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791)
을 위한 세계는 없다-791화(791/817)
EP.791 교향곡 제10번 E단조 작품 93 (8)
***
용사의 무술, 1초식.
횡으로 휘둘러진 멸공 성검을 따라, 세상에 가로로 기다란 선이 그어졌다.
[이건 대체, 무슨 무술-]충격에 빠진 리보프가 말을 완성하기도 전에, 검기의 충격이 성큼 다가왔다.
!!
시작은 하늘을 뒤덮은 살기였다. 마치 하늘이 반으로 갈라지는 듯한 충격 직후, 검기의 범위에 있던 모든 것이 반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살기 덩어리와, 드높은 빌딩, 그리고 경악하던 리보프까지.
[커헉 – !]갑자기 하반신과 상반신이 분리된 리보프의 뒤로, 잘려 나간 빌딩의 일부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한 번의 검술로 이만한 위력을? 리보프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끊어진 척추를 재생하며 말했다.
[그게 너의 진의 무술이냐? 세상을 반으로 가르는 검… 반동도 이런 반동이 없구나. 어떤 혁명가가 이딴 진의를 품는단 말이냐?]“….”
여명은 대답 대신, 한 번 더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검술이라도 주가시빌리에겐 소용 없-]전형적인 대사를 내뱉던 리보프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여명이 휘두르는 검은 한 번이 아니었으므로.
하나, 둘, 셋, 다섯, 열, 스물-
마치 채를 써는 것처럼, 멸공 성검이 연달아 횡을 그렸다. 그제야 리보프의 얼굴에 당황이 서렸다.
이만한 위력을 연사하는 것도 연사하는 거지만, 여명의 행동이 상식을 파괴하는 행동인 까닭이었다.
무술마다 차이가 있을지언정, 모든 무술에는 반동이 따른다. 각종 초식 속에는 그러한 반동을 제어하는 자세와 이치가 따라붙는 법이고.
하지만 여명의 무술에는 그런 게 보이지 않았다.
수천 년전 야만인이 만든 무술이라도 되는 걸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이치가 담긴 검기를 쏘아내면서, 양손으로 검을 잡고 횡으로 휘두르는 게 전부라니!
리보프가 보기에, 저 무술은 적어도 몇 초 정도 시간을 두고 시전해야 했다.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라, 무술을 익힐 수 있는 재능과 실력이 있는 사람에 한해서 그 정도였다.
한데… 여명은 이미 백 번에 가까운 검기를 쏘아냈다. 스스로의 몸을 난도질하는 미친 짓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옳았다. 검을 휘두르는 여명의 몸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니까.
멸공 성검이 횡을 그릴 때마다 뼈에 금이 가고, 혈관이 터져나갔다. 쓰러진 컵에서 쏟아지는 물처럼 사라지는 마나는 덤이었고.
하지만 여명은 멈추지 않았다. 사방에서 넘치는 살기가, 상대를 향한 적의가 그것을 가능케 했다.
[완성형 주가시빌리… 반동 주제에 착실히도 쓰는군…!]그때, 검기가 리보프의 턱을 베고 지나갔다. 마치, 아가리를 놀리지 말라는 듯이.
리보프는 잘린 턱을 재생하며 거칠게 웃었다.
[그래, 폭력이 그렇게 좋다면, 보여주마!]곧 쿠구궁 – !! 리보프를 둘러싼 살기 덩어리가 주먹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신이란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주먹이었다.
도시 어디에서나 보일 정도로 압도적인 광경이었으나, 여명은 침착하게 검을 멈추고 공중에서 방향을 틀었다. 허공을 밟아가며 경로를 바꾼 그는 검을 멈추고, 어깨높이까지 손을 들어 리보프를 ‘겨눴다.’
전형적인 찌르기 자세.
정면으로 달려드시겠다? 기가 찬 리보프는 주먹을 내뻗으며 소리쳤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숙청해주마!!!]다음 순간, 용사의 무술 2초식과 살기의 주먹이 충돌했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둥근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충격이 어찌나 큰지, 흡사 돌이 떨어진 호수처럼 주변 아지랑이가 출렁거렸다. 마치 하늘 전체가 출렁거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거대한 충격파였다.
[이놈…!]리보프와 천여명은 주먹과 검을 내민 자세 그대로 서로를 노려봤다. 찰나와 잠깐 사이의 시간 속에서 붉게 물든 두 사람의 눈동자가 마주한 직후.
푸확!
리보프의 상체가 폭발하듯 갈라지며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그에 비해 여명은 다리가 조금 뒤틀렸을 뿐, 검을 내민 자세를 그대로 유지했다.
힘에서 밀렸다고…?
리보프는 믿을 수 없는 눈으로 여명을 노려봤다. 하지만 구멍 난 그의 가슴에서 흘러내리는 피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리보프는 몸을 재생하며 천천히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다. 붉은 별의 무술에 그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주먹을 움직인 순간.
여명의 한마디가 그의 이성을 건드렸다.
“숙청은, 윗사람이 아랫 사람에게 하는 거다. 히틀러가 일으킨 장검의 밤이 그러했고, 스탈린의 대숙청… 예좁시나가 그러했지.”
[….]“그러니까, 리보프. 지금 네가 하는 건 숙청이 아니다.”
[뭐, 뭐라?]리보프가 간신히 이성을 붙잡았지만, 이어진 뒷말이 그의 이성을 끊어버렸다.
“숙청은 내가 하겠다.”
분노한 주먹과 검이 다시 움직이는 가운데, 온 도시의 살기가 전율했다.
***
[누가! 누굴! 숙청하겠다고!?]여명의 도발에 제대로 걸려든 건지, 리보프의 목소리는 격하게 떨리고 있었다.
물론, 이어진 행동은 가볍지 않았다. 녀석이 휘두르는 살기 덩어리는 마치 로켓처럼 빠른 속도로 여명을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우르르 공기가 떨리는 소리를 듣자 하니, 그 속에는 지형을 바꿀만한 힘이 담겨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여명은 당황하긴커녕, 담담하게 용사의 무술을 쏘아냈다. 공간을 꿰뚫는 일격을 따라 쩌어엉 – ! 천둥소리가 울리고, 리보프의 주먹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물론, 리보프도 멈추지 않았다. 구멍 난 주먹은 실시간으로 재생되며 여명이 있던 도시를 통째로 짓눌렀다.
콰과광 – !!
일격에 건물이 무너지고, 도로가 뒤집혔다. 지대공 미사일에 견줄만한 위력이었으나, 여명은 이미 주먹의 범위를 벗어난 지 오래였다.
[벌레 같은 것!]리보프는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녀석은 연신 살기 덩어리를 움직여 여명을 노렸고, 여명은 여명대로 용사의 무술을 펼치며 계속 주먹을 회피했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대결은 점점 더 단순해졌다. 리보프는 살기 덩어리를 맞추기 위해 주변을 박살 냈고, 여명은 그런 리보프를 향해 연이어 용사의 무술을 휘둘렀다.
도시 전체를 흔드는 힘과 무너지는 빌딩, 파도치는 살기가 뒤섞이는 광경은 옛 괴수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서로가 끝없이 상처를 재생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전투는 진짜 거대 괴수의 싸움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두 사람이 싸우던 도심지가 폐허가 되고, 살기 덩어리에 뚫린 구멍이 수십 개가 될 때쯤.
리보프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붉은 별의 대응이 능숙하다 못해 익숙한 까닭이었다. 단순히 주가시빌리와 싸운 경험이 많은 정도가 아니었다. 이건… 거대 괴수와 몇 번이고 싸워본 것 같았다.
그는 뒤늦게 붉은 별이 호주 시드니에서 ‘피를 흘리는 자’의 거대한 살덩이와 싸웠다는 걸 상기했지만, 진실은 그보다 더했다.
여명은 거대 괴수, 그것도 거대화한 빨갱이를 몇 번이고 죽여봤다. 피의 신이 되겠다던 베리야도, 버려진 세계의 김일성 거인도- 모두 그의 손에 쓰러졌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리라.
‘지금.’
리보프의 공세가 주춤해진 순간, 여명은 방향을 바꿔 살기 덩어리를 향해 직선으로 날아갔다.
정확히는, 살기 덩어리가 미처 재생하지 못한 구멍으로 향했다. 용사의 무술 2초식이 뚫어 놓은 구멍은 살기 덩어리의 크기와 비교하면 작은 바늘구멍에 불과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여명은 콰직! 구멍 사이에 멸공 성검을 꽂아 넣고, 준비한 무술을 터트렸다.
혜성검.
붉게 물든 밤하늘 사이로, 별의 빛이 터져 나왔다.
[뭣- ?!]놀란 모습과 달리, 리보프는 빠르게 상황을 판단했다. 여태껏 여명이 펼친 수가 이 한 번을 위한 수작질이었다는 것도, 저 빛이 자신을 한 번에 죽일 만큼 강력한 일격이라는 것도 눈치챘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주변의 모든 살기를 모아 저항하는 것.
다음 순간, 살기 덩어리가 내부로 파고드는 혜성의 빛을 막아섰다.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번뜩임으로 보일 순간 동안, 여명과 리보프는 서로의 전력을 밀어냈다.
그리고 번뜩임이 끝난 찰나 속에서, 한쪽이 밀려났다. 가까스로 유지되던 균형이 무너지며- 막혔던 힘이 폭발했다.
승자는 혜성의 빛이었다.
[안 돼!]리보프는 살기 속에 몸을 움직였지만, 너무 늦었다. 여명이 마나를 쥐어짜 뿜어낸 혜성검의 검기는 그의 육체는 물론이고, 유형화된 살기 덩어리조차 분해했다.
***
“무찔렀나?”
멀리서 여명과 리보프의 전투를 지켜보던 네크로맨서, 딜라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거의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주가시빌리가 밀려드는 순간에 적절한 말은 아니었다.
곧, 듀크 중령이 밀려드는 주가시빌리에게 사격하는 것도 멈춘 채 그녀의 허리를 후려쳤다.
-재수 없는 소리 집어치워!
딜라는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돌렸으나, 다른 델타 포스들이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 걸 보자마자 입을 다물었다.
심지어 엘프마저 고개를 내젓는 가운데, 델타 포스 중 대장이라 불렸던 자가 말했다.
[저거, 저 여자도 미군 출신입니까?]-아니, 샌드위치 훔치다 잡힌 범죄자다.
[….]델타 포스가 그녀를 한심한 눈으로 보건 말건, 딜라는 엄청난 모욕을 느꼈다. 감히 샌드위치를 언급하다니!
하지만 반론은커녕 불만조차 내뱉지 못했는데, 토막난 리보프가 비명을 내지른 까닭이었다.
[아- 아- 아- !!]도시 전체가 울릴 정도로, 커다란 비명을.
***
토막 난 정신 속에서, 리보프는 불현듯 도망쳤던 킴 필비가 남겼던 말을 떠올렸다.
-붉은 별이 진정한 그분의 계승자다.
처음에는, 베리야를 섬기던 패배자의 헛소리라고 여겼다.
그가 조국을 배신하고 소련에 붙었던 것처럼, 토벌당한 베리야를 버리고 다른 주인을 갈아탔을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붉은 별의 검붉은 아지랑이를 마주했을 때, 그는 괜한 불길함을 느꼈다.
예브게니와 자신보다 더 강한 주가시빌리를 휘두르는 붉은 별이, 그분에게 더 가까운 게 아닐까- 하는 불길함.
리보프는 곧장 그 불길함을 속으로 삼켰다. 이번 혁명에서 승리한 건 그와 예브게니였다.
당장 두개골만 간신히 남은 자신이 살아있는 게 그 증거였다. 붉은 별의 힘이 아무리 강대하다 해도… 그를 죽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시간은 그의 편이었다.
수백 명의 주가시빌리가 탄생한 뒤에, 붉은 별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래, 혁명은 개인이 아닌 다수의 힘으로 이뤄내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다잡은 리보프는,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살기 덩어리 속에서 육체를 재생하며 소리쳤다.
[싸우고, 죽여라! 새로 태어난 주가시빌리들아! 더 많은 살기를! 주가시빌리를 만들어내라! 혁명을 완수해라!]***
같은 시각, 모스크바.
드워프들에게서 약탈한 금속으로 만든 소비에트 궁전 깊숙한 곳.
수십 개의 인공 성물이 동그랗게 늘어선 공간에서, 자칭 예브게니 스탈린이 명상에 빠져있었다.
눈을 감은 채 인공 성물의 중앙에 앉아 있는 그의 주변에는 개미 한 마리 돌아다니지 않았다. 현재 그가 하는 일은 고도의 집중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으니까.
차원 너머의 주가시빌리를 조종하는 일.
붉은 별이 주가시빌리에 자신의 진의를 집어넣었듯, 그 또한 주가시빌리에 자신의 진의를 불어 넣어 이룩한 독자적인 경지였다.
대가로 이 기술을 사용하는 동안 거의 움직일 수 없었지만… 수십 명의 주가시빌리를 수족처럼 다룰 수 있는 능력에 비하면 자잘한 단점에 불과했다.
어쨌거나, 지금 그는 한쪽에서는 델타 포스를 상대하고, 또 한쪽에서는 도시를 파괴하며 혁명의 성공에 한 발짝 다가가고 있었다.
붉은 별의 강함은 예상외였지만, 승리가 코앞에 있었다.
유일한 실패 가능성은 핵미사일이었지만, 그것조차 예상 범위에 있었다. 자국 영토에 핵을 쏜 미국의 위엄이 전과 같을 리 없었고, 무엇보다- 살기를 두른 리보프는 핵으로도 죽일 수 없었다.
그래, 그는 이미 승리했다.
다음 해가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냉전이 다시 시작되고, 그는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 시대의 스탈린이 되리라.
스스로 무너진 중국 공산당도, 차원문 너머의 반동들도, 신이 되겠다던 베리야도 닿지 못한 경지.
예브게니는 웃었다. 새로운 서기장의 금성 메달을 단 자신을 상상하며 웃었다. 하지만 그의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부하가 가져온 온 첩보 하나 때문에.
[10강이 차원문을 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