 전체에 울리기 시작하는 경고음까지.
그 모든 소음들을 뒤로한 채, 성녀는 타락석의 결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미국 긴급 안보 회의가 소집되고, 딱 7분 24초가 지난 시점이었다.
***
콰과과광!!!
불씨를 머금은 검의 궤적을 따라, 터져 나오는 폭발. 압도적인 마나를 동반한 화염이 전방에 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압도적인 화력은 아야톨라의 뒤틀린 마나는 물론이고, 주변 TV 화면의 빛마저 빨아들였다.그러고도 위력이 남아서 저 뒤편까지 폭발이 이어졌지만
“이 무술과 그 눈동자… ”
불길 속에서 아야톨라가 튀어나왔다. 폭발을 정면에서 받아낸 그의 복장은 너덜너덜했지만, 육체와 황금 가면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이제 이해했다. 죽은 성녀가 이곳에 있는 이유.”
다음 순간, 아야톨라가 손을 뻗었다. 화산쇄설을 터트린 여명이 아닌, 그 뒤편의 성녀를 향해서.
까그극
쥐어지는 손을 따라, 무언가 뒤틀리는 소리가 울렸다. 코앞에 있는 여명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
정확히 무슨 짓을 벌이는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저 손짓이 무언가 끔찍한 결과가 가지고 올 거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 확신을 따라, 여명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실었다.
화산쇄설의 열기가 사라지지 않은 검이 가속하고, 파도 치는 검기가 섬광을 그린다.
뒤틀림 속의 번쩍임.
꿈을 흘리는 자가 주먹을 쥐는 것보다, 여명의 검이 그의 손목을 베어버리는 게 조금 더 빨랐다.
까가그그각!
공간이 뒤틀리는 혐오스러운 소리가 이어진 직후, 여명은 성녀님의 외쪽 머리카락이 한 움큼 잘려 나가는 걸 확인했다.
“물러나세요!”
“놓치지 않는다.”
꿈을 흘리는 자는 이미 다른 손을 내뻗고 있었다. 이번에도 목표는 전대 성녀님.
“이 새끼가”
검이 아무리 빠르다 해도 손을 쥐는 것보다 휘두를 수는 없었고, 여명은 검을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반대편 손을 뻗었다.
다음 순간, 성녀님의 몸 대신 여명의 손이 뒤틀렸다. 뼈와 근육을 동시에 압착기에 넣은 듯한 고통과 함께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비명은 없었다. 그보다 크게, 여명이 휘두른 검에서 화산쇄설이 터져 나왔으니까.
콰아아앙!!!
코앞에서 터진 폭발까지는 어찌할 수 없었는지, 아야톨라는 그대로 날아가 TV가 가득한 벽에 처박혔다.
여명은 녀석을 쫓아가며 전대 성녀님을 확인했다. 다행히 성녀님은 머리카락이 잘려 나간 것 외에는 멀쩡하셨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도망가긴커녕, 성물을 쥐고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성녀님이 뭘 하건, 여명은 고민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할 일은 정해져 있었으므로.
!!!
세 번째 화산쇄설이 일어나는 아야톨라의 머리를 덮쳤다. 녀석은 이번에도 고스란히 폭발을 뒤집어쓰며 날아갔다. 주변의 TV 화면들이 줄줄이 터져나갔다.
그럼에도 여명은 쫓기듯 더욱더 검에 힘을 실었다.
‘틈을 주면 안 돼.’
공간을 비트는 이상한 기술도 기술이었지만, 화산쇄설을 연달아 처맞고도 치명상은커녕 몸에 흠집조차 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가진 마나량이 압도적이라서 그런 건가? 아니면 이곳이 녀석의 자각몽 속이라서?
어느 쪽이건 간에, 여명은 더욱더 빠르게, 더욱 강렬하게 화산쇄설을 펼쳤다.
쾅, 쾅, 쾅 !
기사단장의 원본만 못했지만, 적어도 탱크를 통째로 날려버릴 화력이었다. 여명의 검을 따라 TV들은 물론이고 아야톨라가 서 있는 땅이 움푹움푹 파이길 잠시.
철저하게 찍어 누르던 여명의 화력이 끊어진 것은, 아야톨라의 냉담한 목소리가 나온 직후였다.
“강하지만, 미숙하구나.”
다음 순간, 검을 쥔 여명의 손이 통째로 소리도 없이 ‘터졌다’ 검을 놓친 여명은 당황하는 대신, 즉시 몸을 날려 바닥을 굴렀다.
!
하지만 그것조차 늦었는지, 이번에는 왼쪽 귀가 폭발했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머리가 통째로 사라졌을 공격.
여명은 이를 악물고 주가시빌리를 일으키는 동시에, 남은 손으로 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겼다.
두두두두두!
총알이 몸을 뚫건 말건, 아야톨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명을 ‘바라봤다.’
펑.
풍선이 터지는 것 같은 가벼운 소리와 함께, 여명의 가슴이 터져나가며 구멍이 뚫렸다.
코와 입에서 쏟아지는 피. 이를 악문 여명은 상처를 재생하며 생각했다.
뭐지. 대체 무슨 공격인 거냐.
마나조차 움직이지 않고,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터트리는 기술이라니.이딴 걸 어떻게, 무엇으로 상대해야 하지?
분명 약점이 있을 텐데.
완전무결한 기술이었다면, 손아귀를 쥐어 적을 뒤트는 기술 대신, 처음부터 저 기술을 썼을 터였다.
약점이, 그가 아직 알아채지 못한 약점이 있을…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녀석은 양손을 드는 것과 동시에, 여명을 바라본 까닭이었다.
보이지도 않는 기술이 하나도 아니고 셋. 인벤토리로 검을 회수하던 여명은 주저 없이 비각술을 펼쳤다.
그러나 겨우 몇 걸음 내딛자마자, 여명의 앞뒤 공간이 뒤틀리며 그의 다리를 잡아끌었다.
까가가가각!
그건 명백하게 도망칠 공간을 제약하기 위한 뒤틀림이었다. 비각술을 펼칠 걸 미리 알았다고?
여명이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을 때는, 녀석의 시선이 그의 머리에 닿은 뒤였다.
‘아.’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술이 머리에 닿는 순간, 여명의 생각과 감각이 극도로 곤두섰다. 그와 동시에, 그의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시작했다.
늘어진 시간 속, 그는 뇌 속의 혈관들이 폭발하며 두개골을 뚫고 나오는 것을 생생하게 느꼈다.
붉게 물드는 시야, 파괴되는 뇌가 남기는 단말마.
여명은 죽음을 확신했다. 아무리 강대한 주가시빌리라도, 통째로 뇌가 터지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으니까.
죽는구나. 이렇게나 허무하게.
우습게도, 죽음 앞에서 떠오른 감정은 두려움이나, 허무함도 아닌 욕심이었다.
복수를, 세티 자매를, 쇠미리를, 그리고 그 푼수 성녀를 놓치기 싫다는 욕심.
자신에게 이런 욕심이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혹시 작업반장님도 이런 생각을 하며 죽었을까?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 앞으로 영원히 알 수 없으리라.
그것이 여명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마지막 생각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성녀님의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봉한다.』
***
자비로운 목소리를 따라, 여명의 머리를 터트리던 무언가가 멈췄다.
하지만 이미 터진 핏줄까지는 어쩔 수 없었기에, 여명은 피눈물과 코피를 주르륵 흘리며 자리에서 무릎 꿇었다.
“커헉, 컥”
그리고 그가 피를 흘리건 말건, 성녀님의 목소리는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손을 들어 아야톨라를 정확히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꿈을 흘리는 자, 너는 너무 빨리 무대에 올랐다. 그러므로, 이 시간에서 네게 허락되지 않은 모든 것을 봉한다.』
『꿈을 흘리는 자, 네 것이 아닌 눈을 봉한다.』
『꿈을 흘리는 자, 네 것이 아닌 운명을 봉한다.』
축복보다는 저주에 가까운 말.
그 위력이 어찌나 강한지, 화산쇄설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아야톨라의 황금 가면 아래에서 피가 울컥 쏟아졌다.
“이게, 무슨…”
꿈을 흘리는 자는 몸을 끼긱거리며 성녀님을 바라봤다. 녀석에게서는 가면으로도 가릴 수 없는 당혹감이 느껴졌다.
“성녀가, 어떻, 쿨럭, 이건, 다섯, 아닌데…”
녀석이 피 섞인 목소리로 떠듬떠듬 말했으나, 성녀님은 대답하지 못했다. 말이 끝난 순간, 그대로 기절하시고 말았으니까.
“크흑”
피를 토하는 아야톨라, 머리를 재생하는 여명, 그리고 기절한 전대 성녀님.
각각 그로기에 빠진 세 명 중 가장 먼저 회복한 것은 꿈을 흘리는 자였다. 녀석은 피에 젖은 턱을 스윽 닦아내더니, 성녀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아야톨라는 이번에도 성녀님을 죽이지 못했다. 공간이 뒤틀리기 전에, 여명이 몸을 날려 그를 덮친 까닭이었다.
“이, 빌어먹을, 놈 그렇, 네가, 바깥에서”
아야톨라는 달라붙어 어깨를 붙잡는 여명을 떨쳐 내기 위해 다른 손과 발을 휘둘렀다.
초인의 힘이 담긴 주먹이 여명의 얼굴을 후려치고, 무릎이 몸을 올려친다. 퍽, 퍽, 가죽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여명의 입에서 울컥 피가 쏟아진다.
하지만 주변에서 일렁이는 주가시빌리의 살기가 여명에게 쓰러지지 않도록 붙잡았다.
아야톨라는 일격에 죽일 공간의 뒤틀림을 만들려 했지만, 이렇게 딱 붙은 상황에서 그 정도로 큰 뒤틀림을 만들 수는 없었다.
“떨, 어 져라!”
확 짜증이 솟아난 아야톨라는 결국 여명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자신이 휘말리건 말건 우선 여명의 머리를 날려버리겠다는 신호.
그 신호를 마주한 순간, 여명은 기다렸다는 미소 지었다. 딱 붙은 상태에서 손을 뻗은 탓에 가슴이 비었으니까.
“빙고.”
그렇게 말하는 그의 손아귀에는, 스탈린의 불알이 쥐어져 있었다.
네이비피어에서 폭파 직전에 회수했던 바로 그 폭탄.
“이, 정신 나간”
뒤늦게 폭탄을 확인한 아야톨라가 다급하게 손아귀를 쥐는 것보다 먼저, 스탈린의 불알이 폭발했다.
!!!!!
살을 태우는 열 폭풍과 땅을 울리는 불기둥. 폭발에 휘말린 와중에도 여명은 아야톨라를 놓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함께 TV 화면이 가득한 벽으로 날아갔다.
쨍그랑!! 두 사람이 부딪친 TV 화면이 깨진 유리를 토해냈다.
하지만 아야톨라도, 여명도 유리를 뒤집어쓰지 않았다.
여명이 녀석을 붙잡은 채, 누구의 것인지 모를 TV 화면 너머로 쑤욱, 몸을 집어넣었으니까.
전대 성녀님을 끌어낼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아야톨라를 끌고 다른 사람의 꿈속으로 들어갔다.
***
사아아아!
눈을 뜬 순간, 여명은 자신과 꿈을 흘리는 자가 동시에 추락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귓가를 스치는 바람이, 지평선으로 보이는 미시간 호가, 발아래로 보이는 익숙한 도시가 그것을 증명했다.
아야톨라도 그 사실을 깨달은 듯했으나, 둘 중 누구도 낙하산이나, 낙법을 준비하지 않았다.
여명은 총을 꺼냈다. 아야톨라는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뒤틀려 했다.
그렇게 총격음과 공간을 비트는 소리가 교차한 직후, 두 사람은 그대로 도시 바닥에 처박혔다.
쿵 !
충격파에 박살 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튀었다.
꺄아악, 구급차 불러, 도망쳐
누군지 모르는 꿈속 인간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사이, 두 개의 구덩이에서 여명과 아야톨라가 일어났다.
하지만 둘의 상태는 극과 극이었다. 주가시빌리로 사지를 재생하고 있는 여명과 달리, 아야톨라는 멀쩡히 먼지를 털고 있었다. 저 빌어먹을 황금가면은 여전히 흠집 하나 없는 상태였고.
어쨌든, 먼지 사이로 서로를 노려보던 두 사람 중 먼저 입을 연 것은 꿈을 흘리는 자였다.
“그래, 그렇군… 그 눈동자와무술… 전부 그런 거였나.네가, 아까 전 내 감각으로 들어왔던 ‘바깥에서 온 자’로구나.”
“….”
“플레이어인지, 제작자인지 모르겠으나… 참으로 가상하구나. 고작 그 수준으로 나에 대한 공략법을 찾아내다니. 주인공 없는 이 세계에서 가상하고, 또 가상한 일이로다.”
“…혀가 길어지는 걸 보니, 이제 보는 것만으로 터트리는 그 기술은 더 못 쓰나 보지?”
“그래, 운명이 내게서 사안을 봉했으니, 이 또한 마땅한 반작용이라. 하지만…”
“….”
“사안을 뺀 나머지 힘은 봉인되지 않았으니, 이는 곧 운명의 허락이라. 나는 여전히 아야톨라다.”
여명은 퉤 침 섞인 피를 내뱉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야톨라는 천천히 구덩이 바깥으로 걸어 나오며 말했다.
“바깥에서 온 자여, 사안이 없어도, 내겐 여전히 천벌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기까지 말한 녀석은, 천천히 손을 들었다. 곧 주변의 빌딩들에 쩌저적 금이 가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곳은 나의 꿈일지니.”
금이 간 건물들은 녀석의 손을 따라 혼자서 부서지고, 갈라지며 뾰족한 창처럼 변하더니, 그대로 여명을 향해 겨눠졌다.
“너와 거짓 성녀는 이 꿈속에서 죽을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