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535)
을 위한 세계는 없다-535화(535/817)
EP.535 아이들을 위한 경쟁은 없다 (7) (수정)
* * *
***
『대참사를 막아낸 천여명, 솔직한 후일담 화제!』
『천여명, 연쇄 추돌사고 피해 학생들 구조… “당연한 일”』
『모든 건 시민의 힘… 천여명, 겸손한 미덕까지.』
인터넷 뉴스를 확인하던 중년인은 인상을 팍 찌푸렸다. 이딴 것도 신문이라고.
기분이 나빠진 그는 엿 같은 컴퓨터 앞에서 일어나 TV를 틀었다.
후줄근한 TV 너머에서는 윗놈들에게 아부 떠는 거 말고는 아무 재능도 없는 앵커 자식이 진지한 얼굴로 뉴스를 보도하고 있었다.
근데 하필 뉴스의 내용이라는 게…
[…다음 소식입니다.오늘 오후 3시 20분쯤 고등학생들을 태우고 개성 국제공항고속도로를 달리던 관광버스를, 트럭 두 대가 잇따라 들이박는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자칫하면 수십 명의 학생들이 사망할 수 있는 사고를 구한 건,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한 영웅이었습니다.
김윤 기자의 보도입니….]
그는 곧바로 TV를 꺼버렸다. 엿 같은 나라.
여기도 천여명, 저기도 천여명… 이놈의 나라는 어딜 가나 저놈 이야기뿐이었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저 잘나신 초인께서 한국인들이 오래전부터 품어오던 민족적 열등감을 해소해 준다는 것도.
홍세티인가 뭔가 하는 계집애와의 러브스토리 덕분에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는 국민들보다 한 가지를 더 알고 있다.
천여명이 이 썩어빠진 정부와 붙어먹는, 만들어진 영웅에 불과하다는 걸.
“씨발.”
답답한 마음에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책상과 후줄근한 옷 주머니를 아무리 뒤져봐도 새 담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재떨이에 남아있는 꽁초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쓰읍, 니코틴이 돌자 그나마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나아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여전히 골방에 처박힌 기자 나부랭이에 불과했고, 상대는 역겨운 정부와 그에게 부역하는 무시무시한 초인이었으니까.
평소라면 감히 싸울 엄두도 내지 못했을 테지만…
오늘, 그에게 그들을 찌를 칼날 하나가 쥐어졌다.
돼지머리의 괴물이 모는 트럭이, 관광버스를 향해 달려드는 순간이 찍힌 사진.
“천여명, 홍용완….”
조금 전에 뽑아낸 사진을 바라보던 남자는 이 사고에서 이득을 본 유일한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너희는, 고작 저녁 뉴스거리를 위해 이런 짓을 벌였구나.
사건에 휘말린 다른 트럭 기사는 사망했다. 비록 학생들 중 사망자는 없었지만, 몇몇 아이들은 앞으로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한다.
“고작 뉴스거리 때문에….”
대체 정부와 너에게 있어 이 나라의 국민들은 뭐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고민과 양심이 뒤섞인 연기가 허공을 메웠다.
입에 문 담배의 꽁지만 남을 때까지, 계속.
***
“젠장.”
여명은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 측에서 준비한 최고급 호텔 방도, 지들 딴에는 선물이라고 보내온 수많은 뇌물들도 그의 마음을 풀어주진 못했다.
전부 아까 전 도로에서 일어난 사고 때문이었다.
사고를 구하러 온 그와 세티를 구세주처럼 바라보던 학생들의 눈빛.
잔해에 깔려 다리를 잃은 학생의 눈물.
다친 아이를 안고 사진 한 번 찍자고 제안하던 기자의 잔혹함.
모든 것들이 그의 머릿속을 아프게 찌르고 있었다.
드레이테리얼의 전투나 아야톨라의 테러와 비교하면 별것 아니라고 넘어갈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문제는 학생들이 겪은 모든 고통이 그에게서 비롯됐다는 사실이었다.
고작 뉴스거리 때문에.
양아치 연기로 위협하긴 했지만,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었다.
당장 만주를 통째로 괴수 밥통으로 만들려고 했던 정부 아닌가.
“…그냥 붉은 별로 변신해서 싹 쓸어버릴까.”
여명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리자, 옆에서 짐을 풀고 있던 세티가 대답했다.
“개성 연구소… 아, 연구소는 부서졌지. 남은 개성 시청과 개성 정부 청사를 쓸어버리고, 차원문 주변 군부대에 쳐들어가서 중요 인물들을 전부 쓸어버리는 데 대략 12분쯤 걸리겠네.”
“…뭐?”
“곧바로 용의 뼈를 타고 서울로 날아가서 국회 의사당에 불을 지르고, 국회의원들을 처리하기까지 이동 시간을 합쳐서 대략 21분에서 31분 사이.”
“….”
“그대로 경무대까지 날아가서 지하 벙커까지 청소하는데 대략 30분. 이건 어디까지나 적의 전력이 우리가 아는 수준일 때 이야기고, 만약 더한 전력을 숨기고 있다면 지형적 단점 때문에 한 시간 넘게 싸워야 할 수도 있어.”
거기까지 말한 세티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여명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 계획의 문제는, 테러 시작 10분이면 한국군이 움직일 거란 사실이야.”
“…10분.”
“응, 10분. 그리고 한국군이 아무리 멍청해도 20분이면 네 강함이 10강급이란 걸 눈치챌 거고, 계엄령을 내리고 살아남은 의원들과 장관들을 숨기기 시작하겠지.”
“….”
“그리고 곧바로 국제 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거야. 가장 먼저 도착하는 건…”
“…신족통으로 공간이동을 할 수 있는 성검.”
여명이 그녀의 대답을 가로채기 무섭게, 세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성검과 칼을 맞댄 순간 의원들과 장관들만 골라서 죽이는 계획은 자동으로 실패. 그 뒤로는 한국군 전체와 전쟁을 벌여야겠지.”
여명은 어렵지 않게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동시에, 세티 또한 자신처럼 일거에 쓸어버리는 작전을 떠올려 봤다는 사실 또한 이해했다.
복수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그녀 또한 여러 수를 계산해 보고 있는 것이리라.
“붉은 별로 쓸어버리는 게 안 된다는 걸 잘 알겠어… 조언 고마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답답한 기분이 다 사라진 건 아니었다. 여명이 한숨을 쉬는 가운데, 세티가 쪼르르 다가와 그의 손을 잡았다.
“아직 고마워하긴 일러.”
“…?”
“우리가 처음에 세웠던 계획… 기억하지?”
여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올림피아 결승전이건 그 이후 기념식이건, 여명을 만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한국 지휘부를 쓸어버린다는 계획.
단순한 골자와 달리 지금은 ‘여명의 본모습이 아닌 붉은 별로 습격한다’ ‘애국자들과 그 핵심 인원만 죽인다’ 등 나름대로 살이 붙은 계획이었는데…
세티는 여명의 손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오늘 확신했어. 우리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거야.”
“…한 걸음 더?”
여명이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기울이자, 세티가 기다렸다는 듯 서류 뭉치를 꺼냈다.
[한국 정부 내부의 이너서클 추적, 연구 기록]마탑에 가기 전, 여명이 장만 어르신에게 받은 서류.
세티는 여명과 엉덩이를 딱 붙인 뒤 서류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설명했다.
“각하의 정체, 그리고 암중에서 이 나라를 지배한 자들의 행동을 전부 까발리는 거야.”
“….”
“살로메가 가진 USB와 이 서류 속 정보를 조금 더 구체화해서 폭로한다면 가능해. 목숨은 물론이고, 녀석들의 가짜 명예도 빼앗는 거지.”
계획을 설명하는 세티의 숨결은 어딘가 평소보다 격해져 있었다. 여명은 그녀의 눈을 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아까 학생들을 구하면서, 자신보다 세티의 마음이 더 크게 다친 게 아닐까.
그런 복잡한 여명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티는 더욱 열성적으로 말했다.
“준비는 내가 따로 장만 어르신과 만나서 끝내놓을게. 그동안 여명은… 애국자들 사이에서 각하의 정체를 밝혀줘.”
여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그가 어디서 어떻게 복수를 완성하건 간에, 그 끝에는 각하가 있었다.
암중에서 한국의 운명을 주무른 악인.
보이지 않고 알려지지 않은 그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수를 위한 첫걸음이리라.
뭐, 어쨌거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하던 세티는 갑자기 여명의 상의 사이로 손을 넣었다.
여명은 갑자기 배에서 느껴지는 손길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가, 세티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 걸 보고 옅게 웃었다.
“…너도 많이 힘들었구나.”
“….”
“괜찮아,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여명은 그녀를 끌어안고 따스하게 등을 두들겼다. 세티는 말없이 그의 손길에 의지했다.
한국 정부가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묵게 된 호텔 방의 소파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굳이 침대에 가지 않아도 될 만큼 컸다.
여명은 천천히 세티를 소파에 눕혔다. 그리고 그녀의 긴장이 풀릴 때까지 조용히 등을 쓰다듬어 줬다.
“…고마워.”
이윽고, 그녀의 감정이 조금 가라앉은 직후.
여명은 슬쩍 세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미소와 함께 그녀의 손이 자연스레 그의 바지춤으로 내려가는 순간.
쾅 – !
호텔 방이 열리며 한 소녀가 방으로 쳐들어왔다.
“언니! 괜찮아?! 나쁜 새끼들, 우리가 사고 현장 도우러 가려니까 못 가게 막는 거 있지?! 설마 사고도 계획된 건 아니… 어.”
열불을 토해내던 네티는 여명과 세티가 한 소파에 있는 걸 보고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무어라 말하기 전에, 여명이 먼저 선수를 쳤다.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
“….”
“그리고 마침 잘 왔어. 다른 자매들도 호텔에 도착한 거지? 지금 당장 나머지 두 명도 불러줄래?”
“…예? 왜, 왜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네티가 화들짝 놀랐다. 여명은 그녀가 무슨 오해를 하는 건지 이해하지 않기로 했다.
“다들 모인 뒤에 이야기할 테니까, 불러줘.”
***
대략 20분 뒤.
호텔 밖으로 나온 세티는 투명 망토를 벗으며 말했다.
“미안… 원래 저렇게 이상한 동생이 아니었는데.”
“….”
마찬가지로 투명 망토를 벗은 여명은 쓴웃음으로 화답했다.
조금 전, 그는 자매들을 다 불러놓고 ‘세티와 잠시 나갔다 올 테니 다 같이 방에 있는 척해줬으면 한다’ 라고 부탁했다.
자매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무슨 오해를 한 건지 옷까지 갈아입은 네티는 빨개진 얼굴을 가렸고, 시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으며, 시스는 자신도 따라가면 안 되냐고 역으로 제안(?)을 해왔다.
그나마 한국 정부의 눈을 속이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이해해 줘서 다행이었다.
…뭐, 아무튼.
처제들의 생각을 정리한 여명은 한 번 더 쓴웃음을 삼킨 뒤, 피눈물의 환상으로 자신과 세티의 얼굴을 숨겼다.
그리고 그대로 개성 거리에서 택시를 타고 외곽 순환 도로로 향했다.
먼 거리를 갈 생각은 아니었다. 대충 개성 시내가 보일 정도로 멀지 않은 구 공장 지대에 도착한 그는 택시 기사에게 값을 치르고 그대로 공장 지대로 향했다.
미군이 점령하던 시절에 사용되던 구 공장 지대는 역사를 증명하듯 낡고, 퀴퀴한 냄새를 풍겼다.
인기척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게, 아마 웬만한 공장들은 파주 쪽으로 내려간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역사 공부를 할 생각 없던 여명은 그 이상 공장 지대를 둘러보지 않고 곧바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직까지 전기가 들어오고 있는 커다란 창고.
봉쇄된 그곳에서는 냄새 차단과 마나 차단의 마법진이 곳곳에 준비되어 있었다.
인천 외곽에 있던 시체 창고와 똑같이.
그래, 이곳은 개성의 시체 창고였다. 여명은 잠시 그 건물을 올려다보다가, 문으로 향했다.
창고의 낡은 문에는 최근에 사람이 연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가 부줌을 죽인 뒤로 쓸 사람이 없는 게 당연했음에도, 여명은 별걱정 없이 대놓고 창고의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커다란 철문이 열리며 창고 내부에서 드러난 건…
“와, 왔다! 여명! 시발, 이 사람들 좀 막아줘!”
독 병으로 보이는 병을 들고 벽에 몰린 라쉬크와,
“…읍읍!”
입이 막힌 채 천장에 거꾸로 걸려있는 딜라였다.
“…?”
이게 뭔가 싶어 여명이 고개를 돌려보니, 라쉬크에게 방패를 휘두르던 사람 또한 팔을 멈추고 여명을 바라봤다.
“여명? 자네가 여긴 어쩐 일인가?”
“그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인데… 산초, 뭐 하고 계신 겁니까?”
산초는 산발이 된 라쉬크와 여명을 번갈아 바라본 뒤,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알고서 온 건 아닌가 보군. 여기 우리 아지트인데, 갑자기 네크로맨서랑… 저, 분홍 머리 계집애가 독을 풀길래.”
“독이요?”
여명이 눈살을 찌푸리며 라쉬크를 바라보자, 그녀가 항변했다.
“야! 여기에 아무도 없을 거라고 한 건 너잖아! 기껏해야 네크로맨서랑 한국 정부 요원들밖에 못 들어오는 곳이라며!?”
“….”
“그리고 독 아니야! 모르는 사람이 넷이나 있길래 그냥 수면 가스 좀 푼 게 전부라고!”
산초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한마디 했다.
“수면 가스나 독이나.”
“다르거든요?! 이건 의료용으로도 쓰인다구요!”
“아, 예, 예, 그러시겠지.”
라쉬크는 빨개진 얼굴로 산초를 노려보다가, 휙 다시 여명을 노려봤다.
“저, 전부 네 탓이야! 호텔도 아니고 이런 창고에 우리를 처박아 놓으려고 하다니!”
“아니, 저도 여기에 이 분들이 계실 줄은 몰랐죠….”
네크로맨서의 시체 창고를 이용할 사람이 더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여명은 어깨를 으쓱한 뒤 염동력으로 천장에 걸린 딜라는 바닥에 내려놓고, 라쉬크와 산초 사이로 다가갔다.
“산초? 여기는 라쉬크는, 핑크 데스라고 불리는 유명한 불법 연금술사세요.”
“핑크… 뭐? 잠깐, 구더기 공주?”
“아시는군요?”
“기억이 흐릿하지만, 어느 정도는 알지. 시나리오에서 히로인에게 미약을 먹이는….”
아, 영화 스토리인가. 여명이 오랜만에 그가 바깥에서 온 자라는 걸 실감하는데, 라쉬크가 버럭 소리 질렀다.
“미약? 무슨 미약? 난 그런 저열한 약은 안 만들거든요!?”
“하지만 정력제랑 마약은 만드셨죠.”
“….”
뒤따라온 세티의 한 마디. 라쉬크는 할 말이 없는지 바로 입을 다물었다.
여명은 한숨과 함께 산초를 소개했다.
“라쉬크? 여기는 산초. 옛 제국 기사단의 부단장이세요.”
“…제국 기사단? 제미니 시티의 깡패들?”
“깡패라니.”
뒷골목 소문에 빠삭한 덕분일까, 라쉬크는 곧바로 몸을 움츠리고 여명의 뒤편으로 숨었다.
은근… 대놓고 권력에 약하단 말이지. 헛웃음을 삼킨 여명이 말했다.
“산초, 단장님도 같이 계시죠? 대체 일이 어떻게 된 겁니까? 왜 두 분이 연구소를….”
그때, 창고 복도 저편에서 질문의 답이 돌아왔다.
“내가 부탁했다.”
“…어르신.”
장만. 술집 사장 시절의 후줄근한 조끼 대신 군복 비슷한 가죽 재킷을 입은 장만 어르신이 여명을 마주했다.
저 차림이 장만 어르신께서 밀수꾼 시절에 입던 옷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장만이 말했다.
“오해는 하지 말거라. 정부를 흔들어 놓을 적절한 기회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니.”
“적절한 기회요?”
세티가 묻자, 장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올림피아 아니냐. 무리해서라도 테러범을 잡지 않을 수 없는 기간이지… 내 예상대로 정부는 지금 숨겨놓은 병력까지 모조리 풀어서 우릴 찾더구나. 뭐, 다른 이유도 하나 있지만.”
다른 이유? 여명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뜩 조금 전 라쉬크가 ‘모르는 사람이 넷’ 이라고 말한 사실을 떠올렸다.
“…산초와 단장, 그리고 장만 어르신 말고 누가 더 있습니까?”
“여전히 눈치가 좋구나. 아니면 마나로 읽은 게냐?”
장만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 한 사람을 소개해 주었느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미안하지만, 소개는 못 해주겠구나. 그녀는 널 만나는 게 영 부담스러운 눈치라서.”
“….”
우연의 장난인지 몰라도, 여명은 ‘그녀’가 누군지 눈치챘다.
“그렇다면…어쩔 수 없죠. 나머지 이야기는 여기서 따로 하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