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603)
을 위한 세계는 없다-603화(603/817)
EP.603 막간 – 꿈과 환상, 거품과 그림자, 이슬과 번개.
여명은 네티의 등을 조심스레 다독였다.
“처제, 우선 심호흡해. 감정에 휘둘리면 안 돼.”
따스한 손길이었다. 자신이 조금 전에 한 말을 잊어버릴 만큼. 하지만 네티는 곧장 정신을 차렸다.
“왜… 왜 안 돼요?”
“처음은 별이 보이는 곳에서 치르고 싶다고 했잖아.”
“….”
“고급 욕조에, 샴페인에… 장미 입욕제도 필요하다고 했었지?”
그걸 또 기억하고 계시네. 네티는 여명의 목덜미에 목을 묻었다. 부끄러움과 기쁨이 뒤섞인 표정을 숨기기 위해서.
단단한 목덜미에선 연한 석류 냄새가 났다. 흥분의 냄새였다.
네티는 더욱 강하게 그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거 다 거짓말이었어요. 저는… 형부만 있으면 돼요.”
그녀는 차마 여명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다. 평소처럼 쓴웃음을 짓고 있을까, 아니면 기뻐하고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가 아주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단 사실이었다.
“처제, 여기 환자실이야. CCTV있어.”
“….”
네티는 그제야 목덜미에 묻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여명이 무어라 그녀를 설득하기도 전에-
콰직!
염동력이 가장 가까운 CCTV를 박살 냈다. 힘 조절에 실패했는지, 기계가 통째로 으깨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네티는 개의치 않고 곧바로 다음 CCTV를 박살 냈다. 플라스틱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북소리처럼 연달아 들려왔다.
“이제 없어요.”
“….”
“아무도 못 봐요.”
죄 없는 렌즈들이 후두둑 바닥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여명은 조용히 네티의 등을 두들겼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무언가를 각오한 듯 그녀가 미처 보지 못한 CCTV를 으깨버리며 물었다.
“세티한테 허락받았어?”
그러자 네티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허락보다 용서가 쉬워요.”
“….”
여명은 하, 웃음을 흘렸다. 그래, 그건 맞는 말이지.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네티는 더욱 깊숙이 품으로 파고들었다.
“형부… 저 싫어요?”
“아니. 당연히 좋아하지.”
즉답이었다. 네티는 그의 몸을 끌어안은 손에 살짝 힘을 줬다.
“그, 그러면 왜 자꾸… 밀어내요?”
주가시빌리의 감각이 머리를 찌르는 와중에도, 네티는 분노 대신 두려움을 느꼈다.
좋아하는 건 사실 처제로서 좋아하는 거고, 여자로는 별로 안 좋아한다- 같은 대답을 들으면 버티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여명은 단 한 마디로 그녀의 두려움을 다른 감정으로 바꿔버렸다.
“밀어낸 적 없어.”
“…예?”
“잘 익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
형부답지 않은 음흉한 말. 네티는 곧바로 그게 형부의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
이건 배려였다.
혹시라도 자신의 애정이 그녀가 구걸해서 얻어낸 것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본인이 먼저 다가온 배려.
“왜 이렇게 다급해? 내가… 처제를 놓아줄 리 없잖아. 응?”
이건 진심이었다. 그의 품에 안긴 네티는 왈칵,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았다.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감정과 주가시빌리가 뒤섞인다. 넘치는 감정에 숨이 막히고, 언어가 되지 못한 생각들이 웅얼웅얼, 그녀의 머리와 입속을 맴돌았다.
좋아해요. 좋아해 왔어요. 당신이 우리를 구원하고, 그 지옥 같은 도시를 구원한 이후로 쭉.
네티는 그 말을 꺼내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었다. 넘치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꼭 언어만 써야 한다는 법은 없었으니까.
여명은 살짝 그녀를 밀어낸 뒤,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
그리고 입술과 입술이 겹쳐는 순간. 네티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첫 키스는 연애 소설 속에서 말한 것과는 전혀 달랐다. 낯선 숨결, 부드러운 감촉, 그리고 무시무시한 충격.
네티는 멍하니 여명을 올려다봤다. 웃음기가 걸린 그의 입술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 한 번만 더 해주세요.”
여명은 기꺼이 그렇게 했다. 다시 한번 두 사람의 입술이 겹쳤다가, 떨어졌다.
두 번이면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네티는 더더욱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녀의 상태는 달려들긴 했지만 정작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중학생과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여명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
거친 손이 그녀의 경기복 사이로 파고들었다. 은밀하면서도 과감한 손놀림이 피부를 타고 흐르자, 네티는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막았다.
여명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 손을 과감하게 아래로 내렸다. 생전 처음 남자에게 엉덩이를 허락한 네티는 놀라서 그의 손목을 잡았다.
“거, 거긴 아직 마, 마음의 준비가….”
애처로운 하늘색 눈동자가 반짝인다. 여명은 그녀의 귓불에 키스하며 속삭였다.
“이미 늦었어.”
여명은 그대로 네티의 목으로 입술을 가져갔다. 낙인처럼 진한 키스 마크가 새겨지는 동시에, 위로 올라간 손이 브래지어를 풀었다.
네티의 몸은 그의 예상보다 훨씬 민감했다. 입술과 손이 닿을 때마다 온몸이 움찔움찔 떨리는 게, 주가시빌리가 이미 혈관을 타고 흐르는 듯했다.
“혀, 형부… 조, 조금만 천천히….”
작고 귀여운 목소리였다. 여명은 괜히 짓궂게 대답했다.
“아니지, 지금은 오빠나 여명이라고 불러야지.”
“오, 오빠? 조금만 천천히….”
여명은 네티의 애원과 반대로 행동했다. 아래로 내려간 손은 그녀의 팬티 안을 침범했다.
“아읏…!”
좁다. 손가락 하나 들어가지 않을 만큼 좁았다. 여명은 천천히 손가락을 위로 올렸다. 그의 손이 작은 진주에 닿자, 네티의 아랫도리가 뜨거워졌다.
네티가 할 수 있는 건 여명의 몸을 붙잡고 버티는 게 전부였다. 여명은 그녀에게 휴식 시간을 주지 않고 한 번 더 입을 맞췄다.
등을 압박하는 팔뚝, 입술 사이로 파고드는 혀, 풀숲을 헤집는 손.
그녀는 쏟아지는 쾌감에 저항하지 못했다. 구멍 난 댐처럼 그저 버티고 버티다가,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졌다.
“아, 앗… 아…!”
상체가 부르르 떨리고, 여명을 붙잡은 손아귀에 꽉- 힘이 들어갔다. 혀와 허벅지는 이미 그녀의 의지를 벗어난 지 오래였다.
여명은 조용히 그녀의 반응을 즐겼다. 그리고 네티의 몸에서 힘이 다 빠져 축 늘어졌을 때가 돼서야, 입술을 떼고 눈을 바라봤다.
새빨간 얼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동자.
당장이라도 펑펑 울 거 같은 모습이었다. 여명은 웃으며 그녀의 눈가를 쓰다듬었다.
네티는 잠시 그의 손길을 즐기듯 눈을 감고 있다가, 문뜩 뭔가를 깨달은 듯 여명의 손을 잡았다.
“형… 아니, 오빠.”
“응?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이제는 못 멈춰.”
“그, 그게 아니라… 앉아 계시지 말고 올라와요. 불편하잖아요.”
네티는 팔을 내려 여명의 몸을 침대로 끌어당겼다. 아직도 첫 절정의 영향이 남아있는 듯, 몸을 움찔거리며 끙끙대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하하, 네티, 너 진짜….”
여명은 더는 참지 못하고 침대에 올라갔다. 1인용 환자 침대에 그가 올라가자 좁은 침대가 꽉 차다 못해 둘의 몸이 딱 붙었다.
맞닿은 피부를 따라 서로의 호흡이 연결됐다. 엉덩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다시 한번 입술과 입술이 겹쳤다.
두려움, 기대, 흥분. 네티의 모든 감정이 여명을 자극했다. 괴롭히고 싶었다.
이 당돌한 처제에게 무슨 선을 넘은 건지 알려 주기 위해, 여명은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손을 자신의 바지로 잡아끌었다.
움찔. 네티는 경기복과 속옷 아래 숨겨진 성기를 만지자마자 몸을 떨었다.
귀여운 반응이었다. 마치 크기를 확인하듯 조심스레 움직이는 손길도, 바지와 속옷을 벗기기 위해 애쓰는 손길도, 전부.
여명은 그녀가 집중할 수 없도록 더욱 더 집요하게 팬티 속 손을 움직였다. 축축하게 젖은 손가락을 따라 네티의 손이 빨라졌다.
“하아, 하아-.”
간신히 여명의 속옷을 벗긴 네티는 입술을 떼고 아래를 확인했다. 그리고 놀란 듯 여명을 얼굴과 아래를 번갈아 바라봤다.
“이, 이거… 제가 넣을 수 있을까요?”
그녀는 속옷을 뚫고 나온 성기 크기를 재는 것처럼 양손으로 쥐며 말했다. 여명은 그녀의 아랫도리를 희롱하는 손가락을 살짝 튕기며 대답했다.
“못 넣으면 어쩔 수 없는 거지.”
평소와 다른, 짓궂은 말투. 네티는 잠시 그런 여명을 바라보다가, 뭔가 각오한 듯 말했다.
“그, 그러면 우, 우선은… 입으로 해드릴게요.”
이번에는 여명이 놀랄 차례였다. 하지만 굳이 그녀를 막을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기특하다는 듯 부드럽게 그녀의 음부를 쓸었다.
그러자 네티는 채찍질 당한 말처럼 화들짝 놀라며 몸을 반대로 눕혔다.
여명에게 음부를 보여주는 부끄러운 자세였지만, 그녀는 머릿속에는 부끄러움은커녕 어떻게든 형부를 기쁘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다음 순간, 앙- 그녀는 최대한 입을 벌려 여명의 성기를 물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그녀가 보는 로맨스 소설이나 야한 잡지에서는 이 이후에 뭘 해야 할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그나마 조금 전 키스에서 배운 것처럼 혀를 움직여 보긴 했지만, 그뿐.
남자를 만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처녀만이 보일 수 있는 그 풋풋함은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었다.
아랫도리가 뻐근해진 여명은 네티의 팬티 위로 코를 처박았다. 당황한 네티의 몸이 벼락에 맞은 것처럼 딱딱해졌으나, 그녀는 성기에서 입을 떼지 않았다.
아, 진짜 너무 귀엽네.
여명은 그녀의 팬티를 찢어버린 뒤 허벅지 사이에 입을 맞췄다.
그의 입술이 음부에 가까워질 때마다, 성기를 문 네티의 입에 꽉 힘이 들어갔다.
찌붑- 쯥-
음란한 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네티는 아랫도리에서 올라오는 쾌락과 입 속에서 꿈틀거리는 쾌락 사이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저 소설로만 사랑을 배웠던 소녀는, 자신이 검은 종이라고 자신했던 흰색 도화지는 그렇게 어른의 계단을 올랐다.
사랑은 핥고 빠는 것.
사랑은 비비고 문지르는 것.
사랑은 만지고 쓰다듬는 것.
불안하고, 위태롭게, 그러나 교묘하게.
이윽고, 여명의 약지가 그녀의 입구를 벌린 순간.
그녀는 쾌락 속에서 익사했다. 숨이 턱 막히고, 허리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머릿속에서 섬광이 터지는 것 같았다.
하아, 하윽, 으, 읏-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두 번째 절정에 어떻게 대응할지 몰랐다. 이런 건 아무도 안 알려 줬으니까.
네티는 그저 밀려오는 쾌감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잠시 후, 입에서 느껴지는 피 맛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아….”
깨물었다. 그녀는 이빨 자국이 남은 여명의 성기를 보며 경악했다.
일반적인 수준의 성교육을 받은 그녀는 이곳이 남자의 급소이며, 공격받을 경우 매우 아프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죄, 죄송해요!”
그녀는 살짝 찡그린 여명의 표정을 보자마자 곧바로 무릎을 꿇으려 했다. 하지만 힘이 풀린 몸으론 무릎을 꿇긴커녕 좁은 침대에서 버둥거리는 게 전부였다.
아무튼, 간신히 여명을 마주 볼 수 있게 된 네티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
“죄송해요. 그… 많이 아프시죠….”
“응, 아무리 나라도 이건 좀 아프네.”
끝났다. 흥분 때문에 제정신이 아님에도, 그녀는 그렇게 확신했다.
머릿속에서 흐르는 주가시빌리가 빨리 자살하라고 외쳤다. 그녀는 자신이 모든 분위기를 망쳐버렸다고, 그래서 여명이 여기서 끝낼 거라고 확신했다.
곧, 여명이 반응했다.
“네티, 이리 와.”
“형부, 저기, 전….”
“지금은 형부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오빠, 제가… 꺄악!”
거친 손이 그녀를 잡아끌어 침대에 눕혔다. 좁은 침대 사이즈 덕분에, 그녀는 졸지에 여명의 몸 아래 깔린 처지가 되었다.
여명은 그녀의 허리를 붙잡으며 말했다.
“남을 아프게 했으면, 본인도 아플 각오해야겠지?”
“그, 그게….”
“다리 벌려.”
여명은 그녀에게 변명의 여지를 주지 않고 경기복을 찢었다. 네티는 설마 똑같이 깨무시려는 건가- 같은 멍청한 생각 반, 부끄러움 반으로 천천히 다리를 벌렸다.
찢어진 팬티 사이로 평생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동굴을 공개한 네티는 눈을 질끈 감았다.
진짜로 깨물어도 참아야지- 그녀의 생각과 달리 비부에 닿은 물건은 뜨거웠다.
네티가 슬쩍 눈을 떠보자, 커다란 성기가 천천히 그녀의 애액을 머금고 있었다.
“아.”
놀라자마자, 여명이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네티는 열락 속에서 귀두가 자신의 그곳에 닿는 것을 느꼈다.
두 번이나 절정에 올랐음에도 그녀의 비부는 꽉 입을 다물고 있었다. 여명은 조금 전 선언과 달리 아주 천천히, 조심스레 성기를 밀어 넣었다.
벌어진다. 천천히. 금세 다시 쾌락에 빠진 네티는 모든 걸 느꼈다.
자신 안의 뭔가가 형부, 아니 여명을 막아서는 감각과, 여태껏 천천히 들어온 그가 단번에 그걸 꿰뚫는 감각까지.
“하윽, 읍.”
키스 사이로 신음이 흘러나올 정도의 통증.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데도 눈물이 핑 떠오를 정도였다. 그녀는 숨을 꽉 참고 통증을 견뎠다.
아파, 내 몸으로 기분 좋아지셨으면, 로맨스 소설 주인공은 이럴 때 뭐라고 했더라?
쾌락과 통증, 생각과 무아지경이 얽힌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여명에게 내던졌다. 혹은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두 사람 사이의 뭔가가 연결 됐다.
주가시빌리? 신앙?
그게 무엇이건 간에, 그녀의 몸을 꿰뚫은 통증 이상의 쾌락을 가져다주기 시작했다.
여명이 느끼는 쾌락이었다.
“흣, 오빠, 나, 아흑, 이상-”
갑자기 느끼는 쾌락의 양이 두 배가 된 그녀는 입을 열지 못했다. 그 뜻을 오해한 여명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좋아? 난 지금 미치도록 좋은데.”
“아읏, 읏-”
저도요- 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혀가 움직이질 않았다. 한계치를 넘긴 감각과 쾌락은 이미 그녀를 집어삼킨 지 오래였기에, 그녀는 물에 빠진 사람처럼 숨만 헐떡였다.
“흐읏, 읏, 앗…!”
그리고 동시에, 그녀의 내부가 여명을 꽉 붙잡았다.
여명은 당황하면서도 그녀를 배려하기 위해 천천히 허리를 뒤로 뺐다. 하지만 그때마다 네티의 허리가 함께 끌려왔다.
“네티, 힘 빼. 처음부터 이렇게 힘주면-”
“하읏, 죄송, 해요, 근, 데, 어떻, 읏, 힘을, 몰라요-!”
네티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쾌감이 고통을 잡아먹은 듯 눈이 풀리고, 더욱 강하게 여명을 끌어안았을 뿐.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여명은 아랫도리에 더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네티를 배려하기보단, 마음껏 잡아먹고 싶은 욕망이 슬금슬금 이성을 침범했다.
뭘 더 참고 있어. 이미 그에게 모든 걸 내어준 소녀인데.
아니, 괜히 첫 시작부터 고통을 줄 필요는 없었다. 평생 함께할 사람 아닌가.
거기까지 생각한 여명은 꽉 다문 질에서 성기를 뽑기 위해 천천히 그녀의 몸에서 떨어-
-지지 못했다. 네티가 그러지 말라는 듯 더욱 그를 강하게 붙잡은 까닭이었다.
“좋아, 해요, 읏, 사랑, 흐읏, 해요.”
“….”
“혀, 형부도… 저, 흡, 사랑, 하시, 읍…!”
그 말을 끝으로, 여명은 배려심을 집어 던졌다. 찌붑- 찌붑- 처녀에게는 가혹한 허리 놀림과 함께 그의 성기가 다시 한번 네티의 깊숙한 곳을 점령했다.
처녀를 상징하던 붉은 피와 애액이 간신히 윤활유가 되어주며 여명의 성기를 감싸기 시작하고, 붉은 아지랑이가 두 사람 사이로 피어올랐다.
허리를 따라 출렁거리는 붉은 아지랑이, 침대를 적시는 붉은 피, 붉게 달아오르는 소녀의 볼.
쾌감에 젖어 눈을 뜨지 못하는 네티는 아름다웠다. 성녀 같은 풍만함은 없었지만 그녀만큼 순수했고, 세티 같은 부드러움은 없었지만 그녀만큼 사랑으로 가득했다.
여명은 그녀의 하늘색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으며 속삭였다.
“사랑해, 네티. 영원히.”
“아읏, 저도, 저도- 핫, 흐응.”
허리가 점점 빨라지고, 하반신이 뻐근해졌다. 네티는 자신을 꿰뚫는 성기의 모든 걸 선명하게 느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단단해지는 성기에 맞춰 허리를 흔들었다.
이윽고, 쾌감에 허리가 휘어지는 순간. 여명의 몸이 그녀를 콱, 짓눌렀다.
꽉 맞잡은 손, 부르르 떨리는 성기, 겹치는 호흡.
울컥울컥 쏟아지는 정액을 느끼며, 네티는 세 번째 절정을 맞이했다.
올림피아 경기장, 내부 복도.
오랜만에 히잡으로 얼굴을 가린 살로메는 종종걸음으로 경기장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수많은 인원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도록 지어진 경기장 내부에는 매점을 비롯한 편의시설이 가득했고, 경기 중임에도 무수한 남녀노소가 내부를 거닐고 있었다.
개중에는 조금 전 그녀가 치른 경기에 대해 분석하거나, 또는 평가하며 시간을 보내는 자들도 있었다.
역시 마탑의 미래라느니, 이 정도면 성녀와도 해볼 법하다느니, 뭐 그런 이야기들.
그러나 대부분의 대화 주제는 당연하게도 용사, 천여명이었다.
-우승은 한국! 개최와 동시에 우승이다!
-부상이 진짜라면 우승은 힘들지도 모릅니다.
-예끼, 이 사람아. 이미 아카데미에서 전윤성 팔을 잘랐는데, 우승을 못 할 리가 있나!
천여명에 대한 찬양과 걱정을 들을 때마다, 그녀는 입꼬리를 관리해야 했다.
‘당신들이 보는 용사는 전부 거짓으로 꾸민 것에 불과해.’
그에 비해 그녀는 그의 진짜 모습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이 세상의 진실을 알고, 정의의 편에 선 용사 파티.
‘크, 멋져.’
그녀는 자신의 위치가 퍽 마음에 들었다.
비록 성녀가 자신을 나치라 부르고, 자신도 종종 독일인의 노래를 부르긴 하지만 뭐… 이 또한 히틀러를 봉인한 고귀한 행위의 대가 아니겠는가?
아무튼, 고귀한 그녀는 용사 파티의 2인자, 세티의 부탁을 받아 움직이고 있었다.
부탁 내용은 별 볼 일 없었다.
병실에 있는 네티에게 옷이랑 장비 좀 가져다주라는 데, 지금 경기장에 있는 게 자기뿐이라나?
예전의 그녀였다면 감히 자신을 심부름꾼으로 쓰냐며 투덜거렸겠지만, 한층 성장한 그녀는 기꺼이 그 부탁을 받아들였다.
이건 다시 말해, 용사와 세티가 이런 사소한 부탁을 할 정도로 편한 사이가 됐다는 반증이었-
그때, 그녀가 향하던 병실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여명과 네티. 정확히는, 여명의 등에 업힌 네티.
살로메는 자신을 보자마자 시선을 피하는 네티를 향해 물었다.
“어? 괜찮아?! 걷지도 못할 정도로 다친 거야?”
“어… 그게….”
“경기복까지 너덜너덜하네? 여기 옷 챙겨왔으니까, 우선 이거부터 입어.”
살로메는 자신이 챙겨온 옷과 장비를 내밀었다. 네티가 경기복으로 갈아입기 전에 입고 있던 것들이었다.
한데, 네티는 옷만 받고 장비가 든 가방은 챙기지 않았다.
“살로메 언니, 제 장비는 앞으로 언니가 쓰세요.”
“응? 아니, 난 괜찮-.”
“쓰세요. 우리 자매들 뒤에 서기 싫으면.”
살로메는 이게 뭔 소리인가 싶어 여명을 바라봤으나, 여명은 쓴웃음으로 화답할 뿐이었다.
진짜 뭐지?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여명과 네티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홀로 남은 살로메는 멍하니 병실 문을 바라보다가, 이내 장비 가방을 열어 안을 확인했다.
“…수류탄은 왜 가지고 다니는 거야?”
기겁한 살로메가 가방을 내려놓으려 했다. 하지만 진짜 기겁할 만한 물건은 따로 있었다.
[흑, 흑, 흑….] [흑, 흑…] [흑…]처량하게 우는 유니콘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막대기.
“….”
살로메는 그냥 이대로 가방을 덮으려다가, 이유라도 묻기 위해 막대기를 집었다.
“…무슨 일 있어요?”
그러자 막대기 속 유니콘의 영혼이 대답했다.
[또 하나의 순수함이 세상에서 떠난 게 슬퍼, 내 이렇게 우노라….]“….”
[마 우라간 이 나쁜 놈… 분명 용사는 처녀일 거라고 했으면서… 이 무슨… 지독한 현실이란 말인가.]이건 또 뭔 개… 아니, 말소리지. 살로메는 황당해하면서도 막대기를 위로했다.
“저기…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슬픔… 아, 상실의 슬픔이여! 거기, 아리따운 처녀여… 이 아픔은 오직 고결함으로만 치유할 수 있노라. 그렇기에 내 그대에게 부탁하노니, 부디 앞으로 영원히 처녀로 살겠다고 맹세해 줄 수 있는가?]“…??”
[이것은 단지 나만을 위한 부탁이 아니니! 내 주인의 극악무도함이 도를 넘었노라! 동정을 잃은 그가 이리도 타락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 처녀여, 부디 내가 맹세로서 그대를 지킬 수 있도록… 자, 잠깐! 말 안 끝났-!]살로메는 그대로 막대기를 가방에 쑤셔 넣고, 가방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