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472)
을 위한 세계는 없다-472화(472/817)
EP.472 아타카attacca (5)
* * *
***
두메아 가문 저택 내부, 드넓은 식당.
온갖 음식 냄새와 사람들의 피로가 코를 찌르는 그 공간에서, 살로메는 오랜만에 태블릿을 두들기고 있었다.
『[속보]차원문? 마법? 정체불명의 원과 밀려드는 괴수들.』
『[속보]대피하는 히라리아의 시민들과 반대로 가는 성기사들』
『[속보]‘공포의 밤’… 실물로 찍힌 수만 마리 괴수의 습격.』
그녀의 태블릿 위로 떠 오른 건 어젯밤의 기사들이었다. 다급한 순간을 증명하듯, 흔들리는 사진들이 가득한 속보들.
잠시 속보를 훑은 살로메는 어젯밤 여명의 행적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리고 문뜩 인상적인 제목의 뉴스를 발견하고 손을 멈췄다.
『괴수와 맞서 순교한 성기사… 성국은 모르고, 성녀는 알았다?』
뉴스 기사에는 도망치는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는 성기사들의 등이 찍혀 있었다.
꽤 멋진 사진이었고, 그에 비례해서 성녀를 찬양하는 종교인들의 댓글이 가득 달려 있었다.
아마 성녀가 이걸 봤으면 꽤 당황… 하지는 않겠지. 워낙 뻔뻔한 여자다 보니.
살로메는 안대 낀 성녀를 떠올리며 큭큭 웃다가, 문뜩 일을 꾸민 여명에게 감탄했다.
그 짧은 사이에 성기사로 변장한 것도 대단한데, 성녀까지 팔아먹을 줄이야.
여명은 알고 있을까? 그가 지구인, 혹은 정체불명의 인물로 변신했다면, 히라리아는 꼼짝없이 정치적 외압을 받게 되었을 거라는 걸.
그나마 아샤인들끼리 일을 해결했기에, 프랑스나 미국 같은 선진국들이 끼어들지 못하고 구경만 하고 있-그녀의 상념이 이어지던 그때, 카레닌의 목소리가 그녀를 깨웠다.
“케이크 먹으면서 해.”
탁-괴수는 그녀의 바로 앞 식탁에 커다란 꿀 케이크를 내려놓고는, 감사 인사도 받지 않고 다시 주방으로 떠났다.
뒤뚱거리며 주방으로 향하는 괴수의 뒷모습이 참으로 어색했으나, 식당에 모인 누구도 놀라거나 겁먹지 않았다.
카레닌 또한 어젯밤에 목숨을 걸고 외벽을 지킨 전우였으니까.
…아무튼, 살로메는 포크로 꿀 케이크를 한입 크게 떠먹으며 다시 태블릿으로 시선을 돌렸다.
『밀려드는 괴수와 정체불명의 차원문, 심지어 용을 봤다는 증언까지… 히라리아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지옥에서 서로를 돕다.’ 히라리아의 현장 뉴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뉴스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뉴스는 일부에 불과했다.
『충격! 마탑 내부의 권력 싸움에 휘말린 시민들! 에어컨 혁명에 이은 괴수 혁명?』
『군사 목적 괴수 생산… 또 국제법을 위반한 마탑. 이대로 괜찮은가?』
『[사설] 아샤인들의 얄팍한 민주주의가 부른 비극… 국제 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
뉴스 페이지를 차지한 기사 대부분은 노골적으로 아샤를 깔보는 지구의 시선으로 쓰어졌거나…
『마탑 원로원의 타락! 그 배후에는 히틀러와 아넨에르베가 있었다?!』
『프레드 F 목사 인터뷰 ‘성녀와 종말 교단은 불편한 동맹 관계.’』
…음모론자들이 좋아할 법한 기사들뿐.
그래도 살로메는 꿋꿋이 멀쩡한 기사들을 찾아 손가락을 움직였다.
『배후에는 또 종말 교단? 마탑주 ‘교단 핑계 대지 않겠다.’』
『“씻을 수 없는 죄”… 전대 마탑주 사비나를 비롯한 마탑 주요 인사들 재판대에 올라.』
『원로원 폐쇄, 마탑 전격 개방… 마탑주 토마시 “이대로는 안 된다.” 개혁 의지 불태워.』
『히라리아의 문제는 히라리아가 해결한다… ‘외교적 간섭 최소화.’』
다행히 모든 기자가 등신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수가 적긴 했지만 마탑의 의견을 반영한 기사들도 분명히 존재했으니까.
살로메는 공개 재판을 연 마탑주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심한 뒤, 가장 조회수가 높은 기사를 확인했는데…
『‘용사의 부름을 받고 왔다.’』
뭐야 이거? 그녀는 어그로를 이기지 못하고 제목을 눌렀다.
기사에는 단둘이서 만 단위의 괴수를 학살한 기사들의 짧고 굵은 인터뷰가 담겨있었는데, 용사가 누군지, 어떻게 알고 그들을 불렀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리플을 확인해 봤지만, 영양가 있는 리플은 하나도 없었다.
기사들이 입고 있는 갑옷이 옛 제국기사단 양식이라느니, 용사 같은 건 실존하지 않느니 하는 쓸모없는 리플들뿐.
결국, 살로메는 인터뷰 당사자에게 묻기로 했다.
“저기, 기사님?”
그녀의 목소리는 식탁 반대편, 빵을 입에 문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산초를 깨웠다.
화들짝 눈을 뜬 그는 빵을 꿀꺽 삼킨 뒤 대답했다.
“날 부른 건가? 귀족 아가씨?”
귀족 아가씨… 그러고 보니 나 두메아 가문의 후계자였지.
성녀나 엘프 공주 같은 높으신 분들 사이에 껴있느라 종종 그 사실을 까먹곤 했다. 크흠, 오랜만에 귀족 취급을 받은 그녀는 아가씨다운 태도로 말했다.
“예, 여쭤볼 게 있어서요.”
“나한테? 음… 뭐든 물어보시오.”
그녀는 곧바로 태블릿을 내밀었다.
“여기, 이 기사에 적힌 내용이 사실인가요? 용사가 불러서 왔다는 거요.”
“아, 뭘 묻나 했더니….”
눈을 비빈 산초는 물잔을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그게 사실이겠소?”
벌컥 물을 들이켠 그는 식탁 저편, 할머니와 토마시, 그리고 세티와 함께 앉아 뭔가를 떠드는 여명을 가리켰다.
“지금은 주무시고 계시는 단장님과 나는 저 친구… 정확히는 세티 양이 불러서 왔소. 용사가 불러서 왔다는 건 그냥 인터뷰에서 한 말에 불과하오. 뭐… 그 인터뷰도 저 친구가 시켜서 한 일이지만.”
“….”
“대답이 되었소?”
살로메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아, 이 사람은 여명이 용사라는 걸 모르는구나.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목적을 생각하면 용사라는 걸 굳이 밝히지 않는 편이 나았으니까.
그럼 왜 이런 인터뷰를 부탁한 거지? 어그로용인가?
그렇게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마탑주가 벌떡 일어나더니, 식당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자식아! 아무리 그래도 마리당 만 달러는 아니지!”
또 뭐람? 살로메와 산초가 동시에 놀라 고개를 돌리자, 마탑주는 아예 손가락질까지 하며 성을 내고 있었다.
“저 괴수들 하나만 암시장에 내다 팔아도 그 백 배는 받을 수 있거늘! 그걸 이따위로 후려쳐?”
남아있는 정예 괴수에 관한 이야기인가?
산초가 흥미를 잃고 다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 것과 달리, 살로메는 여명과 세티를 빤히 바라봤다.
어색하게 웃는 여명과 달리, 세티는 팔짱을 끼고 흥-콧방귀까지 뀌고 있었다.
“어차피 가지고 있어 봐야 국제 사회 눈초리만 받을 물건 아닌가요? 저희가 선의로 처분해드리려고 했는데… 뭐, 싫으면 마세요.”
“….”
“아, 그리고 암시장에 파신다고 했죠? 어디 열심히 해보세요. 끼어들 명분이 생긴 국제 사회… 특히 미국이 아주 좋아 죽을 테니까. 그렇죠?”
마탑주는 반박하지 못한 채 오만상을 찌푸렸다. 세티는 그런 그를 향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마리당 만 오천 달러. 대신, 베리야의 구슬에 넣어주는 비용은 무료로. 어때요?”
대체 저런 흥정 스킬은 어디서 익힌 걸까. 나랑 동갑 아니야? 살로메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지켜보길 잠시.
보고만 있던 여명이 중재에 나섰다.
“에이, 세티. 그건 너무하잖아.”
“그런가?”
“마탑도 복구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여기서는 마리당 만 오천은 유지하는 대신, 베리야의 구슬에 괴수를 넣는 비용은 따로 계산하고… 추가로 탑주님이 부탁하신 투자금을 히라리아에 투자하는 걸로. 어때?”
“뭐… 여명의 제안이 그렇다면야.”
그렇게 세티가 물러나자, 마탑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 조건을 받았다.
“하아, 그나마 자네랑은 말이 통해서 다행이구먼.”
토마시는 여명과 악수하며 힐끗 세티를 노려봤다.
그리고 멀리서 그걸 지켜보던 살로메는 애써 쓴웃음을 삼켰다.
이런 부부 사기단 같으니. 값을 후려친 건 여명도 똑같잖아.
어쨌거나, 잠시 그들을 바라보던 살로메는 태블릿을 내려놓고 식당 창문을 바라봤다.
전투의 여파로 깨진 창문 너머로, 해가 슬그머니 고개를 기울이고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사람들의 발아래 이어진 그림자가 시계 침처럼 길게 늘어지는 걸 확인한 살로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직도 전후처리에 바쁜 할머니가 계신 안뜰로 향했다.
작별 인사는… 늦지 않을수록 좋았으니까.
***
“여태껏 살아계실 줄 몰랐습니다.”
에케모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방을 울렸으나, 기사단장은 묵묵히 메이스를 닦았다.
수많은 괴수들을 때려죽이고, 수천 번의 화산쇄설을 견뎌낸 메이스는 지친 듯 계속 피와 때를 뱉어내고 있었다.
한참 동안 메이스를 닦던 기사단장은 새 헝겊과 갑옷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단순히 안부를 묻는 건가? 하지만 내게는 내가 당연히 죽었을 거라는 말로 들리는군. 안타깝지만, 내가 직위에 비해 그렇게 고매한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지. 자네를 이렇게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고깝군.”
“….”
“뭐, 자네의 진심이 무엇이건, 마탑을 참전시키는 대신 혁명을 일으킨 마법사가 하기에 적절한 첫말은 아니야. 그렇지 않나?”
에케모는 쓰게 웃었다. 그가 고개를 숙이는 가운데, 기사단장은 갑옷 위에 물을 뿌렸다.
굳은 피가 물과 함께 주르륵 흘러내리길 잠시.
에케모가 조심스레 방문을 닫은 다음 말했다.
“천여명이란 인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글쎄, 자네보다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에케모는 붉게 물드는 헝겊을 바라본 뒤, 다시 기사단장을 바라봤다. 그의 강건했던 육체는 쇠했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굳건했다.
“뭘 알고 싶은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 그는 자신을 세티의 연인이라 소개한 젊은 기사일세. 됐나?”
“정식 서임을 받은 기사도 아닐 텐데… 그런 이유만으로 도우러 오신 겁니까?”
“정식 서임을 받지 않아도, 그는 기사일세. 부탁을 위해 피할 수 있는 싸움에 맞서고, 죽음 앞에서도 명예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기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그리고 내가 그런 기사를 도우러 오는 게 뭐가 그리 이상한가?”
기사는 서임이 아닌 행동으로서 정해지는 법. 그것이 제국이 몰락하고, 초인이 연예인이 된 시대에 단장이 내린 결론이었다.
“….”
에케모는 대답하지 않고 한참 동안 뭔가를 생각했다.
이윽고, 그는 찾아온 이유를 꺼냈다.
“그러면, 그가 성녀님의 아들이란 사실도 알고 계십니까?”
기사단장은 움찔, 손을 멈췄다. 하지만 아주 잠깐에 불과했다. 그는 다시 헝겊을 움직여 갑옷을 닦고는, 피가 묻은 헝겊을 짜며 말했다.
“아니, 몰랐네. 하지만….”
단장은 잠시 물이 담긴 양동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아니, 그 무엇보다도 진하다.
역시 그 피가 어디 가지 않음인가? 그는 그제야 성녀님이 꿈에 나온 이유를 깨달았다.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군.”
온갖 상념을 삼킨 단장은 새 헝겊을 꺼내 기름을 묻히고, 깨끗해진 흉갑을 문질렀다. 에케모는 갑옷에 비치는 단장과 그의 무기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해드리는지 아시겠습니까?”
“옛 실수를 만회하려는 생각은 아닐 테고… 글쎄, 모르겠군.”
갑옷에 기름칠을 끝낸 단장은 메이스에도 기름칠하기 시작했다. 어젯밤 에케모의 몸을 두들겼던 무기는 묵묵히 기름을 머금었다.
“언젠가, 이 사실이 알려지면 그들이 그를 노릴 겁니다.”
“…그들?”
“미국에 있는 예언자와… 공산주의자들. 그들이 남아있는 한, 그는 혼란을 부르는 자석이나 마찬가집니다.”
이유는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여명이 익히고 있는 주가시빌리와 성녀의 아들이라는 핏줄.
기사단장의 눈이 가라앉았다.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새 전투를 맞이할 준비가 끝난 메이스와 마찬가지로, 그는 차가운 눈으로 에케모를 바라봤다.
“저는 그를 돕기는커녕, 제 죗값을 갚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하지만 단장님은… 다르시지요.”
에케모의 목소리에는 작은 수치심이 담겨있었다. 많은 걸 알고 있으나 대비할 수 없는 지식인의 수치심이었다.
지혜로운 자는 수치에서 배우는 법. 기사단장은 그의 진심을 믿어보기로 했다.
“마하간의 제자여,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내 작은 비밀 하나를 알려주겠네.”
“무엇입니까?”
“나는, 전쟁터에서 성녀님께 맹세했네. 미래에 태어날 그분의 아들의 대부가 되어주겠다고.”
에케모는 대답하지 않았다.
안도감, 혹은 오지랖을 부렸다는 부끄러움이 그의 눈가에 감도는 가운데, 기사단장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가 성녀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늦게 알려질수록 좋겠지… 이제 가게,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오래, 가능하면 영원히 이 사실을 함구하게.”
***
이탈리아 언론 가제타의 히라리아 특파원, 베아트리체는 좌절하지 않았다.
자신의 기사가 선을 넘었다며 편집부가 멋대로 내용을 수정하고, 또 그 기사의 조회수가 엉망이 되었어도…
‘괴수 사냥은 이탈리아 초인들이 더 잘했을 거라는 기사가 어때서? 엿 같은 스포츠 국뽕 언론이면 국뽕 기사나 낼 것이지.’
베아트리체는 좌절하지 않았다. 이딴 도시에서 좌절하기에 그녀는 너무 젊었다.
어쨌든, 그녀는 편집부와 싸우고 히라리아에서 탈출하는 대신, 기자다운 일을 하기로 했다.
남들보다 한발 빠르게, 새롭고 자극적인 정보를 캐내는 것.
그런 의미에서 마탑주의 재판은 그리 흥미로운 주제가 못됐다. 어차피 다른 기자들도 다 보고 쓰는 이야기 아닌가.
히틀러? 그녀의 조국인 이탈리아는 그 콧수염 놈의 우방이었다. 재밌을 것도, 새로울 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민간에게 개방된 마탑으로 달려갔다. 재판 내용 보도로 정신없는 기자들을 제치고 마탑의 정보를 캐내려는 생각이었는데…
“죄송하지만, 공사 중입니다.”
망가진 마탑은 대단할 게 없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넘치는 마나도 없었고, 천장에 거꾸로 서는 마법을 제외하면 그 잘난 마법들도 전부 망가져 있었다.
게다가 구멍이 뻥 뚫린 바닥… 아니, 천장은 또 어떤지.
신비로운 마탑은커녕 무너진 문화유산이 떠오르는 꼬락서니 아닌가.
이딴 건 이탈리아에도 많았다. 그녀는 좌절을 삼키면서도 아직 마법이 남아 있는 공간이 없냐며 마법사들에게 떼를 썼다.
평소 같았으면 마법사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쫓겨났을 테지만, 그녀는 운이 좋았다.
때마침 복구작업에서 빠지고 싶어 하던 마법사가 그녀를 이끌고 도서관으로 향했으므로.
그리고 마탑 도서관에는 그나마 마법이 남아 있었기에, 그녀는 날아다니는 책이 안내하는 거대한 도서관의 모습을 처음으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이만하면 특종이긴 한데….’
사람이 한 번 욕심을 내면 끝이 없다고 했던가.
베아트리체는 이참에 더한 대박을 찾고자 했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대박.
한참을 고민한 그녀는 문뜩,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도서관의 마법책을 통해 마법사들의 명단이나 개인정보를 빼내면 어떨까?
거기에 살짝 살을 덧붙이면 분명 재밌는 기사가 될 것이다. 초인 올림피아 예선전 기사 정도는 짬 쪄먹을 수 있는 그런 기사가.
그녀는 상상력을 곧장 행동에 옮겼지만, 마탑은 바보가 아니었다.
-마탑에 소속된 마법사의 개인정보는 알려줄 수 없다.
“책을 빌려 간 사람의 이름만이라도….”
-다시 말하지만 불가능하다. 책과 관련된 질문할 게 아니라면 꺼져라.
씁, 그녀는 묘하게 반항적인 마법책 앞에서 좌절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마탑 내부 취재를 위해 재판 기사 쓰는 것도 포기하고 오지 않았던가!
“그, 그러면 혹시 마법사가 아닌 사람의 정보는 알려 줄 수 있어?”
-마법사가 아닌 사람은 마탑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할 수 없… 아, 한 명있다.
“있어?! 그러면 알려줘, 언제, 누가 무슨 내용을 빌려 갔는지!”
-책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 그것은 마탑의 소유물이다.
“그럼 이름이랑 기간만이라도 알려줘!”
마법책은 잠시 뜸을 들인 뒤,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파순, 그의 이름은 파순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책을 빌려 간 사람이다.
마지막이라고? 그 말을 들은 베아트리체는 활짝 웃었다. 편집부도 그녀를 막을 수 없을 거란 확신이 담긴 미소였다.
그리고 몇 시간 뒤, [히라리아의 구원자, 그의 이름은 파순?] 이란 제목의 기사가 가제타 인터넷 뉴스 페이지를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