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606)
을 위한 세계는 없다-606화(606/817)
EP.606 그 도시 이야기.
지구의 종교를 모욕하거나 공격하지 말 것이며, 다른 종교의 사제에게 신성을 써보라고 위협하지 말지어다….
…그리고 제발, 부탁하건대 상담받으러 온 이교도들에게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바보라고 말하지 마라.
[존경받는 사제이자 외교관, 오오시디니가 쓴 ‘사제들이 지구에서 지켜야 할 상식들’ 중 발췌]난 안중에도 없군.
웨슬리가 경기장에 올라오자마자 떠올린 생각은 그것이었다. 이 새끼, 내가 이 경기 때문에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는데.
그는 주변을 채우는 환호와 야유를 모두 무시한 채 천여명을 불렀다.
“야, 천여명.”
멍한 눈으로 관중을 보던 천여명은 그제야 그를 향해 고개를 움직였다.
소름 돋을 정도로 진한 황금색 눈동자가 그를 마주했다.
저게 어딜 봐서 한국인이란 건지. 웨슬리는 뚜둑, 뚜둑- 주먹을 풀며 물었다.
“날 봐라.”
“….”
“한눈팔 정도로 내가 우습냐? 왜, 정신머리 빠진 상태로도 날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날카로운 도발과 달리, 그의 표정에는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여명은 천천히 손바닥을 펴며 대답했다.
“정신머리까진 몰라도, 한 손으로는 이길 수 있을 거 같은데?”
“하, 이 개새끼가.”
두 개의 웃음이 교차한 직후, 경기장의 심판이 두 사람에게 손짓했다.
[로드 하우 올림피아! 한국의 처어어어어언 여명!]여명이 나올 때마다 오버하는 해설가의 외침을 따라, 어마어마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고막에 마나를 둘렀음에도 귀가 아플 정도였다.
웨슬리는 주눅 들지 않기 위해 말했다.
“뭔 위인도 아닌데 반응이….”
“골 때리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도 돈은 많이 들어오지 않냐?”
“딱히? 장인어른이 다 처먹어서 나한테 떨어지는 건 얼마 없거든.”
“거 시발, 홍세티 치맛바람에 빠질 때부터 그럴 줄 알았다.”
“그만한 값을 하는 여자야.”
“아 진짜. 그놈의 콩깍지는.”
심판이 놀란 얼굴로 보건 말건, 여명과 웨슬리는 수다와 함께 거리를 좁혔다.
이윽고, 눈동자에 서로의 얼굴이 비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선 두 사람은 각자 마나를 끌어 올렸다.
웨슬리가 장갑을 끼며 말했다.
“이러고 있으니까 생각나네. 기억나냐? 기숙사 방을 걸고 싸웠던 거?”
“응.”
“이번 싸움에는 뭐가 걸린 거 같냐?”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여명은 애국이나 영광, 혹은 성도로 가는 기회 같은 말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당당한 웨슬리의 표정을 본 순간, 그는 떠올린 모든 말을 치웠다.
“아무것도.”
정답이었던 걸까? 웨슬리는 더 크게 웃었다. 사나운, 전사의 미소였다.
“그렇냐? 다행이네. 나도 그렇거든.”
웨슬리는 먼저 자세를 잡았다. 주먹을 들고 무릎을 굽히는, 군사 무술의 기수식.
“군에서 출세할 미래, 우리 코치와 그 가족의 생계, 16강에도 못 들었을 때 무너질 내 자존심… 난 다 상관없어. 너도 그렇단 거지?”
여명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웨슬리가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보는 것처럼 주변을 훑었다.
그리고 다시 웨슬리를 보며 검을 들었다.
“그래.”
싸움에서 모든 걸 다 걸러내고 남는 건 오직 하나, 이기느냐, 지느냐뿐.
“좋아. 천여명.”
웨슬리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제, 날 봐라.”
그리고 그가 쥔 주먹의 떨림이 끝나는 순간.
[시이이작 – !]경기를 시작하는 신호가 떨어졌다. 웨슬리는 망설임 없이 땅을 박찼다.
『우정과 경쟁, 그리고 존중… 올림피아 정신이 살아있는 승부.』
『방 쟁탈전부터 올림피아까지. 천여명과 웨슬리 특집.』
『우리는 천여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주요 신문의 메인 기사를 읽던 라쉬크는 더는 참지 못하고 신문을 던져버렸다.
왜 이런 기사들이 올라오는지,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성기사들에게 한 방 먹은 것과 16강부터 4강까지 올림피아 경기가 성도에서 치러지는 현실에서 눈을 돌리기 위해서겠지.
하지만 그건 그거고. 오글거리는 건 오글거리는 거였다.
사내새끼 둘이 땀 나게 싸우고, 마지막에 끌어안는 게 뭐 중요하다고 기사까지 낸단 말인가.
쓰러진 상대와 손을 잡고 서로를 인정하는 모습이 멋지다고? 그거야 경기라서 그렇고.
무엇보다, 천여명이란 놈은…
“…양손에 여자 엉덩이를 하나씩 끼고 주무르는 놈인데.”
그렇게 구더기 공주의 생각이 입 밖으로 흘러나오자마자, 곧바로 반론이 들어왔다.
“형부는 그런 짓 안 해요. 아쉽게도.”
“….”
아쉽다고? 라쉬크가 눈살을 팍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자, 서류 상자를 옮기고 있는 푸른 머리 소녀가 보였다.
네티, 자매 중 유일하게 16강에서 탈락한 희생양.
그녀는 라쉬크를 향해 물었다.
“뭐, 어디 남자 취향 바꿔주는 약 같은 건 없어요?”
“….”
얘는 세티가 아니라 성녀 동생 같단 말이지. 라쉬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약은 없어. 마약 빨고 하는 성교에 중독되는 애들이 있긴 한데… 또 모르지. 약 먹이고 여럿이 달려들면 달라질지도?”
나름 진지한 대답을 꺼내자, 네티가 기겁했다.
“오우, 전 농담이었는데, 공주님도 농담하신 거죠?”
“아니, 난 농담 아닌데?”
“…과연, 전직 마약상.”
이년이? 라쉬크가 돌돌 만 신문을 집어 던지기 무섭게, 네티가 쪼르르 도망쳤다.
곧, 여명이 바닥에 떨어진 신문을 집어 들며 말했다.
“라쉬크, 뭘 그렇게 화를 내요?”
“뭐 인마? 처제라고 편드냐?”
“그건 아니지만… 저러는 것도 귀엽잖아요? 그리고 딱히 처제가 틀린 말한 것도 아니고.”
“야!!”
라쉬크는 한 번 더 신문을 집어던졌다.
이번에는 다분히 감정이 실린 투척이었고, 겸사겸사 마나까지 담긴 신문은 휘리릭! 소리를 내며 여명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한데, 그 신문을 막은 건 여명이 아니었다.
“소란스럽구먼.”
기사단장. 수련하고 있던 건지, 가볍게 땀에 젖은 노인이 라쉬크가 던진 신문지를 펼쳤다.
“무슨 일인가? 구더기 공주. 왜 이리 성이 난 게야?”
“아니, 여명 저놈이… 자기 처제 편을 들어서….”
“…그야, 당연히 가족 편을 들겠지. 그래서?”
“그게… 어… 아무것도 아닙니다아….”
노인과 강자에게 약한 라쉬크는 둘 모두에 포함되는 기사단장을 보자마자 쭈그러들었다.
픽 웃어 버리는 여명과 달리, 기사단장은 익숙하다는 듯 신문을 펼쳤다.
여명은 단장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이 창고에만 계시니까 몸이 좀 찌뿌드드하시죠?”
기사단장이 땀을 흘리는 걸 보고 하는 말. 단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전쟁 중에 자던 막사와 비교하면 여기는 천국이지.”
“…그런가요?”
“그래, 자네도 언젠가 군대에 가보면 알 걸세. 잘 싸우려면 잘 먹고 잘 쉬어야 하는데, 윗대가리들은 그저 예산만 생각하… 아, 이게 아니라 내가 운동한 걸 보고 말한 거로군?”
여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혹시 불편하신가 해서요.”
“아니, 아닐세. 그냥 오랜만에 가슴이 뜨거워져서 그랬네.”
가슴이 뜨거워져? 여명이 고개를 기울이자, 기사단장이 펼친 신문을 털며 말했다.
“자네와 그, 미국인 친구의 경기를 보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더군. 좋은 경기였어. 지구인들이 왜 올림피아에 열광하는 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네.”
“…아.”
여명은 뒤통수를 긁적였다. 기사단장님 같은 강자가 자신의 경기를 보고 가슴이 뜨거워졌다니. 묘한 성취감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뒷골을 간질였다.
단장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기사단이 남아있었다면, 기사로 키우고 싶을 만큼 괜찮은 젊은이던데… 힘들겠지?”
“예, 미국인이라서요. 그리고 단장님께는 산초가 있잖습니까.”
그러자 단장은 아지트 저편을 보며 대답했다.
“산초는… 이제 놓아줘야지. 요즘 하루 종일 천 박사하고 영화 시나리오를 적고 있던데, 내가 아무리 늙었어도 거기에 낄 정도로 눈치가 없진 않네.”
“….”
“뭐, 이걸로 전 부단장의 유언이 이루어지면 좋지.”
가슴이 적적한 건 여명도 마찬가지였다. 그 산초와 누님이 꽁냥대고 있다고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미간이 구겨졌다.
뭐, 아무튼.
단장은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찍힌 사진, 그러니까 여명과 웨슬리가 손을 맞잡고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사진을 짚으며 말했다.
“그런데 말일세, 이때 무슨 대화를 나눈 건가?”
“예?”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걸세. 사진 찍는 내내 둘이서 계속 쑥덕거리지 않았는가.”
“아. 그건….”
여명은 자신도 모르게 웨슬리가 경기 직후에 한 말들을 떠올렸다.
-시발, 못 이기겠네.
-야, 그냥 가지 말고 사진 좀 찍자. 좋은 거 알려줄 테니까.
평범한 이야기로 시작한 대화는 곧, 기자들의 플레시 세례를 받자마자 심각해졌다.
-FBI가 널 노리고 있어.
-나랑 코치한테 도핑용 물약을 먹으라고 압박했다.
-남들한테는 비밀로 하고, 조심 또, 조심해.
자칫 조국의 치부를 드러낼 수 있는 말임에도, 웨슬리는 기꺼이 그에게 사실을 고백했다.
마치, 차원문 너머의 기사들처럼.
물론 그런 이야기만 한 건 아니었다. 둘은 꽤 오랫동안 사진을 찍었고, 다른 솔직한 말도 나눴다.
-나한테 이긴 김에, 우승해라. 우승자한테 졌다고하면 덜 쪽팔릴 테니.
-엿 같은 놈들이 무슨 수작을 걸건, 절대 지지마.
-특히 전윤성… 정부한테 존나게 굴려지는 그 새끼를 위해서라도 지지마. 알겠지?
그 솔직한 말은 여명에게 작지만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 한국 정부가 벌여놓은 끔찍한 현실을 마주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은 깨달음을.
어쨌거나, 여명은 기사단장에게 웨슬리와 나눈 대화를 설명했다.
그가 비밀로 해달라고 한 FBI 이야기를 제외하긴 했지만, 나머지로도 단장님의 마음을 울리기엔 충분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탐나는 인재로군….”
지구인인데도 그렇게나 마음에 드시는 건가. 여명은 지구를 향한 단장의 복수심이 누그러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남은 생을 복수에 내던지기엔 그의 삶이 너무나 고결했으니까.
“아, 맞다. 단장님. 성기사단 단장님이 오셨는데… 만나보시겠어요?”
“지르지스 라크티?”
“예, 성녀 호위로 그분께서 직접 오셨습니다. 같이 변경백 전쟁에 참여하신 전우시니, 원하신다면 제가 자리를….”
여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사단장님께서 손사래를 쳤다.
“아니, 아니, 그럴 필요 없네.”
“예? 혹시, 사이가 안 좋으신 겁니까?”
“사이가 좋고 나쁠 게 뭐가 있나. 단지, 그를 괴롭히기 싫을 뿐이네.”
“….”
괴롭힌다고? 여명이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이자, 기사단장이 덧붙였다.
“내가 아는 지르지스는, 이타적인 사람일세. 제국기사단이 해체된 것도, 변경백 전쟁에서 패배한 것도, 전대 성녀님이 평생 유폐당한 것도… 전부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지.”
“….”
“그런 그의 심성을 생각해 보면, 나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마음이 무거워질 걸세. 여러모로… 우린 만나지 않는 편이 낫네.”
어딘가 아련한 단장의 목소리.
여명은 차마 지르지스가 자신에게 칼을 뽑았다고 말할 수 없었기에, 그냥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여명과 단장이 사소한 잡담과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무술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길 잠시.
단장님이 몸을 씻기 위해 자리를 떠나자마자, 라쉬크가 살금살금 다가와 물었다.
“야, 이제 너랑 니 하렘은 다 성도 가는 거지?”
“예, 16강부터 4강까진 성도에서 치르… 하렘이요?”
“뭘 놀라고 그래? 하렘이 하렘이지.”
“….”
“아무튼, 너 성도 간 사이에 난 미국 좀 다녀올게. 그동안 모은 영약들이랑 물건들 좀 처분….”
여명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무슨 소리세요? 라쉬크도 같이 갈 건데.”
“…?”
“일해야죠.”
“….”
라쉬크는 멍하니 여명을 바라봤다. 긴 속눈썹 위에 고인 피로가 길게 늘어지는 가운데, 선명한 분홍색 눈동자가 그를 꿰뚫었다.
황당한 침묵.
침묵이 길어지기 전에, 라쉬크가 턱! 여명의 멱살을 붙잡았다.
“너, 진짜… 날 인간으로 안 보는구나? 네티랑 기사단장님도 안 가는데, 내가 왜?”
“…네티는 올림피아에서 탈락해서 그렇고, 단장님은 유사시에 무력이 필요해서 그래요.”
반박의 여지가 없는 대답. 반박할 말이 없던 라쉬크는 더 크게 소리 질렀다.
“이 새끼, 빨갱이가 아니라 자본가였네! 그것도 18세기 악덕 자본가! 사람은 기계가 아니야! 돈만 주면 땡인 줄 알아?!”
여명은 은근히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그래서 돈 말고 다른 것도 많이 챙겨드리잖아요.”
“내가 바라는 건 휴식이야! 휴식! 이렇게 굴리면 개 같은 미국 노동법으로도 유죄야! 알겠어?! 유죄라고!!!”
그녀의 소리가 어찌나 큰지, 옆방에서 서류를 정리하던 장만과 네티가 동시에 두 사람을 힐끔 거릴 정도였다.
또 주접떠는구만. 그렇게 중얼거린 장만 어르신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가운데, 여명이 말했다.
“하지만 라쉬크는 불법 노동자라, 노동법 적용이 안….”
“야!!!”
그녀가 멱살을 쥐고 마구 흔든 뒤에야, 여명은 본심을 꺼냈다.
“가는 길에 연구해야 할 것도 있고, 혹시라도 연금술사가 필요할 수도 있어서 그래요. 그리고 제가 믿을만한 연금술사는 라쉬크뿐이고요.”
“…내가 믿을만하긴 하지. 근데 뭐 하길래 성도에서 연금술사가 필요해?”
“아직 정확한 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그냥… 용사파티와 관련된 거라고만 귀뜸해 드릴게요.”
용사파티? 라쉬크는 불길함을 느끼면서도 멱살을 놓지 않았다.
“…정확한 것도 아닌데 출장을 보내겠다고? 됐어. 뭐 때문인지 말 안 하면 나 안가! 아니, 못 가!”
“….”
여명은 말없이 라쉬크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덧붙였다.
“이거 들으면 후회하실 텐데.”
“…후회는 지금도 충분히 하고 있거든?”
“그 정도로 끝날 비밀이 아니에요. 만약 들으면, 앞으로 계속 제 옆에 계셔야 해요.”
그렇게 말하는 여명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낮고, 무거웠다. 대체 무슨 비밀이길래?
라쉬크는 잠시 고민하다가, 문뜩 여명의 말꼬리를 잡았다.
“옆에 계속 있으라니. 설마… 성적인 의미로?”
그러자 여명이 정색했다.
“…당연히 비밀 유지를 위해서죠. 농담으로 진지한 분위기에서 도망치려는 거, 나쁜 버릇입니다.”
“시발, 그러게 누가 목소리 깔으래? 시도 때도 없이 진지해지는 것도 나쁜 버릇이야.”
투덜거린 라쉬크는 그제야 여명의 멱살을 놓고 일어났다.
“뭐, 돈 주는 사람이 까라면 까야지 어쩌나… 쓰읍, 이거 진짜 혁명 마렵네.”
“….”
“연구해 달라는 거, 고통의 눈인가 뭔가 하는 시약 말하는 거지? 하, 결국 나도 종말 교단하고 엮이네.”
안 하겠다는 말은 안 하네. 여명은 벌떡 일어나 책상으로 가는 라쉬크의 등을 보다가, 불현듯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요. 라쉬크, 하지만 이해해 주세요. 이건 제 어머니에 관한 일이라서 그렇습니다.”
“….”
어머니? 라쉬크는 움찔 어깨를 떨었다가, 고개를 돌렸다.
아까 전에는 용사 파티 문제라며, 근데 이번에는 어머니야?
성도가 느그 엄마랑 무슨 상관이냐고 따지려던 라쉬크는 문뜩, 여명의 얼굴을 바라봤다.
매력적인 콧대, 검은 머리카락과 황금색 눈동자.
변경백과 놀랍도록 닮은 얼굴. 전대 성녀의 고향인 성도, 그리고 어머니….
아니, 이런 시발-
여명이 숨기고 있던 진실의 무게를 깨달은 그녀는 전력으로 후회했다. 그냥 물어보지 말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