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675)
을 위한 세계는 없다-675화(675/817)
EP.675 옻을 바르고 숯을 삼킨다.
인민은 영원하다고, 지도자가 없어도 인민은 남는다고 말한 지도자가 있었다.
그는 자신과 인민 사이에 있는 무수한 지도자들을 죽였고, 기어코 자신마저 죽이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인민은 남았다. 하지만 지도자를 잃은 인민은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쓰디쓴 교훈 끝에 우리는 지도자야말로 모든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바실리 이오시포비치, 스탈린의 대숙청 연설을 인용하며.]***
성도의 깊은 곳. 검은 신께서 가호하시는 검은 법원의 아래.
쇠창살과 건조한 어둠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킴 필비는 천천히 눈을 떴다.
낯선 공기 때문인가? 마나가 잘 움직이지 않았다. 억지로 일어나보려 했지만, 팔과 다리가 단단히 묶여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었다.
‘감옥이군.’
그는 통증을 삼키며 상체를 일으켰다. 마나와 성물 모두가 억제된 걸 보면, 감옥의 무언가가 그들을 억누르고 있는 듯했다.
그때, 반대편 어둠 속에서 누군가 그를 불렀다.
“베리야님의 신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작전은 실패한 겁니까?”
익숙한 KGB 요원의 목소리였다. 뒤늦게 감각을 끌어올려 보니, 수십 명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마 성도에 투입된 KGB 요원들이리라.
자신에게로 쏠리는 시선을 느끼며, 킴 필비는 말했다.
“그래, 작전은… 실패했다. 베리야님은 변경백과 천여명에게 패배했고, 그분의 신성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흩어졌다.”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두운 감옥을 채우는 건 패배감과 슬픔, 그리고 묵직한 침묵뿐.
그들이 일반적인 군인이었다면 분노했을 것이다. 동맹인 비코프를 탓하거나, 갑자기 튀어나온 변경백을 탓하거나, 하다못해 킴 필비의 무능을 성토했겠지.
그러나 KGB 요원들은 이미 일반적인 군인과 달랐다. 인공 성물을 몸에 이식한 그들은 이미 괴물이었다. 적보다 조국의 반동분자들을 더 많이 죽인 괴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실패가 초래한 결과가 무엇인지.
“이제… 조국은 부활할 수 없는 겁니까?”
질문보다는, 이미 예상하는 일을 확인받기 위한 말이었다. 하지만 킴 필비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아니. 조국은 부활할 것이다.”
“….”
어떻게- 라고 묻기도 전에, 킴 필비가 말했다.
“실패의 끝자락에서, 그분께서 후계자를 보내주셨다. 그분의 금성 메달과 함께.”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눈빛. 요원들은 그분이 누군지 묻지 않았다. 침묵으로 가득했던 방에 거친 숨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킴 필비가 선언했다.
“조국은 부활할 것이다. 베리야님이 꿈꿨던 것보다 더 크고, 원대하게.”
“….”
“그리고 우리는 그 조국을 위해-”
그때, 끼이익 – ! 감옥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그의 말을 끊었다. 갑작스러운 빛을 본 요원들이 눈을 가리는 가운데, 예상외의 인물이 안으로 들어섰다.
“…엘프?”
그것도 평범한 엘프가 아니었다. 세계수 혁명단 특유의 판초우의에 그려진 새빨간 가지들… 그건 혁명단 내부 특수군, 붉은 가지 소속임을 알리는 증표였다.
엘프, 그것도 꽤 고위급 게릴라가 틀림없었다. 성도는 물론이고, 검은 신의 감옥에는 절대 들어올 수 없는 인물일 터인데, 대체 어떻게?
킴 필비가 당황하는 사이, 엘프가 입을 열었다.
“반갑다. 동지들. 나는 세계수 혁명단의 핀엘이라고 한다. 동지들에게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온 전령이지.”
“…안타까운 소식?”
“미국이 동지들을 넘기라고 성도를 압박하는 중이다.”
“….”
흠칫, 이어질 말을 예상한 킴 필비가 몸을 떨었다. 그리고 이어진 말은 정말 그의 예상대로였다.
“성도는 미국에 인공성물을 넘길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직접 너희를 죽이기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지. 그래서… 우리를 불렀다.”
“…사형집행인이셨군. 동지.”
고개를 끄덕인 엘프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판초우의 사이로 드러난 그는 외팔이였으나, 몸에서 느껴지는 기세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나쁘게 생각하지 말게. 인공성물이 미국으로 넘어가면 우리도 난감해지니.”
“우리를 데리고 탈출하는 경우의 수는 없는 건가?”
그러자 엘프는 픽 웃었다.
“자네들은 성도 전체를 베리야의 먹이로 던져주려 했지. 성도가 아무리 미국을 싫어한들, 그 죄까지 용서할거라 생각하는가?”
“…그건, 어렵겠지.”
킴 필비는 한숨처럼 대답했다. 곧, 엘프가 살벌한 마나를 끌어올렸다. 데메론드의 무술과 똑같은 마나의 흐름이었다.
너무나 눈에 띄기에 평소에는 사용할 수 없는 무술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엔 그게 장점이 되었다.
그들의 시체를 보면, 누구라도 엘프들이 저지른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을 테니.
킴 필비는 눈을 감았다.
새로운 서기장을 향한 희망이 코앞에 있건만, 여기서 꺾여야 하는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새로운 서기장은 그들을 바라지 않았으니.
킴 필비는 눈을 감았다. 외팔이 엘프는 검을 늘어트리며 말했다.
“동지들, 부디 고통 없이 가시게나.”
직후, 살벌한 마나가 주변의 공간을 점령했다. 그리고 주변의 마나가 꿈틀거리며 쇠창살과 벽면이 일그러지려는 순간.
번쩍!
킴 필비의 뒤통수에서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어두운 감옥에 어울리지 않는, 선명한 붉은 빛.
“붉은 차원문…?!”
놀란 엘프의 목소리를 따라 킴 필비가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목소리가 차원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모두, 차원문으로!”
“…디미트리?”
“시간이 없다! 당장!”
대체 무슨 일이냐는 질문은 필요 없었다. 죽는 것보다 일말의 가능성에 목숨을 거는 편이 나았으므로.
킴 필비가 무어라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KGB 요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벽에 팔이 묶인 자는 팔을 잘랐고, 발이 묶여있는 자는 발을 잘랐다.
“….”
그전에 끝낼 수 있었음에도, 엘프는 움직이지 않았다. 팔목을 잃은 요원이 차원문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시작으로, 요원들은 동료들의 사지를 잘라가며 차원문으로 달려갔다.
이윽고, 상체가 멀쩡한 요원이 팔다리가 모두 묶인 킴 필비를 짐짝처럼 들어 올린 찰나.
엘프가 입을 열었다.
“의도한 결과는 아니지만… 운이 좋군. 다음에 보지. 킴 필비 동지.”
킴 필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천여명의 옆에 있던 엘프 공주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그리고 모든 KGB 요원들이 차원문 너머로 사라진 직후, 차원문이 거친 소리와 함께 닫혔다. 엘프는 검을 거두고 휘파람을 불었다.
“정말이지, 예상대로 흘러가는 게 하나도 없군.”
***
아샤와 한국의 경계 도시, 승만 시티.
올림피아 선수단이 차원문을 넘기 직전, 잠깐의 자유 시간이 주어진 시점에.
“모든 폭력에는 목적이 있어야 해요. 목적이 없는 폭력은 그저 테러일 뿐이니까요.”
일행 모두를 자기 방으로 불러 모은 쇠미리가 꺼낸 첫마디는 그것이었다.
너무나 뜬금없는 말이었기에, 일행들에게 마실 걸 나눠주고 있던 여명은 제대로 된 대답을 꺼내지 못했다.
“…뭐?”
다른 일행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홍차를 받아든 성녀는 ‘엘프가 드디어 테러리즘 교육을 시작했다’ 며 유난을 떨었고, 살로메는 살짝 기대하는 얼굴로 펜과 종이를 꺼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쇠미리는 여명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복수의 막바지에 이른 지금, 목표를 명확하게 세워야 해요.”
“…내 목표는 처음과 다르지 않아. 한국 정부의 몰락.”
“그건 큰 그림이죠. 제가 말하는 건 세세한 디테일이에요. 정부를 어디서 어디까지 무너트릴 건지, 누구를 죽이고, 누구를 살릴 건지… 그런 디테일이요.”
“…이 이야기, 저번에도 비슷하게 하지 않았어?”
“저번과는 여명이 가진 힘도, 입장도 달라졌잖아요. 그리고 이곳에 있는 모두가 여명의 입장을 아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모일 수 있을 때 모여서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말한 쇠미리는 일행들을 싸악 훑었다. 라쉬크와 네티를 제외한 일행 전원이 두 사람의 대화를 경청하고 있었다. 쇠미리는 크흠, 헛기침한 뒤 말했다.
“우선, 정치인들부터 볼까요? 문자 그대로 시민들의 피와 고혈을 빤 그들은 어떻게 할 거죠? 그냥 죽이는 걸로 끝인가요? 그러면 군 장성들은? 군인들을 실험체로 쓰고, 시민들을 억압한 그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엘프의 녹색 눈동자가 반짝이는 가운데, 여명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모두 죽인다- 라는 대답은 그녀가 원하는 게 아닐 테니까.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여명이 준 콜라를 다 마신 막내가 ‘그냥 다 죽이고 형부가 한국 인민공화국을 세우는 건 어때요?’ 같은 소리를 지껄이다가 세티에게 꿀밤을 맞을 때쯤.
여명이 입을 열었다.
“가장 먼저, 애국자들과 종말 교단, 그리고 각하가 벌인 모든 악행을 공개할 생각이다.”
“너무 충격적인 내용이라, 사람들이 쉽사리 믿지 못할 텐데요?”
“…믿지 않아도 상관없어. 사실은 믿음과 상관없으니까. 우리가 그 동안 모은 증거와 진실의 성물을 가진 박 기자의 기사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되겠지.”
“….”
“그리고 그다음은….”
여명은 고개를 돌려 살로메를 바라봤다. 진지하게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던 그녀는 곧바로 눈을 빛냈다.
“살로메, 강승운 중령. 기억나?”
“네, 당연히 기억해요.”
승만 시티에서 그녀를 습격했던 괴수 군인들의 우두머리. 그는 살로메에게 기밀 USB를 넘기며 404 특수연구부대의 인체실험을 고발해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리고 살로메는 여전히 중령이 넘겨준 USB를 가지고 있었다.
괴수 군인은 마탑과 한국이 동시에 벌인 죄악… 마탑 출신인 그녀가 직접 죄를 시인하는 것이야말로 속죄를 향한 첫걸음이 될 테니까.
“…네가 직접 군부의 인체실험을 공개해줘. 물론 이것도 안 믿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상관없어. 그다음에는 김강혁 장관이 직접 만주와 이 나라 곳곳에서 벌어진 군부의 악행을 고발할 테니까.”
때때로, 사실과 진실은 총칼보다도 강력한 무기였다. 복수의 시작을 알리기엔 이만한 것도 없으리라.
쇠미리가 물었다.
“그다음은요?”
“전부 죽인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즉답. 여명은 날카로워진 눈빛을 감추기 위해 덜컹거리는 호텔 창밖을 보며 말을 이었다.
“종말 교단, 네크로맨서, 그리고 애국자 명단에 있는 권력자들, 전부.”
방의 공기가 차가워졌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사람 중 누구도 여명을 막지 않았다. 애초에 그와 인연을 쌓으며 각오한 일이었으므로.
그래서 쇠미리는 반대가 아닌, 다른 가능성을 따져봤다.
“…법적인 처벌은요? 그들을 죽이는 대신, 정당한 방법으로 법정에 세우는 방법도 있어요.”
“애국자들 명단에는 대법관들과 현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있는 이상, 이 나라에서 법원은 아무 의미도 없어.”
“…좋아요. 그러면 모두 죽인 뒤에, 국민들은 어떻게 할 거죠?”
“국민들?”
“그래요. 한국의 국민들. 갑자기 국가의 수뇌부를 잃고, 사실 자신들이 가축이라는 걸 깨달은 국민들은 어떻게 하실 거죠?”
“….”
여명은 이번에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전처럼 오랫동안 침묵하지는 않았다.
“미리.”
“네, 여명. 저 여기 있어요.”
“나는, 혁명가가 아니야. 레닌도, 스탈린도, 하물며 장인어른도 될 수 없어.”
“….”
“내게는 한국의 국민들을 이끌 이유도, 명분도 없어. 내 복수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일이니까. 무고한 사람들이 휘말리는 건 최대한 자제하겠지만, 딱 거기까지야.”
그건 갑자기 떠올린 대답이 아니었다. 꽤 예전부터 해온 생각이리라. 미리는 빙그레 웃었다.
“당신이 애국자들을 모두 쓸어버린 뒤에도, 한국이 한국으로 남아있을 거라 믿나요?”
“그건… 모르겠어. 하지만 한국은 칠레와는 다르지. 애국자들이 다 사라져도, 한국에는 아직… 뜻 있는 사람들이 남아 있을 거야.”
여명은 김강혁 장관을, 그리고 그가 이끌던 애국단을 떠올렸다. 애국이란 선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던 자들.
애국자들이 아닌 그 사람들이 한국을 위해 일했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알 수 없었다. 미래에 알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복수가 끝난 뒤 먼 미래의 일이리라.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여명이 다시 창밖을 바라보는 가운데, 미리디스는 여명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 가장 중요한… 각하는, 어쩔까요?”
“….”
“올림피아에서 우승하면 각하와 독대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조 장관의 약속이 있긴 했지만… 조 장관은 죽었죠. 그 약속이 지켜질까요?”
여명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확신할 수 없어. 하지만… 각하를 만날 기회는 아직 남아 있어. 내 손에 그가 원하는 물건이 있으니까.”
그게 뭔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성물의 방에 숨겨져 있던 운명의 구슬.
이유는 모르겠지만, 각하는 이 물건들을 위해 아야톨라와 장관까지 동원했다. 여명의 수중에 이 물건들이 있는 이상, 각하와의 만남은 필연이었다.
물론, 만난 뒤에도 문제는 남아있었다.
‘각하의 강함.’
켄티의 기억 속에서 봤던 방사능 마왕만큼 강할까? 아니면 아야톨라 이상?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각하가 약자일 가능성은 없었다. 인륜을 버리고 힘을 추구한 자는 절대 약할 수 없는 법. 당장 만박불통의 무술을 오염시키고, 아야톨라를 수족처럼 부리는 자가 약할 리 없었다.
그렇다고 두렵진 않았다. 여명은 불완전한 신과 싸웠고, 10강 중 최강이라 불리는 변경백의 경지를 보았다. 무엇보다, 복수를 위해 길러온 힘이 그의 손에 있었다.
아야톨라를 척살하고, 10강과 싸울 수 있는 힘.
자신의 경지를 되새긴 여명이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말했다.
“그리고 그쪽이 나를 만나주지 않아도 상관없어. 녀석이 숨어있을 만한 곳을 모조리 습격하면 되니까.”
“…숨어있을 만한 곳이요? 뭔가 더 알아낸 곳이 있어요?”
“풍계리 비밀 실험장.”
그 말을 시작으로, 여명은 심상 세계에서 예카테리나가 말해준 정보를 설명했다. 특히 여명과 함께 방사능 마왕을 봤던 성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국제법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이것만 고발해도 미국이 알아서 멸망시켜주겠는데?”
그러자 세티가 고개를 저었다.
“국가 단위 문제가 되면 안 돼. 자칫 국가 간의 전쟁으로 이어지면 어쩌려고.”
국가 수뇌부를 몰살할지언정, 전쟁은 막아야 한다. 여명이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조용히 듣고 있던 막내가 중얼거렸다.
“이거 완전 러시아 혁명….”
“쉿.”
세티가 곧바로 막내의 입을 막은 직후, 미리디스가 뭔가 떠올린 듯 손바닥을 탁! 쳤다.
“아, 맞다. 여명, 풍계리 실험장을 습격할 때, 어떻게 공격할 건가요? 척 봐도 산속에 숨겨진 천혜의 요새일 거 같은데.”
“그건 좀 나중에 생각하려고. 한국에서 핵무기나 미사일을 쏠 수도 없고… 저번처럼 동상을 포격하자니, 돌산에 그게 먹힐 것 같지도 않고.”
“동상은 절대 안 돼요. 이승만 동상은 이제 하나 남았잖아요? 상징은 진짜 중요할 때 써먹어야 효율이 올라가는 거라고요. 그건 마지막을 위해 아껴둬요.”
“….”
쇠미리는 가끔 진짜 테러리스트 같은 소리를 한단 말이지. 여명이 쓴웃음을 삼키는 사이, 엘프가 숨겨둔 본심을 꺼냈다.
“마침 제가 좋은 무기가 있는 곳을 떠올렸는데… 어때요, 같이 가실래요?”
“…?”
성녀가 ‘귀쟁이가 꼬리 친다’ 며 성을 냈지만, 여명은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같은 날, 승만 시티 만송역에선 대기 중이던 다량의 열차가 실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