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595)
을 위한 세계는 없다-595화(595/817)
EP.595 어두운 진실, 화려한 거짓
어둠을 두려워하는 자들을 비웃지 마세요.
진짜 문제는 언제나 빛을 두려워하는 자들이 일으키는 법이니까.
[알려지지 않은 어떤 정치인에게, 전대 성녀가.]벙커 탈출은 침투만큼이나 지난했다.
만약 여명이 마지막으로 휘두른 용사의 무술이 천장을 뚫지 않았다면, 탈출하긴커녕 벙커 바깥으로 나오지도 못했으리라.
어쨌거나, 무슨 벙커 버스터마냥 두꺼운 지반과 콘크리트를 뚫어버린 일격 덕분에 일행은 포위망이 완성되기 전에 벙커를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벙커 밖으로 나왔다고 안전한 건 아니었다.
투명 망토가 있었음에도 일행은 세 번 이상 한국군과 마주했고, 그때마다 첩보영화 뺨치는 잠행을 벌어야 했으니까.
이런 살벌한 도주는 장관이 준비한 위장용 청소 차량에 탄 뒤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행은 한강을 넘기 전까지 몇 번의 검문을 받았다. 그리고 그중 한 번은 거의 발각될 뻔했다.
-너희 진짜 청소부 맞아? 장비가 왜 이렇게 깨끗해?
-아, 그거야 올림피아니까 그렇지요. 더럽게 다니면 청소부 길드랑 정부에서 벌점을 먹여대는데… 이게 3점만 먹어도 감봉입니다. 감봉.
-….
-정작 청소부 쉼터에는 샤워실 하나 없는데, 위에서는 깨끗하게 다니라고 지랄만 하니… 하, 인생 시발.
다행히 여명의 리얼한 청소부 연기(?) 덕분에 일행은 아슬아슬하게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강을 넘어 서울 포위망을 벗어나고 나서야,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형부,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
체력이 바닥난 듯 여명에게 매달리는 네티와 달리, 김강혁 장관은 잠시도 쉬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
빠르게 옷을 갈아입은 그는 휴대폰을 꺼내 이곳저곳에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벙커에서 아무 일도 겪지 않은 것처럼.
[너희는 내 명령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인형인가? 당장 끌어모을 수 있는 모든 병력을 다 끌어모아!] [관광객들에게는 대테러 훈련이라고 하면 된다. 당장 한강 다리 막아!] [벙커는 안기부 놈들이 알아서 하라고 해! 우리 군은 포위망에 집중한다. 알겠나?]벙커에 있던 애국단원이 아닌 국방부의 장관으로 돌아온 그의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저 정도 연기 실력이 있어야 정부를 속일 수 있는 건가? 여명이 조금 감탄하는 사이.
통화를 끝낸 장관은 그에게 청소차의 차 키를 내밀며 말했다.
“이만 가보겠다. 알리바이가 있긴 하지만, 이 이상 자리를 비우면 문제가 생길 테니.”
차 키를 받아 든 여명은 전 면허 없는데요- 라고 말하는 대신 그를 올려다봤다.
“다음에 어디서 만나시겠습니까?”
“…대구. 내가 말했던 곳에서 만나지. 연락은 이쪽에서 먼저 하겠다.”
“예, 알겠습니다.”
여명이 동의하자, 장관은 그대로 등을 돌렸다.
조금씩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던 여명은 문뜩 뭔가를 떠올리고, 그를 불러세웠다.
“장관님. 벙커에서 주신 이 마도구… 가져가시죠.”
여명이 꺼낸 건 김강혁이 건넸던 아공간 마도구였다. 애국단원들이 애타게 찾던 백골이 들어있는 마도구.
걸음을 멈춘 김강혁은 고개를 돌려 여명의 손에 들린 마도구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역시 너에게 부탁하마. 그분들도 나 같은 놈보다는… 네가 묻어주시는 걸 바랄 테니.”
“….”
여명은 마도구 속 백골이 누군지 알 수 없었으나,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움을 담아 꾸벅 고개를 숙인 장관은, 떠나기 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시간이 촉박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는 걸 용서해라. 그리고 네가 기록보관소에서 찾은 자료가 무엇이건 간에… 네가 각하에 대한 진실을 안 뒤에도 지금의 마음가짐을 유지하길 바란다.”
각하에 대한 진실? 묘한 말이었다. 하지만 여명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무언가를 묻기엔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진 밤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저 조용히, 기절하듯 잠든 네티를 안은 채 달을 바라봤다.
다음날.
여명은 옅은 딸기 향을 따라 잠에서 깨어났다. 푹신한 침대에서 일어나자, 옅은 피로가 그의 목덜미를 쓸고 지나갔다.
오랜만에 느끼는 피로였다.
주가시빌리를 익힌 뒤로 이런 피로를 느낀 적이 얼마만 인지.
아마 정신적인 피로이거나, 천도무친과 용사의 무술을 동시에 쓴 반동 때문인 듯했다.
하지만 어느 쪽이건 상관 없이, 여명은 눈을 몇 번 깜빡여 피로를 털어냈다. 대충 침대에서 일어난 그는 커피 향이 흘러드는 방문을 열었다.
“응? 왜 벌써 일어났어?”
거실에서 그를 반겨준 건 세티였다.
밤새 서류와 씨름한 걸까. 여명이 가져온 기록보관소 문건들을 책상 위에 쌓아 놓은 그녀의 곁에는 뭔지 모를 핑크색 액체가 담긴 잔이 놓여있었다.
“딸기 냄새가 좋아서.”
그렇게 둘러댄 여명은 옆구리를 벅벅 긁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창문 밖이 옅은 남색으로 물든 걸 보니, 새벽과 아침 사이 어디쯤인 듯했다.
아무튼, 여명이 맞은편에 앉자 세티는 분홍색 음료가 담긴 잔을 내밀며 물었다.
“구더기 공주가 만들어 준 잠 깨는 약이야. 마실래?”
“아니. 절대 안 마셔.”
여명이 고개를 뒤로 빼자, 세티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잔을 홀짝이며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다.
삐쭉삐쭉 튀어나온 머리카락, 살짝 거뭇거뭇한 눈가. 피곤에 젖은 세티의 얼굴은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여명은 꿈틀거리는 욕심을 참으며 조용히 그녀가 서류를 훑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서서히 아침이 찾아와 두 사람 책상 위를 밝게 물들일 때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여명.”
“응.”
세티는 바로 말하지 않고 잠시 입술을 오물거렸다. 죽을 뻔한 네티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아니면 각하에 대한 이야기?
정답은 둘 다 아니었다.
“네가 가져온 아공간 속 백골들 말인데….”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 여명이 눈을 크게 뜨자, 세티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옛 일제 시절의 독립운동가분들의 백골인 거 같아.”
“…독립운동가? 그분들의 뼈가 왜 벙커에?”
“기록보관소 기록을 보면 아마… 그분들의 유전자를 기반으로 인조인간을 만든 것 같아.”
“인조인간?”
여명이 눈살을 찌푸리자, 세티가 조용히 덧붙였다.
“본능적으로 애국심이 강한 인공 병사들을 만들 생각이었다는데… 수명이 너무 짧고, 초인으로 만들어지는 비율이 너무 적어서 대부분은 폐기했더라고.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던 일이라 몰랐어.”
“….”
이 미친 나라는 대체 어디까지 사람을 가지고 놀아야 성이 찬단 말인가. 여명과 세티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슬픔과 분노를 교환하길 잠시.
여명이 말했다.
“정체를 모르면 모를까, 안 이상 몰래 묻을 수 없겠네.”
“….”
“성대하진 않아도 장례를 치러드리고, 당당하게 가서 묻어드리자.”
한국의 정부를 쓸어버린 뒤에나 할 수 있는 일.
복수 위에 하나의 목적이 더 쌓이는 가운데, 여명은 죽은 애국단원들의 마지막을 떠올렸다.
각하가 아닌 그들이 나라를 이끌었다면 그의 삶이 달라졌을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 각하의 죽음이 그들의 넋을 위로할 수 있다는 점만큼은 확실했다.
‘…각하.’
대체 누구고, 무슨 목적이 있기에 이리도 지독한 악행을 저지르는 걸까. 이 나라의 진실을 알수록 그의 정체는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여명은 정답을 찾아 기록보관소에서 가져온 서류로 고개를 돌렸다. 세티는 그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말했다.
“이제 1할 정도만 봐서 확신할 순 없지만… 각하의 진짜 정체를 유추할 수 있는 기록들은 대부분 검열되어 있어.”
“….”
“하지만, 이 자식이 활동한 기간과, 그 기간 동안 무슨 일을 벌였는지는 상상 이상으로 상세히 적혀있더라. 이것만으로도 신분을 추적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명은 손을 뻗어 그녀의 볼을 쓸었다.
“고생하네.”
“내가 고생은 무슨, 정말로 고생한 사람이 누군데.”
“….”
“아야톨라에, 한국군에… 또 이번에는 네티가 사고 쳤다며.”
여명은 슬쩍 시선을 돌렸다. 사고라는 단어가 지닌 어색함 때문이었다. 네티는 죽을 뻔했으니까.
“아슬아슬했어. 네티가 만약 운 좋게 주가시빌리를 익히지 않았다면….”
“그랬어도 네 탓이 아니야.”
“….”
“나도, 자매들도, 모두 죽을 각오로 너와 함께하는 거야. 죽어도 후회는 없어. 그러니 너도 후회하지 마.”
여명은 고개를 저었다. 각오와 슬픔은 다른 것이었다. 그는 누구도 죽게 할 생각이 없었다. 그건 패배였으니까.
플레이어가 그의 가족들을 빼앗아 가던 순간과 똑같은 패배.
그리고 그런 패배는 평생 한 번으로 족했다.
거기까지 생각한 여명은 세티에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듯, 꽈악.
포옹만으로 진심이 전해진 것일까, 세티는 피식 웃으며 여명을 마주 안았다.
풋풋한 살 내음, 꽉 잡은 손, 들끓는 마음.
성녀를 비롯한 다른 사람이 방해하기엔 이른 시간이었고, 두 사람은 아무 걱정도 없이 서로의 옷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익숙한 손짓을 따라 단추와 지퍼가 열리던 바로 그때.
띠리링- 띠리링-!
휴대폰이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이 시간에 어떤 새끼가-
중의적인 의미로 성을 내던 여명은 휴대폰 위에 떠 오른 이름을 보자마자 열을 식혔다.
[장만 어르신]“이보게, 연지 공주.”
늙었으나 여전히 굵은 목소리를 따라, 라쉬크는 고개를 돌렸다.
연지 공주는 뭐야. 연지벌레의 주인이랑 구더기 공주를 섞은 건가?
‘차라리 핑크 데스라고 부르지.’
창고… 아니, 아지트에서 밤을 지새운 탓인가, 그녀는 조금 날이 선 심경으로 자신을 부른 장만을 바라봤다.
하지만 장만의 얼굴을 본 순간, 짜증이 쏙 들어갔다. 그의 주름진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했으므로.
“왜 부르세요?”
“…내가 질문하나 해도 되겠나?”
장만은 책상에 어지럽게 널린 서류와 노트북, 그리고 한지 중 어디에도 집중하지 못한 채 심각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왜 저러시지? 라쉬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뭐, 제가 대답 해드릴 수 있는 거라면야.”
“누군가 말일세… 어느 사업이건 손을 대는 족족 성공한다면… 단기적인 손해를 장기적인 이득으로 바꾸는 걸 밥 먹듯 할 수 있다면… 그를 뭐라고 불러야겠나?”
“글쎄요. 투자의 신?”
“투자의 신이라….”
장만은 몇 번이고 그 말을 되뇌였다. 마치, 그 말이 옳기를 바라는 것처럼.
하지만 아무리 그 말을 중얼거려도 장만의 심경은 풀리지 않았다. 뭐라 도와줄 방법을 모르는 라쉬크는 그냥 자신의 연구로 돌아갔다.
어젯밤, 박철 기자가 가지고 온 피와 물약, 그리고 그것들이 잔뜩 말라붙은 파이프.
인간을 물약 생산용 그릇으로 개조한 ‘물약 처녀’들의 몸에서 나온 젊음의 비약이라는데, 연금술사로서 호기심이 동하는 물건이었다.
사람을 재료로 쓰는 게 아니라, 아예 배양 탱크로 만들어 버리다니.
평범한 연금술의 금기를 넘어 교단의 비법이 들어갔다고 하니, 이걸 연구하면 교단의 다른 기술을 파훼할 수도 있-
‘-아니, 잠깐. 내가 왜 교단이랑 싸울 생각을 하고 있지?’
자신도 모르게 당연히 여명과 함께 싸울 거라고 여기고 있었다. 아니, 미치지 않고서야 왜 그런 짓을?
‘너무 물들었어.’
라쉬크가 스스로의 변화에 기겁하는 순간, 끼이익-! 아지트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양반은 못 되네. 그녀의 속마음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안으로 들어온 건 여명이었다.
라쉬크를 본 여명이 인사했다.
“핑크 데스, 오늘도 고생하십니다.”
“그래, 그래, 누구 덕분에 말이지.”
그녀가 괜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투덜거리건 말건, 여명은 그녀의 앞에 놓인 연금술 장비들을 보고 물었다.
“뭐 찾은 거 있어요?”
“연구 시작한 지 아직 반나절도 안 됐는데, 벌써 결과를 원해?”
“네, 라쉬크는 제가 아는 연금술사 중에 최고니까요.”
이죽거림을 순수한 칭찬으로 되돌려주다니. 이 정도는 돼야 그 미친 성녀와 사귈 수 있는 건가.
괜히 무안해진 라쉬크는 머그컵을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평소 같으면 칭찬해도 뭐 안 나오지만… 다행히 지금은 뭔가 찾아냈어.”
“…찾아냈다고요? 정확히 뭘요?”
라쉬크는 머그컵 속 딸기 맛 액체를 홀짝이며 대답했다.
“이 젊음의 비약이라는 걸 만든 사람, 자기편도 안 믿은 게 분명해.”
“…?”
“이거, 마약이 들어있어. 그것도 꽤 많이.”
“…마약?”
“응, 성능도 꽤 좋은 편이야. 아마 이걸 주입할 때마다 짜릿했을 걸? 주름 자글자글한 노인네도 활력을 느꼈을 거야. 뭐, 그래봤자 며칠 못 갔겠지만.”
그러자 여명과 그를 따라온 세티가 역겨운 눈으로 파이프를 바라봤다.
평소의 라쉬크였다면 여기서 복제약 만들어줄까? 같은 농담을 던졌겠지만, 그녀는 말을 멈추고 여명에게 길을 비켜줬다.
그제야, 기다리던 심각한 분위기를 품고 있던 장만이 고개를 들었다.
“여명아. 이른 아침부터 호출해서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어르신. 중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부르셔도 괜찮습니다.”
깍듯이 대답한 여명은 곧 장만의 책상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장만은 기다렸다는 듯 손에 들린 서류를 그에게 내밀었다.
“보거라.”
여명이 기록보관소에서 훔쳐 온 그 서류에는 묘한 내용이 적혀있었는데, 이 나라에서 손꼽히는 한 물류 회사가 개성 차원문에 투자한 사례가 쭉 열거되어 있었다.
뭐지?
잠시 서류를 훑은 여명은 딱히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 그가 찾을 수 있는 건 기껏해야 투자로 번 돈 중 대부분이 정치 비자금으로 쓰였을 거란 암시 정도가 전부였다.
“어르신, 이게 뭔지 저는 잘….”
장만은 다음 서류를 내밀었다. 이번에는 어떤 군사 작전에 관한 서류였다. 아세안 대전 시절 비밀 요원이 벌인 작전 기록.
기록 속에는 한국의 비밀 요원들은 필리핀에서 몰래 세계수 결정을 도둑질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는데, 이번에는 좀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호세를 만날 경우는 상정하지 말 것.’
만날 경우 대비책이나, 만나지 않는 이유도 아니고, 그냥 아예 만나지 않을 거라니.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 위화감은 장만 어르신이 다음에 준 서류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다음, 그다음도.
거의 열 개에 이르는 서류를 전부 읽은 여명과 세티는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
“어르신, 이건 설마….”
장만은 그 설마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설마가 맞다. 그 서류에 적힌 사건들은 모두 한국이 이득을 본 일들이다. 마치, 미래를 알고 있던 것처럼 완벽하게.”
“….”
“내가 알기로, 이런 일이 가능한 건 예언뿐이다.”
거기서 장만은 잠시 뜸을 들였다. 여명은 물론이고 뒤편에서 귀를 쫑긋거리던 라쉬크조차 경악하는 가운데, 그는 어두운 창고의 천장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불가능한 것을 전부 제외하고 남은 것은 아무리 말이 되지 않더라도 진실일 수밖에 없는 법… 이 자료들을 취합했을 때,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란다.”
“….”
“각하는, 미래를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