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60)
을 위한 세계는 없다-60화(60/817)
〈 60화 〉 복수는 복수를 원하는 자에게… (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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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이여! 옥새의 통제권을 빼앗았노라!]유니콘의 외침이 들림과 동시에 옥새 위에 퍼져있던 마법진이 일제히 정지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화산을 터트리려는 옥새의 마법만 막았을 뿐, 용은 아직도 멀쩡히 살아 있었으니까.
‘그래도 이걸로 1단계는 끝냈어. 바로 다음으로 간다.’
여명은 옥새 위에 막대기를 내려놓고, 그대로 용을 향해 추락했다.
파순처럼 날아다니는 재주는 없었지만, 옥새에서 뿜어져 나오는 막대한 마나의 흐름에 몸을 싣는 건 가능했다.
[가거라, 동정이여! 용의 광기를 막을 수 있는 건 그대뿐이다!]옥새에서 마나가 터져 나오며 그의 등을 떠밀었다.
눈앞이 번쩍거림과 동시에, 수많은 감각이 동시에 여명의 몸을 찔렀다.
옥새의 마나, 손잡이의 빛, 유니콘의 의지, 그리고… 용의 분노.
[지구인이 감히, 드워프의 징표를!!]용은 자신을 향해 추락하는 여명을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비늘 덮인 거대한 손이 그를 후려치려는 순간, 여명의 검에서 마나가 일렁였다.
[크아아!!]용의 오른손 비늘이 갈라지며 피가 튀었다. 세계수의 결정으로 늘어난 마나와 혈류가속이 일으킨 기적.
하지만 허공에서 용의 손을 벤 대가는 가볍지 않았다.
검으로 막지 못한 막대한 질량이 여명의 몸을 후려쳤고, 그는 그대로 바닥을 향해 낙하했다.
쾅!!
용의 발아래, 계곡 바닥에서 흙먼지가 튀었다.
땅에 처박힌 여명은 가장 먼저 몸 상태부터 확인했다.
‘…갈비뼈 세대에 왼쪽 팔 전부. 예상보다 상처가 커.’
그래도 다행히 다리뼈는 멀쩡했다. 의도적으로 하체에 마나를 집중한 덕분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들어보니, 거대한 용의 눈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복수심으로 불타는 파충류의 눈. 여명은 담담한 눈으로 용의 눈을 마주했다.
방향을 잃은 복수심과 동질감.
두 눈이 짧은 감정 주고받았다. 곧이어 용이 주문을 내뱉었다.
[도둑놈의 동료.]화르륵!!
여명의 머리 위로 거대한 화염구가 내리꽂혔다. 이글거리는 화염이 폭발하며 계곡이 비명을 지르고, 뒤늦게 분진이 일어났다.
자욱한 먼지 사이로, 여명이 뛰쳐나왔다.
그는 부러진 팔을 붙잡은 채, 그대로 계곡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역겨운 도둑놈아, 저 징표를 어떻게 구한 것이냐?]용의 말을 따라 온갖 주문이 그를 쫓았다. 하나라도 직격하는 순간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살벌한 마법들.
[도둑질? 그것도 아니라면 도굴한 것이냐? 탐욕에 눈이 멀어 죽은 자를 욕보이고, 마지막 보물마저 훔친 것이냐?]하지만 어느 것 하나 깃걸음을 펼친 여명을 맞추지 못했다. 용은 이를 드러내며 마나를 끌어 올렸다.
[대답해라 벌레야! 대체 어떤 더럽고 추잡한 방법으로 황금 혈족의 유품을 욕보인 것이냐!]계곡 전체가 용의 마나에 전율하고, 어마어마한 양의 불꽃들이 계곡을 뒤덮은 바로 그때.
“야! 도마뱀! 나는 안 보이냐?”
쩌엉!!
파순이 용의 얼굴을 후려쳤다. 검붉은 마나가 가득 담긴 주먹에 맞은 용의 고개가 돌아가고, 준비되던 주문들이 일제히 흩어졌다.
[날벌레가 감히!]용의 이빨이 흔들리고 붉은 비늘이 출렁거렸으나, 용은 금세 공중에서 자세를 다잡았다.
“내단이나 뱉고 뒤져!”
파순이 다시 한번 주먹을 내뻗고, 용은 마법 대신 육탄전을 준비했다. 손과 발은 물론이고, 거대한 꼬리까지.
화아아악!!
고층 건물에 맞먹는 덩치의 용이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자, 계곡에 어마어마한 바람이 불어닥쳤다.
바람은 조금 전 용이 쏟아낸 불꽃들을 더 크게 키웠다. 몇몇 불꽃은 계곡을 벗어나, 산으로 번져나갔다.
쩌엉!!
그렇게 하늘 위에서 용과 파순이 격돌하고, 계곡 주변으로 산불이 번지기 시작할 때쯤.
여명은 그를 향해 달려오던 성녀와 만났다.
“여명!”
성녀는 돌아올 줄 알았다느니, 믿고 있었다느니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들고 있던 소총을 집어 던지고 양손으로 치유의 빛을 뿜어냈다.
“아, 진짜! 매번 싸울 때마다 몸을 이렇게 굴리면 어떻게 해!”
까칠한 말투와 달리, 그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여명을 살폈다.
벌겋게 익어 화상이 가득한 피부와 덜렁거리는 왼팔.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닐 텐데도, 여명은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옥새는 무력화했다. 이제 만주가 화산으로 망할 일은 없을 거다.”
“…뭐? 진짜?”
“그럼 거짓말이겠냐? 하지만 옥새가 없어도…용은 용이지.”
여명은 고개를 들어 용과 파순의 싸움을 바라봤다. 덩치 차이 때문인지, 파순은 아슬아슬하게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녀석을 쓰러트리지 않는 이상,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을 거다. 직접 화산을 터트리건, 직접 불을 뿜고 다니건… 후환을 없애려면 용과 싸워야 해”
“…내가 뭘 하면 돼?”
성녀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물었다.
“카할 마그두와 싸울 때 내게 걸었던 축복. 지금도 가능하지?”
“응. 지금 남은 마나라면… 무리하면 세 번까지도 가능해.”
“무기에 거는 축복은?”
“레독스님의 붉은 축복의 세 배. 그러니까 아홉 번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여명은 서서히 회복되는 왼팔의 감각을 확인하며 말했다.
“무기에 여섯 번, 그리고 내 몸에 한 번. 그걸로 용을 잡는다.”
용을 잡겠다고? 기껏해야 군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 거라고 예상했던 성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거, 가능한 거지?”
“불가능하면 시도하지도 않았어.”
확신에 가득 찬 말. 어째서인지, 예지보다도 믿음직한 말이었다.
***
용과 싸우는 파순은 죽을 맛이었다.
역혈마공을 써서 온몸의 기혈을 쥐어짜고 있음에도, 신체의 한계가 발목을 잡는 탓이었다.
본래라면 손짓 몇 번으로 죽여버릴 도마뱀을 상대로 역습을 가하긴커녕, 공격을 피하며 시간을 끄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
하늘을 뒤덮는 용의 손과 꼬리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드문드문 날아오는 마법이 문제였다.
‘이 새끼, 대체 언제 오는 거야?’
파순은 아슬아슬하게 머리 위로 지나가는 불벼락을 피하며 이를 갈았다.
몇 분만 버티면 기회가 올 거라던 여명의 얼굴을 떠올리니 짜증이 확 솟구쳤다.
‘설마 튄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여기까지 와서 도망칠 이유가 없었다. 용을 쓰러트린 후라면 모를까, 지금은 서로가 힘을 합쳐야 하는 순간이었으니까.
생각이 길어지는 순간, 용의 입으로 마나가 모이기 시작했다.
브레스. 그 어떤 마법보다도 강력한 용의 비기.
콰아아아!
용의 입에서 화염이 쏟아져 나왔다. 눈이 멀 정도로 이글거리는 화염이 부채꼴로 펼쳐지며 파순을 덮쳤다.
“이런 미친.”
맞으면 죽는다. 파순은 직감의 경고를 따라 허공을 내달렸다.
한계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는 녀석의 등 뒤로, 검붉은 마나가 혜성처럼 길게 이어졌다.
기혈을 쥐어짠 덕분일까? 파순은 아슬아슬하게 브레스의 범위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에겐 숨돌릴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용이 날갯짓하며 파순을 뒤쫓았다. 그리고 거리가 좁혀진 순간, 예고도 없이 주문을 엮어냈다.
화염 고리와 불의 족쇄가 하늘을 뒤덮으며 파순을 향해 쏟아졌다. 대단한 위력은 없었지만, 목적은 확실했다.
그가 도주할 수 없도록 다리를 묶는 것.
[이제 죽어라. 날벌레!]파순이 주문에 발이 묶인 사이, 용은 기어코 파순이 피할 수 없는 거리에서 입을 벌렸다.
고오오 브레스의 불꽃이 목을 타고 차올랐다.
“젠장, 여기서 신공을 쓰는 건 좀 그런데….”
파순이 최후의 한 수를 떠올리고, 용이 승리를 확신한 바로 그때.
맞은편 절벽에서 붉은빛이 솟구쳤다.
용은 브레스를 뿜으려던 것도 잊은 채, 그 빛에 시선을 빼앗겼다. 아니,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순수한 붉은색의 마나. 그것은 지구가 아닌, 차원문 너머의 전신을 상징하는 마나였으니까.
[레독스시여…?]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절벽 위를 바라보는 용의 시야로, 익숙한 인간이 보였다.
조금 전, 우라간 혈족의 징표를 이용해 옥새의 통제권을 빼앗은 지구인.
녀석의 몸에서 전신의 붉은빛이일렁거리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침략자인 지구인에게 신의 축복이 깃들다니.
[감히, 감히, 감히! 지구인이 신의 빛을 모방하느냐!!]용은 눈앞의 현실을 부정했다. 지구인이 신의 축복을 받았다고? 이보다 더 끔찍한 농담이 또 있을까?
그래, 저건 환각 마법이 틀림없었다. 그의 눈을 가리려는 역겨운 수작.
전신께서 공산주의의 고향인 지구에, 그것도 지구인에게 축복을 내리실 리 없다.
지구인들은 모두가 불신자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저주받을 소리를 지껄이면서, 당당히 신을 무시하는 자들.
스탈린이 불태운 신전이, 공산주의자가 더럽힌 성물이 몇 개인데. 감히, 감히!
[신성모독이다!]용은 발작적으로 마나를 모았다. 저 불경한 녀석을 이 세상에서 지워버릴 생각으로 브레스를 준비했다.
그러나 지구인은 겁먹지 않았다. 도망가지도 않았다.
오히려 품에서 푸른 단검을 꺼내 쥐고, 양손을 늘어트린 자세로 그에게 대항할 준비를 마쳤다.
용의 불꽃과 맞서겠다고? 오르세 타불은 그 오만을 비웃으며 불을 뿜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탕!
용이 마지막 숨을 삼키는 순간, 녀석의 등 뒤에서 누군가 총알을 발사했다.
눈을 관통했던 총알과 똑같은 백색의 총알.
용은 반사적으로 입을 다물고, 손을 들어 총알을 막았다. 총알은 그의 비늘에 작은 흠집만 남기며 튕겨나갔다.
하지만 그 탓에, 선공을 빼앗겼다.
신의 축복을 모방한 지구인은 어느새 허리를 틀고, 검을 휘둘렀다.
오른손에 들린 철검과 왼손에 들린 단검이 동시에 허공을 갈랐다.
스아아악!
붉은 축복이 이어지는 검로를 따라, 별빛이 터져 나왔다.
혜성검. 번쩍이는 검기가 용의 날개를향해빛살처럼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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