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Is No World For ■■ RAW novel - Chapter (795)
을 위한 세계는 없다-795화(795/817)
EP.795 Красная звезда (붉은 별)
친구들이여, 내가 만든 적들로 나를 판단해 주십시오.
『프랭클린 루즈 벨트, 1932년 선거 유세 연설 중 발췌.』
***
하늘 위로 올라가는 시점에서, 여명을 막을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리보프와 살기 덩어리에서 벗어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추락에 당황한 녀석은 그를 붙잡기는커녕, 균형을 유지하는 것에 온 정신을 집중했으니까.
다른 공산주의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주가시빌리와 예브게니는 그들을 막는 델타 포스와 여명의 동료들을 넘지 못했다.
계획한 것 이상으로 좋은 상황이었다. 이제 남은 관문은 하나, 그가 도시를 휩쓴 모든 살기를 흡수할 수 있느냐- 뿐.
흡수해야 하는 양도 양이었지만, 속도가 문제였다. 살기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더욱 빠르게 흡수할 수 있을까?
여명은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 못하면 패배할 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이제 끝낼 때였다. 끝내자. 이 모든 바보짓을 끝내자.
이윽고, 도시를 내려다보기에 충분한 높이에 도달한 여명은 심호흡을 한 뒤 진의 무술을 펼쳤다.
[무찌르자 공산당! 몇천만이냐!]들어본 적도 없는 옛 군가를 부르는 멸공 성검이 검게 물들고, 조금 전부터 모아온 천도무친의 증폭이 진의에 더해졌다.
고오오 – !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탐욕스러운 진의가 살기를 게걸스레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빨려드는 살기의 양이 어찌나 많은지, 여명을 중심으로 붉은 태풍이 몰아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여명의 상태는 빈말로도 좋지 못했다. 진의 무술의 반동으로 온몸이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여명은 오히려 흡수하는 살기의 양을 계속 늘려나갔다. 흡수한 살기가 재생에 소비될 수 있도록.
너무 많은 살기를 흡수해 몸이 망가지고, 흡수한 살기가 상처를 재생하는 선순환. 거기에 여명의 실력이 더해지자, 태풍은 더욱더 크게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태풍과 여명이 느끼는 고통이 커지면 커질수록, 끝이 보이지 않던 살기가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한, 동시에 완벽한 성공이었다.
하지만 여명은 긴장을 놓지 않았다.
이 세상에 계획대로 흘러가는 일은 없고, 성공을 앞둔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으므로.
그리고 역시나,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탕!
델타 포스. 보병 전투차를 타고 주가시빌리를 사냥하던 녀석들은 어떤 무전을 받자마자 여명에게 총구를 돌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정확하고 냉혹한 사격.
우연인지, 아니면 노린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참으로 치명적인 타이밍이었다. 흡수를 끊을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순간이었으니까.
하지만 여명은 당황하지 않았다. 1초를 수십 번으로 난도질한 찰나 속에서, 여명은 공간을 넘어오는 총알의 숫자와 종류, 그리고 노리는 위치를 파악했다.
유탄 한 발은 배꼽으로, 두 발의 총알은 심장으로, 나머지 세 발의 총알은 전부 머리로.
굳이 유탄으로 머리를 날려버리지 않는 이유는 뻔했다. 재생을 억제하는 특수탄을 뇌에 처박기 위한 것이리라.
‘지독한 놈들.’
이러면 그냥 맞아주는 것도 불가능했다. 죽진 않겠지만, 재생하는 동안 애써 모은 살기가 다시 흩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분노가 치밀었지만, 선택의 여지도,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어금니를 꽉 깨문 여명은 마지막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비장의 무술을 꺼냈다.
황금 사냥.
육체를 차원 뒤편으로 옮기는 변경백 가문의 가전 무술.
직후, 여명이 타고난 혈통과 마나를 따라 무술이 펼쳐졌다. 어떠한 전조도, 준비 자세도 없었다. 기껏해야 꿀을 닮은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오는 게 전부였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휘익! 날아온 유탄과 총알 모두 허무하게 여명의 몸을 뚫고 지나갔으므로.
프랑스의 핵무기마저 무력화한 완전 방어. 하지만 여명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한 번 더 황금 사냥을 준비했다.
‘미국이 이걸로 끝날 리가 없어.’
빠르게 전신의 마나를 정렬한 고개를 돌려 델타 포스가 아닌, 브라우닝을 확인했다. 혹시라도 브라우닝이 그를 공격하려 한다면, 아예 계획을 다시 짜야 했으-
그때, 브라우닝의 모습을 확인한 여명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그는 여명을 바라보는 자세 그대로 정지해 있었으니까.
‘시간이… 멈췄다?’
여명은 혹시나 싶어 고개를 돌려봤으나, 멈춰 있는 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총을 겨눈 델타 포스들도, 그들을 향해 날아가듯 점프한 코르부스도, 폭약을 꺼낸 쇠미리도 모두 멈춰있었다.
이 시간 속에서 움직이는 것은 여명 자신과 그 주변을 둘러싼 살기, 그리고- 그의 어깨 위에서 푹 한숨을 내쉬는 금색의 쇠똥구리뿐이었다.
『이런.』
“케프리?”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여명이 물으려는 찰나, 지평선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
눈 한 번 깜빡일 시간이 흐른 직후, 여명은 뒤바뀐 지평선을 확인했다.
밤하늘이 그어 놓은 검은 지평선 아래, 붉게 물든 세상이 황금빛 눈동자를 마주했다.
붉은 물감을 통째로 부어버린 캔버스가 이럴까? 파괴된 아폴로 시티와 차원문, 그 너머의 비료길까지 전부 붉은 살기에 뒤덮여 있었다.
본능적인 거부감 속에서 지평선을 헤아리던 여명은, 시선을 돌려 어깨 위 쇠똥구리를 내려다보았다. 케프리, 떠오르는 태양의 신은 주변 사물들과 달리 찬란한 황금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여명이 무어라 질문하기도 전에, 여명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변경백의 가전 무술은, 육체를 겹쳐진 차원으로 옮긴다. 여기서 말하는 겹쳐진 차원이 어디를 말하는 거라고 생각하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설마, 이곳이 다른 차원입니까?”
케프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차원이란 단어로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차원이 우리가 너희를 지켜보는 곳이다.』
“….”
우리? 여명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어두운 밤하늘은 현실의 아폴로 시티와 달리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제가 변경백의 무술을 사용해서… 신들의 세계에 온 겁니까?”
아버지께서 이런 부작용이 있다는 건 알려주지 않으셨는데… 당황을 삼키는 여명과 달리, 케프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굳이 어느 쪽이냐면, 우연에 가깝지.』
“…우연이요?”
『본래 비슷한 것끼리 끌리는 법. 주변이 신성으로 가득한 동시에, 네가 엄청난 양의 신성을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위상 도약을 시도했으니… 이렇게 되는 게 무리도 아니다.』
“…??”
직후, 여명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 올랐다. 조금 전까지 그의 주변을 채우고 있던 건, 신성이 아닌 살기였으니까.
물론,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불현듯 예전에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요, 신이라 불리는 것들은 에너지 생명체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가시빌리는 인공 신을 만들기 위한 준비가 아니었을까.]오래 전, 듀크 중령이 그에게 샤프슈터를 가르쳐 줄 때 했던 말. 그는 소련이 비효율적인 주가시빌리를 유지한 게, 살기의 신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가설을 말해줬었다.
그리고 지금, 여명의 손에 들린 검에는 정말로 살기의 신성이 깃들어 있었다. 공산주의를 멸하기 위해, 주인공에게 살해당하기 위해 신의 자리를 포기한 신성이.
그래서 미처 의식하지 못했다. 마나로 변환되는 무한한 살기가 어떤 의미인지.
“…살기의 신성.”
주가시빌리란, 아직 태어나지 못한 신의 신성을 마음껏 생산하고, 휘두르는 화신이었던 건가?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신에게 직접 인정받는 건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스탈린은 대체 왜 이런 무술을 만든 거지?’
의문을 삼킨 여명은 또 다시 주변을 바라보다가, 다시 케프리에게 물었다.
“이곳에서 나가려면 무엇을 하면 됩니까? 한 번 더 황금 사냥을 사용하면 됩니까?”
케프리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아주 쉬운 길과 조금 쉬운 길이 있다. 어느 쪽이 좋겠느냐?』
“아주 쉬운 길은 뭡니까?”
『신이 되는 것.』
“….”
『지금 당장 멸공 성검 속 신성을 흡수하고, 살기의 신으로 등극하거라. 그러면 그냥 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돌아갈 수 있다.』
단순히 농담으로 하는 말은 아닌지, 케프리의 근엄한 목소리에는 비꼼이 가능했다. 물론, 그 비꼼은 여명이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케프리께선 여명이 신이 되란 제안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거절한 걸 모를 리 없었으니까.
여명은 굳이 누구를 비꼬고 있는 거냐고 묻지 않았다. 그는 부드럽게 다음 주제로 말을 돌렸다.
“다 들어보고 정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조금 쉬운 방법은 무엇입니까?”
『내 가호를 받으며 한 번 더 변경백의 무술을 사용하는 것.』
선택지는 사실상 하나나 마찬가지였다. 여명은 쓴웃음을 삼킨 뒤 말했다.
“저는 조금 쉬운 방법을 선택하겠습니다.”
『잘 생각했다.』
케프리께서는 곧 여명의 어깨를 두들겼다. 찬란한 태양의 신성이 그의 몸에 스며드는 찰나-
번쩍! 태양의 신성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여명의 머리 위를 가렸다. 다급할 정도로 급한 행동이었다.
“케프리? 갑자기 무슨?”
질문의 답은 다급히 신성을 펼치는 케프리가 아닌, 뒤통수에서 들려왔다.
『위성이 이쪽으로 눈을 돌렸다.』
여명이 고개를 돌리자, 허공에 둥둥 뜬 푸른 좀비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사의 왕.”
『그래, 오랜만이다. 나의 대전사여.』
“….”
누가 대전사야? 여명이 팍 인상을 찌푸리는 사이, 불사의 왕이 말했다.
『아쉽지만, 선배께서 제안한 쉬운 방법은 쓰기 어려울 것 같구나. 지금 가진 신성으로는 가호는커녕, 위성을 가리기에도 벅찰 터이니.』
“위성이라니… 무슨 위성 말입니까?”
혜성검의 혜성처럼 위성이란 존재가 있는 걸까? 하지만 불사의 왕이 하늘을 가리키며 언급한 존재는 여명의 예상을 조금 벗어나 있었다.
『미국이 날린 인공위성.』
여명은 불사의 왕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케프리의 신성이 가린 하늘 너머로, 성조기가 그려진 인공위성 한 대가 보였다.
투박하지만 길쭉한 원형 몸통과 렌즈 옆으로 네모난 태양 전지판을 날개처럼 활짝 펼친, 진짜 인공위성.
“…???”
뭐지? 저런 게 왜 여기에 있어?? 여명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건 말건, 불사의 왕은 온 힘을 다하는 케프리를 대신해 설명했다.
『운명이 미국에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겠지? 자, 보아라. 녀석은 우리 신들조차 감시한다.』
“…예지 같은 게 아니라, 인공위성으로?”
『당연히 예지도 쓴다. 다섯 신의 성녀보다는 얕지만, 그보다 넓은 예지를.』
“….”
『새삼스럽지만, 이걸로 너도 깨달았겠지. 운명과 싸우는 건, 미국과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걸….』
여명이 할 말을 잃은 사이, 넓게 신성을 펼쳐 그를 가려주던 케프리가 성을 냈다.
『잡담은 그만 나누거라! 여명! 당장 변경백의 무술을 사용해 이곳을 떠나라!』
『어허, 선배. 그러면 안 됩니다. 가호도 없이 빨갱이 기운으로 가득 찬 곳을 통과하라니… 제가 거들겠습니다.』
『꺼져라! 미라도 되지 못한 실패작아! 후손조차 설득하지 못한 네가 감히 그녀의 아들에게 침을 바르려 하느냐? 여명, 저 말에 귀 기울일 필요 없다. 너라면 가호가 없이도 충분히 돌아갈 수 있다.』
불사의 왕은 어깨를 으쓱였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순수한 선의로 행동하는 것이니… 그리고 대전사, 자네에게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야. 스탈린보다는 내가… 음?』
그의 뒷말은 여명을 향하고 있었지만, 끝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가호고 뭐고, 여명은 이미 황금 사냥을 사용한지 오래였으니까.
『이리도 믿음이 없어서야.』
불사의 왕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흐려지는 여명의 몸을 바라보다가, 케프리가 신성을 거두기 전에 발을 돌렸다.
그러나 그의 걸음은 이곳에 올 때보다 한층 더 가벼웠다. 여명이 언젠가 그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올 거라는 확신 덕분이었다.
그래, 운명의 대적자는 반드시 자신을 찾아오리라. 무수한 왕과 지배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
흐릿한 정신과 붉게 물든 시야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시작은 코르부스의 목소리였다.
[화려하게 저지르셨더구려. 뉴스에 온통 제자님 이야기뿐이라오. 벌써 별명도 붙었소.] […별명이요?] [시카고의 붉은 별. 주가시빌리가 뭔지도 모르는 뉴스 앵커가 붙인 별명이오. 놀랍지 않소?]예, 스승님. 놀랍긴 하네요. 그 이름이 저의 또 다른 이름이 될지, 그때는 알지 못했으니까요.
…
……
…
[소련 붕괴 이후 이어진 경제 위기, 무능한 귀족들, 유럽과 미국의 수탈! 제국은 벼랑 끝에 서 있다. 비코프에게 호응하는 제국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나? 혁명은 필연이고, 아샤는 내전에 휘말릴 거다. 대륙과 왕국들을 전부 불태우고도 남을 내전! 지구의 자본가들은 그 내전을 막긴커녕 더욱 부추기겠지!” [….] [내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혁명가들과 아샤의 보수주의자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뿐!]하지만 킴 필비, 나는 그런 지도자가 되고 싶지 않아.
…
……
…
[어째서 우리 같은 사람이 생기는가? 답은 너무나 간단하다네.] [….] [이 현대 사회를 만든 자들! 미국과 미국 뒤에 숨어 압제를 이어 나가는 온갖 쓰레기들! 그들이야말로 우리가 겪은 모든 고통의 근원일세!] [….] [천여명, 내 손을 잡게! 내가 그대를 돕게 해주게. 우리가 함께한다면 복수는 물론이고, 이 땅에 마땅한 정의를 가져올 수 있네!]비코프, 정말로 그렇게 믿나? 당신이 정의라고?
…
……
…
[찬양하라! 우리의 자유로운 조국을! 인민들의 영광이 확고한 보루를! 소비에트의 깃발! 인민의 깃발이 승리에서 승리로 이끌어 주리라!]소련이여, 정말로 너희가 인민을 위한 나라였나?
…
……
…
『그래, 신에 의지하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공산주의자의 덕목이지… 나를 놀라게 하는군. 좋아, 내 편견을 수정하지.』
[…무슨 편견을 가지고 절 보신 건지 모르겠지만, 한 번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전 공산주의자가 아닙니다.]『그건 자네가 정하는 게 아닐세. 서기장이 정하는 거지.』
하지만 스탈린, 나는 여전히 공산주의자가 아니야.
…
……
…
[붉은 별을 가면이라고 생각했겠지. 주가시빌리도, 피눈물의 환상도, 전부 소련과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사용했을 테고.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민은 너를 선망하고, 미국은 너를 쫓을 거다.]아니, 더는 쫓기지 않겠다. 내가, 너희들을 쫓겠다.
…
……
…
[내가 이용하지 않아도, 자네는 알아서 스탈린을 죽일 거야.]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지구에서나, 아샤에서나, 태양은 둘일 수 없는 법이지. 마찬가지로, 서기장은 한 명뿐일세.] […예?] [스탈린이 트로츠키를 죽였듯, 자네는 스탈린을 죽이게 될 걸세. 낫과 망치는 인민 모두의 것이나, 붉은 별은 오직 서기장에게만 허락되니까. 그러니 내가 왜 자네를 이용하겠나?]예, 둔 가문의 가주님. 그 말이 옳습니다. 서기장은 오직 한 명뿐입니다.
그러니… 저도 마음을 정했습니다.
…
……
…
[서기장이… 되겠다고?]떨리는 목소리와 동시에, 여명은 천천히 눈을 떴다.
살기로 뒤덮인 세상은 여전히 멈춰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과 달리, 움직이는 게 하나 더 늘어나 있었다.
리보프.
여명은 자신의 발 아래, 깊고 깊은 구덩이 속에 누워 꿈틀거리는 트로츠키의 후예를 향해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