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607)
을 위한 세계는 없다-607화(607/817)
EP.607 그 도시 이야기. (2)
[마지막 티켓의 주인으으은- 파아아순!!]프랑스 출신 선수를 능욕하듯 가지고 논 파순을 끝으로, 올림피아 16강의 명단이 확정 되었다.
천여명, 전윤성, 성녀, 파순, 살로메…
완성된 16강 명단을 본 사람들의 의견은 대체로 비슷했다.
이변이 많기도 하고, 동시에 적기도 하다.
우승권이라 평가된 선수들은 당연하게 올라간 반면, 그 아래 상위권 명단은 전문가들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프랑스는 단 한 명, 10강 오귀스트의 손녀만이 본선에 올라갔으며 호주는 아예 전멸.
개중에서 가장 잔인하게 몰락한 곳은 소련이었다. 모스크바 초인교육원은 단 한 명의 16강 선수도 배출하지 못했으니까. 그나마 용병 나부랭이인 파순과 쇠똥구리가 본선에 올라간 덕분에, 간신히 체면치레는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강대국인 미국의 경우에는… 반반이었다. 성적은 나쁘지 않았으나, 미국이 그 성적표에 만족하지 못했다.
전윤성을 비롯해 본선 진출자 셋.
-열 명은 올라갈 거라더니. 고작 셋인가?
물론, 세 명도 어마어마한 성과이긴 했다. 만약 평소의 올림피아였다면, 충분히 콧대를 올릴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천여명이 미국 출전자인 데릭과 웨슬리를 모두 떨어트리고, 희생양 자매 전원… 아니, 네티 빼고 셋이 올라가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아무리 개최국이라지만, 미국보다 많은 초인을 16강에 올리다니.
평소 초인 육성을 반대하던 정치인들은 이때다 싶어 과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초인들은 예산이 장난으로 보입니까?
-그 돈으로 전투기나 찍어냈어야 한다고 내 그리 말하지 않았소!
-진짜 전쟁을 하는 건 총을 든 병사고, 지역을 점령하는 것도 병사 아닙니까?
그렇게 미국 정계가 혼란 속으로 빠지는 가운데, 한국인들은 축포를 쏘며 애국심에 취했다.
-한반도는 마나의 축복받은 땅이며, 한국인은 인류 역사상 가장 고귀한 인종이다!
2차 대전 시절에나 볼법한 인종론이 튀어나오고, 심지어 한국인들이 철저하게 무시하던 전윤성마저 ‘한민족’ 운운하면 잔치 분위기를 조성했다.
-미국의 미래조차 한반도에서 태어났다. 미래의 알파 원도, 미래의 호세도 한국 혈통이니, 이게 한민족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참으로 뻔뻔한 광경이었다.
저번 올림피아에서 성적을 내지 못한 희생양 자매가 얼마나 많은 욕을 먹었는지, 하얀 양이 어떻게 됐는지 생각하면 절로 욕지거리가 나올 정도.
-저흰 괜찮아요.
그러나 희생양 자매는 의연하게 상황을 넘겼다.
네티가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는 걸 증명해서? 아니, 그녀들 또한 이 나라와 국민들의 진실을 깨달았으므로.
-모두가 희생양이었다니….
진실의 무게에 짓눌린 처제들을 위로하고 싶었지만, 한국은 여명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대중을 선동할 때는 영웅을 이용하는 법이라고 하던가?
정부는 최근 여명이 숙소에 처박혀 있던 걸 만회하려는 듯, 하루 종일 그를 행사에 불러댔다.
정부가 밀어주는 기업체의 이벤트, 언론들에게 밥을 먹이기 위한 기자회견, 장인어른의 인맥 자랑 쇼, 한국 초인군 행사, 그 외에 자질구레한 이벤트들까지.
성도로 출발 준비를 하는 이틀 동안 여명은 ‘국민 영웅’ 다운 무지막지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체력적으로 부족한 건 없었지만, 진실을 모른 채 어떻게든 그에게 줄을 대보려는 멍청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건 고역이었다.
특히 ‘애국자’들과의 만남은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그때 구해줘서 고맙다느니, 다음 행사에서도 보길 바란다느니, 그런 역겨운 놈들과 악수를 나누자니, 살기를 참는 게 쉽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마지막 행사인 ‘외교부 주최 파티’에서는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났다는 점일까.
“천여명.”
“김강혁… 장관님.”
남산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국방부 장관.
태극기 가면과 스텔스 슈트 대신 깔끔한 양복 차림으로 찾아온 그는 파티장 으슥한 곳으로 여명을 이끌었다.
“잘 지냈나?”
“예. 걱정해 주신 덕분입니다. 그러는 장관님은 잘 지내셨습니까?”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그렇게 말한 그는 주변 경비들에게 다른 사람들을 접근시키지 말란 손짓을 보냈다.
그의 권력에 눌린 경비들이 거리를 벌리는 가운데, 여명이 물었다.
“연락이 없어서 걱정했습니다. 이제 각ㅎ-”
그때, 장관이 손가락을 들어 여명의 말을 끊었다.
“쉿.”
“…?”
“그거 알고 있나? 이 세상에는, 어떤 단어를 뱉는 순간 자동으로 추적하는 마법이 존재한다는 걸.”
“….”
여명은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그거 혹시, 걸리면 머리가 터져 죽습니까?”
“추적 마법과 대응 마법으로 구분되지만… 보통 한 세트로 묶어서 쓰지.”
장관의 손에 들린 샴페인 잔 속 샴페인이 살짝 흔들렸다. 마치 그걸 보는 여명의 마음처럼.
“미친….”
“그래도 나 같은 사람들은 그보다 덜 잔인한 방법으로 처리되네. 더 집요하긴 하지만.”
그렇게 말한 장관은 슬쩍, 삼페인을 마시는 척 입을 열어 자신의 혓바닥을 보여줬다.
그의 혓바닥 위에는, 태극기의 건곤감리와 비슷한 낙인이 새겨져 있었다.
여명은 간신히 표정을 관리했다. 저번에는 보지 못한 낙인이었으니까.
정작 장관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요새 워낙 나라가 흉흉하지 않나. 나처럼 중요한 사람은 자발적으로 새겨야지.”
의심을 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낙인을 새겼다고?
“제약이 많으실 텐데요.”
“…감당할 수 있는 제약이다. 국내 뉴스에 관해서 왈가왈부하지만 않으면 돼.”
여명은 새삼 애국단의 지독함을 느꼈으나, 정작 장관은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국외 뉴스를 말하는 건 가능하다.”
“국외 뉴스요?”
“변경백이 성도로 향하고 있다.”
장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마치, 이웃집 어르신이 마실 나가셨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래서였을까, 여명은 바로 놀라지 않았다.
대략 3초가 지나고 나서야, 여명은 그가 꺼낸 말이 올림피아는 물론이고 세계정세를 뒤흔들 수도 있는 말이라는 걸 깨달았다.
곧, 장관이 물었다.
“놀라게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심심하군. 꽤 좋은 정보통을 가지고 있나 보지?”
“….”
여명은 대답하지 않았다. 장관도 대답을 바란 건 아니었는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한국에서 누가 성도로 가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테고… 추가로 제국의 황태자, 그리고 KGB가 성도로 향했다.”
황태자? 여명의 눈썹이 길게 휘어지자, 김강혁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흠, 이 부분에서 놀랄 줄이야. 따로 불러내길 잘했군.”
“….”
놀라게 할 생각은 없다고 하지 않았나? 여명은 쓴웃음을 삼켰다.
“정보 감사합니다. 따로 저한테 궁금한 점은 없으십니까?”
“없다. 지금은 내가 가진 걸 소화하기에도 바쁘니.”
즉답이었다. 여명은 고개를 끄덕인 뒤 주제를 돌렸다.
“…그러면 대구의 비밀 자료. 언제 챙기면 되겠습니까?”
“지금 당장도 가능하지만, 상황이 정리되는… 흠, 대략 일주일 뒤가 가장 안전할 거다.”
일주일 뒤… 성도에 도착해서 경기를 치르고 있을 시간이었다. 여명은 장만 어르신을 떠올리며 되물었다.
“저와 협력하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가셔도 괜찮겠습니까?”
“혹시 초인이신가?”
“초인? 그건 왜 물으십니까?”
“정보가 복잡한 함정으로 봉인되어 있거든. 너만한 초인이라면 가볍게 뚫고 들어갈 수 있겠지만… 평범한 인간이라면, 접근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다.”
장만 어르신은 어렵다는 뜻. 여명은 주먹으로 입을 가리며 고민했다.
‘네티는 감시가 붙을 테니 어렵고, 기사단장님께 부탁을… 아.’
그때, 떠오르는 한 생명체. 아니, 식충이.
“저, 장관님. 혹시 인간이 아니어도 됩니까?”
“…음?”
“예를 들어, 용 같은 거 말입니다.”
외교부 행사에서 돌아온 여명은 곧장 오르세 라날을 불렀다.
“라날, 네가 해줄 일이 하나 있어.”
그러자 사람도 아니고 시조새로 변신해 배를 벅벅 긁고 있던 용은 오만상을 찌푸렸다.
[일? 난 일하기 싫은데.]“….”
[죽으려고 했던 날 억지로 살려놓고, 이제는 일까지 시키는 거야?]여명은 주접에 어울려 주는 대신, 라날이 누워있는 소파를 통째로 차버렸다.
우당탕- 소파와 함께 바닥에 널브러진 용은 빼액 소리 지르려다가, 이어진 여명의 말을 듣고 입을 다물었다.
“내일 내가 성도로 떠나는 순간부터, 밥 안 나온다.”
[….]용은 놀란 눈으로 여명을 바라봤다. 그랬다. 그녀가 매일매일 먹던 전복과 갈비찜 같은 음식들은 전부 그녀가 아닌 여명을 위해 준비된 것들이었다.
여명이 성도로 가면 밥은커녕 콜라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뜻. 용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나, 나도 성도 갈래!]“안 돼.”
[아, 왜!]“성도는 애완동물 금지니까.”
[….]한 방 먹은 라날은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애완동물이 아니다’ 라고 대답하면 ‘그럼 일을 해’ 라는 대화로 이어질 걸 예측할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었고, 곧장 주제를 돌렸다.
[밥도 안 주고 애완동물을 집에 가둬놓는 건 동물보호법 위반이야.]“….”
[니가 준 다큐에서 봤어.]일하기 싫어서 애완동물을 자처하는 용이라니. 여명은 복잡한 눈으로 라날을 바라보다가, 이내 인벤토리에 넣어뒀던 세티의 망치를 꺼냈다.
“맞고 할래, 그냥 할래?”
안 하는 선택지는 없었다. 라날은 어쩔 수 없이 납득하면서도 모든 걸 폭력으로 해결하려 하면 독재자가 된다는 둥 헛소리를 지껄였다.
결국, 꽁! 머리를 한 대 맞고 나서야 입을 다문 라날을 뒤로한 채, 여명은 데스나이트들을 꺼냈다.
두메아 가주를 비롯해 그간 딜라가 수리한 데스나이트들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일이 돌아가는 것부터 물었다.
-우리 증손녀는?
“아직 나치가 되진 않았습니다.”
-난 그런 걸 물은 게 아니네만… 뭐, 그것도 나쁘지 않군.
뭐, 어쨌거나 여명은 짧게 요약해서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올림피아 때문에 성도로 가야 한다는 말이 나온 순간.
데스나이트들이 한 입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곳에 남거나, 다시 아공간으로 들어가야겠군.
“네? 그러지 말고 저랑 같이 가시죠. 오랜만에 아샤로 넘어가는 거잖습니까.”
그러자 벨라디바가 끼어들었다.
-하, 물론 우리도 그러고 싶지. 하지만 안 돼. 청색 추기경이 뿌려놓은 광역 감시망에 들어간 순간 성도의 미치광이들이 전부 우릴 죽이러 올 테니까.
“…광역 감시망?”
-아카데미에 깔린 감시 마법진있잖냐. 그거 원조쯤 되는 물건이라고 보면 돼. 성능은… 대충 세 배쯤 더 좋겠네.
여명은 그게 사실이냐는 듯 데스나이트들을 바라봤다. 미군인 듀크 중령을 제외- 아니, 듀크 중령마저도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진짜인 듯싶었다.
“그러면… 따로 부탁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 무슨 부탁?
“한국에 남아서 장만 어르신과 여기, 라날 좀 도와주세요. 간단한 호위만 해주시면 됩니다.”
두메아 가주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야 뭐, 기꺼이 돕지. 아, 그리고 그렇게 아쉬운 표정 짓지 말게.
“….”
-우리가 못 넘어가는 게 아쉽긴 하지만, 자네가 소식을 전해주면 되지 않겠나.
“…예, 내일 아침 출발이니, 전할 소식이나 편지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편지는 무슨, 그냥 바로 말하지. 그… 성기사단 단장과 만나면 자네 탓이 아니라고 전해주게.
“…단장?”
여기서 말하는 성기사단 단장은 분명 지르지스 단장을 말하는 것이리라.
여명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벨라디바가 끼어들었다.
-노인네. 그런 말 전해주면 바로 칼질부터 할 거 같지 않아?
-내 손녀가 있는데 그럴 리가 있나.
-하지만 저놈은 성녀랑… 이런 사이잖아?
그렇게 말한 벨라디바는 상당히 노골적인 손 모양을 만들었다.
그러니까, 왼손 검지와 엄지로 원을 만들고 오른손 검지를 그 원에 넣었다가, 빼기를 반복했다.
그걸 본 라날이 푸핫-! 웃음을 터트리고, 여명이 부끄러움에 시선을 돌리는 사이.
두메아 가주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확실히, 위험하겠구만… 아, 그러면 이렇게 하는 건 어떤가? 그, 우리 전쟁 시기에 쓰던 수신호로 부르는 걸세.
-신호? 아, 그거? 뭔지 기억은 나는데, 어떻게 하던 건지 생각 안 나네.
-그야 자네는 대충대충 했으니 그렇지. 천여명? 잠깐 이걸 좀 봐주겠나?
여명이 단장은 사실 바로 코앞에 계십니다- 라고 말하기도 전에, 두메아 가주가 손가락을 튕겼다.
딱- 따악, 따악- 딱!
갑자기 무슨 짓인가 싶던 여명은, 손가락 사이에서 시작된 마나를 감지하고 나서야 그게 뭔지 깨달았다.
손가락을 중심으로 마나의 파장을 넓게 퍼트려 만드는 신호.
일반인이라면 거의 느낄 수 없겠지만, 초인이라면 어렵지 않게 인기척을 느낄 수 있을 신호였다. 문제는 범위였는데, 여명이 느끼기엔 평범한 초인이라면 십여 미터만 떨어져도 읽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어쨌거나, 두메아 가주가 설명했다.
-붉은 병영 앞에서 이 수신호를 보내게. 내 장담컨대, 그러면 성기사단 단장이 직접 튀어나올 걸세.
그렇게 가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벨라디바가 설명을 덧붙였다.
-단장도 청색 추기경마냥 감시망을 펼칠 수 있거든. 이름이 적색 결계였나? 아무튼, 청색 감시망과 달리 전장에 특화돼서 그렇지, 이쪽도 성능만 보면 만만치 않아.
“….”
-성기사 한두 놈만 붙어서 보조하면 몇 킬로미터 바깥에서도 느낄 수 있을걸?
몇 킬로미터? 여명이 슬쩍 놀란 표정을 짓자, 데스나이트들은 그 표정을 오해했다.
벨라디바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너무 놀랄 거 없어. 신에게 사랑받는 양반들의 특기니까. 아, 그리고 혹시라도 기술 훔치려는 생각은 하지 마라. 어차피 축복이 없으면 쓸 수 없….
아쉽게도 벨라디바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동시에, 여명도 지르지스가 이곳에 있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콰앙 – !!!
지르지스 본인이 직접 문을 걷어 차며 숙소 안으로 들어왔으므로.
“어떤 개새끼가 감히 장난질… 어?”
“….”
지르지스 단장은 여명을 중심으로 모인 데스나이트들을 보자마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입을 다문 건 데스나이트들도 마찬가지였다.
알싸한 침묵.
침묵이 코를 찌를 때쯤, 벨라디바가 누구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저 등신 새끼 아직도 저러고 사네.
“벨라디바? 다, 당신이 대체 어떻게?”
-왜 그렇게 놀라? 바라나는 아직 못 만났어?
여명이 ‘아뇨, 벌써 만나셨습니다.’ 라고 고자질한 직후.
다른 데스나이트들이 연달아 지르지스 단장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흡혈귀의 파멸.
두칸 용병단의 1부대장, 두하칸.
-흐하하, 이 친구 표정 한 번 걸작이구먼. 우리가 천국이 아니라 이 땅에서 다시 재회한 게 그리도 신기한가?
두메아 가주. 그리고…
-뭐, 왜? 난 저 양반이랑 아무 인연도 없어.
어깨를 으쓱이는 듀크 중령까지.
그렇게 네 명의 데스나이트가 인사를 끝마치자마자, 여명이 덧붙였다.
“저… 단장님.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다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오해? 무슨 오해? 네가 제2차 변경백령 전쟁을 일으킬 거라는 오해?”
“….”
다음 순간, 여명은 ‘오, 마침 이 나라에 제국기사단 단장도 있으니 딱이네-’ 라고 중얼거리던 두메아 가주님의 입을 막았다.
‘이 어르신이 진짜.’
그사이, 뒤늦게 지르지스를 뒤따라온 호아나와 바라나, 그리고 파롤이 차례대로 방 안으로 들어섰다.
-오, 파롤, 아직도 살아있었네?
“…초, 초원의 딸?”
벨라디바를 본 파롤의 눈동자가 커다래지는 가운데, 지르지스는 성큼성큼 여명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너… 설마 다시 전쟁을 벌일 생각으로 성녀님에게 접근한 거냐?”
이 양반은 또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여명은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아닙니다. 일단 진정하시고, 제 말을….”
[푸하핫! 전쟁 때문에 성녀한테 접근해? 뭘 모르시네. 성녀가 먼저 달려들었어!]여태껏 구경만 하던 라날의 비수 같은 말.
“…먼저 달려들어?”
어깨를 붙잡은 지르지스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는 사이, 여명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었다.
아무래도, 성도로 출발하기 전 마지막 밤이 길어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