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591)
을 위한 세계는 없다-591화(591/817)
EP.591 막간 – 그때 그녀는 (2) (수정)
* * *
『꼴뚜기 다음은 망둥어가 뛰는구나.』
차가운 목소리였다. 너무 차가워서 듣는 것만으로도 귀가 얼어버릴 것 같은 목소리.
네티는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 속에서 눈을 떴다.
후우우-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숨결은 탈색된 것마냥 새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네티는 겨울을 처음 본 어린아이처럼 몇 번이고 숨을 내쉬다가,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죽기 직전에 마주했던 피와 고통은 없었다.
있는 건 물침대 위에서 깨어난 것 같은 묘한 출렁거림과 저 멀리서 반짝이는 별빛, 그리고 온 사방을 뒤덮은 어둠뿐.
그래, 어둠.
네티는 혹시 이게 사후 세계일까 고민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이 저승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다섯 신 교단이나 기독교의 성경 속 저승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라서?
아니, 바닥에 누워 저 아래를 내려다보는 어둠을 발견했으므로.
저게 뭐지.
어둠을 보던 네티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비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흐릿한 그림자를 걸친 어둠은 고대 그리스의 여신상처럼 관능적인 여성의 선을 가지고 있었므로.
‘다 좋은데, 왜 하필 여자지? 형부 같은 남자가 낫지 않나?’
네티의 실없는 생각을 읽은 것일까? 저 아래를 내려다 보던 어둠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어둠과 얼굴을 마주한 네티는 흠칫,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희미한 윤곽선 너머, 코와 입이 있어야 할 자리에 별자리가,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넓게 퍼진 성운이 박혀 있는 얼굴이라니.
초현실적인 얼… 아니, 존재였다. 네티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벌벌 떨었다.
곧, 헬릭스 성운을 닮은 두 개의 눈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깨어났느냐? 아이야, 이리 와서 너도 보거라.』
네티는 거절하지 못했다. 그녀는 느릿느릿, 겁먹은 당나귀처럼 어둠의 옆으로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어둠의 키는 그녀의 몇 배나 되었다.
어둠은 마치 작은 햄스터를 대하듯 그녀에게 손짓했다. 편하게 있으란 뜻이 담긴 손짓이었고, 네티는 어둠 옆에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어둠이 보던 곳을 바라봤다.
‘지옥이라도 보여주려는 걸까.’
그녀의 걱정과 달리, 별과 어둠 너머의 풍경은 무섭지 않았다. 그러나 네티는 한 번 더 몸을 떨어야 했다.
저 아래, 죽어가는 자신의 몸을 끌어안은 형부가 보였으므로.
자세히 보니, 그녀가 정신을 잃기 전에 못 봤던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애타는 형부를 향해 무어라 속삭이는…
‘…붉은 괴인?’
주가시빌리의 아지랑이와 달리 피처럼 붉은빛으로 이루어진 그것은 네티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모습을 바꿨다.
디미트리, 붉은 괴인, 디미트리, 그리고 다시 붉은 괴인.
네티가 물었다.
‘저게… 대체 뭐죠?’
『판돈을 지키기 위해서 애쓰는 사기꾼이지.』
“…예?”
『가만히 있다간 나의 간택자에게 모두 빼앗길 것 같으니, 그전에 간택자의 힘을 빼앗기 위해 내려온 것이다. 나름 머리를 굴린 꼴이 우습지 않느냐?』
네티는 대체 어디가 웃긴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간택자’가 형부란 사실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어둠이 말했다.
『자, 들어보거라.』
네티는 귀를 세우고 저 아래를 바라봤다. 잠시 정신을 집중하자, 저 아래에 있는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려왔다.
-지금 당장 방법을 말해.
-간단합니다. 주가시빌리의 본질을 생각해 보십시오.
-…본질?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무술을 살인 기술로만 생각했던 현대 지구인들의 단점을 모으고 모아 만든 무술. 상대를 죽이고자 하는 마음조차 무기로 삼는 무술….
-짧게, 요약만.
-간단히 말하자면, 자연 발생한 주가시빌리들의 경우를 떠올려 보십시오. 그들이 따로 주가시빌리를 익혔겠습니까? 아닙니다. 그저 뇌가 살기에 절여졌을 뿐입니다.
-….
-그러니 남은 답도 간단합니다. 강제로 살인 말고 다른 건 생각도 못 할 때까지 그녀의 뇌에 살기를 욱여넣으십시오.
그 말을 들은 여명의 표정과 마찬가지로, 지켜보던 네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고개를 뒤로 빼며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뒤로 빼며 물었다.
“정말 저딴 방법으로 주가시빌리를 익힐 수 있나요?”
어둠은 소리 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저건 성경을 읽는다고 개나 소나 사제가 될 수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노라.』
성경? 약간 묘한 비유였지만 네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저따위로 양산할 수 있었다면 굳이 주가시빌리 ‘유파’라고 부를 필요도 없었겠지.
네티가 물었다.
“그럼 왜 형부에게 저런 말을 하는 거죠? 어차피 형부도 저런 말에 안 속을 텐데….”
『아니, 나의 간택자는 기꺼이 속아줄 것이다. 지금 너의 몸을 구할 방법은 주가시빌리뿐이니.』
“….”
어둠의 말마따나, 형부는 주변으로 피어난 모든 주가시빌리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네티는 죽어가는 자신의 몸으로 뭉치는 아지랑이를 보며 묘한 감정을 느꼈다.
“여기서 형부에게 말할 수 없나요? 그만두고 박 기자님만이라도 챙겨서 나가는 편이….”
어둠은 그녀의 말꼬리를 훔쳤다.
『…낫겠지. 하지만 나의 간택자는 널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것을 패배라고 생각할 테니까.』
“…패배?”
『그래, 패배. 가족을 잃은 뒤 겪은 모든 여정 속에서 나의 간택자가 몇 번이고 마주하고, 극복한 것.』
네티는 형부에게 자신이 그렇게나 소중한 존재란 사실에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결국 형부에게 패배를 안겨준 존재가 된 걸 슬퍼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감상에 빠지지 않았다.
저 아래, 붉은 괴인이 형부가 모은 주가시빌리의 아지랑이 속에서 검붉은 무언가를 흡수하기 시작했으니까.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야가 가려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
하지만 정작 형부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죽어가는 자신에게만 신경을 쏟고 있었다. 네티는 놀라서 물었다.
“저, 저거 갑자기 무슨 짓을 하는 거죠?”
『보는 바와 같이, 도둑질이노라.』
“도둑질? 저 아지랑이는 그냥 유형화된 살기-”
『-속에 담긴 내 간택자의 신성이다.』
신… 성? 네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어둠을 올려다봤다.
“케프리의 신성…? 아니, 케프리의 신성은 금색인데… 그럼 주가시빌리? 무술에서 어떻게 신성이…?”
그러자 그녀와 나란히 누운 어둠은 부드럽게 턱을 괴며 물었다.
『아이야, 신성이란 무엇이더냐?』
“…다른 차원의 고차원적 에너지 생명체가 보내주는 마나요.”
『꼭 다른 차원에서 보내줘야만 신성이더냐? 같은 차원에서 보낸 마나는, 스스로가 이룩한 경지는 신성이 될 수 없느냐?』
교단의 신도가 들었다면 신성모독이라고 비명을 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말. 어둠은 계속 속삭였다.
『아이러니한 일이노라. 사랑에도 신성이 있다고 믿고, 지혜에도 신성이 있다고 믿으면서, 다른 가능성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다니.』
“….”
『심지어 너희 지구인들은 십자가 위에서 죽은 목수와 보리수 아래에서 눈을 감은 왕족에게 감화되지 않았더냐? 지구의 절반을 지배하던 독재자가 남긴 무술이 그들이 남긴 경전보다 못할 것 있느냐?』
지금, 스탈린을 예수님과 석가모니와 같은 선상에 둔 건가? 네티는 경악해서 되물었다.
“학살을 저지른 독재자와 성인들은… 달라요. 적어도 성인들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길을 제시했어요.”
『공산주의도 그렇지.』
“….”
『마르크스와 스탈린 또한 너희에게 이상 사회를 제시했다. 그리고 수십억 인류가 그 이상에 동조해 움직였노라. 그렇지 않더냐?』
네티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곧 반론을 찾아냈다.
“하지만 불교나 기독교가 성인의 가르침을 지켜나간 것과 다르게, 스탈린 사후, 누구도 공산주의의 이상을 따르지 않았어요.”
『그래, 그래서 공산주의의 신이 없는 것이다.』
“….”
『스스로 빨갛지 않다고 믿는 나의 간택자에게는 아주 다행인 일이지.』
***
짧은 문답을 나눈 네티는 상황을 따라가지 못했다. 갑자기 신앙 논쟁이라니.
다른 때도 아니고, 형부의 신성이 도둑맞고 있는 상황에서 어울리지 않는 대화였다. 그녀는 대화 주제를 억지로 돌렸다.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절 여기로 불러낸 이유가 가르침 때문은 아니겠죠. 제가 뭘 하면 되죠?”
그러자 어둠은 그윽한 시선으로(적어도 네티는 그렇게 느꼈다) 네티를 바라봤다.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단다. 아이야, 넌 그저 이름에 걸맞은 일을 하면 된다.』
이름에 걸맞은 일. 희생양.
네티는 꿀꺽 침을 삼켰다. 여태껏 이어온 대화가 이 순간을 위해서라는 확신이 들었다.
“무엇을… 하면 될까요?”
『어디까지 할 수 있느냐?』
네티는 곧바로 대답했다.
“…전부요.”
그러자 어둠이 갑작스레 웃음을 터트렸다. 비웃음이 아닌, 순순한 즐거움이 담긴 미소였다.
『첫 번째 또한 그리 말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했지. 너 또한 그러기를 바라마.』
네티는 어둠이 말하는 첫 번째가 누구인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잠시 뜸을 들인 그녀는 마지막으로 형부를 내려다본 뒤, 몸을 일으켜 무릎을 꿇었다.
“준비됐습니다.”
결연하게 말한 네티는 눈을 감았다. 이 어둠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마지막으로 형부를 보고, 형부를 위해 희생할 기회를 줬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
희생양에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희생양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도 발악했건만, 마지막에는 기쁘게 희생양이 되다니.
네티는 마지막을 기다렸다. 어둠이 그녀를 통째로 잡아먹을까? 아니면 목을 베어 저 땅 아래로 피를 뿌릴까?
무엇이건 상관없었다. 네티는 결연하게 최후와 마주했다.
그리고 대략 30초 뒤.
소리 없는 웃음이 그녀의 각오를 간질였다.
『뭐 하고 있느냐?』
응? 네티는 조심스레 눈을 떴다.
어둠은 재물용 칼이나, 무시무시한 이빨이 가득한 입 대신 작은 책 한권을 내밀고 있었다.
고급스러운 가죽 표지 위, 고풍스러운 글씨체로 ‘쇠똥구리’란 글씨가 선명하게 적혀있는 책.
“저… 이건?”
『주가시빌리.』
“…?”
여기엔 쇠똥구리라고 쓰여있는데요? 네티가 입 밖으로 의문을 꺼내기 전에, 어둠이 말했다.
『열정과 달리 생각이 그리 깊지 않은 아이로구나. 조금 전에 말하지 않았느냐, 지금 너의 몸을 구할 방법은 주가시빌리뿐이라고.』
쇠똥구리랑 주가시빌리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지만, 네티는 순순히 책을 받아 펼쳤다. 책의 내용을 확인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깜빡였다.
[어린 쇠똥구리께서 홀로 쓰레기통을 비우겠다고 억지를 부리셨도다. 힘이 부족하여 결국 쓰레기통을 쏟았노라.처음부터 일을 다시 하게 되었음에도, 형들은 그를 용서하셨도다. 그리하여 쇠똥구리께선 자비심을 배우셨노라.]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관찰 기록도 아닌, 마치 종교의 경전 같은 책.
이건 대체 뭐지? 네티가 고개를 들자, 어둠이 말했다.
『주가시빌리를 익힌 순간을 적은 페이지를 보거라.』
네티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책이 혼자서 휘리릭- 페이지를 넘겼다. 곧 네티는 어둠이 말한 페이지를 마주했다.
살기 어린 붉은 글씨로 온갖 저주와 분노를 쏟아낸 페이지.
그곳에는 형부의 복수심과 증오, 힘을 향한 갈망, 그리고 자기혐오가 가득 담겨 있었다.
글자들이 뿜어내는 감정들이 어찌나 살벌한지, 글을 읽은 네티의 눈과 코에서 피가 흘러내릴 정도.
하지만 네티는 글을 읽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보고, 공감했다. 파순에게서 훔친 마공이 형부의 살기를 증폭시키는 순간을, 코르부스의 폭력이 살기를 억누르는 순간을, 그리고 마침내 궁정백에게 극의에 도달한 주가시빌리를 도둑질하는 순간을.
그렇게 모든 페이지를 다 읽은 직후, 그녀의 몸에서 아주 옅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다른 평범한 주가시빌리들과 달리, 여명의 그것처럼 검붉은 주가시빌리.
물론, 여명처럼 맨정신을 유지할 순 없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찔한 감각이 느껴졌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살기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손을 모아 스스로를 끌어안은 네티는 숨을 참았다. 이건 고문이었다. 몸속의 모든 악의가 머리 쪽으로 솟구쳐 뇌를 불태우는 것 같았다.
눈앞이 붉게 물들고, 눈가에서 주르륵,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살기는 나무를 갉아 먹는 흰개미처럼 그녀를 서서히 장악했다.
이윽고, 그녀의 뇌 전체가 살기에 잠식된 순간.
네티는 무언가가 그녀의 등과 맞닿는 감각을 느꼈다. 별들이 노니는 어둠 너머의 저 아래, 그녀가 조금 전까지 바라보던 누군가의 등.
‘신들과 연결되는 거 말이야, 무섭지 않아? 매일 감시 당하는 느낌일 거 아니야.’
‘아니, 오히려 좋아. 아빠랑 등을 맞대고 있는 느낌이거든.’
‘아빠? 그러면 신들도 씨발 새끼야?’
‘뭐? 그런 나쁜 말은 어디서 배웠어?’
‘세티 언니! 언니가 아빠는 씨발 새끼라고 했어!’
아직 큰 언니가 살아있던 시절, 그녀가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기엔 너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등을 맞대는 기분… 그녀는 아버지와 등을 맞대본 적 없었지만, 지금 그녀가 느끼는 온기가 누구의 것인지 알게 되었다.
네티는 희미하게 제정신을 유지하며 말했다.
“신성 이야기를 하신, 이유가, 이거, 군요.”
『눈치챘느냐?』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눈치채고 말 것도 없었다.
형부의 신성, 조금 전까지 나눴던 신성에 관한 이야기, 주가시빌리, 그리고 성인의 행적을 기록한 경전에 가까운 책까지.
모든 건 한 가지 사실을 가리키고 있었으니까.
“저는, 형부의, 사제가, 되는 건가요? 살기의…신의, 사제?”
어둠은 고개를 저었다.
『어떤 별이 떠오를지는 나의 간택자가 정할 일이다. 그러니 지금은 그저 신도로 만족하자꾸나. 성경을 읽는다고 개나 소나 사제가 될 순 없는 법이니.』
조금 전에 했던 말을 다시 꺼낸 어둠은 슬며시 네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직후, 머리를 가득 채운 주가시빌리가 흐려질 정도로 아찔한 공포가 그녀의 몸을 채웠다.
네티는 그제야 눈앞의 어둠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인지 깨달았다. 그녀는 기절하지 않기 위해 어금니로 볼 안쪽을 깨물며 물었다.
“왜, 직접, 하지, 않으시고….”
『난 그런 식으로 게임에 참가하지 않는다.』
“….”
『선택도, 패배도, 승리도… 모두 간택자의 것. 애도와 신전의 별이 신전을 선택한 것 또한 그 연장이니, 나는 그저 즐길 뿐이노라.』
애도와 신전의 별? 네티는 그 단어 속에서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친숙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으려는 찰나.
『자, 이제 가거라.』
아래로 추락하는 것 같은 아찔한 추락감이 정신을 장악한 가운데, 네티는 미처 하지 못한 질문을 떠올렸다.
형부에게 전할 말은 없으신가요.
질문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고, 생각은 말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어둠은 마치 그녀의 말을 들은 것처럼 대답했다.
『난 순서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고 전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