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559)
을 위한 세계는 없다-559화(559/817)
EP.559 관심, 욕심, 복수심, 그리고 양심. (3)
* * *
***
천여명의 승리로 뉴스가 도배되던 시각, 개성 외곽의 시체 창고.
“이 사진을 표지로 하는 건 어떻겠나?”
장만은 사진 한 장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천여명과 조웅찬 장관, 그리고 고급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건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 찍힌 사진.
누가 봐도 비밀 모임이 끝난 뒤 사진 같았으나, 정작 사진을 찍은 박철의 의견은 달랐다.
“아닙니다. 어르신.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평범한 사진이 더 낫습니다.”
그가 뽑은 건 조웅찬 장관과 유명 기업인이 악수를 나누는 사진이었다. 장만은 들고 있던 사진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메인 사진은 노골적일수록 좋지 않나?”
“관심을 끌어야 하는 싸구려 기사일 경우에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조회수나 관심이 보장된 경우에는 심심한 표지 쪽이 더 낫습니다.”
“흐음.”
“그 뭐냐, 영화적인 기법이죠. 별거 아닌 것 같은 첫 장을 넘기자마자… 충격적인 뒷장이 딱! 이거만큼 기억에 남는 게 없습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박철은 곧 기자들 사이에 통하는 비법을 주저리주저리 쏟아내기 시작했다.
신의 성물이고 뭐고, 기자는 역시 기자인가.
장만은 한동안 말없이 그의 말은 들어줬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던 박철이 제풀에 지쳐서 커피를 찾을 때까지, 계속.
그리고 박철이 분홍 커피머신을 켤 때가 돼서야, 장만이 물었다.
“한데, 괜찮겠나?”
“예? 뭐가 말입니까?”
“이 기사를 내는 순간, 자네는 이 나라 정부의 적이 될 걸세. 국수주의자들은 자네에게 매국노란 꼬리표를 붙이겠지. 그래도 괜찮겠나?”
최대한 가볍게 말했으나, 그 속에 담긴 뜻은 가벼움과 거리가 멀었다.
박철은 커피머신에서 갓 뽑힌 커피를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기자란 게 원래 대중의 사랑을 바라면 안 되는 직업이기도 하고… 제가 포기하는 건 천여명, 그 젊은 친구가 포기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잖습니까.”
신념에 삶을 바친 자만이 할 수 있는 말.
같은 방에 있던 일행들이 모두 박철을 다시 보는 가운데, 박철은 담담하게 커피잔을 입에 가져갔다.
그리고-
“웁, 우웩-! 이런, 씨… 핑크 데스! 커피에 딸기향을 넣다니! 커피머신 너 혼자 쓰냐!!”
그러자 저편에서 영약용 비커를 흔들고 있던 라쉬크가 미간을 모았다.
“어, 혼자 써.”
“…?”
“그거 내 개인용품이야. 병신아. 그리고 뒤지기 싫으면 반말 쓰지 마라.”
“어, 음… 미안, 아니, 미안합니다.”
“미안은 콱, 씨… 그 녀석은 어디서 저딴 걸 주워와서는… 어르신, 저 인간 그냥 전처럼 감옥에 처넣으면 안 돼요? 가뜩이나 사람도 많은데.”
구더기 공주, 라쉬크가 투덜거렸다. 그녀의 말마따나, 창고에는 사람이 참 많았다.
딜라와 라쉬크, 산초와 기사단장, 장만과 천 박사… 거기에 이제는 박철까지.
시카고 암시장의 드넓은 연구소나 둔간 중공업의 연구실에서 생활하던 구더기 공주 입장에서는 숨 막히는 공간이 아닐 수 없었다.
거기다 어르신과 기사단 눈치 보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이제는 초인도 뭣도 아닌 기자 새끼가 깝치는 것까지 참아야 한다니!
확 중독시켜 버릴까 고민하는 라쉬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박철은 조용히 딸기향 커피를 홀짝였다.
그리고 그 꼴을 보던 장만이 끌끌 웃으며 노트북을 펼친 순간.
창고 입구를 지키고 있던 산초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누군가 접근 중입니다.”
“…누구? 관광객인가?”
산초는 퍼트린 마나를 확인하는 것처럼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스르릉-검을 뽑으며 말했다.
“두 명입니다. 한 명은 개성 호텔 쪽이고… 또 한 명은 차원문 쪽에서 오고 있습니다. 둘 다 곧장 이곳으로 오는 게 알고 오는 눈치군요.”
“흠… 단장님을 불러야겠나?”
장만이 조심스레 묻자, 산초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살기는 느껴지지 않으니,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각자 소지품을 챙겨주십시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구더기 공주는 비커에 있던 포션을 원샷하고 남은 물약을 우르르 상자에 담았다.
여명이 찍힌 사진이 남을라, 박철이 허겁지겁 사진을 챙기고, 산초가 조용히 검에 마나를 불어넣은 순간.
-똑똑.
누군가 창고 문을 두들겼다. 침입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정중하게.
-똑똑.
뭔가 이상함을 느낀 산초는 장만을 바라봤다. 장만은 노트북 책상 아래에서 묵직한 기관총을 꺼내며 턱짓했다.
누군지 물어보라는 제스처. 산초는 기꺼이 그렇게 했다.
“누구시오?”
-천 아무개와 홍 어쩌고 양 소개로 온 마법사입니다. 그, 여기가 국가 전복 세력이 모인 곳이 맞습니까?
“….”
국가 전복 세력? 창고에 모인 모두가 영문 모를 소리를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장만은 여전히 기관총을 겨눈 채로 말했다.
“열어주게.”
직후, 산초가 문의 잠금을 풀었다. 끼이익-무거운 철문이 열리고 그 너머에서 낯선 아샤인이 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안녕하십니까… 오, 생각보다 멀쩡한 곳이군요. 엘프도 없고.”
“….”
“여기 대장이… 장만 어르신? 이 중에서 어느 분이십니까?”
안으로 들어선 아샤인이 지껄이기 무섭게, 장만이 철컥, 총기의 안전장치를 풀며 말했다.
“나일세.”
그러자 아샤인은 얼굴을 덮고 있던 환상 마법을 벗은 후, 장만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어르신이셨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마탑의 청색 처형관, 발막입니다.”
어쩐지 총구에는 신경도 쓰지 않더라니.
“마탑의 처형관… 그러고 보니 낯이 익군. 인천 도살자를 쫓던 처형관, 맞나?”
“저를 아시는군요? 다행입니다.”
“…다행이고 뭐고, 여명과는 무슨 사이인가?”
“마탑이 그에게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 일은 그 은혜와는 상관없이, 한국 정부와 관련된 일입니다.”
“한국 정부가 마탑과?”
“정부가 저희 마탑의 죄인들과 거래했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원활한 수사와 해결을 위해 천여명과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이놈의 정부는 참 여러 곳에 똥을 뿌려놨군. 한숨을 삼킨 장만은 기관총을 내려놓은 뒤 그의 손을 맞잡았다.
“…환영하네. 처형관, 앞으로 많은 도움 부탁하지.”
“저야말로 적극적인 협력 부탁드리겠습니다. 앞으로 힘쓰는 일이 많이 필요하다던데, 팍팍 써먹어 주십쇼.”
“내 기꺼이 그러지.”
그렇게 인사가 끝나려는 순간, 장만이 한 가지를 더 지적했다.
“아, 그리고 뭔가 오해하고 있는 듯한데, 우리는 국가 전복 세력 같은 게 아닐세. 알겠나?”
“죄송합니다. 저는 당연히 엘프가 있는 줄 알고…”
“….”
“그게, 또 무슨 세계수 혁명단마냥 원전이라도 노릴 줄 알-”
그때, 열린 철문 사이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어르신? 문이 열려있네요?”
맞다. 한 명 더 오고 있었지? 일행이 모두 고개를 돌리자, 누군가 투명 망토를 벗는 게 보였다.
기다란 속눈썹과 금색 머리카락, 그리고 쫑긋 솟아 오른 기다란 귀…
“…엘프?”
그것도 세계수 혁명단의 상징이 새겨진 판초우의를 입고 있는 엘프.
“….”
발막은 잔뜩 당황한 표정으로 장만과 엘프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슬쩍 악수하고 있던 손을 놨다.
***
네티가 자매들에게 놀림 받던 그날.
한국은 축제 분위기로 가득했다.
십여 년 만에 등장한 성물의 주인이 한국인이란 것도 놀라운데, 천여명이 찬란한 승리를 보여준 덕분이었다.
콧대 높은 유럽 놈을 1분도 걸리지 않아 제압한 압도적인 경기력!
몇몇 사람들은 치킨을 뜯기도 전에 끝났다며 투덜거렸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천여명의 힘에 열광했다.
올림피아 우승? 그딴 건 이미 당연한 사실이나 다름없었다. 한국인들은 아예 한발 더 나아가 자신들이 10강 보유국이 될 거라 확신했다.
10강… 그래, 10강. 한민족이 얼마나 그 이름을 갈구해 왔던가?
사사건건 바닷길에 끼어드는 아세안과 캥거루 놈들을 밀어내고, 무역 협정에 10강을 대동하고 나타나는 빌어먹을 유럽 놈들을 짓밟을 그 이름!
그 이름을 향한 국민들의 기대가 어찌나 큰지, 경기 후 호텔로 들어가는 여명을 환영하는 인파가 차를 막을 정도였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성물의 주인으로 뽑힌 박철이 올린 기사가 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국가 지도층의 불법 베팅, 세계적 축제를 악용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한국이 아닌 외국계 언론사에 처음 올라온 기사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실려있었다.
조웅찬 장관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올림피아 경기 결과를 두고 불법 베팅을 했다는 부끄러운 내용.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건, 그 모임에 천여명이 참가했다는 사실이었다.
-설마 천여명이?
-당연히 했겠지. 걸린 돈이 얼만데.
-아직 아무 증거도 없는데 몰아가지 마시죠?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각종 사이트의 리플, 그리고 언론사마저 천여명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올림피아 선수단이 개성 호텔을 떠나 선수촌으로 갈 때까지, 계속.
선수단 전용 버스가 도착하고, 떠나는 내내 여명에게 무수한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지만, 여명은 모든 인터뷰를 거절했다.
누군가는 결백하기에 침묵한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찔리는 게 있으니 도망치는 거라고 수군거렸다.
사실이 무엇이건, 이때다 싶어 그동안 억눌려 있던 천여명에 대한 안 좋은 소문들이 터져 나오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제가 봤는데, 착한 이미지는 다 거짓입니다. 툭하면 경비들에게 막말하고, 지 장모의 뺨을 때리는 양아치라니까요?
어딘가 그럴싸한 소문부터.
-이건 비밀인데, 그 새끼가 사실 성녀님 엉덩이를 때렸다니까요? 완전 미친놈이라… 제 이름이요? 쇠똥구리인데요?
누가 들어도 말도 안 되는 헛소리들까지.
객관적으로 보면 모조리 거품 같은 소리뿐이었지만, 거품도 쌓이면 때때로 진실을 압도하는 법.
선수촌으로 향하는 버스에 앉아 실시간으로 언론과 기사를 확인하던 살로메는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거 이대로 내버려 둬도 돼? 이러다가 여명이 쌓은 명성이 다 날아가면 어쩌려고….”
살로메의 목소리가 향한 곳은 옆 좌석의 세티, 정확히는 성녀를 피해 동생과 자리를 바꾼 세티였다.
“명성? 딱히 걱정할 필요 없어.”
“하지만, 이만한 뉴스면… 아니라고 해도 의심하겠는데?”
“의심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 어차피 국민들이 좋아한 건 여명의 양심이나 인덕이 아니라 힘이니까. 여명이 무슨 짓을 하건, 힘만 보여주면 지지가 떨어질 일은 없어.”
역시 정치인의 딸이라서 그런가? 연인치고는 참으로 냉정한 계산법이었다.
물론, 냉정한 만큼 그녀의 의견은 사실에 가까웠다. 프랑스를 점령한 히틀러도 독일 민족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 않았나.
대중을 사로잡는 데, 역시 힘만 한 것도 없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살로메는 다시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려 이런저런 리플을 찾아봤다.
한데, 개중에 눈에 띄는 리플이 있었다. 여섯 하늘인가 뭔가 하는 녀석의 리플이었다.
[이 새끼 완전 빨갱이임ㅋㅋ 내가 봤음 ㅋㅋ] [난봉꾼 새끼, 꿈에서 본 엘프도 100퍼 건드렸을 듯ㅋㅋ] [여자한테만 잘해주는 씹새끼.] [청소부나 시키면 딱임.]…이거 아는 사람인가?
살로메는 설마 싶어 녀석의 신상을 털었다. 그리고 오랜 인터넷 실력을 살려 악플러가 러시아 쪽 올림피아 참가자란 사실을 찾아냈을 쯤.
버스가 멈추며 선수촌 도착을 알렸다.
아, 조금만 더 있었으면 잡을 수 있었는데.
살로메는 아쉬움을 삼키며 세티와 함께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 앞에는 의외로 기자들이 거의 없었는데, 대부분은 천여명이 탄 버스를 포위하러 간 탓이었다.
‘화이팅.’
안쓰러운 눈으로 여명이 있는 방향을 바라본 살로메는 안내원을 따라 선수촌으로 향했다.
거대한 올림피아 경기장과 마주 보는 선수촌은 새하얀 아파트촌을 떠올리게 했다.
아니, 실제로 이번 올림피아 이후 고급 아파트로 사용한다고 했으니 아파트촌이 맞나?
아무튼, 선수촌이 가까워지자 인터뷰를 마친 성녀가 쪼르르 세티와 살로메에게 다가왔다.
“같이 가!”
성녀는 조금 지친 얼굴이었다. 기자들에게 왜 박철 같은 놈이 성물의 선택을 받았냐고 질문 세례를 받았다나?
세티와 살로메가 그녀를 위로하자, 성녀는 금세 기운을 회복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위로 말고 다른 이유가 더 컸다.
“드디어, 여명과 한 방에 있을 수 있어!”
누가 들을까 살로메가 급히 방음벽 마법을 시전하건 말건, 성녀는 신나서 떠들어댔다.
“선수촌 내부는 감시가 거의 없잖아. 중등부 시절에는 몰랐는데, 다른 사람들은 동물의 왕국이라고 부른다며? 올림피아 내내 콘돔이 수백 통 넘게 쓰이고, 막, 새로운 혈통이 태어나고…!”
세티는 고개를 저었다.
“그거 기자들이 콘돔 찍으면서 만든 낭설이야.”
“…어? 진짜?”
“남녀가 나눠진 스포츠 경기도 아니고, 다 경쟁자인데 함부로 체력을 낭비하겠어? 특히 마법사나 사제들은 그때그때 컨디션이 얼마나 중요한데.”
“아… 녹색 신이시여. 지구인들을 용서하소서.”
여기서 왜 다산의 신을 찾는 거지. 살로메가 성녀의 위아래를 훑는 사이, 성녀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여명의 방에 찾아갈 수는 있는 거지?”
“응. 걸리지 않게 조심해야겠지만.”
“투명 망토랑 피눈물의 환상이 있잖아. 걸릴 일 없어.”
살로메는 그 비싼 마도구와 어마어마한 무술을 고작 남자 방에 숨어들기 위해 쓰겠다는 성녀의 말에 충격을 받아야 할지, 아니면 이어진 세티의 말에 충격을 받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피눈물의 환상은 안 돼.”
“어? 왜?”
“KGB가 이 주변에 있거든. 정확히 왜,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녀석들은 피눈물의 환상을 알아볼 수 있어.”
“아… 빨갱이 새끼들이란… 진짜 도움 안 된다니까?”
살로메는 차마 그쪽 어머니도 빨갱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어느새 튀어나온 여명이 대화에 끼어들었으므로.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 KGB가 무슨 귀신도 아니고, 선수촌 내부에 막 돌아다니진 않을 테니까.”
갑자기 튀어나온 여명을 보고 화들짝 놀란 성녀나 살로메와 달리, 세티는 비교적 침착하게 대답했다.
“…언제 왔어? 인터뷰는?”
“내가 무슨 마음으로 한국을 선택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한 마디하고 도망쳤지.”
“눈물도 한 방울 흘리고?”
“아니, 그냥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기만 했는데… 눈물도 흘렸어야 했나?”
“그랬으면 너무 과했을지도? 흐음, 생각해 보면, 이제 시작인데 과한 것보다는 그쪽이 더 낫겠다.”
이야, 완전 부부 사기단이 따로 없네. 살로메가 두 사람을 보며 부러움과 경악이 반반 섞인 생각을 삼키는 사이, 성녀가 은근히 여명에게 달라붙었다.
“KGB만 신경 쓰면… 이제는 마음껏 만나도 되는 거지?”
“물론이지. 중요한 건 여전히 미리의 꿈으로 전하겠지만, 다른 사소한 것들은 만나서 이야기하는 편이 좋을 거 같아. 가능하면 식당에서 밥도 같이 먹고.”
요 며칠 여명과 못 만난 게 어지간히도 억울했는지, 성녀는 히히 웃었다.
‘방음벽 쳐놔서 참 다행이다.’
이쪽을 힐끗거리는 안내원을 보며 살로메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일행이 방음벽 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선수촌에 도착한 직후.
여명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화려한 선수촌 내부 때문에? 아니, 아니었다.
그는 선수촌 내부에서 꾸벅 인사하는 새 안내원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응? 왜 그래?”
살로메가 의아한 듯 묻자, 여명이 안내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까 KGB가 마음껏 선수촌을 돌아다니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지? 그 말 취소할게.”
“…응?”
“저기, 저 안내원. 변장한 KGB야.”
다음 순간, 성녀는 그대로 리볼버를 뽑아 안내원을 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