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296)
을 위한 세계는 없다-296화(296/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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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테러공격의 대상이 된 것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밝은 자유와 기회의 등대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구도 이 등대의 불빛을 끌 수 없을 것입니다!]주지사의 힘찬 연설이 이어지던 그때.
하늘에서 처음으로 이상을 발견한 건 엄마 손을 잡고 구경 온 꼬맹이였다.
엄마가 사준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있던 꼬맹이 녀석은 주지사의 연설을 이해할 수도, 이해할 생각도 없었다.
꼬맹이의 시선은 처음부터 공주님처럼 이쁜 성녀님에게 꽂혀있었고, 덕분에 성녀님이 안대를 조절하는 척 힐끗, 하늘을 본 것도 알 수 있었다.
“엄마, 저거 뭐야?”
꼬맹이는 조금 전까지 성녀님이 훔쳐본 하늘을 가리켰다. 네이비피어 저편, 시카고 도심 하늘.
“…응?”
연설에 집중하고 있던 아이의 엄마가 뒤늦게 아이의 손가락을 따라가 보니…
붉은 점 하나가 이곳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아니, 날아오는 속도를 보아하니 그건 강하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예광탄을 쏜 것처럼 길게 꼬리를 남기는 속도.
아이 엄마가 비명과 함께 꼬맹이를 붙잡고 허리를 돌릴 때쯤, 연설대에 있는 모두가 다가오는 붉은 점을 눈치챘다.
[최근, 우리는 인간 본성에서 가장 나쁜 악을 보았습니다. 이러한 악에 대해 미국은 영웅들의 용감한… 여러분?]갑자기 고함을 지르거나, 등을 돌리는 시민들을 보며 주지사가 이상함을 느낀 순간.
!!!!!!!!
붉은 아지랑이가 뭔가가 그가 서 있는 단상을 덮쳤다. 철골과 나무로 만들어진 단상이 박살 나며 나무 조각과 흙먼지가 터져 나왔다.
-습격! 습격이다!
-주지사님을 보호해!
-시장님은? 시장님!
경호원들의 고함이 이어지는 가운데, 흙먼지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넓게 퍼지는 붉은 아지랑이.
-부, 붉은 별?
-빨갱이다! 모두 뛰어들어! 주지사님을-!
그제야 경호원들은 습격자의 정체를 눈치채고 총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붉은 아지랑이 사이에서 무언가가 튀어 올랐다.
붉은 별.
총을 들어 올린 경호원들이 차마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붉은 별의 손아귀에 주지사님의 멱살이 붙잡혀 있었으므로.
-막아!
-몸을 날려서라도 붙잡아라!
-마법사, 마법사는! 어딨나!
경호원의 고함, 도망치는 시민들의 비명, 다급한 마법사들의 발소리, 특종을 잡은 기자들의 광기 어린 카메라 셔터 소리.
그 모든 소음이 뒤섞이는 찰나 속에서, 떠오른 붉은 별이 시카고 시내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다음 순간, 붉은 별의 마나가 엮이고 주문의 실들이 하나의 직물을 뿜어낸다.
지잉- 공기가 떨리며 붉은 별의 몸이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날아온 방향으로 되돌아가듯, 명백히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움직임.
“염동력이다! 녀석에게 공범이 있어!”
주문을 알아챈 마법사가 기겁하며 똑같이 염동력을 펼쳤지만, 붉은 별은 이미 가속한 뒤였다.
-안 돼!
-당장 헬기를 불러!
-시발, 뭣들하고 있나! 시장님과 성녀님을 챙겨!
아수라장 속, 붉은 선이 그어진 하늘을 바라보던 파순이 피식 웃었다.
“이 야, 완전 프로가 따로 없네.”
“….”
성녀는 따라 웃을 수 없었다. 그 짧은 사이에 계획이 꼬인 까닭이었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주지사가 초인인 걸 드러내며 반항하고, 여명이 그런 주지사를 두들겨 패고 성녀가 그걸 구하는 그림이 나왔어야 했는데…
고민하는 성녀를 향해, 파순이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야, 나 싸움 구경 가도 되냐?”
“…이 미친 새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성녀는 파순을 막지 못했다. 당장 그녀도 여명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니까.
그녀는 한숨 쉬며 대답했다.
“들키지 않게 조심히 가. 그리고… 싸우는 영상 녹화해서 보내줘.”
“녹화? 나 지금 카메라 없는… 켁!”
그때, 세티가 카메라가 달린 벨트를 파순의 목에 턱 걸었다. 벨트 사이에 검은 깃털이 박혀있는 걸 보니, 얼마 전 까마귀가 몸에 차고 주지사를 찍었던 그 카메라와 벨트가 틀림없었다.
아무튼, 파순의 목에 단단히 카메라를 묶은 세티가 말했다.
“이거 차고 가. 통수치면 재미없을 테니까 장난질하지 말고.”
이 시발년, 느그 남친한테 주는 친절의 반의반만이라도 타인에게 써봐라- 파순은 목 끝까지 올라온 욕설을 삼킨 뒤,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
며칠 전 원인 모를 폭발로 박살 난 빌딩 옥상.
쿵!!
붉은 아지랑이에 휩싸인 두 사람이 망가진 옥상 잔해 떨어지며 충격파를 내뿜었다.
낙하의 충격이 얼마나 큰지, 떨어진 두 사람은 철근과 콘크리트가 가득한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붉은 아지랑이를 피워내는 붉은 별, 아니, 여명은 아슬아슬하게 빌딩에서 떨어지기 전에 자세를 다잡았다.
‘으아아, 죄송해요. 형부, 이 정도 거리를 당기는 건 처음이라…!’
투명 망토 뒤에 숨어있던 네티가 여명에게 속삭였다. 여명은 괜찮다는 뜻과 물러나라는 뜻을 동시에 담아 손짓했다.
그리고 역시나, 주지사 또한 바닥에서 일어났다. 단박에 일어나는 꼴을 보아하니, 일부러 잡혀 와준 티가 팍팍 났다.
“나와 만나고 싶었으면 비서에게 연락하지 그랬나. 나도 마침 자네와 아주 뜻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
양복에 붙은 먼지를 털고 성조기를 연상시키는 청, 적, 백의 넥타이를 다잡던 주지사는, 여명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씨익 웃었다.
“…우리, 구면이었군?”
여명은 손아귀를 쥐락펴락하며 대답했다.
“어떻게 알았지?”
“정치인의 눈썰미지, 날 실물로 처음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눈빛의 차이가 꽤 크거든.”
정치 바닥에서 수십 년 구른 인간다운 말. 여명은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내려다가, 그냥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대답했다.
“구면인 걸 알았다면 다행이야. 왜 처맞는지도 알 테니까.”
주지사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양복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더니, 담배를 한 모금 빨고 대답했다.
“음… 미안하지만, 모르겠군. 처맞을 짓을 하도 많이 해서. 이유를 좀 설명해주겠나?”
이번에는 여명 또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망가진 콘크리트 위를 박차고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이 좁혀진다. 비각술의 가속도가 발바닥에서 허벅지로, 허리에서 어깨로 이어지며 그대로 주먹에 힘을 실었다.
그것은 어떤 무술이 아닌 단순한 주먹질에 가까웠지만, 그 안에는 복잡한 이치가 담겨 있었다. 평범한 초인이라면 그대로 머리를 터트려버릴 일격.
주지사는 막지 않았다. 오히려 호탕하게 하-! 웃음소리를 터트리며 주먹을 뻗어왔다. 정석적인 스트레이트 펀치.
두 주먹이 교차하고, 거의 동시에 주먹이 서로에게 닿았다. 거리에서는 주지사가, 속도에서는 여명이 앞선 탓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명확했다.
주지사의 주먹은 여명의 볼을 스쳤을 뿐이지만, 여명의 주먹은 정확히 주지사의 안면을 강타했으므로.
곧이어 주먹을 회수하는 동시에, 여명은 오른 발을 앞으로 내밀며 왼손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주지사의 옆구리에 정확히 펀치가 들어갔다. 퍼엉-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울렸다.
제대로 먹힌 것일까, 거구의 몸이 살짝 흔들렸다. 여명은 그대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연달아 주먹을 휘둘렀다. 머리, 가슴, 배, 그리고 다시 머리.
쉴 새 없이 연타를 처맞은 주지사의 몸이 죽죽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빌딩 난간까지 밀려난 순간.
주지사의 다리가 흐릿해졌다. 근육으로 가득 찬 허벅지가 공기를 가르고, 웬만한 어린아이 머리보다도 더 큰 무릎뼈가 위로 솟아오르며 여명의 낭심을 노렸다.
치사하지만, 효율적인 기습.
손을 뻗던 여명은 그대로 팔을 내려 무릎을 막아냈다. 소중한 부위는 지켜냈으나, 공수의 방향이 바뀌었다.
쿵!
주지사는 묵직하게 발을 내밀며 여명을 역으로 밀어냈다. 거구의 덩치가 우스울 정도로 빠르게 주먹을 뻗고, 발차기를 날렸다.
무언가 특별한 무술이나, 이치가 담긴 공격은 아니었다. 그가 사용하는 건 무술이 아닌 전통적인 격투기에 가까웠다.
권투, 무에타이, 킥복싱…
나쁘게 말하자면 일반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그는 무술이 필요 없었다.
강철에게는 무술이 필요 없다. 그래, 비유가 아닌 문자 그대로 그의 육체는 강철과 같았다.
까앙!!!
그 증거로 여명의 주먹이 그의 주먹과 충돌하자 마치 금속과 금속이 충돌하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렸다.
‘대체 뭘 처먹길래 몸이 이렇지?’
여명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착실히 반격했다. 이어지는 주먹을 흘리고, 역으로 얼굴에 주먹을 때려 넣었다.
퍼억-! 광대뼈가 으스러지며 주가시빌리의 마나가 주지사의 골을 파고들었다.
“하하하! 빨갱이와 주먹질이라니! 오랜만에 피가 끓는군!”
하지만 주지사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비명을 지르긴커녕 여전히 입에 담배를 물고 있는 꼴을 보니, 강골도 이런 강골이 없었다.
“이봐, 빨갱이. 민주주의자의 전투력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알고 있나?”
여명은 대답 대신 주먹으로 화답했다. 주지사의 코가 으스러지며 코피가 터져 나왔으나, 그것이야말로 주지사가 노리던 것이었다.
거리가 좁혀진 순간, 녀석은 손을 뻗어 가까워진 여명의 멱살과 팔을 붙잡았다.
“민주주의에서는 유권자의 숫자가 곧 전투력이지!”
영문 모를 개소리와 동시에 펼쳐진 업어치기는 여명을 기겁하게 했다.
그의 팔을 끌어당기며 허리를 꺾는 업어치기는 올림픽 금메달 선수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완벽했으므로.
“그리고 나는, 300만 표를 받고 당선된 주지사고!”
담배 연기가 붉은 아지랑이와 뒤섞이고, 중심을 잃은 여명의 몸이 포물선을 그렸다.
그리고 그대로…
콰아앙 – !!
콘크리트 옥상이 비명을 질렀다. 충격파가 터져 나오며 빌딩 아래 유리창들이 우수수 박살 나고, 파르르 떨리는 철근들을 따라 먼지가 튀어 올랐다.
겨우 업어치기 한 번에 일어난 폭발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위력.
투명 망토를 쓰고 몰래 지켜보던 네티가 숨을 죽인 가운데, 먼지가 스멀스멀 가라앉으며 업어치기의 결과가 드러났다.
쩌적 갈라진 콘크리트 위, 여명과 주지사가 나란히 뻗어 있었다.
분명 중심을 잃고 업어치기 당한 건 여명이었는데, 어떻게? 다행히 네티의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콘크리트 위에 머리를 처박은 주지사가 부들부들 떨리는 고개를 들어 퉤- 침을 뱉으며 말했다.
“좋은 반격이었다. 그 틈에 염동력으로 내 머리를 끌어당기다니.”
그의 어투에는 작은 비꼼이 담겨 있었다. 순수한 박투술이었다면 본인이 이겼을 거라는 비꼼.
여명은 대답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업어치기 충격의 여파가 얼마나 컸는지, 그의 옷은 등 쪽이 전부 다 찢어져 있었다.
생각보다 주지사의 힘이 어마어마했다. 하긴, 힘이 부족했다면 아야톨라와 손잡을 생각도 못했겠지.
결국, 여명은 상체를 벗어 재끼며 대답했다.
“300만 표도 별거 아니었군.”
“….”
주지사는 피식 웃었다. 그는 새로운 담배를 꺼내려는 듯 상체를 더듬거리다가, 양복이 다 찢어진 걸 확인하고는 반쯤 걸레가 된 넥타이를 풀어헤쳤다.
“이 좆만한 빨갱이 새끼, 장난은 여기까지다.”
여명이 할 말이었다. 그는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낼 생각으로 주먹을 쥐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숨소리를 따라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턱에 맺힌 땀방울이 콘크리트 먼지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땅을 박차려는 두 사람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적당히 싸우다가 손잡는 거 아니었어?”
멈칫, 두 사람이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자, 하늘 위에 둥둥 뜬 채로 카메라를 내민 성기사가 동시에 손을 흔들었다.
“아, 미안. 내가 분위기 망쳤지? 그냥 못 들은 걸로 치고, 계속 싸워.”
“….”
숨길 수 없는 파순의 목소리. 맥이 풀린 여명이 한숨을 쉬었다. 물론, 그보다 더 맥이 풀린 건 주지사 쪽이었다.
“전신을 가릴 수 있는 환상… KGB? 성녀가 빨갱이들과 손잡았다고?”
뭔가 또 다른 오해를 산 것 같았으나, 여명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파순은 오히려 그런 오해를 증폭시키고 싶었는지, 여명이 받았던 명함을 꺼내 주지사에게 던졌다.
“성녀가, 그쪽과 손잡겠다고 전하래.”
“…정말인가? 그럼 이 지랄은 왜 한 거지?”
주지사가 여명과 파순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파순이 아니라 여명이 대답했다.
“그쪽 면상이 엿 같아서 한 대 패주고 싶었다.”
“…꽤 호감 가는 얼굴 아닌가? 이래 보여도 300만 표를 받은 얼굴인데.”
“….”
“농담일세. 뭐, 내가 저지른 일 때문에 한 대 먹여주고 싶었다는 말이겠지.”
그렇게 말한 주지사는 전투 자세를 풀고 몸의 먼지를 털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여명은 여기서 멈춰야 하나 고민했다. 뭔가 제대로 두들겨 팬 느낌이 들지 않았다.
주지사가 예상보다 강해서? 물론 그런 것도 있었지만, 여명 자신이 생각보다 강해진 것도 컸다.
‘어떻게 힘 조절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네티가 없었다면 인명피해고 뭐고, 그냥 빌딩 전체를 박살 내며 싸웠을지도 몰랐다. 지금 상태라면 꿈속의 아야톨라만큼은 아니더라도, 도시 절반 정도는 혼자 부술 수 있지 않을까?
‘진의 탓인가? 아니면…’
그의 짧은 고민이 이어지는 가운데, 파순이 이상한 소리를 꺼냈다.
“아, 맞다. 별내장이 전하라고 했던 말이 있어.”
“…별내장이?”
“다음 마왕은 한국에서 나올 거야.”
“….”
마치 여명이 들으라는 듯한 말투. 여명은 고민을 멈추고 녀석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가 무어라 말하기 전에, 주지사가 먼저 말을 가로챘다.
“그 말을 언제 했지?”
“글쎄, 일주일 전쯤에?”
“…내가 너희를 고용한 바로 다음 날이군.”
파순은 대답하지 않고 웃었다. 주지사는 퉤- 이빨 섞인 침을 뱉었다.
“예언자란 것들은 어떻게 하나 같이… 흠, 별내장에게 전해라. 다음에 만나면 사지를 찢어버리겠다고.”
“원한다면야.”
키득거리는 파순을 뒤로한 채, 주지사는 여명을 바라봤다.
“그럼 이제 성녀와 이야기를 나눌 차례군. 성녀가 원하는 동맹 조건이 뭐지?”
“….”
조금 전까지 그렇게 치고받은 게 거짓말이라는 듯, 순식간에 얼굴색을 바꾸는 주지사. 여명은 이게 정치인인가- 같은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처맞은 게 억울하지도 않나?”
“나는 정치인이다.”
많은 게 함축된 대답이었다. 여명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빌딩 저편에서 날아오는 방송국 헬기를 보며 말했다.
“네가 저지른 장난질의 대가를 치러라.”
“대가? 전대 성녀의 성물로는 부족한가? 뭐, 양심 고백이라도 하라는 거냐?”
“그딴 건 바라지도 않아.”
“그럼?”
“대중에게 감추고 있던 가면 하나를 까발리는 것 정도면 충분하겠지.”
“…?”
주지사가 무슨 소리인지 깨닫지 못하는 순간, 여명은 발뒤꿈치를 들어 바닥을 내려쳤다.
!!
비각술의 진각. 옥상 전체가 충격을 따라 부르르 떨렸다. 갑작스러운 기습이었고, 주지사는 아주 잠시 균형을 잃었다.
그리고 여명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날아가 주지사의 몸뚱이를 후려쳤다. 내장을 터트리거나, 갈비뼈를 박살 내기 위한 공격은 아니었다. 순수하게 몸을 밀어내기 위한 발차기.
“이 새끼가-”
그제야 여명이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 건지 깨달은 주지사가 그의 발을 붙잡으려 했지만, 그의 몸은 옥상 난간 너머로 날아가고 있었다.
“네가 초인이란 사실을 언론에 공개해라.”
그대로 빌딩 아래로 추락하는 주지사는 대답은커녕 욕설조차 하지 못했다. 헬기에 실린 무수한 카메라가 그를 향하고 있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