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636)
을 위한 세계는 없다-636화(636/817)
EP.636 Coram Deo (20)
두두두 – !!
날카로운 총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여명의 모습이 흐릿해졌다.
킴 필비는 그가 총을 맞았는지, 맞지 않았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머리통에 수류탄을 처박아도 죽지 않을 테니.
그러나 지금 중요한 건 승패가 아닌 시간이었다.
의식이 끝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
판단과 함께 순식간에 탄창을 비운 킴 필비는 인공 성물을 발동했다.
그의 가슴에 박힌 레닌 훈장이 떨리며 막대한 마나를 뿜어낸 바로 그 순간.
팅-!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 다발이 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인공 성물의 반마력장을 의식한 게 틀림없는 공격이었다.
‘실전 경험이 늘었군.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여명의 다음 수를 예측한 킴 필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폭발로 눈을 돌린 틈에 베리야에게 달려가려는 수작.
그는 침착하게 촉수를 뿜어내 날아오는 수류탄을 붙잡았다.
현대의 지연 신관 수류탄이 터질 때까지 필요한 시간은 대략 5초 정도.
일반인에게는 찰나에 불과했지만, 초인에게는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
서로의 감각이 극대화된 일대일 상황이라면야,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촉수로 수류탄을 붙잡은 킴 필비는 그대로 날아온 방향을 향해 다시-
“?”
촉수에서 느껴지는 수류탄의 무게가 너무 가벼웠다. 설마?
‘…가짜!’
깨달음과 동시에, 킴 필비는 촉수를 회수했다. 하지만 초인끼리의 전투에서 잠깐은 충분히 긴 시간인 법.
어느새 거리를 좁힌 여명의 검이 그의 시야에서 번쩍였다.
푸확!
붉은 피가 튀며 촉수와 오른 팔뚝이 통째로 잘려나갔다. 고통이 치밀었지만, 상처를 붙잡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킴 필비는 단검으로 여명의 검을 막는 것과 동시에 촉수를 휘둘렀다.
평범한 초인이었다면 난타전으로 몰고 가기에 충분한 대응이었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상대는 여명이었다.
다음 순간, 천여명의 오른쪽 눈이 붉게 물들었다.
“뭣?”
소련의 수많은 요원들을 죽인 미국의 불빛.
이놈이 이걸 어떻게- 킴 필비는 의문을 해소할 틈도 없이 바닥을 구르며 성물의 반마력장을 활성화했다.
자세가 흔들리는 와중에 여명의 칼이 그의 옆구리를 길게 베고 지나갔지만, 옳은 선택이었다.
번쩍 – !
이어진 알파 빔이 그의 목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으므로.
“…상대법을 알고 있군.”
여명은 비틀거리며 물러나는 킴 필비를 보며 중얼거렸다.
성물의 반마력장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코앞에서 알파 빔을 피할 줄이야?
임기응변도 임기응변이지만, 알파 빔에 대해 모르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알파 원을 상대한 적 있나?”
“후버의 애완 괴물과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싸워봤다. 그러는 너야말로 녀석과 무슨 관계냐? 어떻게 그 무술을 물려 받- 흐읍!”
번쩍! 알파 빔이 한 번 더 킴 필비의 목을 노렸다. 대화 따윈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공격.
직후, 반마력장과 촉수가 동시에 움직였다.
반마력장이 빔의 위력을 줄이고, 촉수가 급소를 방어했지만… 그뿐이었다. 붉은 광선은 킴 필비를 그대로 건물 벽에 처박았다.
“쿨럭!”
킴 필비의 발아래로, 잘린 촉수와 피가 쏟아졌다. 인공 성물의 마나가 필사적으로 상처를 재생하며 꿈틀거렸다.
‘그 와중에 또 급소는 피했네.’
빨갱이들 목숨 질긴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여명은 질색하며 킴 필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검을 들어 녀석의 목을 치려는 순간.
!
베리야가 있는 건물 옥상에서, 파장이 터져 나왔다.
뭐지? 여명이 고개를 들자, 이번에는 돌풍이 불어왔다.
!!!
자연적인 바람이 아닌, 인공적인 바람이었다.
흑마법의 불길함, 괴수의 혐오스러움, 그리고 흡혈귀의 역겨움이 뒤섞인 바람.
“이건….”
돌풍이 머리카락을 쓸고 지나간 직후, 여명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이미 이것과 비슷한 걸 느낀 적 있었으니까.
에케모의 차원문 너머, 거대한 ‘눈’들.
종말 교단이 섬기는 그 거대하고 끔찍한 존재들의 숨결이 딱 이러했다.
하지만 이곳은 차원문 너머가 아닌 성도였다. 아샤에서 가장 신성한 곳.
설마, 무언가 그 신성함을 역으로 이용하고 있는 걸까? 의문은 길지 않았다.
고오오-!
조금 전 파장을 터트린 무언가가 하늘 위로 솟구쳐올랐다. 밤하늘이 갈라지며 어둠 속에서 쉬고 있던 구름이 휘몰아치고, 공기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내려온다. 그것이 내려온다.
여명의 본능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니, 그의 혈관 속에 있는 무장 혈청이 소리치고 있었다.
빼앗아. 빼앗아.
피가 요동치고, 심장을 두들긴다.
마치, 그를 유혹하는 것처럼.
“오우.”
하늘이 갈라지는 걸 본 파순은 감탄을 내뱉었다.
달빛과 별빛을 모조리 집어삼킨 어둠이 하늘에서 휘몰아치는 모습은 그녀의 상상 이상이었다.
“역시, 신의 강림이면 저 정도는 돼야지. 안 그래?”
파순의 말이 향한 건 가짜 쇠똥구리였다. 소련이 스탈린을 윤회시키기 위해 만든 임시 육체.
그러나 스탈린의 영혼이 들어가지 못한 그것은 빈 껍데기에 불과했고, 파순의 말에 맞장구칠 정신 따윈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순은 가짜 쇠똥구리에게 재차 말을 걸었다.
“궁금하지 않냐? 안경 빡빡이가 드디어 꿈을 이룰까, 아니면 이제라도 주인공이 나올까?”
“….”
“우리 쌍놈은 안 먹을걸? 걔는 이미 가지고 있는 신의 힘이 너무 많아. 내가 아는 것만 해도 네 개는 되는데… 뭐, 처먹어 본 놈이 안다고, 또 처먹을 수도 있겠네.”
아니면 지 여친 주려나? 파순은 최악의 가능성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하지만 뭐가 되었건 간에, 그녀는 느긋하게 즐기기만 하면 됐다.
이 불길을 구경할 가장 좋은 명당자리는 이미 그녀의 것이었으니까.
“활활 타라. 불씨가 차원문을 넘을 정도로, 크게.”
가짜 쇠똥구리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멍하니 구멍 난 하늘을 바라보는 가운데, 파순의 눈이 반짝거렸다.
여명은 킴 필비의 손에서 단검을 빼앗아 그대로 그의 가슴에 있는 훈장 바로 아래 박아 넣었다.
울컥! 찔린 부위에서 피가 한 움큼 쏟아지건 말건, 여명은 걸음을 돌려 건물을 향해 내달렸다.
한걸음, 한걸음 건물과 가까워질수록 혈관 속 무장 혈청이 더욱 강하게 요동쳤다. 불길함이 척추를 따라 흘렀다.
여명은 계단 따윈 신경 쓰지 않고 얼음 발판을 만들어 위로 솟구쳤다.
이윽고, 그가 옥상에 착지한 순간.
누군가 그의 머릿속으로 직접 말했다.
[늦었구나. 붉은 별.]여명은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봤다. 그리고 흠칫, 놀랐다.
“…베리야?”
역사서 속 인물을 만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조금 달랐다.
메스꺼움이 느껴질 정도로 거대한 힘이라니.
그가 기억하기로 베리야는 강력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잔혹함이라면 모를까.
하지만 이 순간, 피부로 느껴지는 힘은 분명 베리야의 것이었다.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여명이 검을 늘어트리며 묻자, 베리야가 피식 웃었다. 곧 여명의 머릿속으로 천둥 같은 목소리가 울렸다.
[이런,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였나? 조국의 유산을 그렇게나 많이 모아 놓고는… 실망스럽군.]“….”
[안타깝지만, 그 멍청한 머리로도 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지.]그렇게 지껄인 베리야는 품에서 작은 병을 두 개를 꺼냈다. 두 개 모두 피처럼 붉은, 혹은 피가 든 병이었다.
베리야는 그대로 병을 입으로 가져갔다. 저 병이 뭔지 모르겠지만, 여명은 가만히 서서 구경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몸을 날림과 동시에, 옥상으로 올라오는 동안 모은 마나로 마법을 펼쳤다.
수십 개에 달하는 얼음창이 옥상 주변 하늘을 빼곡히 채우고, 염동력이 베리야의 손에 들린 병을 노렸다.
베리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늦었다니까.]휘릭, 그가 빈손을 휘둘렀다. 복잡한 수식으로 시전한 마법도 아니었고, 뜻깊은 진의가 담긴 무술도 아니었다. 단순한 힘의 방출.
그러나 이어진 결과는 단순하지 않았다. 힘과 충돌한 얼음창이 모조리 쓸려나갔고, 염동력은 그대로 분쇄되었다.
여명은 개의치 않았다. 어느새 거리를 좁힌 그는 검기를 휘감은 검을 내려쳤다.
쩌- 엉- !!!
검이 베리야의 머리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쇠가 살을 베는 소리가 아닌, 마나와 마나가 충돌하는 충돌음이 터져 나왔다.
그랬다. 베리야의 몸은 인간이 아니었다.
여명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반동을 이용해 허리에 힘을 싣고, 한 번 더 검을 휘둘렀다.
!
이번에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의 검이 베리야의 머리를 정확히 반으로 베어서?
아니, 반으로 잘린 베리야의 머리가 그대로 재생되어서.
거의 베인 것과 동시에 재생이 끝나는 수준의 재생력.
주가시빌리를 펼친 것도 아닌데, 이 무슨? 여명이 당황을 삼키는 사이, 녀석이 지껄였다.
[재생이 주가시빌리만의 권능이라고 생각하나?]여명이 재차 검을 휘둘렀지만, 그보다 먼저 베리야가 손가락을 튕겼다.
딱!
다음 순간, 공기가 폭발하며 여명의 몸을 뒤로 밀어냈다. 그는 옥상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염동력으로 바닥을 붙잡았다.
[강하지만, 그게 전부로군. 무의미한 저항은 그만하고 구경이나 해라.]베리야는 여명을 비웃는 것처럼 느긋하게 병을 들이켰다. 청량한 향기와 함께 그의 목젖이 꿈틀거렸다.
이윽고, 병을 비운 베리야가 지껄였다.
[아, 좋군. 붉은 별, 이게 뭔지 아나? 네가 존경하는 서기장이 직접 만든 인민의 정수다.]존경하는… 뭐? 자세를 다잡은 여명의 표정이 일그러지건 말건, 베리야는 쩝쩝 입술을 핥았다.
[소비에트 궁전 정상에서, 수십억 공산주의자들의 염원을 모아 만든 정수… 왜 이 귀한 걸 쓰지 않고 숨겼을까? 그자의 정신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하지만 고마워해야겠지. 덕분에 이렇게… 대업을 이룰 수 있으니.]베리야는 나머지 병을 들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여명은 그걸 마시게 둘 생각이 없었다. 양손으로 검 손잡이를 쥔 그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용사의 무술 1초식.
여명의 검을 따라 세상이 횡으로 갈라졌다. 베리야의 몸은 물론이고, 그의 손에 들린 피를 동시에 노린 공격이었다.
[음?]여명의 검기 속에 담긴 위력을 알아본 베리야는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그 눈에 두려움은 없었다.
!!!!
푸확! 강렬한 검기가 베리야의 상체를 쓸고 지나갔다. 어마어마한 양의 피가 튀고 녹아내린 살점이 흩뿌려졌지만, 그뿐이었다.
녀석의 막대한 재생력은 반으로 잘린 상체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재생을 끝내버렸으니까.
‘뭐 이딴 미친 재생 괴물이 있어?’
여명은 그동안 적들이 그를 보며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재차 검을 휘둘렀다.
정면에서 맞아주는 건 녀석에게도 부담이었는지, 베리야는 그의 검기를 요리조리 피하며 말했다.
[조국의 무술 말고도 이만한 무술을 알고 있다니, 혼자 독점하지 말고 동지들과 나누는 게 어떤가?]“난 공산주의자가 아니다.”
[아니, 나는 너를 안다, 애송아. 네가 킴 필비를 토막 낸 이후, 나는 관 속에서 아주 오랫동안 너를 지켜 봐왔다….]“….”
“지랄.”
[부정하지 마라. 공산주의란 생각이 아닌 행동. 네가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너는 이미 훌륭한 공산주의자다!]그 순간, 베리야의 손목이 찢어지며 붉은 핏줄기가 솟아났다.
무장 혈청.
여명이 무어라 반응하기도 전에, 인민의 낫으로 변한 베리야의 무장 혈청에서 막대한 양의 피가 터져 나왔다.
쩌엉!!!
검기와 닮은 피는 그대로 여명이 쏘아낸 검기와 충돌했다. 두 사람이 서 있는 건물이 흔들리고, 후폭풍만으로 콘크리트가 움푹움푹 파였다.
그렇게 여명이 자세를 다잡는 사이, 베리야가 소리쳤다.
[놀이는 여기까지다. 붉은 별!]녀석은 그대로 들고 있던 병뚜껑을 열었다. 이번에는 진짜 피인 듯, 알싸한 피 냄새가 바람 사이에 섞였다.
이건 위험-
‘하지 않다?’
피 냄새를 맡은 여명은 당황했다. 몸이 보내던 본능적인 경고가 사라진 까닭이었다. 뭐지?
그렇게 그가 손을 멈춘 사이, 병을 비운 베리야가 구멍 뚫린 하늘을 향해 양손을 활짝 펼쳤다.
[끝났다! 모든 게 하나로 모였다! 서기장의 정수! 주가시빌리가 직접 채취한 용사의 피!]여명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주가시빌리가 직접 채취한 용사의 피라니, 설마, 아까 라쉬크에게 짜준 피… 일리가 없지.
‘용사의 피를 어디서 구한 거지?’
여명의 의문이 이어지는 순간, 베리야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물풍선처럼 부푼 피부가 찢어지고, 터진 살과 뼈가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꺄아아 – !
순식간에 인간의 모습을 잃은 베리야의 주변 공기가 울부짖었다. 여명은 물러나며 검을 쥐었다.
곧 갈라진 하늘에서 붉은 비가 쏟아졌다. 오직 여명과 베리야가 서 있는 옥상에만 내리는 비.
장맛비보다 더 빽빽하게 쏟아지는 붉은 비는 이윽고 거대한 피의 폭포가 되었다.
[보아라, 붉은 별!! 내 강림의 증인이 되어라!!!]베리야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고, 피의 폭포와 그의 몸이 만나며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두려움에 찬 하늘에서 붉은 천둥이 내려치고 세상이 경악하는 가운데,
직후, 그것은 마치 거머리처럼 흘러내린 모든 피를 게걸스럽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덩어리는 쉴 새 없이 불어났다.
여명이 휘두른 용사의 무술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낼 정도로, 크게.
이윽고, 베리야의 육체가 폭포와 하나가 된 순간.
건물이 파도를 마주한 조각배처럼 요동치고, 공기는 질식한 것처럼 차가워진 바로 그 순간.
여명의 머리 위로 밤보다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거대한 거인의 그림자.
그래, 피의 폭포와 융합한 베리야가 거대한 거인으로 변했다. 드높은 중앙 신전의 기둥을 내려다볼 정도로 아찔한 크기였다.
[하하하! 보라!!! 내가,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서기장도, 대통령도 아닌, 바로 내가!]마나… 아니, 신성이 담긴 목소리가 여명의 골을 울렸다. 그저 목소리만으로도 여명의 고막이 찢어지고, 코피가 터졌다.
“…신?”
[그래, 신이다! 내가!! 피의 신이 이 땅에 강림했노라!!!]피의 신? 그 말을 들은 여명의 머릿속에서 베리야에 대한 정보가 하나로 이어졌다.
소련의 빈대 사냥 담당자, 인체 실험, 무장 혈청, 강림… 그리고 이 의식까지.
소문대로 베리야는 흡혈귀를 잡아먹어 신이 되었고, 용사의 피와 서기장의 정수를 먹어 이 땅에 강림했단 말인가?
성도가 신과 인간이 가장 가까운 땅이라지만,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지?
여명은 말도 안 되는 스케일에 경악하는 동시에, 한 가지 의문을 떠올렸다.
‘아니, 잠깐. 그러면 용사의 피는 어디서 구한 거지?’
조금 전 용사의 무술도 못 알아본 양반이, 그가 용사인 걸 눈치챘을 리 없는데? 다른 용사의 후손이 있던가?
여명의 의문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의 의문이 꼬리를 무는 순간, 베리야가 거대한 발을 들었으므로.
[꼭짓점은 필요 없으니. 자, 이제 죽어라.]고오오- 그 자체로 주변의 공기를 밀어내는 거대한 중량이 여명의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았다.
[?]베리야의 몸은 여명을 짓밟는 자세 그대로 정지했다.
침묵. 피 냄새나는 침묵.
그리고 그 침묵이 모두를 휘감기 전에, 한 가지 사건이 여명의 머리를 스쳤다.
황태자 납치, 그리고 용사의 피.
‘설마….’
이 녀석들, 현 황실이 뻐꾸기라는 거 몰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