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648)
을 위한 세계는 없다-648화(648/817)
EP.648 당국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소비예트 계승자의 답변. (5) (수정)
후우-
땅에 착지한 여명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증폭의 반동 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리는 까닭이었다. 조금이라도 힘을 빼면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증폭은 그만한 값어치가 있었다.
[커흑, 안 돼!! 내 신성이…!]여명에게 꿰뚫린 베리야의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구멍에서는 쉴 새 없이 무장 혈청과 피가 흘러내렸다. 신성이 가득 담긴 피였다.
베리야는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구멍 난 가슴을 막았다. 거대한 손을 움직이기 위해 흘리는 신성만큼이나 많은 신성이 소모됐지만,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이, 빌어먹을…! 재생을, 커헉, 막는… 힘!]그 말마따나, 여명이 만든 상처는 재생되지 않았다.
변경백의 무술이나 용사의 무술로도 해내지 못한 위업.
정작 그 일격을 꽂아 넣은 여명은 어째서 재생이 막히는지 알지 못했다.
신을 파괴할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어서? 아니, 그건 아니었다.
그가 휘두른 일격은 히틀러를 폭사시켰던 스탈린의 원본에 한참 못 미쳤고, 하늘의 무수한 포탄을 홀로 베어낸 변경백의 검술과 비교하면 무식한 망치질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건… 스탈린이 알려준 일격이 히틀러나 베리야 같은 존재들의 천적이라서가 아닐까?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가설이었다. 딱히 알고 싶지도 않았고.
여명에게 중요한 건 베리야가 아직도 죽지 않았다는 사실 뿐이었다.
그는 반동으로 후들거리는 몸을 다잡고 또 한번 천도무친을 사용했다.
후우웅 – !
마나가 일으킨 바람과 함께 그가 다음 일격 준비한 순간.
턱. 변경백의 거친 손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잠깐, 이 이상은 몸에 무리가 가겠구나. 무술을 멈추고 우선은 안정을 취하거라.”
“…?”
“설마 일격으로 강림한 신성을 흔들 줄이야… 장하구나.”
벌써 전투가 끝난 듯한 부드러운 말투.
의아해진 여명이 고개를 돌리자, 미소짓고 있던 변경백이 흠칫 놀랐다.
갑자기 왜 저러… 아.
변경백의 시선은 그의 가슴에 달린 금성 메달에 꽂혀 있었다. 여명은 재빨리 변명했다.
“이건 제가 단 게 아니고, 그게… 스탈린이….”
“…스탈린?”
“….”
“그러고 보니, 마지막 일격에 쓴 무기가….”
인민의 망치와 낫. 할 말이 없어진 여명은 재빨리 말을 돌렸다.
“그보다, 어째서 절 막으신 겁니까? 베리야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여명의 말마따나, 베리야는 신성을 콸콸 흘리는 와중에도 계속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상대가 약해진 순간에 끝내는 건 싸움의 기본. 여명은 지금이라도 목을 치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변경백을 바라봤다.
변경백은 가문의 보검을 늘어트리며 말했다.
“조금 추하긴 하지만… 상대는 신이란다. 그동안 싸워온 마왕이나, 일반적인 초인과는 그 본질부터가 다른 존재지.”
“….”
“지구에서는 고차원적 에너지 생명체… 라고 하던가. 무례한 말이지만, 그 속에는 조금이나마 진실이 담겨 있단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 변경백은 비명을 지르는 베리야를 바라봤다.
“우리가 저 하늘 위로 올라가는 게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신들 또한 쉽사리 이 땅으로 내려올 수 없단다. 설사 내려온다 해도, 신의 힘을 그대로 휘두르는 건 불가능해. 세계수가 불타버린 뒤에는 더더욱.”
세계수. 여명이 하늘의 별들을 떨어트리기 위한 핵심 재료가 세계수의 눈물이라는 걸 떠올리며 물었다.
“하지만 베리야는… 저렇게 강림했잖습니까.”
“그래, 어떻게 신성을 지닌 채 이 땅에 내려왔는지 모르겠지만… 느껴보렴. 조금 전 일격으로 그가 뭉쳐놨던 신성이 흩어지고 있단다.”
신성이 흩어져? 여명은 변경백의 말을 따라 감각에 집중했다.
그러자 타오르고, 흘러내리는 신성 때문에 미처 느끼지 못했던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릇, 단지, 핵, 심장… 혹은 그것들과 비슷한 무언가.
베리야의 내면에서 느껴지는 그것에는 금이 가 있었다. 녀석이 지닌 막대한 신성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았지만, 저것을 메꾸지 못하면 언젠가 신성이 바닥날 게 분명했다.
‘스탈린은 대체 나한테 뭘 알려준 거지?’
여명이 자신이 날린 공격에 당황하는 순간. 베리야가 두 부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 엿 같은…! 용사의 피를… 코앞에 두고!!]거대한 손이 두 사람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기 무섭게, 변경백의 손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조금 전 포탄을 잘라낸 바로 그 검술.
섬광이 지나간 자리로, 거대한 베리야의 팔이 토막 나며 피를 뿌렸다. 여명은 보호막을 펼쳐 피를 막으며 물었다.
“그 무술은…?”
“나의 진의 무술이란다.”
심플한 대답. 여명이 자신도 배울 수 있냐고 묻기도 전에, 변경백이 말했다.
“혹여, 배울 생각일랑 하지 말거라. 스스로가 세운 진의가 먼저다.”
“….”
“나는 운명에 패배하고, 핵을 맞은 뒤에야 깨달았단다. 용사의 무술과 가전 무술에 의지한 나머지, 나의 진의를 똑바로 세우지 못했다는 걸… 너는 내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말을 끝낸 변경백은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베리야가 틈을 노려 발사한 포탄 몇 개가 코앞에서 폭발했다.
“어쨌거나, 다시 신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저 멍청이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개란다. 이대로 우리와 싸우다가 소멸하거나, 남은 신성이라도 챙겨서 하늘로 돌아가던가. 내가 판단하기에, 아무리 봐도 후자를 선택할 거 같구나.”
“…?”
하늘로 돌아가? 여명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 오르기 무섭게, 변경백의 말이 실현됐다.
[크흑… 소비에트의 꿈이…! 이렇게! 이렇게 끝나다니!!]마지막까지 소비에트를 팔아먹은 베리야의 신성과 피 중 일부가 하늘을 향해 솟구치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신성이 역류하고, 대기가 진동했다.
하지만 녀석이 처음 이 땅에 내려올 때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신성이 줄어들어 있었다.
[천여명…! 쿨럭, 널 잊지 않겠다… 언젠가 돌아와… 너와 스탈린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겠다!!]스탈린이란 말에 변경백이 한 번 더 흠칫했다. 저놈은 도망가면서도 지랄이네.
여명은 변경백의 질문이 튀어나오기 전에 주제를 돌렸다.
“정말 저대로 보내줘도 되는 겁니까?”
변경백은 금성 메달에서 시선을 떼며 말했다.
“저게 뭐라고 지껄이건, 다시 돌아오는 건 불가능할 거다. 이 땅에서 잃어버린 신성을 그렇게 쉽게 되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니.”
“….”
“그리고 무엇보다… 신을 죽이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휩쓸릴 거다. 내 생각에, 저 멍청이에겐 그럴 가치가 없을 것 같구나.”
베리야의 목숨보다, 무고한 시민들의 안전을 우선하는 말.
그건 진정으로 용사다운 말이었다. 여명은 울컥하는 뭔가를 느끼며 마음 속으로 조금 전 자신이 했던 선언을 묻었다.
오늘 넌, 여기서 죽는다.
그래, 때로는 죽이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 있는 법. 살의를 삼킨 여명은 무기를 거두고 여명은 변경백과 나란히 섰다.
그렇게 두 부자가 하늘로 흩어지는 베리야를 바라보던 어느 순간.
여명의 감각이 기괴한 무언가를 느꼈다.
뭐라고 딱 잡아 설명할 수 없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시간이 멈췄다가 다시 움직인 느낌?
‘설마, 또 다른 신이 개입했다?’
여명의 의문은 답을 찾지 못했다. 베리야가 갑자기 비명을 내질렀으므로.
[끄아아악! 아, 안 돼!!]섬뜩한 비명을 따라, 흩어지던 피의 거인이 갑자기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베리야는 몸을 휘적거리며 비명을 내질렀다.
[아니야! 이, 이 피는 내가 원한 게 아니야!!]거대한 육체와 신성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모습은 섬뜩할 정도였다.
하지만 여명과 변경백은 그보다 섬뜩한 진실을 하나 더 깨달았다.
저대로 내버려 두면 터진다.
폭발이 얼마나 클지 예상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적어도 성도의 절반은 날아가리라.
[끄아아악!!]사람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신의 비명이 귀를 찌르는 가운데, 여명은 변경백과 시선을 교환했다.
막아야한다.
그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여명은 즉시 땅을 박차고 하늘로 치솟았다.
변경백 또한 다시 검을 들어 베리야를 향해 휘둘렀다.
!!
그의 진의 무술은 부풀어 오르는 거인의 몸을 토막 냈다. 조금이라도 폭발을 늦추기 위해서였다.
물론, 변경백이 번 시간은 길지 않았다. 거대한 육체가 부풀어 오르는 건 그의 검보다도 빨랐으니까.
하지만 여명이 다시 하늘에서 증폭을 준비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마나를 가득 끌어 올린 여명은 다시 인민의 낫과 망치를-
-뽑지 않았다.
그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고, 지금은 공산주의자의 방식을 써야 할 순간도 아니었다. 여명은 무장 혈청 대신 산의 눈물을 뽑아들었다.
드워프들의 피와 눈물, 그리고 겨자 가스로 제련된 검이 밤하늘 아래 드러났다.
베리야를 죽이길 기대하는 걸까? 검신이 부르르 떨렸다.
여명은 검을 높게 들어 올리고, 변경백을 바라봤다.
용사의 눈동자와 그에게서 똑같은 색을 물려받은 눈동자.
변경백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여명과 똑같은 자세로 검을 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화르륵 – !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사람의 검에서 똑같은 불씨가 흩날렸다.
화산쇄설.
‘역시 알고 계셨어.’
여명은 변경백의 보검에서 피어오르는 불씨를 보며 단장님의 말을 떠올렸다.
-화산쇄설은 나와 산초, 변경백님, 셋이 함께 머리를 싸매고 만든 무술이다.
그래, 그 말대로였다. 변경백의 검에서 피어난 불씨는 기사단장님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오색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여명은 가슴에서 치밀어오르는 무언가를 느끼며 자세를 잡았다.
[안 돼! 멈춰!!!]베리야의 비명을 신호 삼아, 여명은 부풀어 오르는 신의 몸을 향해 강하했다. 같은 순간, 변경백 또한 같은 곳을 향해 뛰어올랐다.
두 개의 검, 두 개의 불씨 그리고 더 큰 폭발을 막기 위한 폭발.
[이건 내 운명이 아니란 말이다!!]부풀어 오른 베리야의 몸 위로, 두 용사의 불씨가 동시에 폭발했다.
“휘유.”
저 멀리, 밤하늘을 수놓는 거대한 폭발을 본 파순은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이걸 살리네.”
당연히 성도의 절반이 날아갈 줄 알았건만.
용사가 힘의 방향을 조절했는지, 폭발의 후폭풍은 수평이 아닌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치솟는 붉은 불씨가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지, 성도에 모인 모두가 볼 수 있을 정도.
“이야, 이래서 내가 자살을 못 한다니까.”
그건 혼잣말이 아니었다.
녀석은 등 뒤에 서 있던 가짜 쇠똥구리… 그러니까 스탈린의 환생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인공 신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야, 저거 그 콧수염 양반이 저지른 일 같냐?”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파순은 뒤늦게 말을 고쳤다.
“스탈린, 그 미친 독재자가 드디어 강림한 거 같냐?”
전 서기장의 이름이 나오기 무섭게, 가짜 쇠똥구리가 고개를 들었다.
“Победим, наша сила несметна, Гений Сталина в бой нас ведёт! 우리의 무한한 힘은 승리하리라. 스탈린의 영도력이 우리를 이끈다!”
이건 또 뭐라는 거야. 파순은 가짜 쇠똥구리의 뒤통수를 때렸다.
“아무튼, 스탈린 그 양반도 강림에 실패했단 거지?”
“….”
가짜 쇠똥구리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랄발광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파순은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하긴, 스탈린, 그 콧수염 양반이라면 저런 짓은 안 했겠지… 흐흐, 이걸로 스탈린과 전대 성녀… 그리고 운명의 꼼수까지 전부 빗나간 건가?”
설마 이렇게까지 예상을 엇나갈 줄이야. 파순은 킥킥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내가 이래서 자살을 못 한다니까?”
“….”
“아, 쓰읍. 더는 못 참겠다! 야! 쇠똥구리! 무기 들어!”
저 멀리, 후폭풍이 비가 되어 내리는 가운데, 파순의 눈동자가 욕망의 빛으로 번들거렸다.
“당장 가자. 한국, 공산당, 운명, 성녀, 신…! 이 개판에 숟가락 올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