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788)
을 위한 세계는 없다-788화(788/817)
EP.788 교향곡 제10번 E단조 작품 93 (5)
***
델타포스가 첫 번째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여명은 재빨리 10월 혁명 훈장을 챙긴 뒤, 가까운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사이 모아 놓은 마나가 터져 나오며 쨍그랑! 유리창이 깨졌다.
유리 조각과 함께 바닥을 구른 여명은 이를 악물었다. 발목에 박힌 총알 때문이었다.
정확히 발목 연골을 노린 사격.
‘머리를 노릴 수 있는 상황에 발목을?’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깨달은 여명은 곧장 보호막을 펼쳤다. 다음 순간-
-콰앙!
코앞에서 뭔가가 폭발했다. 무슨 유탄이라도 쏜 건지, 폭발은 보호막을 깨트리고도 위력이 줄지 않았다. 화염과 충격이 여명의 얼굴을 쓸고, 주변 도로를 그을렸다.
그리고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터엉!
직후, 공간을 뛰어넘은 총알이 그의 복부를 꿰뚫었다. 맨살을 찢고 반대편으로 튀어나온 총알을 따라, 피와 살점이 흩뿌려졌다.
그나마 반사적으로 마나를 둘러서 이 정도였다. 만약 뭣도 모르고 맞았다면 척추가 끊어졌으리라.
쓰읍. 짧게 침을 삼킨 여명은 땅을 박찼다. 파양결을 따라 파도치는 마나가 빠르게 그의 몸을 밀어낸 자리로, 다른 델타포스가 쏜 총알이 연달아 박혔- 아니, 그건 총알이 아니었다.
!!!!
섬뜩한 불길이 터져 나오는 동시에, 아스팔트 도로가 그대로 갈려 나갔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초인조차 통구이로 만들기에 충분한 화력.
이게 주가시빌리에 대적하는 미국 특수군인가?
여명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화악! 아지랑이를 뿜어내며 보호막을 펼쳤다. 역시나 이번에도 공간을 뛰어넘은 무수한 총알이 그를 덮쳤다.
한 발도 아니고 여섯 명이 동시에 쏟아내는 수십 발의 총알.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했다. 총알들은 전부 다른 방향에서 날아왔으니까.
당황은 짧았고, 대응은 빨랐다. 여명은 급소에 보호막을 두르며 회피했다.
거기다 시카고에서 브라우닝을 보며 익힌 깨달음을 더하자, 벌집이 되는 건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음속보다 빠른 총알을 전부 피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여명은 아슬아슬하게 총알 몇 발을 허용했다.
물론, 치명상은 아니었다. 그는 몸을 재생하며 계속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몇 초 후, 상점을 떠나 작은 건물을 훌쩍 뛰어넘은 여명은 이 정도면 별 피해 없이 도주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총알을 맞은 자리가 이상했다. 평소라면 재생과 동시에 몸 밖으로 밀려났을 총알이 아직도 몸에 박혀 있는 게 아닌가?
뭔가 싶어 총알에 맞은 팔뚝을 확인해 보니, 피부 아래에서 뭔가가 반짝반짝 점멸하고 있었다.
‘신호탄!’
놓칠 때를 대비해 평범한 총알 사이에 섞어 놓은 듯했다. 지독한 새끼들. 여명은 곧장 살을 파내 추적탄을 꺼냈다.
그리고 그대로 신호탄을 내다 버리려는 순간.
후욱- 짙은 아지랑이가 그가 서 있는 도로로 몰려들었다. 마치 파도가 밀려드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양의 살기였다.
그가 쥔 인공 성물이나, 주변에 다른 인공 성물이 내뿜는 살기가 아니었다. 그건 주가시빌리가 직접 내뿜는 살기였고, 실제로 살기 너머에서 여섯 명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똑같은 자세로 걸어오는 여섯 명의 주가시빌리.
[내가 순순히 성물을 내어줄 거라 생각했느냐?]예브게니. 녀석이 다른 주가시빌리들을 조종해 몰고 온 것이었다.
‘지독하기는 이쪽도 만만치 않네.’
짧게 혀를 찬 여명은 자신을 포위한 주가시빌리와 손에 들린 신호탄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델타 포스가 빨갱이를 죽이고 싶어 한다면, 진짜 빨갱이를 주면 그만 아닌가.
생각은 짧았고, 행동은 빨랐다. 여명은 망설임 없이 휙! 가장 앞에 있는 주가시빌리를 향해 신호탄을 던졌다.
여명이 공격한다고 생각한 걸까? 녀석은 거칠게 신호탄을 받아냈다.
[응?]그리고 녀석이 받은 물건을 확인한 순간.
신호탄 위로 뭔가가 공간을 넘어왔다.
꼬맹이들이 종종 만들던 물로켓을 닮은, 기다란 원형 물체.
여명은 그것이 미군의 3세대 대전차 미사일임을 알아봤지만, 그것의 탄두가 대전차고폭탄이 아닌 다목적 탄두로 교체한 대 초인용 미사일인 건 알아보지 못했다.
사실 알아봤다고 해도 별다를 건 없었을 것이다. 무슨 탄두건 사람 하나를 터트려버리기엔 충분했으니까.
[Ебать…!]욕설이 분명한 예브게니의 말과 동시에, 대전차 미사일이 폭발했다.
***
콰아아아앙 – !!!!
대전차 미사일의 불꽃이 위로 솟구치는 가운데, 장갑차 상부 해치로 고개를 내밀고 있던 델타 포스가 말했다.
[명중. 열상감지장치로 확인했습니다.]곧 장갑차 옆에 매달려 있던 다른 델타 포스가 되물었다.
[확인했다. 피해는?] [넷이 휘말려 중상. 범위 밖에 있던 세 명은 산개 중입니다.]덜컹! 장갑차가 버려진 차량을 짓밟으며 흔들렸지만, 델타 포스는 미동도 없이 말을 이었다.
[대학생 놈과 나머지 주가시빌리가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주가시빌리의 폭주인가?] [아닌 것 같습니다. 대장, 대학생 녀석이 정말로 빨갱이가 아닐 가능성도-]그때, 대장이라 불린 델타 포스가 그의 말을 끊었다.
[우리 중에 하버드 대학… 하다못해 다른 아이비 리그 대학의 모토를 아는 사람 있나?] [….] [빨갱이가 아닌 놈이 칼리닌 폴리 테크닉 연구 대학의 구호를 알 확률은?] […없을 것 같습니다.] [좋아, 그러면 둘 다 처리한다.] [하지만 서로 싸우고 있….] [원래 빨갱이들은 내전이 특기야. 우리가 죽인 빨갱이에 만 배를 곱해도 모택동과 스탈린이 죽인 빨갱이 숫자에는 못 미칠 거다.] [….] [우리는 빨갱이를 죽인다. 트로츠키주의자, 마오주의자, 스탈린주의자… 간판이 무엇이건 간에, 전부.]장갑차 위에 있던 요원이 무어라 반박하지 못하는 사이, 덜컹! 장갑차가 짙은 아지랑이 사이로 진입했다. 주가시빌리들과의 거리가 좁혀지는 걸 확인한 대장이 말했다.
[5번과 6번 둘은 장갑차에서 지원. 나를 비롯한 나머지는 근접 소탕전으로 돌입한다. 각자 주요 총기 외에 자동 샷건을 무장.] [확인. 시작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충각으로 돌입한다. 전 대원, 충격에 대비하라.]철컥, 총기가 준비되는 소리가 울린 직후, 장갑차가 가속하기 시작했다.
질량은 곧 힘.
20톤에 육박하는 장갑차는 그대로 살기를 뚫고, 쾅! 가장 가까운 주가시빌리를 들이박았다.
***
퍼엉!!
뺑소니를 당한 주가시빌리에게선 무슨 풍선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하지만 결과는 풍선과 비교할 수 없었다. 그대로 날아간 주가시빌리는 가까운 가로등에 부딪혀 피떡이 되었으니까.
[뭐?!]여명과 싸우느라 장갑차의 접근을 알아채지 못했던 예브게니의 주가시빌리들은 놀란 눈으로 장갑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장갑차의 정체를 알아챘다.
[Пиндос!!]삔도스. 그건 미국인을 비하하는 욕설이었다. 예브게니는 여명을 향해 소리쳤다.
[이 반동 새끼, 적국을 끌어들이다니!]“….”
미국을 끌어들인 건 그쪽이 먼저 아닌가? 여명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델타 포스가 장갑차에서 하차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무차별 사격.
텅텅텅텅텅 – !!
브라우닝과 마찬가지로, 델타 포스는 평범한 소총 따윈 사용하지 않았다. 그들의 손에 들린 건 일반 군인은 땅에 거치해야 쏠 수 있는 중기관총이었다.
인간 따위는 순식간에 고깃덩어리로 바꿀 수 있는 중화기.
주가시빌리 또한 인간이었고, 사격에 노출된 녀석들은 그대로 으깨진 고기가 되었다.
피할 곳은 없었다. 브라우닝의 무술이 적용된 총알들은 엄폐하는 주가시빌리들을 끝까지 쫓아가 박살 냈으니까.
이윽고, 중기관총의 탄창을 전부 비운 델타 포스 앞에 서 있는 건 파순의 얼굴을 한 여명뿐이었다. 물론, 멀쩡한 몰골은 아니었다. 남들보다 강한 재생력과 뛰어난 회피 실력으로 총알을 견뎌냈을 뿐.
하지만 그건 다시 말해 중기관총의 화력을 정면에서 버텼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괴물이군.]여명을 평가한 델타 포스 요원들은 중기관총을 내던진 뒤, 각자 커스텀 된 무기를 꺼내 들었다.
유탄 기관총, 두 개의 총을 묶어 놓은 것 같은 무식한 더블 배럴 소총, 탄창을 세 개나 달고 있는 총, 웬만한 아령만큼이나 커다란 쌍권총까지.
미필인 여명이 보기에도 뭐 저런 기괴한 총이 다 있나 싶은 물건들이었지만, 여명은 방심하지 않았다. 상대는 미국 최정예 살인 기계였으니까.
저들에게 주가시빌리 처리를 맡기고, 자신은 인공 성물을 회수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좋은 수였는데… 세상일이 언제나 그렇듯,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진 않았다.
[전부 죽여라.]여명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델타 포스의 사격이 시작됐다.
예브게니의 주가시빌리들이 벌집이 되건 말건, 여명은 다른 주가시빌리를 붙잡아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실시간으로 재생되는 방패는 웬만한 사격을 모두 막아줬다. 붙잡힌 주가시빌리가 발작하며 그의 팔을 물어 뜯긴 했지만, 유탄에 직격 당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뭐, 아무튼.
총알을 피해 몸을 날리던 여명은 어느 순간 몸을 훌쩍 가속했다. 갑작스러운 가속에 놀란 델타 포스의 총구가 그를 향하는 가운데, 그는 델타 포스의 장갑차 위로 뛰어올랐다.
쿵! 착지와 동시에 장갑차 위에서 사격 하고 있던 델타 포스가 화들짝 놀랐다. 죽음을 감지한 그의 기관총 총구가 여명을 향한 순간.
여명은 칼을 휘두르는 대신, 총구를 붙잡으며 말했다.
“저 진짜 공산주의자 아닌데, 한 번만 믿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죽이기 전 조롱일까? 총구를 붙잡힌 델타 포스는 보조 무장을 꺼내 들며 말했다.
[지랄! 네가 빨갱이가 아니라면 하버드 대의 모토를 말해봐라.]“진리.”
즉답이었다.
[…?]뭐? 총을 꺼내던 델타 포스가 움찔하는 사이, 다른 델타 포스의 사격이 여명의 옆구리를 꿰뚫었다. 상처를 붙잡은 여명은 쯧, 혀를 찼다.
“안 믿을 거면서 질문은 왜 했습니까?”
[….]“아무튼, 저는 이 살기의 원인인 인공 성물을 모으러 갈 테니까, 그동안 주가시빌리들 좀 막아주시죠.”
여명은 그대로 장갑차 위로 뛰어올랐다.
뭐지? 하버드의 모토를 물었던 델타 포스는 멍하니 멀어지는 여명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예브게니의 고함을 듣고 나서야 다시 기관총를 붙잡았다.
[이미 늦었다. 너희가 무슨 짓을 해도 소용 없어!]도시가 살기에 잠식되고, 정확히 27분이 흐른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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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새벽부터 잠에서 깨어난 올턴 주지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긴급 상황 발생. 공산주의자들이 테러를 일으켜 아폴로 시티를 습격 중.]아폴로 시티의 부하들이 보내온 문자 때문에? 물론 그것도 있었지만, 그를 짜증 나게 하는 건 다른 발신자가 보낸 문자였다.
시카고 경찰청장이 비밀리에 그에게 보낸 문자.
[주지사님, 웬 수룡이 오대호 봉쇄를 뚫고 미시간 호로 진입했습니다. 시카고 차원문으로 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대응할까요?]수룡? 수룡이라. 올턴은 답장을 보내 물었다.
[수룡 위에 사람이 있나?]띠링, 곧바로 답장이 왔다.
[정확히는 파악하지 못 했지만, 각각 남성과 여성으로 보이는 두 명이 용의 지느러미 사이에 타고 있습니다.]남자와 여자… 그 자식이 남자와 같은 편을 먹을 리 없는데?
[쏴서 쫓아내, 가능하면 비늘이나 하나 뜯-]주지사가 그렇게 답장을 쓰는 순간, 추가 문자가 날아왔다.
[조금 전에 현장에서 추가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용 위에 타고 있는 남성은 미군으로 보입니다. 군복을 입고 있습니다.]군복? 아, 그런 거였나. 올턴은 쓰던 문자를 지우고 다시 답변을 보냈다.
[통과시켜. 용과 사람 모두 차원문 너머로 보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