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724)
을 위한 세계는 없다-724화(724/817)
EP.724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 (3)
***
여명은 검은 차원문이 어디로 연결되는 지 알고 있다.
회귀로 버려진 이전 회차의 세상.
그곳에서 나오는 건 마찬가지로 버려진 자들이었다. 지능조차 남지 않은 괴수들과 뒤틀린 생물들… 그 불쌍한 자들을 교단이 무기로 삼는다는 걸, 여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당장 조금 전 허무를 흘리는 자의 검은 차원문 또한 그렇지 않았던가?
하지만 어째서일까, 이강석이 연 검은 차원문은 뭔가 달랐다. 단순히 그 숫자나 개수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아예 달랐다.
뭘 불러오려는 거지? 차원문의 검은 구멍을 바라보던 여명은 문뜩, 문 너머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너무나 익숙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강석과 똑같다.’
뭐지? 여명이 눈살을 찌푸린 순간, 플레이어를 흡수한 이 시대의 이강석이 말했다.
[본래, 종말 교단의 수장은 다섯 아야톨라 중 하나가 맡는다. 하지만 이 시대, 교단의 수장은 나다. 그 이유를 아느냐?]“혓바닥 길이로 정했나?”
이강석은 흉측하게 웃었다.
[내가 종말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녀석의 말이 신호라도 된 걸까, 검은 차원문이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여명의 감각이 옳았다는 게 증명됐다.
검은 차원문에서 거의 동시에, 이강석‘들’이 튀어나왔다.
“….”
옛 군복을 입은 놈, 인민복을 입은 놈, 교단의 사제복을 입은 놈, 장발, 대머리… 심지어 지닌바 힘까지 전부 다르지만, 얼굴만큼은 모두 똑같은 이강석들.
마치 조종당하는 인형처럼 텅 빈 눈동자를 가진 녀석들은, 차원문 앞에 서서 여명을 바라보았다.
“…죽일 놈이 늘었네.”
이전 회차의 이강석? 아니면 단순한 분신? 뭐가 되었든, 여명은 검을 꽉 쥐며 전투를 준비했다.
플레이어를 흡수한 이강석은 그 모습을 보며 하, 혀를 차며 말했다.
[용사의 핏줄이란. 이상 성욕만큼이나 오만하지.]직후, 이강석은 어깨에 돋아난 플레이어의 손과 자신의 손을 동시에 합장했다. 짜악-! 두 개의 손뼉 소리가 울리기 무섭게, 다른 이강석들 또한 손을 들어 합장했다.
여러모로 기괴한 모습이었고, 이어진 풍경은 더욱 기괴했다.
고오오-
공기가 빨려드는 소리와 함께 검은 차원문들이 ‘퍼졌다’ 마치 먹물이 번지는 것처럼, 주변 공간과 차원문의 경계가 무너지며 주변 모든 게 검게 물들었다.
여명은 막지 않았다. 막기엔 어둠이 너무 빠르게 번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사이 챙겨야 할 게 있는 까닭이었다. 그는 주변이 전부 어둠에 삼켜지기 전에 염동력을 펼쳤다.
목표는 버려진 하얀 양의 머리.
중간에 서 있던 이강석 중 하나가 합장을 풀고 머리를 낚아채려 했지만, 다행히 여명의 염동력이 조금 더 빨랐다. 손으로 하얀 양의 머리를 받아든 여명은 곧장 머리를 인벤토리에 회수했다.
[무용한 짓을.]“….”
[이미 희생된 양을 챙겨 무엇하느냐. 결계가 펼쳐진 이상, 너 또한 도축장의 양에 불과하거늘.]이 새끼, 유리하다고 생각되면 말이 많아지는 스타일인가. 여명은 어둠 속에 둥둥 떠 있는 이강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녀석의 등 뒤의 어둠은 계속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가로로는 지평선을 집어삼키고, 위로는 고개를 뒤로 젖혀야 그 끝이 보일 정도로 커져 있었다.
방의 물리적인 크기는 뛰어넘은 지 오래. 그 모습을 본 여명은 자연스럽게 타락석의 결계를 떠 올렸다.
“이제 끝났냐? 아니면 더 기다려 줘?”
[….]“아니면 뭐, 타락석을 꺼낼 때까지 시간을 줄까?”
이강석은 고개를 기울이며 대답했다.
[너와 싸워준다고 누가 그러더냐?]“….”
[도금된 운명의 사생아여. 이제, 내가 절망을 알려주마.]짝! 이어지는 합장 소리와 동시에, 다른 이강석들이 어둠을 향해 발을 돌렸다. 다음 순간, 녀석들 중 대부분이 녹아내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차원문을 넘는 것처럼 빠르고, 갑작스럽게.
자리에 남은 건 인민복과 대머리의 이강석 둘 뿐.
‘각하’는 그 둘의 호위를 받으며 어둠 너머를 가리켰다.
[이곳에서, 네가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똑똑히 보아라.]여명은 냉담한 눈으로 녀석이 가리킨 어둠을 바라보다가, 다시 검을 쥐었다.
***
“우, 우리 딸. 엄마가 그동안 미안했어. 알지? 엄마도 다 살려고 그랬던 거야.”
모낙랑은 홍세티의 다리를 붙잡으며 애원했다.
“가, 가지 말고. 엄마 좀 지켜주면 안 될까? 엄마가 그동안 잘못했던 거, 전부 사과 할 테니까, 응? 그러니까 가지 말고 제발, 제발 엄마 좀 지켜줘…!”
무심한 홍세티의 반응과 달리 모낙랑의 목소리는 처절할 정도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번 박철의 고발로 인해, 그녀가 교단과 정부의 끄나풀이라는 걸 온 세상이 알게 되었으니까.
겸사겸사 홍용완의 정식 부인도 아니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명의 장모라며 띄워주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녀에게 들러붙어 인맥을 만들려던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외면했다.
이 난리 통에서 전화 한 통 오지 않을 정도로 매정하게.
결국, 모낙랑에게 믿을 건 정부 측 쿠데타군뿐이었지만… 그 쿠데타군은 갑자기 붉은 차원문을 열고 온 그녀의 딸에 의해 무장해제 후 만주군에게 항복해버렸다.
미치고 팔짝 뛰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그 상황에서도 모낙랑은 꾸역꾸역 살길을 찾았다. 망치를 든 딸년.
비록 그간의 오해로 서로가 서로를 혐오한다 해도, 그녀가 배 아파 낳은… 아, 난자만 제공했지. 아무튼, 혈연 아닌가!
“우리 딸, 엄마가… 엄마가 미안해. 근데, 엄마도 그러고 싶어서 그랬던 게 아니야. 사실은 이 미친 정부가 엄마를 압박해서 그랬어….”
그녀가 뭐라고 지껄이건, 세티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조금 전까지 군대가 주둔하고 있던 곳, 그러니까 조선 왕조의 왕이었던 숙종과 인헌왕후의 무덤인 명릉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녀가 휘릭, 망치를 들어 올리자 모낙랑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세티? 너 어디 가는 거니? 잠깐… 잠깐 기다리라고!! 이 매정한 년!! 효도 한 번이 그렇게 힘드냐!? 인생에 도움도 안 된 쌍녀ㄴ… 아악! 세티야! 제발! 나만 두고 가지 마!!”
모낙랑은 갑자기 명릉을 향해 걸어가는 세티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몇 걸음 따라가기도 전에, 세티가 가는 방향에서 다가오는 남자를 보았다.
뒷짐을 진 채, 사뿐사뿐 걸어오는 장발의 남자. 어딘가에서 본 듯한 묘한 눈빛의 남자는 세티를 보자마자 발을 멈췄다.
“아, 이기붕. 이기붕 닮았-”
모낙랑이 남자가 누구와 닮았는지 깨닫는 순간.
세티는 친엄마의 멱살을 잡아 만주군 방향으로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후퇴!!!!!”
모낙랑은 엄마를 집어 던지는 쌍년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남자의 뒤편, 명릉에서 검은 마나가 솟구치기 시작했으므로.
실체화된 뒤틀린 마나… 종말 교단의 결계였다.
***
“…이야, 똑똑하네.”
해골용의 두개골 위에 타고 있던 네크로맨서, 딜라 카탁포이어는 한반도의 지평선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녀가 비록 한국사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네크로맨서로서 상대가 무엇을 준비했는지 눈치챘다.
상대는 이 땅을 뒤덮은 두 개의 거대 마법진 외에도 지맥을 악용할 방법을 하나 더 준비하고 있었다.
왕릉.
무릇 왕의 무덤이란 명당에 세워지는 법이다. 그리고 그런 명당이 이어지는 선이 곧 지맥이다.
그러니 왕릉을 따라 타락석과 검은 차원문을 깔아놓는 건… 지맥을 오염시키는 것과 같다.
광개토대왕릉비가 서 있는 만주의 태왕릉부터, 경상남도 고성군의 소가야 고성분까지.
오염된 지맥을 따라 결계가 약동한다. 저 멀리, 밤의 어둠조차 밀어내는 끈적한 어둠이 솟구치며 이 땅을 덮는 게 보였다.
한 명의 네크로맨서로서, 딜라는 감탄했다. 뒤틀린 마나와 흑마법, 그리고 이 나라 역사를 모르는 자는 시도할 수 없는 대업이었다.
과연, 미스터 샌드위치는 이만한 자와 싸우고 있었던 건가.
감탄의 방향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그녀의 감탄은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발아래 놓인 왕릉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으므로.
잠시 남자를 바라보던 딜라는 망설임 없이 해골용의 머리를 돌렸다.
***
화아악!!
주와이외즈와 천도무친- 10강의 불과 바람이 동시에 어둠을 밀어냈다. 이강석은 불지옥으로 변하는 방을 보며
[긴장되지 않나? 너의 지인, 연인, 친구… 또 다른 내가 하나 하나 찾아 죽일 것이다. 누가 먼저 죽을 것 같나? 남의 집 앞에 불을 지른 붉은 양? 아니면 어리석게 자비를 거절한 녹색 양?]“너. 네가 가장 먼저 죽을 거다.”
차갑게 대답한 여명은 손을 휘저었다. 엘랑의 불이 마나와 공기를 태우며 넘실거렸다.
각하, 이강석은 다른 두 명의 자신을 움직여 여명을 포위했다. 여명은 그의 눈을 보며 생각한다. 참 인간적인 눈이라고.
1억을 죽이고, 핵전쟁을 바라는 인간의 눈. 이승만 다큐멘터리에서 나오던 바로 그 인간의 눈.
적어도 겉모습은 그랬다. 여명은 그 껍질을 벗겨줄 요량으로 주먹을 꽉, 쥐어 주와이외즈를 응축했다. 타오르는 불길이 모이며 그의 무장 혈청을 뒤덮었다.
그리고 추가되는 천도무친의 바람.
전차조차 일격에 갈라버릴 수 있는 불의 검이 일렁거리며 여명의 손에 쥐어졌다. 여명은 곧바로 불의 검을 휘두르는 대신, 양손으로 쥐고 각하를 겨눴다.
용사의 무술 2초식.
이강석은 단번에 그 무술을 알아봤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녀석은 아무 대비도 하지 않았다. 마나를 끌어 올리긴커녕, 계속 입만 놀렸다.
[오히려 우리야말로 무슨 힘을 받았는지, 그 힘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녀석의 지껄이는 목소리 사이로, 여명의 검이 허공을 찔렀다. 용사의 무술 2초식.
전신의 마나가 이치를 따라 검기에 실…
마나를 태우는 화염과 만물을 증폭하는 바람이 덧씌워진 2초식은 그대로…
공기가 전율하며 소리를 집어삼켰…
이강석의 상반신을 통째로…
하지만 여명은 승리를 확신 할 수 없…
인민복을 입은 이강석과 대머리 이강석이 동시에…
두 사람은 마치 책의 페이지를 잡는 것처럼 허공을 붙잡…
여명은 곧장 검을 수평으로 잡고, 1초식을…
[이깟 게임 중독자도 신에게 권능을 세 개나 부여받았거늘.]그때, 상반신이 날아간 이강석이 말…
[내게 권능이 없을 것 같으냐.]다음 순간, 세 명의 이강석은 시공간이란 이름의 책 페이지를…
찢었다.
***
여명이 느낄 수 있는 건 두 개였다.
자신이 용사의 무술 2초식을 이강석에게 사용했다는 것, 그리고 어느새 1초식을 휘두르고 있었다는 것.
중간 단계가 통째로 날아간 상태였다. 2초식으로 녀석의 몸을 꿰뚫었다는 사실도, 그 사이에 날린 1초식의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치, 시공간이 통째로 뜯겨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여명은 애써 냉정함을 유지했다. 상대는 종말 교단의 수장이자, 바깥에서 온 자였다. 그가 예상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게 당연한 상대.
오히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황금 사냥’을 쓰기 전에 적의 능력이 무엇인지 겪어봤으니.
언제나 그러하듯, 이제 적의 능력을 파훼하고 심장에 칼을 꽂아주면 그만이었다. 물론, 각하의 태도는 자신만만했다.
[뭘 계산하고 있느냐? 응? 날 죽이겠다는 그 호언장담은 어디 가고?]여명은 한 번 더 1초식의 검기로 대답했다. 다음 순간, 예의 검은 연기가 튀어 나와 검기를 소멸시켰다.
“….”
그러고 보면, 저 연기도 좀 이상했다. 주문이나 무술이라기엔 일견즉해로 읽을 수가 없고, 신성이라기엔 다른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플레이어의 아공간처럼, 이질적인-
“…권능이군.”
잉크나 먹물을 책에 흘려 내용을 지우듯, 검은 색으로 무언가를 지워버리는 권능. 여명의 깨달음과 동시에, 세 명의 이강석이 동시에 말했다.
[그래, 이건 권능이다. 신들이 우리에게 준 힘이다. 도둑의 핏줄이여. 플레이어의 힘을 쓰면서도 눈치 채는 게 느렸군. 힘에 도취된 자들이 언제나 그러하듯이.]신의 힘. 여명은 그게 사실이냐고 묻는 대신, 미그니움의 말을 떠올렸다.
-신의 힘을 세 개나 다루던 운명의 주인. 최고의 공물이로다.
그녀가 플레이어를 두고 했던 말. 설마 그 이야기가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던 건가? 여명은 목 끝까지 올라오는 의문을 다시 삼키며 물었다.
“…너와 플레이어가 신에게 선택받은 자라고 주장하고 싶은 거냐?”
[주장? 아니지, 이건 사실이다. 이 세상 바깥에서 온 모든 자들은, 신의 부름을 받은 대적자다.]여명은 무엇의 대적자인지 묻지 않았다. 답이 너무 뻔했으니까.
[운명의 대적자.]“….”
[운명이 농락한 세상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무한한 회귀를 올바르게 이끌어줄… 선택받은 자. 그게 우리다.]그렇게 말한 각하는 여명을 빤히 바라보았다. 녀석의 반개한 눈은 마치 여명이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기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어진 여명의 말은 각하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다. 그는 너무나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서 어쩌란 거냐.”
[…흐음?]“신들의 선택? 권능? 그딴 게 너와 플레이어의 악행을 정당화한다고 믿나? 아니, 오히려 너희를 선택한 신들의 무능함만 증명하는 꼴이지.”
말끝을 흐린 여명은 그동안 만나 온 다른 바깥에서 온 자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작가, 감독, 제작자… 바오닉, 산초, 카레닌.
그들 중 가장 밑바닥인 작가조차 각하나 플레이어와 비교하면 쓰레기통과 청소도구함만큼 차이가 났다. 그리고 그중 가장 선량한 사람은, 산초는 어떠한 권능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플레이어에게는 권능을 나눠줬다고? 하나도 아니고 세 개나?
“…그런 멍청한 신들이라면 운명과 다를 것도 없다. 존중할 이유도 없고, 이해받을 가치도 없다.”
냉담한 감정을 풀어놓는 것처럼, 또 한 번 천도무친의 바람이 휘몰아쳤다.
[너희 핏줄은 언제나 그런 식이지… 하지만 그 오만도 오늘 끝난다. 천여명, 넌 나를 결코 죽일 수 없다. 넌 네가 아는 모든 이가 죽는 걸 구경만 하다가, 내게 죽여 달라 빌게 될 것이다.]이강석은 다른 이강석들과 나란히 합장하며 말했다. 그래, 녀석의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시공간을 지우는 권능과 물체를 지워버리는 권능이라니. 다른 때였다면 욕부터 내뱉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적은 아니다. 무적일 리 없었다. 진짜 무적이었다면, 녀석이 이렇게나 오랜 시간 정부 뒤에 숨어 힘을 길렀을 리 없다. 무엇보다 냉전의 미국과 소련이 녀석을 가만히 내버려뒀을 리 없다.
저 권능에는 녀석이 말하지 않은 약점, 혹은 한계가 있는 게 분명했다. 저렇게 아가리를 놀리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권능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는 게 결정적인 증거였다.
‘…하나하나 까발려주마.’
그렇게 여명이 다시 녀석에게 2초식을 쏘아내려는 찰나.
이강석과 여명의 사이에 있던 어둠이 울컥거렸다. 이강석은 비릿하게 웃었다.
[첫 번째 희생자가 결정되었군. 천여명, 누구일 것 같나? 붉은 양? 아니면 녹색 양?]그 물음에 대답하려는 듯, 어둠 사이에서 툭- 사람의 머리가 떨어졌다.
깔끔하게 목이 잘린 그 머리는 시리도, 시스의 머리도 아니었다.
수염이 덥수룩한… 이강석의 머리.
[…?!]플레이어를 흡수한 이강석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가운데, 차원문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자여, 본인이 좀 늦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