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361)
을 위한 세계는 없다-361화(36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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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군! 나의 새 영화… 어이, 까마귀! 낮잠 그만 자고 이것 좀 봐라! 녀석이 또 처음 보는 계집을 데리고 왔다!]하수도의 용, 오르세 라날이 둥지로 들어온 여명을 보자마자 꺼낸 첫 말은 그것이었다.
이미 저런 버릇없는 대답에 익숙해진 여명은 대답 대신 콜라 캔을 집어 던졌다.
탁! 손도 아니고 입으로 콜라를 받은 용은 캔을 통째로 아그작 아그작 씹어 먹으며 말했다.
[내 누누이 경고하지만, 용사도 그 많은 자식을 감당하지 못해 말년에 그 고생을 했다. 대책 없이 여자를 늘리면 후회할 거다. 아, 그리고 난 오빠랑 달라서 대모가 되어 달라고 해도 안 할 거니까, 그리 알고.]“….”
이번에는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인 여명은 구더기 공주가 한마디 보태주길 바라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둥지에 들어선 라쉬크의 반응은 그의 예상과 조금 달랐다.
비늘이나 이빨 하나 달라는 호들갑도 없었고, 용을 봤다는 기쁨도 없었다.
그녀는 복잡한 동시에 먹먹한 눈으로 용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 여자 용….”
태어나지 못한 그녀의 자매를 떠올리는 것일까? 구더기 공주의 눈은 현재가 아닌 과거의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여명은 뒤늦게 그녀의 과거와 고통을 떠올리고 입술을 쓸었다. 배려심이 없었네.
그는 조금 미안한 마음을 담아 구더기 공주에게 용을 소개했다.
“라쉬크, 이쪽은 오르세 라날이야. 드워프 왕가의 수호룡이었던 오르세 타불의 여동생이지. 그리고 라날? 이쪽은….”
그때, 구더기 공주는 괜찮다는 듯 여명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용을 똑바로 올려다보며 말했다.
“안녕 아가씨? 내 이름은 라쉬크, 이 땅에 얼마 남지 않은 전통 연금술사야.”
[아가씨? 내 나이가 얼만 줄 알고 그딴 오그라드는 호칭을 쓰느냐? 이래서 요즘 것들은.]“어… 나도 보기보다 나이 많은데?”
그러자 용이 목을 쭉 늘려 라쉬크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래, 그렇게 보이구나.]“….”
지켜보던 여명이 웃지 않은 건 라쉬크가 휙 고개를 돌려 ‘쟤 좀 어디 아픈 용이냐?’고 물은 덕분이었다.
여명은 어깨를 으쓱인 뒤, 두 공주를 남겨두고 둥지 구석에 있는 데스나이트와 코르부스에게 다가갔다.
세 사람 앞에는 교복 차림의 쇠미리가 가지런히 누워 있었는데, 다행히 겉모습에서 이상함은 찾을 수 없었다.
곧 낮잠에서 부스스 깨어난 코르부스가 그를 반겼다.
“제자여, 어찌 쉬지도 않고 바로 오셨소. 별일 없… 지는 않았구려. 또 누구랑 싸우고 왔소?”
“핏자국은 다 지웠는데, 그걸 어떻게 아셨…”
“제자가 한층 더 날카로워진 게 느껴지오.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소만… 아카데미에 와서 평화롭게 지낼 줄 알았건만, 어째 싸움이 끊이질 않소?”
할 말이 없어진 여명은 괜히 쓴웃음을 지은 뒤, 쇠미리 앞에 앉아 말을 돌렸다.
“지금 미리 상태는 어때요?”
잔소리를 피하려는 그의 행동을 본 데스나이트들이 피식 웃은 직후, 코르부스는 부리를 딱- 다물며 대답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소. 외상도 없고, 마나도 정상이오.”
“…그러면 왜 못 깨어나는 겁니까?”
“모르겠소. 가능성을 떠올려보자면, 아마 본인이 찾지 못할 정도로 복잡한 트랩에 걸린 것이거나, 본인이 잠에서 깨어나는 걸 거부하는 것 같소만….”
“…둘 다 말이 안 되네요.”
“내 말이 그 말이오.”
퀴니 코완이 기연을 주기 위해 만든 마법진에 트랩이 웬 말이고, 환상까지 만들어서 여명을 불러온 쇠미리가 깨어나는 걸 거부할 이유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꿈이 뭔가 잘못된 걸까? 아니면 그가 아직 알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여명은 걱정스레 쇠미리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렇게 두 사람의 피부가 닿은 순간.
그의 몸에 흐르는 세계수의 마나가 반응하며 여명의 정신을 쇠미리의 꿈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갑자기 왜 이래?
옆에서 지켜보던 거구의 여성 데스나이트, 벨라디바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나마 마나가 움직이는 걸 본 코르부스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제자여, 제발, 성녀님이 오기 전에 끝내길 바라오.”
***
여명은 새빨간 하늘 아래에서 눈을 떴다.
“….”
사방을 가득 붉게 물든 세상은 어떤 착각이나 마법, 혹은 노을 때문에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그건 불타는 숲이 남긴 비명이자 잔해였다.
지평선에 드문드문 보이는 바싹 타버린 나무들, 코를 찌르는 연기와 타는 냄새, 그리고 사방에서 떠다니는 잿가루.
마치 종말의 한 장면 같은 그 풍경을 잠시 눈에 담던 여명은, 연기 너머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가 쇠미리의 꿈속이라면, 그녀를 찾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하지만 그의 걸음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했다.
그가 고작 몇 걸음 걸을 때마다, 죽은 엘프와 현대 무기를 든 낯선 인간들의 시체가 눈에 밟힌 까닭이었다.
눈조차 감지 못하고 죽은 시체들. 그들의 죽은 눈동자에서는 아직도 악의와 분노, 그리고 증오가 느껴졌다.
그건 다큐멘터리 화면 너머로는 느낄 수 없었던 생생한 전쟁의 광기이자 분노였다.
‘…신경 쓰지 말자. 이건 꿈이야.’
여명은 스스로를 다잡으며 계속 걸었다.
그리고 얼마나 걸었을까? 그의 검은 머리카락 위로 잿가루가 쌓여 회백색이 될 정도로 긴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아직 푸른 나뭇잎을 간직하고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발견했다.
일반적인 나무라기엔 너무 크고, 세계수라기엔 너무 작은, 그런 나무.
곧바로 나무를 향해 달려가 보니, 역시나 쇠미리가 그곳에 있었다.
그것도 나무 기둥을 타고 자란 담쟁이 넝쿨에 칭칭 묶인 채로.
“….”
그런데 묶여있는 모습이 여러 의미에서 이상야릇했다. 뭐라고 할까, 몸매를 유난히 강조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크흠- 헛기침과 함께 여명이 고개를 돌린 순간, 묶여 있던 쇠미리가 눈을 떴다.
“아, 오셨네요. 오랜만에 꿈속에서 만나는데, 이런 꼴이라 죄송해요.”
“…죄송할 게 뭐 있어.”
여명이 애써 몸매에서 눈을 돌리며 말하자, 쇠미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대놓고 보셔도 되니까, 일단 이것 좀 풀어주실래요?”
“….”
무안해진 여명은 무장 혈청을 꺼내 나무를 타고 올라간 뒤, 덩굴줄기를 턱턱 잘라냈다.
갑자기 자유를 찾은 쇠미리의 몸이 낙하했으나, 여명은 염동력으로 그녀를 붙잡고 부드럽게 착지했다.
탁 소리와 함께 땅에 발을 디딘 그녀는 줄기에 묶여있던 손목을 주무르며 말했다.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여태껏 네가 도와준 거에 비하면 별거 아닌데 뭐. 이제 나가는 길만 찾으면 되나?”
여명은 바라는 걸 보여주는 꿈이 왜 이따위냐고 묻는 대신, 그렇게 말했다.
그 배려를 눈치챈 걸까? 쇠미리는 작게 미소 지으며 자신이 매달려있던 나무를 툭툭 쳤다.
“출구는 여기에 있어요. 여기, 이 세계수.”
“…세계수?”
“네, 진짜는 아니지만요.”
그녀가 그렇게 말한 직후, 축 늘어져 있던 덩굴줄기들이 뱀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뭐지? 여명이 반사적으로 검을 든 순간.
줄기가 한데 뭉치며 뱀의 주둥이처럼 길쭉한 입의 형태로 변했다.
-진짜는 나다.
어딘가 묘하게 익숙한 목소리. 여명은 놀라는 대신 줄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게 지금 못 깨어나는 이유야?”
쇠미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척 봐도 나쁜 놈처럼 생기긴 했죠?”
“….”
그러자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덩굴줄기가 짧게 한마디 했다.
-지랄은 거기까지만 해라.
곧이어 줄기는 스르륵 나무 아래로 흘러내리더니, 곧바로 작은 문 형태로 모습을 바꿨다.
누가 설명해주지 않았음에도, 여명은 저 문이 꿈 밖으로 이어지는 출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곧 자칭 세계수 줄기가 말했다.
-천여명, 이건 네가 엮일 일이 아니다. 애초에 너는 이곳에 있을 자격이 없다. 나가라.
여명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그걸 왜 그쪽이 정합니까?”
-조금 전에 했던 말 못 들었나? 그렇다면 다시 말해주마. 바로 내가! 진짜 세계수이기 때문이다.
“….”
아, 그제야 여명은 저 목소리를 어디서 들었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세계수의 결정과 대화할 때마다 들었던 바로 그 목소리였으니까.
그럼 저 줄기가 정말로 세계수인 건가? 여명이 미간을 찡그리는 사이, 줄기가 문을 열며 말했다.
-몇몇 조각이 약속을 어기고 잘못된 선택을 했을 뿐. 너를 선택한 건 진짜 나의 의지가 아니었다.
“…잘못 선택했다?”
-그래, 너를 돕는 건 우리의 운명이 아니었음이니, 이제 오류를 바로잡아야 하는 순간이다. 어서 떠나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
“….”
여명은 이게 다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쇠미리를 바라봤다. 그녀는 조금 가라앉은 눈으로 줄기를 노려보다가, 여명이 들으라는 듯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웃기지 마세요.”
-….
“우리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요. 그 증거로, 여명은 만주와 드레이테리얼에서 무수한 사람을 구했어요. 수백만을 구했다고요.”
다음 순간, 다른 덩굴줄기가 땅으로 흘러내리더니, 서서히 사람의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쇠미리보다 조금 크지만, 어딘가 묘하게 닮은 엘프의 모습.
줄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빼고 본다면 쇠미리의 언니나 엄마처럼 느껴지는 모습의 엘프가 말했다.
-세계 전체 인구와 비교하면 1%도 되지 않을 사람을 구한 게 그리도 자랑스럽더냐? 겨우 그깟 만족감을 위해 너희는 운명을 거슬렀다! 시나리오를 망쳤어! 이게 얼마나 더 끔찍한 미래를 불러올지, 알고 있느냐?
“그걸 누가 확신할 수 있죠? 시도해보지도 않고 운명에 순응한 채 그게 가장 좋은 길이라고 어떻게 확신…!”
쇠미리의 말이 끝나기 전에, 자칭 세계수가 고함을 내질렀다.
-닥. 쳐. 라!
여명조차 눈살을 찌푸리고, 쇠미리의 귀에서 피가 흘러내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성량.
-이 어리석은 것! 진짜 비극이 뭔지는 아느냐? 모르겠지. 모르니까 그렇게 당당할 수 있겠지!
자칭 세계수는 준엄하게 삿대질하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것은 만주나 드레이테리얼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비극이며, 이 숲이 불타는 것만큼이나 끔찍한 종말이다! 그러니, 너! 아무것도 모르는 새싹이여! 감히 운명의 길을 벗어난 핑계를 입에 담지 말지어다!
쇠미리는 무어라 반박하지 못했다. 할 말이 없다기보단, 귀에서 흐르는 피 때문에 입을 열지 못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여명의 몸을 꾹 붙잡고 기절하지 않도록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머리카락 위에 쌓인 잿가루가 흘러내리는 가운데, 여명은 쇠미리에게 팔을 빌려주며 말했다.
“…여기까지만 합시다.”
-뭐라?
“그쪽 사정이 무엇이건 간에, 제가 세계수의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니 잘못은 따지지 않겠습니다.”
-….
“잘못 선택하셨다고 하셨지요? 그렇다면 저는 앞으로 세계수의 도움은 받지 않겠습니다. 먹은 결정을 토해내라면 토해내겠습니다. 그러니 이것으로 끝냅시다.”
정중한 말투와 태도. 여명은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쇠미리를 데리고 이 꿈에서 나가겠습니다. 길을 터주십시오.”
그러나 그를 본 자칭 세계수의 얼굴에는 작은 비웃음이 서렸다.
-나의 조각들이 진실을 가리고 있어 모든 것을 보진 못했지만… 이 정도로 노골적이라면 알 수밖에 없구나. 인간 천여명아, 너는 나의 새싹을 원하느냐?
“…예?”
여기서 그런 주제가 튀어나온다고? 여명이 말문이 막힌 걸 본 세계수가 멋대로 지껄였다.
-부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안타깝구나. 그러나 그녀는 운명이 주인공을 위해 준비한 히로인이니, 너는 나의 새싹에게 있어 아무것도 아니다.
주인공? 히로인? 오랜만에 듣는 단어에 여명의 입술이 일자를 그렸다.
‘…주인공을 위한 히로인?’
그러거나 말거나, 자칭 세계수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녀는 오직 주인공만을 위해 자라난 새싹이고, 그를 위해 피어날 꽃이다. 인간 천여명, 너는 그녀가 어째서 차원문을 넘어 아카데미로 왔는지 아느냐? 그녀는 스스로 지구와 엘프 사이의 평화의 증표가 되고자 했다!
“….”
-그 목적에 가장 걸맞은 결말이 무엇이라고 보느냐? 현시대 성녀의 부모가 그러하듯, 지구인인 주인공과의 운명적인 사랑이다. 하지만 너는? 순혈 아샤인인 것도 모자라, 그녀를….
복수로 이끌었지. 여명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쇠미리를 보며 뒷말을 삼켰다.
순혈 아샤인이란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용사의 혈통도 혈통이지만, 거대한 새 머리의 거인이 이미 그가 지구인이 아니란 걸 귀띔해줬으므로.
하지만 그게 어떻단 말인가. 그는 지구에서 자랐고, 아샤의 문화보다 지구의 문화에 더 익숙한 인간이었다. 혈통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나 세계수는 다르게 생각하는 듯했다.
-이제 알았으면 꺼져라. 너는 더 이상 내 새싹과 엮여서도 안 되고, 여기 있어서도 안 된다.
여명은 고개를 저었다.
“…거절합니다.”
-뭐라?
“그녀는 제게 도움을 요청했고, 저는 그녀를 도우러 왔습니다. 그러니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세계수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등 뒤의 나무에서 무수한 덩굴줄기가 땅으로 흘러내리는 가운데, 그것은 차갑게 말했다.
-욕심은 죽음으로 향하는 길이니. 탐욕스럽고, 동시에 어리석구나, 인간 천여명. 새싹을 향한 너의 욕망이 역겨울 정도다.
“….”
-아니라고 말하지 마라. 난 너의 진의를 안다. 오만하고, 정신 나간 진의.
여명의 눈썹이 휘어지기 무섭게, 자칭 세계수가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지금 네 몸에서 흘러나오는 별의 냄새가 증거 아니더냐? 별의 권능을 덜컥 받다니. 네 진의에 따르면 그에게 모든 권능을 받았겠지? 아, 설마 셋 중 하나만 받은 건 아닐 테지?
포시스의 별과 그가 한 거래를 바로 옆에서 본 것처럼 지껄이는 게… 다 알면서 조롱하려는 생각으로 하는 말이 틀림없었다.
여명은 꿈이 연결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실감하며 대답했다.
“…제 진의를 오해하고 있군요.”
-그렇게 핑계 대고 싶겠지. 다 가지고 싶다는 진의에 오해할 여지가 어딨느냐? 이미 한 번 꺾은 진의, 두 번 꺾지 못할 것은 또 무엇이고?
여명은 재차 고개를 저었다.
“음… 제 진의는 제가 원하는 걸 다 가지는 겁니다. 그냥 눈앞에 있는 걸 다 가지는 것과는 다르죠. 주어도 다르고, 목적도 다르고. 나무라서 지구식 문법이 좀 어려우신가?”
그러자 자칭 세계수는 여명과 아직도 그를 붙잡고 있는 쇠미리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새싹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냐? 단지 의리로 남의 운명에 끼어드는 거라고?
“아뇨, 그건 아닙니다.”
여명은 쇠미리를 힘껏 끌어당겨 그의 품에 안으며 대답했다.
“그냥, 남의 운명에 끼어드는 게 제 특기라서.”
그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자칭 세계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그리고 여명이 살기를 느끼는 순간, 땅과 하늘에서 무수한 덩굴줄기들이 그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