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432)
을 위한 세계는 없다-432화(432/817)
***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본 진여명은 침을 삼켰다.
방공호 바닥에 쌓인 얼음과 벽에 남은 그을림들, 그리고… 머리가 터진 채 죽어있는 강 중령까지.
누가 봐도 마법사들이 접전 끝에 강 중령을 쓰러트린 모습이었다.
‘최악이다.’
촉수와 싸우며 군용헬기까지 날려 먹은 판에, 군이 아니라 외부인들이 사건을 해결했다고?
비록 진여명이 책임자는 아니었지만, 좆 됐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연예인 생활과 함께 끊은 담배 생각이 간절할 정도.
그는 걸음을 멈추고 뒤따라오는 군인들을 향해 정지 수신호를 보냈다.
진여명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한발 앞서 촉수의 원인을 찾으시다니. 역시 마탑의 마법사님이십니다.”
가벼운 칭찬으로 말문을 튼 그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제 상황도 다 종료된 거 같으니, 저희 쪽 기지로 모시겠습니다.”
“….”
“숙소로 가셔서 상처도 치료하시고, 혹시 모를 감염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니 무료로 검사도 해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장은 저희가 정리하겠습니다.”
아까 전 위에서 나눈 대화와 달리 크림처럼 부드러운 말투였다. 뭐, 그래봤자 중요한 건 하나뿐이었지만.
누가 현장을 정리할 것인가?
진여명은 보란 듯 몸을 틀어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마법사들이 그의 말을 들어주면 더할 나위가 없었겠으나…
“싸움은 우리가 하고, 공은 그쪽이 먹고?”
역시나였다. 마탑의 처형관은 장난질하지 말라는 듯 옅게 웃었다.
진여명 또한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이런 문제에 공을 다투다뇨. 그저, 이 도시를 관리하는 군의 입장에서 뒷정리를-”
“이상하네, 언제부터 이 도시가 한국의 영토였지?”
“….”
“배려는 고맙지만, 공식 절차대로 하지. 경찰, 군 관계자, 언론… 차례대로 부르자고. 알겠어?”
진여명은 어금니에 꽉 힘을 줬다. 말로 넘어갈 가능성이 막히자 다른 가능성이 떠올랐다.
씨발, 그냥 쏴버려?
촉수를 잡는 과정에서 한 명 희생되긴 했지만, 이쪽에는 기관총으로 무장한 군인이 넷이나 있었다.
이런 좁은 방공호에서 일제사격을 갈기면 아무리 잘난 마법사라도 벌집이 되는 건 시간문제…
…문제는, 마탑의 처형관은 그냥 잘난 마법사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혁명으로 몰락한 마탑이 억지로 키워낸 전문 살인마들.
진여명은 슬쩍 발막의 상태를 가늠해봤다.
강 중령과 꽤 험하게 싸운 건지, 팔이 잘려있는 건 물론이고 얼굴마저 창백한 상태였다.
저 정도면 해볼만 하지 않-
그때, 가만히 보고 있던 용병 놈이 끼어들었다.
“야, 눈깔.”
“…뭐?”
용병은 두 손가락으로 자신과 진여명의 눈을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눈깔 조심하라고. 무슨 생각하는지 다 보이니까.”
“….”
이 새끼가? 진여명은 표정 관리를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얼굴 근육에 힘을 줬다.
그의 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가운데, 용병이 계속 지껄였다.
“눈에서 레이저 나오겠네… 왜, 자신 없냐?”
“아니, 진짜 이 씨발 새끼가….”
진여명의 입술이 일그러지며 욕설이 튀어나왔다. 주변 공기가 무거워지는 가운데, 용병 놈은 아예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아, 자신 있어? 자신 있으면 쏴.”
“….”
“아니면 시간도 필요하냐? 그러면… 뭐, 기분이다.”
용병은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를 권총 한 자루를 그의 발치에 던졌다.
“내가 10초 줄게. 10초 동안 마음껏 방아쇠 당겨. 느그 부하들이랑 같이 두다다다 해도 내가 기다려줄 테니.”
“….”
“하지만, 10초 내로 못 죽이면….”
말끝을 흐린 용병은 뒤따라온 복면 군인들까지 싹 훑으며 덧붙였다.
“너희 전부, 오늘 이 자리에서 특진 시켜주마.”
한국군은 전통적으로 작전 수행 중 사망한 군인의 계급을 올려줬다.
즉, 특진 시켜준다는 말은 죽여주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진여명은 눈을 부릅뜨고 녀석을 노려봤다.
“자, 샌다. 하나.”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이 새끼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하는 의문이었다.
“둘, 셋….”
뭔가 노림수가 있나? 아니면 단순히 용병 특유의 멍청함인가? 진여명은 이를 갈며 머리를 굴렸다.
“넷, 다섯….”
마탑의 처형관을 믿는 걸까? 아니면 뭔가 숨겨둔 실력이 있는 걸까.
녀석과 그릇이 직접 지하로 내려온 게 아니라, 휩쓸렸다고 지레짐작한 진여명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여섯, 일곱….”
그제야, 진여명은 조용히 지팡이를 겨누고 있는 그릇을 확인했다.
그녀를 보자 머리가 차가워졌다. 잠시 머리가 돌아서 처형관을 죽여버릴까도 했지만, 그릇은?
한국군이 관리하는 곳에서 그릇이 죽으면, 마탑이 어떻게 나오겠는가? 그를 거둬준 분의 입지는 또 어떻고?
“여덟, 아홉….”
지금은 물러나야 할 때였다. 본전 욕심에 눈이 멀면 더 큰 손해를 보게 될 테니까.
판단을 끝낸 진여명이 물러나는 순간. 용병 놈의 한마디가 선을 넘었다.
“열… 아, 그 자식이랑 이름이 같아서 깡도 비슷한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었네.”
“뭐?”
“못 알아들었으면 됐고.”
그렇게 지껄인 용병 놈이 퉤- 마침표를 찍듯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게 신호였다. 진여명은 그 이상 참지 않고 뒤 도는 용병 놈의 어깨를 붙잡았다.
“야 이 새끼야.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아, 귀가 안 좋으셨나? 그럼 다시 말해드리지. 그 자식이랑 이름이 같아서 깡도 비슷한 줄 알았다고.”
“….”
“그 자식이 누군지도 알려줘야 하나? 천여명. 그쪽 유명세를 다 빨아 먹은 그놈 말이야. 내가 소싯적에 그놈하고 같이 활동한 적이 있는데… 당신이 왜 밀렸는지 알겠어.”
세상에는 넘어선 안 되는 선이라는 게 있는 법이었다. 진여명은 더는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퍽! 주먹에 맞은 용병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일개 마법사 새끼가 감히 근접전에서 초인을 도발해?
진여명이 멈추지 않고 한 번 더 주먹을 휘두르려는 순간.
“컥.”
그의 입에서 단말마가 흘러나왔다. 컥컥 거리는 숨소리를 따라 꽉 쥐어진 주먹에서 힘이 빠지길 잠시. 그는 쓰러지듯 무릎을 꿇었다.
“커흑, 커헉- 켁.”
목을 붙잡은 채, 애써 숨을 내뱉는 그의 모습은 목이 졸린 사람의 그것이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군인들이 그 변화를 눈치채고 기관총을 들자마자, 용병이 그들을 향해 손가락을 겨눴다.
“죽을 일 없으니 가만히 있어. 그냥 염동력으로 목 좀 조르는 거니까.”
“….”
“주제 파악만 시켜주고 끝낼 생각이다만… 너희가 쏘면 죽을 거다.”
직후, 그의 손에서 얇은 얼음이 돋아났다. 위협치고는 별 볼 일 없는 마법이었으나, 군인들은 조용히 총구를 내렸다.
방공호 바닥에 쌓인 얼음 마법을 펼친 게 누군지 확실해졌으므로.
복면 군인 중 가장 덩치가 작은 녀석이 말했다.
“…군은 오늘 일을 잊지 않을 겁니다.”
“사람은 원래 이런 일을 쉽게 못 잊어. 아, 너희는 사람이 아니라 모르나?”
꿈틀, 복면으로 가려진 군인들의 얼굴 아래 무언가가 움직였으나 용병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
“아무튼, 여기 책임자분께서 기절하셨으니, 다른 책임자를 불러라. 이번에는 연예인 말고 진짜 제대로 된 군인으로.”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신을 잃은 진여명이 털석 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진 그를 챙긴 군인들은 조용히 뒤로 물러나 무전기를 꺼냈다.
-본부, 여기는 목양견, 문제가 생겼다.
***
다음 날 아침, 승만 시티에서 가장 큰 역인 만송역.
마탑으로 직행하는 고급 열차의 특등석에서, 한 외팔이 마법사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큼지막한 최신 휴대폰 화면에 떠 있는 건 인터넷 뉴스 페이지였다. 그것도 한국 뉴스만을 모아놓은 페이지.
…
[그릇의 ‘영웅적인 활약’… 한국군은 사건 축소에 급급?] (1098) [현장 사진 ‘실려 가는 진여명’] (8332) [‘마법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 마탑의 미래가 보여주는 겸양.] (102) [만주에서 탈출한 괴수? 사실이라면 군의 책임… 홍용완 의원, 국방부 장관의 국회 출석 요구.] (98)…
설렁설렁 뉴스 제목을 확인하던 마법사는 어느 순간 손가락 멈췄다. 아주 골 때리는 기사 제목이 눈에 들어온 까닭이었다.
[‘전부 천여명에게 배웠어요’… 그릇의 충격 고백?] (3887)하지만 자극적인 제목과 달리, 기사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저번 시드니에서 종말 교단의 꼬리를 잡은 천여명과 그릇을 비교하며 그릇이 천여명에게 배운 게 아닐까? 라는 말로 끝내는 추측성 기사.
아이러니한 점은, 그나마 이 기사가 가장 진실에 가깝다는 사실일까.
“…재밌다고 생각하지 않나?”
외팔이 마법사가 고개를 돌리며 말하자, 이제 막 기차 칸의 문을 열고 들어오던 용병이 눈썹을 까딱였다.
“뭐가 말입니까?”
“어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말이야. 곱씹을수록 재밌단 말이지… 자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예, 딱히.”
용병은 그의 반대편, 특등석 침대에 앉으며 대답했다. 침대에 앉는 모습이 몹시 익숙했다. 일개 용병이 이런 특등석에 익숙하다고?
외팔이 마법사, 발막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게 재미없다고? 생각보다 유머 감각이 부족한 친구였군. 아니면… 이런 사건에 익숙한 건가?”
그러자 용병은 노골적으로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대로 생각하시죠.”
“대답하기 싫은 질문인가 보지? 좋아, 그럼 대답하기 편한 질문부터 시작하지. 우리 그릇과 자네 동료는 어느 칸에서 묵나?”
“….”
용병은 귀찮은 티를 숨기지 않았으나, 빤히 쳐다보는 발막의 눈빛을 외면하지도 못했다.
그가 대답했다.
“VIP용 귀빈 칸에서 묵을 겁니다. 한국 정부가 신경 좀 썼더군요.”
“몰래 카메라나 도청 장치는 확인했겠지?”
“예.”
용병은 그대로 대화를 끝내려는 듯 책을 꺼냈다.
맹자.
발막은 그가 책을 펼치기 전에 재빨리 다음 질문을 꺼냈다.
“그래서, 진여명은 왜 도발한 건가?”
“….”
“이것도 대답하기 싫은 질문인가?”
용병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발막이 텅 빈 왼팔을 휘두르고 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녀석을 제압하는 편이 협상을 진행하는데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용병의 감이죠.”
실제로도 그랬다. 진여명 다음으로 도착한 군 관계자는 의외로 순순히 그릇과 처형관의 요구를 들어줬다.
하지만…
“그건 너무 끼워 맞추기식 대답으로 들리는데. 사실 그냥 한국군을 엿 먹이고 싶었던 건 아니고?”
“…마음대로 생각하시죠.”
“할 말이 없으면 그 말을 꺼내는군. 그렇지?”
“예, 그것도 마음대로 생각하시죠.”
그 대답 어디가 웃긴 건지, 발막은 킥킥 웃으며 침대 위에 놓인 가방을 열었다.
슬쩍 가방 속을 내용물을 확인한 용병이 눈살을 찌푸렸다.
단단하게 잠겨 있던 가방 속에 들어있는 건, 아직도 녹지 않은 발막의 왼팔이었으니까.
차갑게 굳은 자신의 왼팔을 이리저리 흔들던 그는 잘린 단면에 팔을 가져다 댔다.
뭘 어쩌려는 거지? 용병이 관심을 쏟은 순간, 그의 입에서 예상외의 말이 튀어나왔다.
“지혜와 청색의 베눌이시여. 제게 치유의 힘을 주소서.”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기도와 함께, 그의 팔에 푸른 빛이 어렸다.
치유의 기적… 그것도 꽤 수준급 기적이었다.
용병은 설마 그가 신성을 동시에 사용할 줄 몰랐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신기하지? 마법사가 신성을 사용하다니.”
“….”
“혁명 이후 마탑도 노력을 좀 했거든. 마법 제일주의에서 벗어나 물리학도 배우고, 지구의 철학도 배우고, 신과 소통하는 법도 배우고….”
발막은 서서히 달라붙는 자신의 팔을 보며 덧붙였다.
“…나 같은 경우는 전문적인 수사법과 추리, 그리고 범죄 심리학도 배웠지. 직업상 개새끼들을 쫓는 일이 많아서.”
“….”
“아하, 방금 움찔거리는 거 봤어. 뭐 찔리는 게 있군. 그렇지?”
용병은 반응하지 않았다. 아예 대놓고 그를 무시하려는 듯 책을 펼치더니 고개까지 돌려버렸다.
하지만 발막은 개의치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그거 알고 있나? 최근까지 나는 인천 도살자라는 녀석을 추적해왔네. 재밌는 친구였어.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여럿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진짜 사이코패스와 달리 엄청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녀석이었지.”
“….”
“내가 분석하기에, 녀석의 살인은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있었어. 그리고 그걸 증명하는 것처럼, 살인을 거듭할 때마다 녀석은 강해졌지. 마치 게임 속 몬스터를 잡고 강해지는 캐릭터처럼… 신기하지 않나?”
여전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발막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씨익 웃으며 말했다.
“타인을 살해할 때마다 강해지는 재능… 상상만으로도 무시무시하지 않나? 난 이보다 더한 재능을 본 적 없어. 딱 한 명을 제외하고.”
“….”
“천여명. 갑자기 튀어나온 신진 초인. 그는 아카데미에만 처박혀 있는 데도 어마어마하게 빨리 강해지는 것 같더군. 상식적으로 실전도 없이 그렇게 강해지는 건 불가능한데 말이야… 실력을 숨기고 있던 걸까? 아니면… 어디선가 실전을 겪고 있는 걸까?”
“…아카데미에서 실전 같은 훈련을 하나 보죠.”
“하하, 그럴지도. 근데… 내가 그릇을 가르치면서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면, 실전 같은 훈련과 진짜 실전은 다르다는 거야.”
거기까지 말한 발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을 보는 용병의 머리 위로, 그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결론적으로, 내 생각은 이렇네. 천여명은 아카데미를 다니면서도 실전을 겪고 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한 이유는… 그가 대단한 변신술을 익히고 있다는 것. 내 가설이 어떤가?”
“….”
용병은 그제야 발막을 올려다봤다.
“그건 너무 끼워 맞추기식 대답으로 들리는군요.”
조금 전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돌려받자, 발막은 한층 더 즐겁게 웃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천여명이 강해졌다는 말 자체가 넘겨짚기잖습니까? 당신은 그의 강함이 어느 정도인지 알 방법도 없고, 알지도 못합니다.”
“음… 합리적인 지적이군. 좋아, 즉흥적으로 생각한 말이라 조금 엉성한 면이 있는 건 인정하겠네.”
어깨를 으쓱인 발막은 그대로 허공에 몸을 기울였다. 보이지 않는 염동력으로 만든 의자에 앉은 그는 여명과 얼굴을 마주하며 말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엉성하기로는 자네 핑계도 만만치 않아. 교장이 호위를 붙여줬다고? 그 짠돌이가? 왜, 차라리 성녀랑 그릇이랑 친구 먹었다고 하지?”
“….”
“자, 자. 이만하면 서로 드러난 패는 다 깐 거 같은데… 이제 숨겨진 패를 까는 건 어떤가? 천여명.”
그때, 창문 밖에서 출발을 알리는 경적이 울렸다.
열차가 덜컹거리는 가운데, 용병… 아니, 여명은 피눈물의 환상을 벗었다.
“…원하시는 게 뭡니까.”
발막은 흥미로운 듯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야. 이 시점에 그릇을 끌고 마탑에 가는 이유가 뭐지? 솔직히 살로메랑 결혼 승낙받으러 가는 아닐 테고… 뭐, 마탑의 타락을 단죄할 용사라도 되는 건가?”
“…?”
여명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자, 발막 또한 물음표를 띄웠다.
“어… 그런 반응은 예상 못 했는데…? 혹시 어느 단어에 놀란 건지 알려줄 수 있겠나? 용사? 아니면 마탑의 타락?”
안타깝게도, 둘 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