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757)
을 위한 세계는 없다-757화(757/817)
EP.757 황금, 꿀, 달러, 그리고 샷건.(6)
***
아버지의 심판을 받은 여명이 뒤로 날아가는 것과 동시에, 미리디스가 비명을 질렀다.
“아빠!!!”
시리와 딜라는 멍하니 날아간 여명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마나를 끌어 올렸다.
하지만 다행히 전투로 이어지진 않았는데, 커다란 까마귀가 두 사람을 가로막은 덕분이었다.
“가족 사이의 일이오. 내버려 두시오.”
가족의 일. 시리가 자신도 가족이라고 반박하려 했지만, 데메론드가 먼저 발끈했다.
“가족은 아니지.”
“아직은, 그렇소.”
가볍게 지적한 코르부스가 딱! 부리를 다물자, 엘프의 입꼬리가 망가진 철근처럼 휘어졌다. 웃는다기보단 화를 참는 표정에 가까웠고, 이어진 행동 또한 그랬다.
철컥.
샷건이 재장전되는 소리와 함께, 총구가 비틀비틀 일어서는 여명을 향했다.
“아직은, 그렇지.”
그리고- 터엉! 여명은 아예 반대편 복도 벽으로 날아갔다.
딸이 화들짝 놀라서 녀석에게 달려가지 않았다면 참으로 통쾌한 장면이었으리라.
“아빠 진짜 미쳤어요!?”
미리디스는 비틀거리는 여명을 부축하며 소리쳤다. 데메론드는 딸 가진 아버지만이 느낄 수 있는 분노와 서운함을 동시에 느끼며 말했다.
“주가시빌리는 이런 걸로 안 죽는다. 진짜 죽이고 싶었으면 머리부터 쐈을 거다.”
그래서 진짜로 머리를 쏘려다가 참았지. 애써 뒷말을 삼킨 데메론드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는 듯 눈을 부라리는 딸의 시선을 피했다.
딸의 옆에는 잔뜩 쫄아 있는 분홍색 인조인간이 이리저리 눈치를 보고 있었다. 네크로맨서에 또 다른 인조인간에… 여자 수인까지? 하, 동료가 전부 여자라 이거지.
그의 귀가 분노로 뻣뻣해지는 사이, 까마귀가 그를 보며 슬쩍 웃는 게 보였다.
‘한 발 더 쏴야겠군.’
철컥, 데메론드가 샷건을 재장전했지만, 아쉽게도 샷건이 한 번 더 불을 뿜는 일은 없었다.
방문에서 튀어나온 드워프 때문이었다.
“이 미친 귀쟁이 같으니! 내 호텔에서 뭐 하는 짓입니까!!”
“사위랑 인사하고 있었지.”
“어떤 미친놈이 당신이랑 사위를… 아.”
샷건을 따라 고개를 돌리던 드워프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여명과 눈을 마주쳤다.
둘은 구면이었다. 여명은 너덜너덜해진 옷을 털며 인사했다.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오랜만이군. 해밀턴 둔.”
주지사의 부하로서 다룰마 둔의 암살을 사주한, 젊은 드워프.
그는 여명과 데메론드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뭔가를 꾹 참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천여명… 아니, 이제는 변경백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당신이라면 특별히, 붉은 별이라고 불러도 괜찮아.”
하- 해밀턴은 한 방 먹었다는 표정으로 수염을 쓰다듬다가, 데메론드에게 말했다.
“참 잘 어울리는 사위로군요.”
“그쪽도 한 발 맞고 싶어?”
“…아뇨, 사양하겠습니다.”
크흠, 헛기침한 해밀턴은 문을 활짝 열었다.
“일단, 들어오시죠. 예고도 없이 찾아온 손님이라도, 손님은 손님이니까요.”
***
방문 너머에서 여명 일행을 맞이한 건, 거대한 호텔룸과 중앙 소파에 모인 엘프들이었다.
“누가 왔나 했더니. 저 친구였나.”
“새 변경백!”
쿠데타 당시 미리디스를 도와 한국 전역을 돌아다닌 네 명의 엘프들.
외팔이 엘프 핀엘을 비롯해 미리디스의 호위인 리메까지. 방문객들에게 인사를 건네던 각양각색의 문뜩, 여명의 너덜너덜한 상체를 발견했다.
샷건의 흔적이 분명한 상처.
엘프들의 반응은 둘로 갈렸다.
“아니, 대장. 진짜로 쏘신 겁니까?”
“사위 사랑하고는. 내 저럴 줄 알았다니까.”
진짜로 저질렀냐는 표정을 짓는 엘프가 둘. 그리고-
“소리 들어 보니 두 발밖에 안 쏘셨던데, 몇 발 더 쏘시죠?”
“몇 발이 뭐야? 공주님의 나이만큼 더 쏘세요.”
데메론드와 마찬가지로 여명을 씹어 먹고 싶어 하는 엘프가 둘.
전자는 리메와 데메론드의 왼팔로 불리는 독가스 엘프였고, 후자는 핀엘과 붉은 차원문을 열었던 여 엘프였다.
여명은 두 반응 모두 기껍게 받아들였다. 남이라면 모를까, 그들은 모두 함께 쿠데타를 막아준 전우들이었으니까.
하지만 미리디스의 반응은 살짝 달랐다. 특히 나이 언급이 걸린 건지, 그녀는 도끼눈을 뜨고 엘프들을 노려봤다.
“공주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죠?! 그보다, 내가 먼저 소개하기도 전에 아버지한테 여명과의 관계를 고자질한 사람 누구야!?”
그러자, 방에 있던 엘프들이 동시에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엘프가 아닌 여명조차 알 수 있을 만큼 뻔한 반응이었다.
여기 있는 엘프들 전부 다 고자질 했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세계수 혁명단의 엘프들은 딴 곳을 보거나 기지개를 켜는 척 하며 자리를 떠났… 아니, 도망치기 시작했다.
각자 테라스나 방, 그리고 화장실로 도주하는 모습이 참 뭐 랄까…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동네 이웃들 같네.’
여명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데메론드가 빈 의자에 앉으며 권했다.
“자리 났으니, 알아서들 앉아라.”
“아빠! 손님 맞는 태도가 그게 뭐예요?!”
“초대해야 손님이지. 갑자기 손잡고 나타난 것들이 왜 손님이냐?”
“…진짜! 계속 그렇게 애처럼 구실 거예요?!”
두 부녀가 티격태격하는 가운데, 여명은 당당하게 데메론드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것도 미리의 손을 맞잡은 채로.
라쉬크가 ‘저, 저 미친놈’ 이라고 중얼거리며 눈치를 봤으나, 데메론드는 의외로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샷건을 꽉 쥐긴 했지만.
뭐, 아무튼.
당당한 태도가 마음에 든 걸까, 데메론드는 샷건을 내려놓고 품에서 작은 나무 상자를 꺼내며 말했다.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둘 중 누굴 더 좋아하지?”
“…예?”
그건 미국의 목젖, 쿠바에 공산 정권을 만든 두 혁명가의 이름이었다. 저 이름이 여기서 왜 나오지? 여명이 살짝 당황하려는 순간, 데메론드가 나무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황당하게도, 쿠바의 특산품인 시가가 들어 있었다. 그것도 보존 마법까지 걸린 채로.
대체 뭔가 싶어 눈을 굴리자, 데메론드가 설명했다.
“두 사람이 각각 내게 선물한 특제 쿠바산 시가지. 어느 쪽을 피우겠나? 카스트로가 준 고급 시가? 아니면 체 게바라가 준 수제 시가?”
“….”
자세히 보니, 시가의 색과 포장이 살짝 달랐다. 혁명가들이 사랑한 담배라… 아쉽지만, 여명은 비흡연자였고, 최대한 덜 무례하게 거절하기 위해 말을 골랐다.
하지만 데메론드는 그 잠깐의 침묵을 오해한 듯, 이렇게 말했다.
“아, 쿠바가 아니라 소련 담배가 취향인가?”
“아뇨, 저는-”
여명이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데메론드가 엘프들이 도망간 방향을 향해 소리쳤다.
“핀엘! 지금 헤르체고비나의 꽃 있나?!”
“예, 있습니다. 파이프랑 궐련 중 어느 쪽으로?”
“파이프! 스탈린이 선물한 걸로!”
채 10초도 지나지 않아, 외팔이 엘프 핀엘이 파이프 담배를 들고 나왔다.
짙은 갈색으로 나무로 만들어진 파이프는 진짜 스탈린이 선물한 물건으로 보였다.
파이프 몸통에 새겨진 스탈린의 개인 싸인도 싸인이지만, TV나 영상에서 보던 스탈린의 파이프 담배와 똑같은 모양이었으니까.
아무튼, 종종걸음으로 다가온 핀엘은 여명에게 담배를 내밀었다.
“담배 취향까지 스탈린과 닮았나?”
졸지에 스탈린의 담배를 받은 여명은 차마 ‘아니요. 저 담배 안 피는데요’ 라고 말할 수 없었다.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 이런 배려까지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으므로.
어쩌면 그를 골탕 먹이기 위한 행동일 수도 있었지만… 딸 도둑놈이 정도는 당해야지.
거기까지 생각한 여명이 조심스레 담배를 챙기자, 핀엘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왜 저러지? 여명이 되물으려는 찰나, 데메론드가 상자에서 시가를 꺼내 탁! 손가락으로 끝을 커팅했다.
핀엘이 능숙하게 라이터를 켜 시가에 불을 붙이자, 짙은 연기가 하늘로 피어올랐다.
엘프 특유의 외모와 살벌한 흉터 때문일까, 시가를 입에 문 데메론드는 범죄 조직의 수장처럼 퇴폐적인 위엄을 피워냈다….
‘…아니, 범죄 조직 수장은 맞나.’
그것도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굵직한 테러를 연달아 저지른 범죄 조직.
새삼 그 사실을 깨달은 여명은 질문을 가다듬으며 파이프 담배를 바라봤다. 잠시 후, 시가 연기를 입에 머금고 있던 데메론드가 후-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
“뭘 물어보러 왔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긴장할 필요 없다. 세계수의 결정도 그렇고, 베리야 문제도 그렇고… 우리도 도움 받은 게 있으니, 웬만한 질문은 다 대답해 주마.”
담배를 물지 않아서 그런가, 데메론드는 여명이 긴장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사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다.
여명이 꺼낼 질문은 직설적이다 못해 창처럼 날카로웠으니까.
잠시 뜸을 들인 여명은 슬쩍 미리의 얼굴을 본 뒤에야 입을 열었다.
“강해지는 법을 여쭙고 싶습니다.”
“…?”
고민 끝에 내놓은 질문 치고는 너무나 단순한 까닭이었을까? 데메론드의 눈썹이 휘어졌다.
하지만 여명이 진심이라는 걸 깨닫자, 그는 손가락을 쫙 펴며 말했다.
“영양이 풍부한 식사,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 그리고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하면 된다.”
원론적인 이야기였다. 여명은 파이프 담배를 쥐락펴락하며 반박했다.
“…하지만 새벽에 자고 오후에 깨어나는 불규칙한 생활에, 술과 담배까지 달고 산 강자도 있는데요.”
“스탈린? 그 양반은 그래서 세계 최강이 못 된 거야.”
스탈린을 말하는 건 어떻게 알았지. 여명은 속으로 놀람을 삼키며 물었다.
“그걸 다 지키면 세계 최강이 될 수 있는 겁니까?”
“아마도?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이걸 다 지킨 건 변경백이 유일하니.”
“….”
그가 변경백의 친아들인 걸 알고 하는 말일까, 아니면 모르고 하는 말일까? 알 수 없었다.
데메론드는 착 가라앉은 눈으로 말했다.
“뭐, 이런 이야기를 듣자고 여기까지 찾아온 건 아닐 테고.”
무언가를 꿰뚫어 보는 듯한 말투. 그는 코르부스와 여명을 번갈아 보며 덧붙였다.
“재능이 모자란 건 더욱더 아니겠지… 자, 말해 봐라. 누구한테 졌지?”
일행 중 놀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닉슨에 관한 걸 숨겼다.
놀란 건 때마침 술과 음료를 가지고 온 해밀턴이었다.
“종말 교단을 끝장낸 용사가 졌다니,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알아서 상상해.”
그러자 해밀턴은 진짜로 뭔가를 상상했다. 현실과는 조금 다른 상상이었다.
“설마, 진짜 변경백이 와서 경고한 건가?”
“….”
“하긴, 제국이 아무리 멍청해도 이런 일을 기습적으로 발표할 리 없지… 종말 교단 제거를 공로 삼아 새로운 변경백을 임명하려다가, 진짜 변경백에게 들킨 거로군?”
맥콜을 든 해밀턴은 ‘내 말이 맞지?’ 란 표정으로 여명을 바라보았다. 여명이 맥콜 대신 콜라로 달라고 대답하건 말건, 그는 여명의 잔에 맥콜을 가득 채우며 덧붙였다.
“어쩐지, 최근 변경백이 밀랍 산맥을 떠난 이유가… 하! 모든 게 맞아 떨어지는군.”
데메론드는 못 들어주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해밀턴, 그만 떠들고 이제 꺼지게. 여기서부터 외부인은 금지야.”
“하, 그 반응… 제가 너무 진실에 접근했군요. 그렇지요?”
“마음대로 생각해. 주지사한테 처맞고 싶으면 여기저기 떠벌려도 되고.”
해밀턴은 예이, 예이 허리를 굽히며 자리를 떠났다.
여명은 문밖으로 나가는 드워프의 등을 보다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저렇게 생각할까 두렵군요.”
“자신이 현명하다고 여기는 녀석들은 다 저렇게 생각할 거다. 사람은 딱 자기가 가지고 있는 정보 내에서만 합리적인 법이니까.”
“….”
“그 이상을 보려면 미친놈이 되어야 하지. 그래서 예언가와 선지자들이 미친놈 취급을 받는 거지.”
가벼운 말투와 달리, 한 마디 한 마디에 담긴 가르침이 무거웠다. 여명은 문이 닫힌 뒤에야,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닉슨과 만났습니다.”
“…닉슨? 내가 아는 닉슨은 우리 머리 위에 핵을 떨군 미국 대통령뿐인데.”
“예, 그 닉슨이 맞습니다.”
“….”
여명은 혹시라도 데메론드가 그의 말을 조롱이나 개소리로 들을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엘프는 심각한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데메론드는 닉슨의 진짜 힘을 알고 있던 걸까? 이상할 거 없었다. 그는 닉슨이 진짜 대통령이던 시절부터 미국과 싸워온 사람이었으니까.
잠시 후… 그러니까 데메론드의 입에 걸린 시가가 절반쯤 타오르고 긴장한 라쉬크가 맥콜을 마셨다가 우웩- 헛구역질할 때쯤.
세계수 혁명단의 수장이 입을 열었다.
“닉슨을 만나서, 패배했다… 살아 있는 게 용하군. 닉슨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고 싶나?”
“…예.”
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선 그래야 하니까요. 여명이 굳이 뒷말을 꺼내지 않았음에도, 데메론드는 알아들은 것처럼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면 이것부터 따져보지. 자네가 이기려는 게 정확히 뭐지? 닉슨 개인? 아니면… 그가 휘두르는 미국?”
전자도, 후자도 지금의 여명에게는 벅찬 상대였다. 하지만 목표는 크게 가져야 하는 법. 여명은 담담하게 말했다.
“둘 다입니다.”
“…황당한 소리라는 건, 스스로가 더 잘 알겠지?”
“예.”
즉답. 픽 웃은 데메론드는 몰래 이곳을 힐끗거리는 엘프들을 보며 말했다.
“이 미친놈이 미국과 싸워서 이기고 싶다는군, 다들 어떻게 생각하나?”
그러자 핀엘이 대답했다.
“그 장인에 그 사위로군요.”
“뭐 이 새끼야?”
데메론드가 인상을 찌푸리자마자, 핀엘은 빠르게 문을 닫아버렸다.
이게 진짜 지구를 공포로 몰아간 테러리스트가 맞나 싶었지만, 이어진 데메론드의 말은 여명의 긴장감을 꽉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사위… 아니, 천여명, 우선은 실력부터 볼까?”
“예, 얼마든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장소는 어디로….”
데메론드는 그의 말을 끊었다.
“도시에서 아무리 떨어진 곳이라도, 너와 내가 전력을 보이면 위성이 곧장 알아챌 거다. 그렇다고 대련 한 번 하자고 차원문을 넘어가는 건 더 말이 안 되지.”
“그러면…?”
데메론드는 후우- 한 번 더 시가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꿈.”
“….”
“네가 엘프처럼 세계수의 꿈에 접촉할 수 있다는 건 이미 들었다. 꿈속이라면 전력을 보여도 엘프 말고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 하겠지.”
고개를 끄덕인 여명은 파이프 담배를 인벤토리에 넣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일행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려는 사이, 미리가 살짝 의외라는 얼굴로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봤다.
“…고마워요. 아버지. 이렇게 선뜻 도와주실 줄 몰랐어요.”
적어도 일주일은 설득한 마음으로 왔건만, 의외도 이런 의외가 없었다. 설마, 샷건 덕분인가?
미리의 예상과 상관없이, 데메론드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그걸 본 미리가 작게 미소 지으며 부녀간의 애정을 확인하려는 바로 그 순간.
핀엘이 슬쩍 문을 열고 말했다.
“고마워하시면 안 됩니다, 공주님. 꿈속에서라도 사위를 두들겨 패고 싶어서 저러는 겁니다.”
“….”
“천여명이 꿈속에서 공주님 코피 날 때까지 때린 거, 리메가 다 고자질했습니다.”
“핀엘, 이 반동 새끼! 그걸 말하면 어떻-”
엘프들이 그렇게 주접을 떠는 사이, 쇠미리가 ‘아니죠?’란 눈빛으로 데메론드를 바라봤다.
하지만 데메론드는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
“장인 어른 만나러 오는데, 여자만 끌고 오는 놈이 있을 줄이야.”
“아빠! 같이 온 동료들은 여명이랑 그런 사이 아니에요!”
“아직은, 그렇겠지.”
“….”
진짜 날카로우시네.
시가의 연기가 짙어지는 가운데, 여명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