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625)
을 위한 세계는 없다-625화(625/817)
EP.625 Coram Deo (9)
도시 이면에서 벌어지는 음습한 움직임들과 상관없이.
올림피아 선수촌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은 부족한 시간을 쪼개가며 몸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고, 경기 상대를 분석했다.
선수들이 수많은 관계자와 함께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이 어찌나 열정적인지, 호위를 서던 성기사들이 자극을 받을 정도였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파순이란 녀석은 온종일 지붕 위에서 노닥거리는 게 전부였고.
전윤성은 미국에서 보낸 호위들에 둘러싸인 채, 식사 때만 간간히 얼굴을 비췄다.
그리고 천여명.
우승 후보란 칭호가 무색하게도, 그는 방에서 나오질 않았다.
첫 식사 이후에는 식당에도 오질 않아서, 식사를 준비한 사제들이 밥이 맛없나 물어보고 다니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필살기라도 준비하고 있나?
-만화도 아니고, 경기를 코앞에 두고 뭔 놈의 필살기?
-설마 저번에 입은 상처 때문인가?
그런 여명의 상태를 두고 나름 상황을 분석하는 자들도 있었고, 성녀와 관련된 루머를 운운하는 사람도 있었다.
-성녀님과의 소문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 광신도가 나타나서 쑤셔도 이상하지 않잖아.
-뭐? 당장 그 말 취소해! 우리 성녀님은 그러지 않아!
-저, 저 봐라. 저런 놈들 때문이라니까?
성기사들이 가득한 성도에서 천여명을 노리는 신도가 실제로 있을진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신도들이 ‘올림피아 우승 후보’ 천여명 보다는 ‘성녀님과 함께 용을 물리친’ 천여명에 더 관심을 보이는 건 사실이었다.
거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지구의 미디어가 안방까지 점령한 현대에, 성녀와 젊은 초인이 함께 고난을 극복한 이야기라니.
초대 용사 시절부터 내려온 유구한 낭만 그 자체 아닌가.
전대 성녀를 기억하는 나이든 신도들의 관심은 한층 더 했다. 그들은 여명의 외모에서 과거를 찾아냈다.
-아무리 봐도 닮았단 말이지….
-예끼! 닮긴 뭐가 닮았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변경백하고 지구인이 닮았단 소리를 해?
-난 변경백 닮았단 소리 안 했는데?
하지만 그런 관심들이 진지한 고찰로 이어지는 일은 없었다.
천여명이 지구인이라서? 혹은 기묘한 이름의 애인이 있어서?
아니, 정말로 성녀님과 뭔가가 있다면 사제들이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 없었으니까.
성녀님과 밀접한 사제 중 누구 하나 천여명을 신경 쓰지 않는데, 외부인들이 왈가왈부해 봤자 뭐하겠나.
신도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올림피아 경기가 있는 당일.
성기사단 단장이 직접 천여명의 방으로 갔다는 증언이 사제들과 성기사들 사이로 퍼졌다.
레독스의 검, 지르지스 단장은 평소부터 성녀님을 위해 총대주교에게 언성을 높였던 자.
그런 자가 개인적으로 천여명을 찾아갔다는 건….
-설마?
-에이, 그럴 리 없지.
그렇게 성도 시민들의 사이로 의문과 의심, 그리고 묘한 기대감이 퍼져가건 말건-
지르지스는 여명의 얼굴을 보자마자 대뜸 이렇게 물었다.
“너, 총대주교한테 뭔 짓을 한 거냐?”
“…총대주교님에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여명이 천연덕스레 대답하자, 지르지스 단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무슨 짓을 했길래 평생 기도회에 빠지지 않던 인간이 방에서 안 나오… 팼구나?”
“….”
“어떻게 팼냐?”
여명은 한 번 더 부정했다.
“전 방에서 나간 적도 없습니다.”
“숙소에서 나가는 거 다 느꼈다. 투명 망토가 무적인 줄 알아?”
“….”
들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물어올 줄 몰랐던 여명은 슬쩍 시선을 돌렸다.
짧은 침묵.
히죽거리는 지르지스의 입꼬리가 떨리기 전에, 여명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도 많이 참은 겁니다.”
“푸하하 – !”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터져 나오는 웃음. 어린 외모와 달리, 단장의 웃음에는 삶의 끄트머리를 바라보는 노인의 그것처럼 따스했다.
이어진 말은 따스함과 거리가 멀었지만.
“잘했다. 성녀님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해야지.”
“…?”
“시간 나는 대로 녹색하고도 만나 봐라. 마달과 나, 녹색까지 추기경 셋의 지지가 있으면 정치적으로도 뭐라고 못 할 거다.”
“….”
뭔가 심각한 오해를 하시는 거 같은데… 여명은 그를 부른 진짜 이유를 꺼냈다.
“저, 단장님?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성녀님 말고 중요한 게 있다고?”
“….”
성기사들은 다 이상한 사람들밖에 없나. 여명은 마음속으로 성기사들에 대한 평가를 하향 조정하며 대답했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 성도에, 빨갱이들이 암약하고 있습니다.”
“뭐, 그렇겠지.”
“예?”
“사람은 믿음으로 사는 존재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니 지껄이던 인간들도 언젠가 신의 품에 안기는 법이지. 내가 본 빨갱이 중에는 소련 최고 회의 상무회 주석도 있….”
지르지스가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깨달은 여명은 그의 말을 끊었다.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음?”
“현상 수배된 비코프와 KGB잔당들이 도시에 있습니다. 황태자를 납치한 장본인들 말입니다.”
“….”
그제야, 지르지스의 얼굴 위로 진지함이 떠 올랐다. 그는 팔짱을 끼며 되물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 아니, 아니지. 바깥에서 그들과 직접 만난 거냐?”
“예.”
“우연? 아니면 널 노리고 접근한 거냐?”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을 인질로 삼으려 하더군요.”
“흐음….”
많은 게 담긴 말이었다. 시민들을 인질로 삼은 녀석들이 아무것도 안 하고 돌아갔다는 건…
금방 답을 내놓은 지르지스는 여명의 어깨를 두들겼다.
“…잘 참았다. 목숨을 건진 신도들을 대신해 감사를 표하마.”
성기사는 역시 성기사인 걸까,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제 뒷일은 우리 성기사단이 처리하마. 혹, 황태자에 대해 들은 게 있나?”
“그… 용사의 피는 쓸모가 많다고 했습니다.”
“…최선은 인질이고, 최악은 제물인가. 미친 빨갱이들.”
거기까지 말한 지르지스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한 번 더 여명에게 감사를 표한 뒤 방에서 나서… 지 않았다.
“아.”
그는 뭔가 떠올린 듯 걸음을 멈추고 여명을 바라봤다.
“미안하구나. 난 당연히 성녀님 때문에 부른 줄 알았다.”
“…?”
“그래서 일부러 널 찾아간다고 동네방네 알리고 왔는데… 뭐, 소문에 꼬리가 붙는 것 외에는 별일 없을 거다.”
“….”
“…아마도.”
성기사들이란. 눈을 질끈 감은 여명은 그대로 지르지스를 방에서 내쫓았다.
[부모 잘 만나서 좋겠다.]캐서린 오스틴은 그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 언제나 그녀의 뒤로 쏟아지는 질투도, 미움도, 부러움도 개의치 않았다.
그녀의 부모님이 대단한 사람이긴 했다. 그래, 그건 그녀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녀가 이룬 모든 게 부모 덕분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영약 하나 사주지 않았다.
스스로 마나를 깨닫고 초인이 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기술 하나 가르쳐주지 않았다.
아버지의 기술은 국가 기밀이라서? 아니, 아버지는 그녀에게 무심했으므로.
[부모 잘 만나서 좋겠다.]그래서 그녀는 더욱더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오롯이 자신만의 힘으로 자신을 증명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조차 최신 기사를 보자마자 마음이 흔들렸다.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10강, 딸은 16강 탈락…? 전문가 분석으로 보는 최종 성적 예상.]이런 애미 없는 기자 새끼들. 휴대폰 속 기사를 본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하지 말라고 지적하던 습관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가 들고 있는 올림피아 대진표를 보면, 아버지 또한 입술을 씹을 테니까.
[캐서린 오스틴] vs [살로메 리어 두메아]대진표를 받아들고 몇 번이나 눈을 비벼봤지만, 선명하게 적힌 이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릇.
젠장. 상대는 이 대회 4강에 무조건 들어가리라고 점쳐지는 강자였다. 까놓고 말하자면, 올림피아에 참가한 마법사 중에서 가장 강한 상대였다.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녀 또한 높은 수준에 도달한 초인이기에 알 수 있었다.
상대는 단순히 강함의 정도가 아니라, 센스, 임기응변, 마나 응용력 등 모든 분야에서 그녀를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캐서린은 포기하지 않았다. 경기를 포기하기엔, 그녀의 자존심이 너무나 컸다.
이길 수 없다면 적어도 한 방은 먹여줘야 했다.
문제는 방법. 어떻게 한 방 먹여줄 것이냐? 하루 이틀 자신을 갈고닦는 건 별 의미가 없었다.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필요했다. 예를 들어, 도핑 같은 거.
물론, 도핑 따윈 애초에 생각도 안 했다. 그녀가 선택한 건 훨씬 더 기본적인 방법이었다.
개인 분석.
단순히 코치진이 내놓는 영상 분석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사냥꾼이 사냥감을 노리듯, 스코프로 직접 상대를 감시하는 것.
보폭, 호흡, 사소한 습관…
그건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사냥에 나가서 배운 직감과 관찰의 연장이었다. 상대가 사슴이 아닌 사람이란 차이만 있을 뿐.
코치들이 ‘그냥 스토킹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조준경을 꺼내 살로메를 감시했다.
파순이 뒹굴거리는 옥상에서, 식당에서, 숙소 중앙 홀에서.
성도에 도착해 대진표를 받고, 경기 시작까지 딱 몇 시간 남은 순간까지, 계속.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살로메에게는 그 어떤 습관이나 약점도 없는 까닭이었다. 행동거지도, 준비도, 모두 완벽했다.
급한 마음에 과거 영상을 확인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
캐서린이 알아낸 거라곤, 살로메가 가끔 남들이 없는 장소에서 옛날 지구 노래를 흥얼거린다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노래를 얼마나 좋아하는 건지, 경기 시작까지 불과 두 시간 남은 시점에서 숙소 뒷골목에서 노래를 부를 정도.
숙소 담장에서 몰래 그녀를 지켜보던 캐서린은 한 가지 의문을 떠올렸다.
아샤인이 왜 영국 군가인 ‘D-Day 기피자들’을 부르는 거지??
이해할 수 없는 의문만을 남긴 채, 그녀는 조준경에서 눈을 뗐다. 분석은 실패했다. 이제 돌아가서 경기 준비를-
그때, 의외의 인물이 살로메의 뒤통수에서 나타났다.
천여명.
전윤성과 함께 우승 후보자로 취급되는 한국인.
숙소 골목 뒤편에서 나타난 그는 노래를 부르는 살로메를 향해 은밀하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뭐지?
캐서린은 조준경을 다시 꺼내 두 사람을 관찰했다. 어느새 살로메의 뒤통수까지 다가간 천여명은 그대로-
살로메의 목에 대고 ‘왁!’ 소리 질렀다.
놀란 살로메는 문자 그대로 펄쩍 뛰었다. 당황한 얼굴로 무어라 입을 놀리는 게, 어지간히도 놀란 모양이었다.
무슨 대화를 나누는 걸까. 캐서린은 귀에 마나를 모아 대화를 엿들었다. 한데, 그 내용이…
-내가 그거 부르지 말라고 했지?
-아, 왜요! 이건 영국 노래라구요!
-독일 군가로 쓰이던 노래에 가사만 바꾼 영국 노래겠지.
-어… 그래도 나치 노래는 아니잖아요.
-네오나치들도 그렇게 말하더라.
캐서린은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후볐다. 나치? 살로메가 네오나치였다고?
그녀는 한 번 더 귀에 마나를 모았다. 그리고 이어진 말은 더 가관이었다.
-그, 그,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아요. 노래를 부를 때마다 제 안의 히틀러가 뭉텅뭉텅 소화되더라구요.
-….
-뇌는 몰라도, 몸은 본능적으로 알았던 거죠! 이렇게 하면 소화가 빨라진다는 걸! 그, 그, 밥을 먹으면 의식하지 않아도 위산이 나오는 것처럼요!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히틀러? 소화? 무슨 은어 같은 건가?
하지만 그 은어가 무얼 가리키건 간에, 한 가지는 확실했다.
살로메는 네오나치라는 것.
마탑이 나치즘에 심취해 나치와 놀아났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다니… 캐서린의 몸속에 잠들어 있던 미국인의 피가 뜨겁게 끓었다.
‘아빠가 알면 기겁하겠네.’
파시즘이라면 학을 떼는 아버지 생각을 마지막으로, 캐서린은 마나를 회수했다. 이제는 진짜 경기를 준비할 시간이었-
“…!”
그 순간, 조준경 너머에서 여명과 눈을 마주쳤다.
아니, 이 거리에서 어떻게? 놀란 캐서린이 조준경을 회수했을 땐, 녹인 황금처럼 선명한 금빛 눈동자가 성큼 다가온 뒤였다.
‘…빠르다.’
거의 날아오듯 다가오는 여명의 속도를 확인한 캐서린은 도망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시합용 권총에 손을 올렸다.
다음 순간, 여명이 그녀의 퇴로를 막으며 착지했다.
손에 검을 쥐고 있는 게, 감지와 동시에 전투 준비를 끝낸 모양.
“….”
설마 이놈도 나치는 아니겠지? 캐서린이 꿀꺽 침을 삼키는 가운데, 천여명이 그녀의 얼굴을 확인했다.
“캐서린 오스틴? 그쪽이 왜 살로메를 감시하고 있는 겁니까?”
“….”
캐서린은 장전된 총알 숫자를 떠올리며 대답했다.
“다음 경기 상대니까.”
“…아.”
여명은 부랴부랴 달려오는 살로메와 캐서린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이내 무기를 거뒀다.
“승부욕도 좋지만, 사생활도 존중해야지.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어.”
“….”
“아무튼, 경기장에서 보자.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아버지께 안부 전해줘.”
아버지. 천여명의 태도 변화에 어색함을 느끼던 그녀는 아버지란 단어가 나오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 아버지랑 아는 사이?”
“인연이 조금 있었어.”
“….”
딸인 나도 모르는 인연을 니가? 캐서린은 담장으로 올라오는 살로메를 보며 덧붙였다.
“이상하네. 우리 아빠는 나치 싫어하는데.”
“….”
둘의 대화 내용을 모두 들었다는 뜻이 담긴 말. 여명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 거 아니야. 아마 브라우닝께서도 들으면 아실….”
“네가 우리 아빠에 대해 뭘 아는데?”
“….”
“네오나치 주제에 우리 아빠를-”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여명의 눈빛이 변했다. 곧, 그는 조금 전에 회수한 검을 다시 뽑아 들었다.
설마? 캐서린이 놀라 눈을 크게 뜬 순간, 겨우겨우 위로 올라온 살로메가 소리쳤다.
“머리 숙여요!”
캐서린은 왜냐고 묻지 않았다. 갑자기 터져 나온 여명의 검기가 너무나 무시무시했기에.
!!
공기가 잘리는 듯한 섬뜩한 감각이 그녀의 어깨를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맞았으면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위력이었다.
“미, 미친.”
날 죽이려고 했어? 놀란 캐서린은 여명에게 욕을 한 바가지 쏟아내려 했지만, 정작 그녀의 입에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발 아래로 떨어지는 벌레들 때문에.
“이, 이게 뭐야?”
마치 회충처럼 꾸물거리는 벌레들은 반 토막이 난 상태에서도 캐서린을 향해 움직였다.
징그러운 동시에, 섬뜩한 광경.
콰직! 여명은 벌레를 짓밟으며 대답했다.
“이 벌레의 이름은 마폭고. 뇌에 기생하는 기생충이야.”
“…그딴 게 왜 내 어깨에 있어?”
“글쎄, 자세히는 몰라도 성기사들 호위를 벗어나 다른 학생을 훔쳐봐서 그런 거 아닐까?”
“….”
그렇게 여명이 꼽을 주는 사이, 다가온 살로메가 호들갑을 떨었다.
“괜찮아요? 다 떨어트린 거 맞아요?”
“어, 어… 응.”
“그리고 여명! 말도 없이 칼부터 휘두르면 어떻게 해요!”
“귀로 들어가게 내버려 둘 순 없잖아..”
“….”
“아니, 어쩌면 이미 들어갔을 지도 모르겠네.”
“들어갔다고? 저게? 내 뇌에?”
캐서린은 으깨진 벌레를 보며 기겁했다. 시발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화, 확인할 방법은 없어? M, MRI 찍어야 하나?”
“있어. 치료할 방법도 있고. 문제는 왜 널 노렸냐인데….”
그렇게 말끝을 흐린 여명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뒤 말했다.
“경기 시간까지 빠듯하지만, 빨리 움직이면 확인할 수 있을 거야. 일단 가자.”
“간다고? 어딜?”
“우리 만능 연금술사한테.”
“…??”
캐서린은 그게 누구냐고 묻지 못했다. 대뜸 그녀의 팔을 붙잡은 여명이 투명 망토를 꺼낸 까닭이었다.
“아니, 잠깐-”
“꽉 잡아. 최대한 빠르게 갈 테니까.”
여명은 그대로 캐서린을 짐짝처럼 들어 올린 뒤, 그 위로 투명 망토를 뒤집어 썼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그대로 대로변을 향해 뛰어올랐다.
그리고 상황을 따라가지 못 하는 캐서린의 귓가로, 뒤 따라오는 살로메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그리고 저 나치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