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7)
을 위한 세계는 없다-7화(7/817)
〈 7화 〉 주인공을 위한 우연 (3)
* * *
***
중국이 접근 불가 지대가 된 이후, 인천은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제불황이란 파도에 맞선 기업들은 좌초되거나, 다른 도시로 도망쳤다.
항구의 절반이 폐쇄되었고,수많은 인구가 개성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로 떠났으며, 빈집과 슬럼가는 해마다 늘어났다.
부산과 개성에 이어 한국에서 세 번째로 빛나는 도시라는 칭호는, 이제 옛 시대를 비웃는 천박한 농담이 된 지 오래였다.
어디까지나, 겉으로는.
내부에서 바라본 인천은 오히려 그 이전보다 더욱 커다랗게 번성하는 중이었다.
“만주 균열에서 빼돌리는 군수품과 괴물들의 잔해, 개성 차원문을 넘어오는 밀수품들, 그리고 동남아와 호주에서 흘러드는 마약과 무기… 인천 암시장에선 못 구하는 물건이 없다.”
장만은 그리 말하면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걸 번성이라고 부를 수는 없겠지만.”
그가 이어서 설명하기를, 현재 인천의 상황은 죽은 동물의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과 비슷했다.
원래 배 속에 있어야 할 피와 살 대신 오물과 구더기, 그리고 가스가 들어찬 탓에 커 보일 뿐.
언젠가 썩은 뱃가죽이 터질 테고, 온갖 역겨운 것들이 바깥으로 쏟아질 것이다.
첫 번째 피해자는, 두말할 거 없이 인천 시민들이리라.
“…끔찍한 일이군요.”
“그래, 끔찍한 일이지.”
장만과 쇠똥구리는 그런 대화를 나누며 폐쇄된 항구의 물류 단지를 걸었다.
장만이 앞장서고, 쇠똥구리가 뒤따르는 모양새였으나 장만은 틈만 나면 뒤를 곁눈질했다.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쇠똥구리가 어느샌가 챙겨온 커다란 스포츠 가방이 그의 눈길을 끈 탓이었다.
무언가로 가득 찬 가방 곳곳에는 직사각형의 뭔가가 비쭉 비쭉 튀어나와 있었는데,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게 지폐뭉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 장만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대체 그 돈 가방은 어디서 가져온 게냐?”
“소장의 돈입니다.”
“…소장? 청소 길드 관리소장?”
“예.”
예 라니, 그 한마디에 담긴 뜻을 이해한 장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복수는 이미 시작된 지 오래였나.’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장만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물류 단지의 가장 구석진 외곽, 지붕이 벗겨진 채로 버려진 창고.
“여긴…?”
“비밀스러운 시장으로 통하는 비밀스러운 입구지.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혼자 올 생각은 하지 말거라. 머리통이 날아갈 수 있으니.”
장만은 거침없이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창고 안은 외부와 마찬가지로 잡초로 무성했다. 장만은 성큼성큼 잡초들을 짓밟으며 창고를 가로질렀다.
그는 입구 반대편 벽까지 다가간 뒤, 벽의 이곳저곳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여기 어디쯤이었는데… 아, 찾았군.”
그가 벽의 중간 지점을 꾸욱 누르자, 버튼 바로 옆에 있던 벽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열린 벽 너머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조잡한 계단 하나가 놓여있었다.
“저번에 올 때보다 녹이 많이 슬었군. 혹시 무너질지 모르니 조심히 내려오거라.”
장만은 그리 말하고 먼저 계단을 내려갔다. 쇠똥구리도 메고 있던 가방을 다시 고쳐 매고 그를 따라 계단을 밟았다.
끼익, 끼익.
발을 디딜 때마다 낡은 철제 계단이 녹을 토해내며 비명을 질렀다.
무너지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불안한 계단을 따라 대략 백 걸음.
높이로는 3층 높이 정도 되는 깊이를 내려가자, 녹슨 계단도 바닥이 보였다.
‘…창고?’
잔뜩 긴장하고 있던 쇠똥구리의 예상과 달리, 계단 아래는 온갖 박스가 잡다하게 쌓여 있는 창고였다.
유명한 브랜드의 과자 박스부터, 미군 마크가 찍힌 총기 상자까지.
대체 무슨 창고인지 알 수 없는 공간이었지만, 장만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창고에서 이 상자 저 상자를 뒤지기 시작했다.
어림잡아 1분 정도가 지난 뒤, 장만은 가면이 가득 들어 있는 상자를 들고 쇠똥구리에게 다가왔다.
“여기서 아무 가면이나 골라 쓰거라.”
장만은 그렇게 말하곤 상자에서 뱀 가면을 골라 얼굴에 뒤집어썼다.
“가면? 암시장만의 규칙 같은 겁니까?”
”규칙보다는 암묵의 룰에 가깝지. 얼굴 드러내고 할 만한 일은 아니니.“
그건 그렇죠. 쇠똥구리는 상자의 맨 위, 먼지가 소복이 쌓인 태양 모양의 가면을 꺼냈다.
“…혹시, 다른 암묵의 룰도 있습니까?”
쇠똥구리가 가면에 묻은 먼지를 털며 묻자, 장만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살인하지 않기, 도둑질하지 않기… 이곳 특성상, 다른 룰은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구나.”
“…개판이군요.”
“그래, 개판이지.”
쇠똥구리가 가면을 쓴 걸 확인한 장만은 곧장 창고의 문을 열었다.
끼이익.
낡아빠진 철문이 녹을 토해내며 밀려났고, 그 너머에서 가장 먼저 그들을 반겨 준 건 밝은 빛과 바다 냄새였다.
그다음으로 마주한 건…
철컥.
“너희는 누구냐? 누구 허락 맡고 뒷문으로 들어와?”
세 개의 총구멍이었다.
***
총을 겨누고 있는 검은 양복의 남자 셋과 마주한 순간.
쇠똥구리는 반사적으로 돈 가방을 집어 던졌다.
“쇠똥구리! 잠깐!”
장만이 소리치는 것보다, 쇠똥구리가 녀석들에게 달려드는 속도가 조금 더 빨랐다.
퍼억! 맨 앞에 있던 녀석이 가방을 맞고 쓰러졌다. 그 순간, 쇠똥구리는 이미 녀석을 지나쳐 뒤에 있는 놈에게 날아가듯 달려들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을 초월한 속도였으나, 아무리 빨라도 총보다 빠를 순 없었다.
그러나 가방을 집어 던지며 생긴 짧은 눈속임, 기습당하리라 생각지 못한 문지기들의 당황이 합쳐지며 눈을 몇 번 깜빡거릴 시간이 생겼다.
짧은 시간 속에서, 쇠똥구리는 두 번째 남자의 턱을 후려쳤다. 빠악! 두 번째 녀석의 눈과 다리가 풀렸다.
쇠똥구리는 쓰러지는 녀석의 뒤통수를 붙잡아, 마지막 녀석에게 달려들기 위한 방패로 삼았다.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계였다.
“그만! 쇠똥구리! 그만두거라!”
인간 방패를 앞세워 마지막 녀석에게 돌진하려던 쇠똥구리를 막은 건, 장만이었다.
그는 문지기 둘을 기절시킨 쇠똥구리와 놀란 눈으로 총을 겨누고 있는 문지기를 번갈아 바라본 뒤, 한숨을 쉬었다.
“후우, 우선 대화부터 나눠보….”
“너, 너흰 누구냐! 감히 이곳에서 우리를 공격하고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아!?”
문지기는 잠깐 사이에 여유를 되찾았는지, 총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기껏 싸움을 멈췄던 장만의 눈썹이 다시 찌그러졌다.
“닥쳐라, 이 머저리 같은 놈! 손님에게 총부터 겨누다니. 요제프가 그리 가르쳤더냐?”
요제프.
그 이름이 나오자마자, 문지기의 눈빛이 눈에 띄게 변했다. 총을 들고 있던 녀석은 쇠똥구리를 곁눈질하면서도 더듬더듬 물었다.
“요, 요제프 님의… 손님이셨습니까?”
“그럼 강도겠느냐? 요제프에게 호출이나 해라.”
“하지만 요제프 님은 선약이 없으면 만나실 수 없…”
짜악!
장만은 성큼성큼 녀석에게 다가가 뺨을 후려쳤다. 감정이 듬뿍 실린 따귀였다.
볼이 벌겋게 부어오른 문지기 녀석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일단 아픈 뺨을 감싸 쥐었다.
“이걸로 조금 전의 무례는 없던 일로 해 주마. 하지만 두 번은 없다.”
“….”
“지금 당장, 요제프에게 ‘뒷문으로 손님이 왔다’고 전해라. 판단하는 건 네놈이 아니라 요제프다. 알겠느냐?”
문지기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이어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연락했고, 핸드폰 너머에선 끔찍한 욕설이 들려왔다.
욕설을 들은 문지기의 표정이 창백하게 변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었으나,통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통화가 끝나자마자, 그는 재빨리 장만의 앞에 와서 허리를 굽실거렸다.
“요제프님께서 직접 맞이하겠다 하셨습니다.”
“장소는?”
“웨폰 마켓입니다. 제, 제가 직접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문지기가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지만, 장만의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켓 위치는 나도 잘 알고 있으니 안내는 필요 없다. 다른 머저리들이나 잘 챙기거라.”
장만은 고개 숙이는 문지기를 뒤로하고 쇠똥구리를 바라봤다.
쇠똥구리는 기절한 문지기 옆에 놓인 돈 가방을 둘러매고, 그를 따라 암시장으로 향했다.
***
창고 앞 골목을 지나 작은 통로를 꺾어 들어가자, 암시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암시장이란 이름답게, 이곳의 풍경은 여느 시장과 달랐다.
노점상에선 음식이 아닌 뭔가 알 수 없는 괴물의 잔해와 무기를 팔고 있었고.
가게들의 입구에는 상인 대신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서서 주변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종족.
TV 너머에서나 볼 수 있었던 드워프와 오크 같은 이종족들이 쇠똥구리의 시선을 빼앗았다.
‘내가 아는 인천이 맞나?’
며칠 전 엘프를 보긴 했지만, 그들은 전부 시체였다.
살아 있는 이종족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인간들처럼 소리치고, 흥정하는 이종족이라니. 미국도 아니고 한국에서 보기 흔한 광경은 아니었다.
그렇게 쇠똥구리가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을 못 떼고 있는 사이, 나란히 걷던 장만이 입을 열었다.
“잘 싸우더구나. 따로 무술을 배운 게냐?”
많은 게 담긴 질문이었다. 쇠똥구리는 고개를 저었다.
“따로 배운 무술은 없습니다.”
“그럼 그 몸놀림이 전부 본능적으로 나왔단 말이냐? 허허, 역시 초인은 초인이로구나.”
초인이라.
쇠똥구리는 단순히 그런 이유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총구를 앞에 둔 순간, 몸이 자연스레 움직였었다.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세포 하나하나가 생각보다 앞서 움직였다.
그게 단순히 초인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을까?
쇠똥구리의 머리를 스치는 것은, 미그니움의 목소리였다.
어떤 인간도 감히 범접하지 못할 재능을 내리겠노라. 복수를 이루고, 더 많은 생명을 거둘 수 있는 재능을.
미그니움이 쇠똥구리에게 준 재능.
그 재능이란 게 혹시 이걸 뜻하는 거였을까?
하지만 누군가에게 재능을 하사할 수 있는 권능이라니. 차원문 너머의 신들조차 그런 기적은 보여준 적 없었다.
이 재능이 정말로 미그니움의 힘이라면, 미그니움의 정체는…
쇠똥구리의 생각이 길어지는 사이, 장만이 발을 멈췄다.
쇠똥구리는 장만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커다란 상가 건물의 입구에서 누군가 장만과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말해주지 않았음에도, 쇠똥구리는 그가 장만이 말한 ‘요제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가 주변 누구와도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탓이었다.
그는 가면을 쓰고 있지 않았다. 당당하게 얼굴을 드러낸 채,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떡대를 열 명 넘게 이끌고 있었다.
“영감님! 오랜만에 뒷문으로 오셨군요!”
어느새 눈앞까지 다가온 요제프는 두 팔을 크게 벌리더니, 장만과 재회의 포옹을 나눴다.
“요제프, 못 본 사이 더 훤칠해졌구먼, 그동안 잘 지냈나?”
“말도 마십쇼. 저번 달에 호주 로드 하우 아카데미에서 테러가 일어나는 바람에 호주 쪽 무기 밀수가 전부 멈췄습니다. 이러다간 우리 애들 밥도 못 챙겨주게 생겼지 뭡니까?”
장만과 그런 말을 주고받던 요제프는 슬쩍 쇠똥구리를 바라봤다.
“영감님의 새로운 짐꾼입니까? 비리비리한 친구로군요.”
노골적인 말에 장만은 짧게 헛기침했다.
“흠, 짐꾼이 아니라 고객일세.”
“고객이요? 영감님께서 직접 데리고 온 고객이라…”
요제프의 눈빛이 변했다. 조금 전에는 순박한 마을 깡패 같았다면, 지금은 수십 년 경력의 상인 같은 눈빛이었다.
“뭘 사러 오셨습니까?”
“…무기.”
대답은 장만이 아니라 쇠똥구리의 입에서 나왔다. 요제프는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
“무기라, 제대로 찾아오셨군요. 인천에서 제일 잘 나가는 무기상이 바로 저 요제프 아니겠습니까? 총, 폭탄, 차원문 너머의 마나 무기들! 원하는 건 말씀만 하십쇼.”
요제프가 자신 있게 말했다. 사람 죽이는 물건을 파는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쾌활한 태도였으나, 쇠똥구리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정신줄 가벼운 놈을 보는 게 처음도 아니고.
쇠똥구리는 잠시 뜸을 들인 뒤, 원하는 상품을 말했다.
“네크로맨서를…”
아니, 말하려고 했다.
“네크로맨서를 상대할만한 무기는 없어요?”
그의 말을 끊은 건, 맑고 청아한 목소리였다.
갑작스레 말이 끊긴 쇠똥구리가 눈살을 찌푸림과 동시에, 일행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그쪽이 요제프죠? 이 시장에서 제일 잘나가는 무기상.”
떡대들의 바로 뒤편, 검은 개 가면을 쓴 여자가 팔짱을 끼고 얼굴을 마주했다.
“예약해 놓고 이틀이나 기다렸는데, 얼굴 한 번 보기 더럽게 어렵네요.”
갑작스러운 난입에 모두 입을 다문 사이, 요제프는 사람 좋은 웃음을 띠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손님, 이 시장에는 저 말고도 훌륭한 무기상들이 많습니다만.”
“차원문 너머에서 밀수해온 무기들은 당신만 팔잖아요. 난 일반 군수품에는 흥미 없어요.”
가벼운 말투와 행동, 그리고 묘하게 풍기는 유치함까지.
쇠똥구리는 검은 개 가면의 여자가 어린 나이일 거라고 짐작했다. 잘해봐야 스물, 혹은 그보다 아래.
“죄송합니다만, 마나 무기는 검증된 사람에게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 새치기꾼들이 그 잘난 검증된 사람인가 보죠? 늙은이랑 돈 가방 든 바보 온달?”
저열한 도발이었다.이 자리에서 저 정도 도발에 넘어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의 도발은 오히려 명분만 준 꼴이었다.
“손님, 암시장에서 분쟁을 일으키는 행위는 추방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요제프가 손가락을 튕기자, 주변에 있던 떡대들이 일제히 기관단총을 들었다. 명백한 축객령.
개 가면의 여자는 당황하지도, 도망치지도 않았다. 그녀는 요제프와 기관단총을 번갈아 노려보다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
“이게 암시장이 손님 대하는 방법인가요?”
“암시장에서 진상을 대하는 암묵의 룰이지요.”
“진상? 그럼 이틀이나 기다렸는데 냉큼 다른 손님 받는 상인은 뭔데? 개새끼?”
개새끼라, 직설적인 화법을 들은 쇠똥구리는 헛웃음을 지었다. 요제프도 어이가 없는 듯 이마를 짚었다.
“하, 얘들아! 손님께서 낮술 좀 드신 거 같구나. 너희가 입구까지 안내해 드려야겠다.”
요제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떡대 셋이 그녀의 뒤통수에 총구를 들이댔다.
여차하면 정말로 쏠 기세였다. 그녀는 순순히 양팔을 들어 올렸다.
“에스코트는 필요 없어요. 내 발로 꺼질 테니까.”
개 가면의 여자는 마지막 말을 남기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람들 너머로 사라졌다.
‘…뭐지?’
시야 바깥으로 사라지는 여자를 보며, 쇠똥구리는 묘한 감각을 느꼈다.
가슴 속 무언가 간질거리면서 머릿속이 엉키는 듯한 감각. 그건 뭔가… 이상한 예감과 비슷했다.
저 여자를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기묘한 예감.
“자, 불미스러운 일은 뒤로하고, 다시 거래로 돌아가 봅시다. 손님. 어떤 무기를 찾으십니까?”
그런 쇠똥구리의 예감과 상관없이, 요제프는 상인의 얼굴로 돌아와 대화를 재개했다.
쇠똥구리는 들끓던 예감을 잠재우기 위해 뜸을 들이다가, 요제프를 보며 대답했다.
“방금 쫓겨난 저 여자랑 같은 겁니다.”
“오호?”
“대네크로맨서 용 무기, 있습니까?”
요제프는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대 네크로맨서용 무기를 찾는 손님이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상인의 감이 그를 자극했지만, 그는 궁금증을 숨겼다. 상인이 우선해야 할 건 눈앞의 거래인 법이니까.
“흐음, 손님. 그런 아무래도 가격이 꽤 나갑니다만…”
요제프가 말끝을 흐리자마자, 쇠똥구리는 매고 있던 가방을 땅에 내려놓고 가방의 지퍼를 내렸다.
지이익.
쫙 벌어진 가방 속에서, 벤저민 프랭클린이 그려진 100달러 지폐 다발이 한가득 모습을 드러냈다.
“이만한 가방이 한 개 더 있습니다. 모자랍니까?”
쇠똥구리가 가방 지퍼를 다시 잠그며 말하자, 요제프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현찰 가방이라, 거래가 뭔지 아시는 손님이시군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