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286)
을 위한 세계는 없다-286화(286/817)
〈 286화 〉 삼인행三人行
* * *
요즘 늙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
『아카데미 초대 교장의 수첩에 기록된 오르세 라날의 명언.』
***
여명에게 심장을 내미는 파순과 상관없이, 성녀는 최악의 가정을 떠올리고 있었다.
“모든 사건의 배후가… 미군이었던 거야?”
그러자 듣고 있던 파순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상대가 미군이었으면 내가 너희랑 손잡았겠냐? 당장 튀었지.”
그러나 성녀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헬기를 바라봤다. 그녀와 똑같은 방향을 보고 있던 여명이 덧붙였다.
“…미 정부가 흑막인 건 앞뒤가 안 맞아. 미국씩이나 되는 나라가 굳이 이런 일을 벌일 이유가 없으니까.”
물론, 역사에 비춰봤을 때 미국이라고 실수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숲 주민들을 핑계로 엘프와 전쟁을 벌이거나, 자국민에게 마약을 팔아먹거나, 난리가 난 남미 차원문에 지원을 안 보낸다거나…
하지만 이번 일은 스케일이 달랐다. 자칫하면 시카고와 차원문을 모두 잃을 뻔한 사건 아닌가. 마왕의 심장이고 뭐고, 그럴만한 가치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 헬기 숫자는…”
성녀는 말끝을 흐렸다. 여명은 굳이 듣지 않아도 뒤에 따라올 말을 알 수 있었다.
미국 땅에서 저런 물량의 전투 헬기를 띄울 수 있는 조직이 미군 말고 또 있냐는 질문.
여명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주방위군은 가능하지.”
“주방위군?”
그때,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파순이 끼어들었다.
“성녀씩이나 돼서 주방위군이 뭔지 모르냐? 주방위군이라는 건 말이지, 미국 독립 전쟁 시절에 전투에 참여했던 민병대를 기반으로…”
성녀의 무식을 놀려먹을 타이밍이라고 생각한 걸까, 녀석은 대뜸 설명을 시작했다.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녀석의 설명이 길어지기 전에, 여명이 먼저 주방위군이 뭔지 정리해버렸다.
“지방 영주가 가진 지방군이야. 여기서 지방 영주는 주지사고.”
“…아.”
정확한 비유는 아니었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기엔 충분한 비유였다. 성녀를 놀려 먹으려던 파순의 표정이 팍 찌그러졌다.
녀석이 ‘엿 같은 요약충 새끼…’ 라고 지껄이건 말건, 세 사람은 똑같은 가능성을 떠올렸다.
최악은 아니지만, 그것에 한없이 가까운 가능성.
그 가능성을 가장 먼저 입 밖으로 꺼낸 건 성녀였다.
“그러면 이번 일의 흑막은 일리노이의 주지사인 거네…?”
해밀턴을 이용해 다룰마 암살을 사주하고, 교단과 손을 잡고 시카고 차원문 주변에 타락석을 심었으며, 파순과 독화를 고용해 마왕의 심장을 노린 흑막.
일리노이 주지사, 올턴 파이사 링컨.
이번 사건 내내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이 마지막에 저렇게 수많은 헬기를 보냈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 같았다.
성녀는 물론이고 세티와 여명 또한 이게 사실이냐는 듯 파순을 바라봤다. 녀석은 긍정의 의미로 히죽 웃었다.
“왜, 이제야 좀 엿 같은 일에 엮인 게 실감 나냐?”
“….”
“그래도 너무 쫄지 마. 주지사가 바보도 아니고… 네가 계획을 다 박살 낸 상황에서 막무가내로 나오지는 않을 테니까.”
녀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섬에 도착한 헬기들이 두두두 프로펠러 소리를 내며 흩어지더니, 섬 전체를 넓게 포위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차원문이 아닌, 둔간 중공업 본사 빌딩.
헬기들이 빌딩을 향해 로켓과 무기를 겨누고, 섬에 강하한 달걀 껍데기들이 빌딩을 향해 달려오는 걸 본 세 사람은 동시에 파순을 노려봤다.
그러자 파순은 기다렸다는 듯 역겨운 심장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아, 맞다. 아직 다 실패한 건 아니었지? 이게 남아있었네?”
“….”
“먹어야겠지?”
그의 혓바닥이 향하는 건 심장이 뭔지 모르는 세티와 성녀가 아닌, 여명이었다.
“브라우닝과 프레아 칸은 주방위군을 공격해가면서까지 널 도와주지 못해. 정치적인 문제가 엮여있으니까. 성물지기는… 가장 정치적인 사람이니 말할 것도 없고.”
휘어진 눈꼬리 아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속삭인다.
“그에 비해 주지사는 심장을 얻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지. 그거 아냐? 일리노이는 미국에서 가장 강한 주방위군을 가지고 있다는 거? 저 헬기들은 시작일 뿐이야.”
“….”
“먹어. 처음부터 선택지는 그거뿐이었…”
그 순간, 성녀가 심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축복받은 총알은 그대로 심장을 꿰뚫고, 들고 있던 파순의 손까지 관통해버렸다.
“악! 이 씨발, 진짜, 개 미친년…!”
파순의 피에 심장에서 흘러나온 피가 섞여 바닥에 고였다. 한껏 분위기를 잡던 파순이 욕을 내뱉는 가운데, 성녀가 리볼버를 재장전하며 말했다.
“아, 미안. 나도 모르게…”
말과 달리, 성녀의 얼굴에서 미안함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근데, 이걸로 된 거지? 그거 부쉈잖아.”
“야 이 미친년아! 괴수왕의 심장이 애들 장난감이냐?! 겨우 총알 한 방에 박살 날 거 같았으면 여태껏 남아있지도 않았어!”
파순은 악을 쓰며 소리쳤다. 하지만 정작 성녀와 세티의 관심을 끈 건, 욕이 아니라 괴수왕의 심장이라는 단어였다.
“내가 보는 앞에서 여명에게 그런 걸 먹이려고 했구나…? 그랬구나…?”
성녀는 리볼버 총구로 파순의 뒤통수를 꾸욱 짓눌렀다. 이제 막 몸을 재생하던 파순은 맥없이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말로 하자 좀.”
“닥쳐, 뒤통수에 구멍 내고 싶은 거 억지로 참고 있으니까.”
그렇게 성녀가 파순의 뒤통수를 콱, 짓밟는 사이, 세티가 땅에 떨어진 심장을 집어 들었다.
벌써 총구멍이 사라진 심장은 조금 전보다 더 많은 검은 액체를 울컥울컥 토해내고 있었다. 생선 내장처럼 어딘가 비릿하고, 역겨운 액체.
세티는 그 역겨운 액체도 아랑곳하지 않고 맥동하는 심장을 쥐락펴락하다가, 고개를 돌려 여명을 바라봤다.
“키스 백 번, 나도 해당되는 거지?”
“….”
분위기를 풀기 위한 농담인지, 아니면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말투. 여명이 눈을 깜빡이자, 세티가 피식 웃었다.
“뭘 놀라고 그래? 됐고, 우선 이것부터 치우자. 인벤토리에 넣을 수 있어?”
여명은 두말없이 심장을 향해 손을 내밀고 주먹을 쥐었다.
핵미사일조차 회수할 수 있는 인벤토리의 회수 능력. 그러나 심장은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계속 세티의 손 위에서 꿈틀거릴 뿐이었다.
심장에는 회수가 먹히지 않았다. 남의 물건이라서? 아니, 이건…
“…살아있어. 인벤토리에는 못 넣겠다.”
“살아있다고?”
세티는 그제야 혐오스러운 눈으로 심장을 바라봤다.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는 걸 본 파순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날것으로 먹으면 더 효과가 좋…… 농담이야.”
성녀와 달리 세티는 눈빛부터 싸해졌다. 파순은 재빨리 꼬리를 내렸다.
그사이, 여명은 창문 너머에서 몰려드는 달걀 껍데기들을 힐끗 확인한 뒤 말했다.
“파순, 살려줄 테니까 이걸 처리할 방법부터 말해.”
“심장을 처리할 방법? 없어.”
“…없다고?”
파순은 머리를 짓누르는 총구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즐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성도나 히라리아에서는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없애는 건 불가능해. 그런 게 있으면 선택지가 늘어나잖아?”
“….”
“내가 바보인 줄 아냐? 먹고 마왕이 되느냐, 안 먹고 주지사에게 빼앗기느냐… 단 두 개의 선택지만 남은 상황이니까 알려준 거야.”
반쯤 정신 줄을 놓은 그 목소리에 성녀는 살짝 질린 표정을 지었다.
“먹어. 그게 네 운명이야.”
녀석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하필 그때 무수한 인기척이 건물로 들어서는 게 느껴졌다.
“….”
여명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을 따라, 비명 같은 고요가 네 사람이 있는 사장실을 물들였다.
점점 포위망을 좁히는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 성녀의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의 소리,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달걀 껍데기들의 발소리, 흔들리는 세티의 숨소리, 그리고…
***
여명은 이 사건을 계획한 주지사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다.
다룰마 암살에서부터 마왕의 심장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계획을 설계한 장본인.
중간중간 KGB나 여명 자신이 끼어들어 계획을 뒤틀었지만, 그는 한 번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착실히 계획을 진행 시켰다.
계획 도중 무슨 차질이 생기건, 목적을 이룰 거란 자신이 있다는 뜻.
그 목적이 단순히 마왕의 심장인지 아니면 그 이상인지 지금의 여명은 알 수 없었으나… 중요한 건 과정 자체였다.
이만한 일을 벌일 정도로 과감하면서, 걸리지 않을 정도로 은밀했다.
만약 해밀턴이 여명에게 함부로 달걀 껍데기를 보내지 않았다면, 하다못해 파순이 힌트를 주지 않았다면 여명 또한 그가 배후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으리라.
‘그 정도로 음모를 꾸미던 사람이…’
마지막에 이르러 주방위군을 출동시키고, 달걀 껍데기들마저 꺼냈다고?
파순 때문에 다급해진 걸까? 아니, 고작 이런 걸로 다급해졌다면 사건 전부터 약점을 드러냈어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떠올릴 수 있는 답은 하나뿐이었다.
‘지금은 그래도 되니까.’
간단히 말해, 명분이 있는 것이다. 주방위군을 출동시키고, 성검과 브라우닝의 앞에서 마왕의 심장을 회수할 수 있는 명분.
이 난리 통에서 주방위군이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는가?
창문 바깥, 섬 전체를 포위한 헬기들이야말로 그 가설을 증명하는 증거였다.
‘어쩌면, 이 난리를 일으키는 것 자체가 주방위군을 출동시키기 위한 계획의 일부였을지도.’
그렇다면 여기서 여명이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명분을 뒤집어엎어 버리는 것.
거기까지 생각한 여명은 세티의 손에서 심장을 빼앗았다.
기분 나쁘게 맥동하는 심장이 손아귀에서 꿈틀거리는 가운데, 그는 기대감이 어린 파순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파순, 내 스승님께서는 이런 말을 해주셨다.”
“…무슨 말?”
“갈림길 앞에서, 꼭 두 길 중 하나만 선택할 필요 없다는 것.”
파순은 웃는 건지, 흥분한 건지 애매한 표정으로 입술을 핥았다.
“좋은 가르침이긴 한데… 지금은 두 가지 길밖에 답이 없는 거 같은데?”
“그건 네 생각이지.”
그렇게 말한 여명은 즉시 마나를 끌어 올렸다. 그것도 심장의 마나가 아닌, 위장에 자리한 해골용의 뒤틀린 마나.
그건 어떤 마법이나, 저주를 위한 마나가 아니었다.
“야, 너 설마…?”
그가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지 깨달은 파순이 입을 벌린 순간, 여명은 끌어올린 마나를 그대로
마왕의 심장에 때려 박았다.
사아아아 !
귀신 곡소리 같은 섬뜩한 소리와 함께, 여명의 손에 들린 심장이 마나를 게걸스레 빨아먹었다.
그리고 그 마나를 그대로 재생력으로 맞바꾸더니, 심장의 혈관 곳곳에서 검붉은 슬라임을 내뱉기 시작했다.
“…와, 이 미친 새끼.”
악몽에서 봤던 괴물만큼이나 혐오스럽게 바닥을 메우는 슬라임을 보며 파순이 중얼거렸다.
“야, 성녀, 너 저거 보고만 있을 거냐? 저놈이 마왕을 부활시키고 있는데?”
성녀는 여전히 총을 겨눈 채로 어깨를 으쓱였다.
“뭐, 어때. 여명이 마왕 되는 것보다는 낫지.”
“…씨발, 이것도 성녀라고.”
그 사이에도 심장이 토해낸 슬라임은 계속 그 양을 늘려가고 있었다. 그나마 먹이를 주는 주인을 알아보는 건지, 여명 일행의 반대 방향으로 흘러넘치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이윽고 슬라임 덩어리가 시장실의 문 너머, 여명이 올라왔던 계단까지 부풀어 올랐을 때쯤.
여명은 심장을 계단 너머로 집어 던졌다.
슬라임들은 기다렸다는 듯 심장을 받아내더니, 잠시 꿈틀거림을 멈추고 여명을 바라봤다.
“…저거, 우리를 먹을 수 있나 없나 간 보고 있는데?”
그 꼴을 본 세티가 질색하며 한마디 하기 무섭게, 점액질로 뒤덮인 슬라임은 계단으로 아래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총소리가 계단을 타고 올라왔다.
아마 슬라임 마왕과 계단으로 올라오던 달걀 껍데기들과 전투를 시작한 것이리라.
“미친 새끼… 니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아?”
“날 엿 먹이려던 흑막과 마인에게 역으로 엿을 날렸지.”
“하! 저게 힘을 되찾으면 시카고가 영국 꼴이 날 텐데. 괜찮겠냐? 넌 희대의 학살자가 되는 건대?”
걱정스러운 척하는 말투와 달리, 파순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여명은 텅 비어버린 위장과 짧은 현기증을 느끼며 창문에 기댔다. 그리고 잠시 심호흡한 뒤, 빌딩 아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여기는 섬이고, 빅 쓰리와 프레아 칸이 있다.”
그의 말마따나, 빌딩 아래, 피해자들을 정리하던 브라우닝과 프레아 칸이 굳은 얼굴로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이 미친 새끼가, 이걸 또 남한테 짬처리 한다고…?”
파순은 입을 벙긋거리다가, 대뜸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핫, 그 경박한 웃음소리를 따라성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계단 아래에서 느껴지던 총소리가 작아지던 그때.
까마귀 한 마리가 창문에 내려앉았다.
“제자여,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이오?”
코르부스의 질문을 받은 건 마나를 회복하고 있던 여명이 아니라, 그에게 포션을 주사하던 세티였다.
“머리 쪼일 짓이요.”
“그거야 늘상 하고 있으니 상관없소. 내가 묻는 건, 지금 이 건물 안에서 달걀 군인들을 잡아먹고 있는 괴물이 제자 때문에 나타났냐는 것이오.”
세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여태껏 있던 일을 모두 설명했다. 파순과 마왕의 심장, 흑막과 두 개의 선택지, 그리고 여명이 선택한 방법까지.
짧은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코르부스는 흑진주 같은 눈을 깜빡거렸다.
“본인의 가르침을 그렇게 써먹은 것이오?”
그사이 어느 정도 마나를 회복한 여명은 ‘저 조류 새끼가 니 스승이었어?’ 라는 파순의 말을 무시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자가 그동안 불초하였으나, 드디어 스승의 뜻을 이해했나이다.”
“어… 제자여? 농담으로 빠져나갈 생각 하지 마시오.”
그러자 옆에 있던 세티가 한마디 했다.
“…말투가 저래서 그렇지. 저거 진심이에요.”
“….”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게 된 코르부스는 슬쩍 고개를 돌려 창문 바깥을 바라봤다.
바깥 상태는 빈말로도 좋지 않았다. 창문의 곳곳이 박살 나며 검은 슬라임들이 건물 바깥으로 흘러나오고 있었고, 이제 막 깨어난 드워프들이 겁에 질려 일제히 차원문 방향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그 와중에 프레아 칸과 브라우닝이 각자 무기를 꺼낸 걸 보니,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었다.
코르부스는 다시 고개를 돌려 여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 제자여, 본인이 한 가지 더 가르침을 내려줘도 되겠소?”
“예, 스승님.”
“본인이 친 사고는 본인이 정리해야 하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여명의 대답과 달리, 코르부스는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당장 성녀부터가 그랬어? 란 표정이었으니까.
“아무튼, 제자의 부덕은 스승의 부덕. 본인이 도와줄 테니, 일단 저거부터 어떻게 합시다.”
여명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창문 바깥으로 뛰어내리기 전, 파순의 머리를 꾹꾹 누르고 있는 성녀를 보며 말했다.
“성녀?”
“왜, 여명?”
“오랜만에 언론에 얼굴도장 한 번 찍을까?”
“…으, 응?”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