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526)
을 위한 세계는 없다-526화(526/817)
EP.526 잘 돼 갑니다 (9)
* * *
***
탕 – !
총소리가 울리기 무섭게, 살로메는 계단을 굴렀다.
미리 펼쳐놓은 보호막에 도탄 된 총알이 허공을 스치고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지금이다. 그녀는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파지직 – ! 그녀의 손가락이 겨눠진 자리 주변 마나가 전격으로 변화됐다.
손에서 전격을 쏘는 게 아니라, 아예 멀리 떨어진 곳의 마나를 직접 변환시키는 신기.
번쩍이는 전격 사이로 팔락거리는 판초우의가 보였다. 잡았나? 살로메는 이를 악물고 판초우의가 있는 곳을 향해 주문을 외웠다.
“끝났어요!”
곧 번쩍이는 빛과 함께 융해 광선이 어둠 사이를 밝혔다.
마하간이 쓰던 것보다 확연히 얇았지만, 그 대신 직선이 아닌 뱀처럼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광선.
상대가 반격하려는 듯 뭔가 꿈틀거렸지만, 융해 광선은 그보다 먼저 상대를 덮쳤다. 그리고 그대로 반으로 갈라진 판초우의 속에는-
“어?!”
아무것도 없었다. 놀란 살로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순간.
철컥.
묵직한 총구가 그녀의 뒤통수를 지그시-눌렀다.
체크메이트. 살로메는 지팡이를 내려놓고 푹 한숨을 내쉬었다.
“…총알 피할 곳만 있었어도 제가 이겼어요.”
“이년아, 그러면 나라고 가만히 마총만 쐈겠어?”
“….”
“항상 엄폐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럴 때 미리미리 연습해 둬야지.”
짧은 훈계를 끝으로 총구가 뒤통수와 멀어졌다. 살로메는 고개를 돌려 상대를 바라봤다.
전대 용사 파티의 사수, 퀴니 코완.
그녀는 휘리릭-마총을 돌리며 말했다.
“한 번 더?”
“…여기서 더 하면 기숙사로 못 돌아가요.”
“왜? 생리통 100배 때문에?”
“….”
생리통 100배. 그건 계단의 시련에 참가할 때마다 겪는 부작용을 뜻했다. 실제론 생리통보단 근 경련에 가까웠지만, 뭐, 아무튼.
퀴니 코완은 마총을 허리춤에 꽂으며 말했다.
“그래 뭐,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안 그래도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강해지고 있으니까.”
“…저는 별로 못 느끼겠어요.”
“기껏 칭찬해줘도 징징이네.”
퀴니 코완의 환상은 살로메의 뒤통수를 탁! 내려치며 말을 이었다.
“왜, 계승에서 성녀나 변경백 말고 계속 내가 나와서 그러냐?”
“….”
“와, 표정 보니까 진짠가 보네? 이거, 이거… 전대 용사님들이 이렇게 직접 수련시켜 주는데,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이년들이… 하루 빨리 강해질 생각은 안 하고 뭔 놈의 시어머니 시아버지를 보겠다고….”
“시, 시어머니라뇨! 저는 용사랑 그런 관계 아니거든요!?”
“아니긴 씨, 반응만 봐도 알겠고만.”
퀴니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끼고 그대로 살로메가 앉아있는 계단 바로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살로메는 지팡이를 꼭 쥐며 투덜거렸다.
“…안 그래도 여자가 셋이나 있는데, 제가 왜 거기에 끼겠어요.”
“하나면 몰라도 셋이면 뭐… 어차피 셋이나 넷이나 그게 그거 아니냐? 괴링이나 괴벨스나 전범인 건 똑같구만.”
“…아니라고요!”
살로메는 지팡이를 들고 버럭 소리쳤다. 퀴니는 후배의 무례를 다그치는 대신, 이를 드러내며 크게 웃었다.
“강한 부정은?”
“…?”
“강한 긍정이란다.”
“….”
“침묵은 암묵적 동의고.”
“그게 무슨 미친 소리예요!”
살로메가 뭐라고 소리치건, 퀴니는 킥킥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연애건 사랑이건, 뭘 하건 네 자유지만, 가능하면 마음이 따르는 대로 가. 괜히 시도도 못 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
“적어도 뭔가 해보고 후회하는 게, 그냥 후회하는 것보다 나아.”
그렇게 말하는 퀴니의 표정은 환상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진지했다.
무언가 사연이 있는 표정이었고, 살로메는 조용히 전대 용사 파티에 얽힌 이야기를 떠올렸-그때, 갑자기 퀴니가 말을 바꿨다.
“아니, 첫 번째 생각하면 안 하는 게 나을지도.”
“…예?”
“그, 누구냐. 이번 용사 파티에 이름 이상한 애 있잖아.”
“…이름이요? 저랑 용사 빼곤 전부 다 이상한데요.”
“하긴, 그건 그렇… 아니, 아니, 그, 그… 홍세티! 맞아, 홍세티. 걔가 첫 번째인 이상 시도도 안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살로메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눈썹을 들어 올렸다. 그녀가 보기에, 홍세티는 용사파티에서 유일한 정상인이었으니까.
“…세티가 왜요?”
“독점할 수 있는 걸 나누는 여자는 둘 중 하나야. 완전 천사 같은 여자거나, 혹은 초대 용사의 마지막 마누라 같은 부류거나…… 어, 무슨 비유인지 모르는 눈치다?”
“…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요. 초대 용사의 마누라가 뭔데요?”
그러자 역으로 퀴니가 놀랐다.
“진짜 몰라? 요즘 애들은 내 책 안 읽니? 아니, 그보다 넌 아샤인 아니야? 이걸 왜 몰라?”
“전 동화는 안 읽었….”
퀴니가 말을 끊었다.
“뭐? 동화? 야 이 년아, 내 책이 왜 동화야? 객관적인 사실만을 적은 모험 일지라고!”
“….”
“이래서 요즘 것들은… 됐어! 오늘은 끝이야! 가!”
살로메가 뭐라 하기도 전에, 퀴니는 그녀의 볼기짝을 짝! 때려버렸다.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살로메는 비명을 지르며 계단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녀가 아픈 엉덩이를 붙잡고 뒤를 돌아봤을 땐, 퀴니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뒤였다.
‘…역시 용사 파티는 정상이 아니야.’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계단의 계승이 끝나며 생리통 100배가 그녀의 몸을 덮쳤다.
***
수십 분 후.
기절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린 살로메는 거의 기어가듯 해저터널을 벗어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성녀님을 데리고 올 걸.
홀로 뒤처지는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혼자 온 게 문제였다. 지팡이에 의지한 채 몸을 질질 끌고 있자니, 눈물이 찔끔 흘렀다.
그래도 다행히 걸을 힘은 남아 있어서 별 무리 없이 용의 둥지에 도착했는데…
[우웩.]아직도 복구가 안 된 둥지 한 가운데에서 오르세 라날이 뭔가를 게워 내고 있었다.
토했다는 표현을 쓰지 않은 건, 그녀의 입에서 나온 게 음식이 아니라 작은 보석인 까닭이었다.
고풍스럽고 우아한 빛을 내뿜는 눈물 모양의 진주.
거의 탁구공만 한 진주를 본 살로메는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다.
“…수룡이아니라 조개룡이었어?”
[그게 갑자기 무슨 미친 소리냐?]라날은 살로메를 보며 쯧, 혀를 차더니 곧장 발톱으로 조심스레 진주를 쥐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진주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흐으으음-기쁨의 콧김을 내뿜었다.
[이쁘지 않냐? 흠집도 없고, 마나로 충만한… 완벽한 수룡의 진주다.]“….”
살로메는 그제야 저게 우라간의 폼멜이라는 걸 떠올렸다.
뭐 엄청난 무기의 부품이고, 세티가 수리하라고 맡긴 보석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저게 왜 입에서 나오지?
그 순간, 라날이 다시 보석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콜라를 부어 꿀꺽, 보석을 되삼켰다.
“뭐해?!”
저게 미쳤나? 살로메는 놀라서 눈을 부릅뜨건 말건, 라날은 남은 콜라를 싹 다 마신 뒤에야 말했다.
[진주를 배 속에 넣어 마나를 불어넣은 거다. 원래 이렇게 수리하는 거야.]“…그, 그래? 근데 다 수리한 거 아니야? 왜 다시 삼켜?”
[그거야… 중요할 때 돌려주려고 그러지. 그냥 주면 또 아무것도 안 한다고 구박할 거 아니냐.]“….”
그렇게 말한 용은 살로메에게 슬쩍, 2리터짜리 콜라를 내밀며 말했다.
[그러니까, 오늘 본 건 비밀이다. 알겠지?]살로메는 기가 막힌 표정으로 용을 바라보다가, 주섬주섬 콜라를 챙겼다.
라날은 거래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살로메는 둥지를 벗어나자마자 세티에게 바로 꼬지를 생각이었지만.
아무튼, 콜라를 챙긴 살로메는 둥지에서 나가기 위해 수로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대로 수로로 몸을 던지려는 순간.
팍! 용의 목덜미에 붙어있던 지느러미가 솟아났다.
[잠깐.]“응? 왜 그래?”
살로메를 멈춘 라날은 둥지의 벽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마치 침입자를 감지한 경비견 같은 모습이었고, 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라날은 파르르-지느러미를 떨며 말했다.
[누군가 온다. 인원은 둘.]“하수도 관리인인가 보지. 신경 쓰지 마. 평소처럼 투명화 쓰고 지나가면 되니까.”
[아니, 아니야. 하수도 관리인은 여기까지 안 와. 그리고 무엇보다… 일직선으로 뛰어오지도 않고.]“….”
[세티… 아니, 여명에게 연락해. 침입자라고.]“나, 나 휴대폰 안 가져왔는데?”
살로메가 당황하자, 경계 자세를 잡고 있던 라날이 비늘 사이에서 휴대폰을 꺼내 던졌다.
[휴대폰은 현대인의 필수품인 거 모르나? 미개한 아샤인 같으니.]“아니, 수로로 헤엄쳐야 하니까, 그게….”
[핑계 대지 말고, 전화나 해라!]살로메는 그렇게 했다. 용의 휴대폰을 열어 곧바로 여명의 번호로 통화했다. 하지만 연락이 닿는 순간 뚝, 전화가 끊겼다.
그럼 세티는? 쇠미리는? 그녀는 닥치는 대로 연락을 보내봤다. 모두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끊어졌다.
통신 방해? 아니, 연락 자체는 가고 있는데—
살로메는 당황하지 않고 상황을 가늠했다.
올림피아가 코앞인 순간에, 어떤 미친놈이 이런 짓을 벌이는 거지?
뭘 노리는 걸까?
용을 노리는 건 아니었다. 어떤 정신병자가 용을 잡겠다고 통신 방해를 사용하겠는가? 분명 자신을 노리는 거였고, 자신을 노리는 이유는-그녀는 불현듯 자신의 지갑을 떠올렸다. 단단한 밀봉 마법으로 잠긴 지갑.
기껏해야 수첩 하나 들어갈 크기에 불과했지만, 그 속에는 두메아 가문의 사진과 청소부 시절 여명의 사진, 그리고 한국의 극비 정보가 담긴 USB가 들어 있었다.
‘USB 때문에 온 게 틀림없어. 그러면 상대는 한국, 아마 촬영팀으로 변장해서 추적한 거겠지.’
이 USB가 올림피아 개최지의 자리를 걸 정도로 중요하단 말인가? 살로메는 입술을 씹으며 USB를 확인했다.
추적 마법은 없었다. 그러면 어떤 냄새나 그녀가 모르는 다른 방법으로 추적했다는 건데, 당장 중요한 건 아니었다. 지금으로서는 알 방도가 없었으니까.
[100미터 내외. 길을 찾고 있다. 수로를 찾으면 바로 올 거야]라날이 공격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살로메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계단의 시련에 남아있을 마하간을 찾아간다?
빙의할 그녀의 몸이 엉망인 이상 유령은 큰 도움이 못 된다. 기각.
라날을 변신시키고, 함께 둥지를 벗어난다?
추적이 달린 이상 소용없다. 기각.
아니면 해저 터널 깊숙한 꿈의 시련으로 도망친다?
이 아지트가 발각되고, 한국에게 그 사실이 알려지면 끝이었다. 기각.
최선은 상대와 싸우는 것이었다. 아니, 죽여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계단에서 마나를 다 써버린 그녀는 지팡이를 꼭 쥔 채 생각했다. 생각, 생각.
[수로에 침입했어.]그리고 라날이 최후통첩을 날린 순간, 불현듯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곧바로 여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연결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전파가 닿는다는 사실 그 자체가 중요했다.
전화 한 번, 곧바로 한 번 더, 또 한 번 더.
한 차례 쉬고, 한 번 더 쉬고, 또 쉬고,
그리고 다시 세 번 전화 반복.
마치 짧은 전파 신호를 보내는 듯한 통화.
그건 원래 그녀가 가진 지식이 아니라, 그녀의 내면, 히틀러가 군인 시절 가지고 있던 지식 중 하나였다.
모스 부호.
여명이 이걸 알아들을 수 있을까? 살로메는 그럴 것이라고 믿었다. 오만가지 잡지식을 아는 그라면, 이런 조잡한 신호라도-
[왔다!]그때, 라날이 입을 크게 벌리며 소리쳤다.
둥지의 입구인 수로에서 촤악! 촉수들이 솟아오르는 것과 동시에, 용의 입에서 강렬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촤아아- !
용의 물줄기는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촉수를 베어 버렸다. 하지만 수로에서 솟아오르는 촉수는 물줄기만으로 베기엔 그 수가 너무 많았다.
승만 시티에서 봤던 괴수 군인들의 그것과 유사한 촉수가 적어도 수십 개.
살로메는 한 손으로 계속 통화를 시도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지팡이를 들었다.
남은 마나가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굵직한 마법 한두 번이면 바닥날 수준.
이길 수 있을까? 살로메가 침착함과 두려움 사이 어딘가에서 고뇌할 때쯤.
촉수들이 용의 둥지 입구를 휘감으며 본체가 수로 위로 솟구쳤다.
[이건 또 뭔-]용의 신음과 함께 솟아난 그것은, 두 명의 인간이었다.
정확히는, 두 명의 인간이었던 무언가.
촉수와 기괴한 살점이 한 대 엉킨 그것은, 마치 히라리아를 덮쳤던 괴수처럼 어떠한 균형미도 없이 뒤틀린 모습으로 쿵! 둥지 위에 내려섰다.
그리고 원래 사람의 배가 있을 자리가 쩍-벌어지더니, 날카로운 이빨과 기괴한 혓바닥을 움직여 말했다.
[찾았다. 그릇.]‘역시, 나를 노리고 온 거야.’
살로메는 이를 악물고 마나를 끌어 올렸다. 라날 또한 입에서 다시 물줄기를 내뿜었다.
하지만 이미 용의 둥지에 들어선 녀석의 촉수가 너무 많았다. 반인 반괴수는 물줄기에 촉수가 끊어지는 와중에도 멀쩡한 촉수를 내뿜어 용의 목과 팔다리를 붙잡았다.
[운이 좋군. 그릇도 잡고, 용도 잡다니!] [지랄!]용은 그대로 꼬리를 휘두르며 육탄전에 돌입했다. 쿠구궁! 대충 보수한 용의 둥지가 뒤흔들리는 가운데, 살로메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촉수를 피해 구르며 마법을 준비했다.
융해 광선? 급속 냉각? 기화 폭팔?
한 방으로 결과를 낼 마법들을 떠올린 그녀는 지팡이에 마나를 모았다. 그리고-두두두두!
애꿎은 마나로 보호막을 펼쳐야 했다. 미친 괴수의 뱃가죽에서 기관총 세 자루가 튀어나온 까닭이었다.
[이런 썅, 간지럽잖아!]용의 비늘 위로, 수백 발의 총알이 충돌하며 불씨가 튀었다. 살로메의 보호막 또한 마찬가지였다.
[시발, 물러나!]상황이 어렵게 돌아간다고 생각한 건지, 용은 괴수를 밀어내며 소리쳤다.
살로메가 그럴 수 없다고 말하려는 순간, 촉수가 살덩이 사이에서 거치형 연발 유탄 발사기를 꺼냈다.
일반인은 거치해서 쏴도 반동을 제어하기 어려운 무시무시한 무기는 그대로 살로메가 있는 방향으로 사격을 시작했다.
텅, 텅, 텅, 텅 – !!!
어마어마한 화력과 함께 아직 굳지 않은 마감재가 박살 나며 파편이 튀었다. 살로메는 가까스로 보호막을 펼쳐 자신을 보호했고, 라날은 비참하게 소리쳤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이제 막 수리한 곳에 무슨 짓이야! 저 마감재 칠하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라날이 발톱을 휘둘러 촉수에 매달린 유탄 발사기를 박살 냈지만, 녀석은 곧바로 새로운 유탄 발사기를 꺼내 겨눴다.
[군필 도라에몽이냐!?]라날의 비명을 따라, 유탄 발사기가 살로메를 향해 불을 뿜었다. 명중률이고 뭐고, 마법사에게 틈을 주지 않는 전술.
용은 그제야 상대가 살로메를 노리고 왔다는 걸 깨닫고 소리쳤다.
[야! 내가 시간을 끌 테니 도망쳐!]마나가 남았다면 이깟 유탄은 물론이고 저 녀석을 통째로 구워버렸을 텐데. 살로메는 도망칠 기력도 없는 자신의 몸을 원망했다.
[악!!]곧, 괴수가 촉수를 휘둘러 라날의 몸을 둥지 벽에 처박고, 그대로 유탄발사기의 총구가 그녀를 겨눴다.
살로메는 보호막을 펼치지 않았다. 자신의 팔다리, 어쩌면 머리가 날아가는 위협 앞에서 마지막 마나를 끌어모았다.
“융해, 광선.”
그렇게 그녀의 지팡이가 번쩍이고, 유탄 발사기의 총구가 불을 뿜으려는 순간.
퍼어엉 !!!
입구의 수로가 폭발하며 누군가 튀어나왔다. 그는 물보라와 함께 아래로 떨어지더니, 붉게 물든 검으로 괴수의 목을 내려쳤다.
푸확-두 명의 머리가 얽힌 괴수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물을 잔뜩 뒤집어쓴 남자가 살로메 앞에 착지했다.
“…여명.”
살로메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과 동시에, 물에 젖은 금색 눈동자가 그녀를 내려다봤다.
“살로메.”
“으, 응?”
“아까 전에 보낸 통화 신호, 뭔지 모르겠지만 나치식은 아니지?”
“….”
스르륵, 목이 잘린 괴수가 자리에서 꾸역꾸역 자리에서 일어나는 가운데, 살로메는 자기도 모르게 거짓말을 내뱉었다.
“응. 그런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