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001
66화 제라르의 분전
제라르와 류화가 물러서자 케이브 백작은 한숨을 돌렸다. 그의 시선에는 이미 영혼을 불태우고 쓰러진 소울아머 유저들의 시신이 들어왔다.
그중 한 명의 머리통은 온데간데없었다. 결론적으로 한 명이 죽고 다른 두 명은 소울포스가 바닥이 나며 쓰러졌다. 그럼에도 제압을 못한 것이다.
‘만약 필리어리 왕만 아니었다면…….’
케이브 백작이 고개를 내저었다.
사로잡는 것은 요원했을 것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물론 아직 사로잡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설마하니 이 정도의 피해가 있을 줄은 몰랐다.
그야말로 전력이 반 토막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심지어 다른 쪽 역시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으니 그쪽 역시 많은 피해를 예상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작전은 성공하겠지만, 지휘에 대한 책임은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입맛이 썼다.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가 헐레벌떡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야 마무리를 한 건가?”
미온 자작이 보낸 전령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전령의 행색을 본 케이브 백작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졌다.
“괴, 괴물들이 옵니다!”
밑도 끝도 없는 보고에 듀란 백작이 인상을 구기며 질문했다.
“소울아머 유저들은? 어떻게 된 건가!”
“모, 모두…….”
이미 창백한 얼굴임에도 듀란 백작의 질문이 나가는 순간 그의 얼굴이 더욱 하얘졌다. 그 표정만으로도 케이브 백작은 상황이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죽었습니다! 전멸입니다!”
“어헉!”
그 대답에 일리언 공작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일리언 공작이 무언가를 말하려 입을 열려는 순간 케이브 백작의 명령이 먼저 떨어졌다.
“4조!’
케이브 백작의 부름에 두 명의 소울아머 유저가 나섰다. 이미 그가 무슨 명령을 내릴지 안다는 듯 비장미 넘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본 케이브 백작이 이를 악물며 다시 외쳤다.
“5조!”
이번에는 세 명의 인원이 나섰다.
총 다섯 명의 인원.
한 개조가 다섯 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두 개조를 합쳐도 한 개조의 숫자만 나온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부탁한다.”
“제국의 영광을 위하여!”
케이브 백작의 씁쓸한 명령에 다섯 명의 소울아머 유저들이 우렁차게 대답을 하며 폭주를 시작했다.
이어서 시간이 아깝다는 듯 그대로 제라르와 류화를 향해 다섯 명이 달려 나갔다. 그리고 나머지 소울아머 유저들이 보호마법이 펼쳐진 공간으로 기세를 뿌리며 다가섰다. 아군이 벌어 준 시간으로 기어이 뚫겠다는 듯.
콰콰쾅!
폭음이 터져 나왔다.
“이것 봐라?”
순간 제라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에게 세 명의 소울아머 유저가 달라붙었다. 그들의 표정에서는 두려움을 찾을 수 없었다.
그걸 본 제라르의 심사가 꼬였다
“셋이면 날 상대하리라 본 거야? 그런 거야?”
제라르가 웃으며 외쳤다. 하지만 그 웃음은 매우 기괴했다. 마치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 위로 미소를 억지로 지은 듯했다.
콰지지직!
순간 제라르의 온몸으로 뿌려지는 뇌전의 기운이 더욱 강렬해졌다.
동시에 뇌전으로 휩싸인 제라르의 롱소드가 달라붙어 있는 소울아머 유저들을 향해 쏘아져갔다.
“크아아악!”
정면의 소울아머 유저가 소울포스를 끌어올리며 그의 일격을 막아섰다. 그 역시 한계 이상의 힘을 끌어내는지 짙푸른 빛으로 온 몸이 뒤덮였다.
그 여파는 그대로 나타났다. 순식간에 눈가로 주름이 자글자글 맺혔다. 생명력이 빠지며 노화가 가속된 것이다. 뇌전과 푸른 기운이 맞부딪혔다.
쩡!
귀청을 찢을 것 같은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일부 기사들은 물론이고 주변에 있던 일리언 공작가의 병사들이 양 귀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고막이 터졌는지 귀를 부여잡은 손가락 사이로 핏물이 흘렀다.
“커헉!”
듀란 백작 역시 그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입가로는 역류한 핏물이 흘러나왔고, 눈알의 실핏줄이 터져 나가 안구가 벌게져버렸다.
그나마 일리언 공작은 가진 바 무위가 적지 않은 덕에 버티기는 했지만, 그 충격에 두어 걸음 물러서야 했다.
케이브 백작이 재빠르게 롱소드를 휘두르자 무언가가 튕겨 나가는 소리가 울려왔다.
태앵! 퍼억!
쇳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으음.”
이어서 케이브 백작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그에게 날아든 것은 잘려진 검날이었으며, 그것의 주인은 바로 제라르의 일격을 막았던 소울아머 유저였다.
그의 손에는 반 토막 난 무기가 들려 있었고 그의 어깨부터 한쪽 허리까지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제라르의 일격을 결국 막지 못했던 것이다.
“끄아아아!”
그러나 소울아머 유저는 몸통이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도 반 토막 난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제라르 역시 가만있지는 않았다.
그대로 롱소드를 휘둘러 왼다리의 무릎 부분을 잘라내고 이어서 그대로 올려치며 반 토막 난 검을 휘두르던 팔을 잘라 내었다.
팔이 잘리며 피가 튀었다.
그 고통에 입을 떡 벌리는 소울아머 유저의 면상을 그대로 붙잡은 제라르가 그대로 밀어 재꼈다.
우두두둑!
그와 함께 불편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소울아머 유저의 몸통이 그대로 꺾여 버렸다. 어깨부터 허리까지 갈라진 몸통이 쩍 벌어지며 내장이 흘렀다.
그런 참상을 만들고도 분이 안 풀린 듯 제라르가 면상을 잡은 손을 그대로 바닥까지 찍어 내렸다.
우둑! 퍼석!
상체가 그대로 뜯겨 나가며 소울아머 유저의 뒤통수가 바닥을 뚫고 들어갔으며 다리 한 짝이 잘려 나간 하체는 다른 방향으로 아예 튕겨져 나갔다.
물론 그사이 다른 두 명의 소울아머 유저가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충격에 밀려갔다가 다시 달려들며 제라르의 등판을 향해 각자의 무기를 뿌렸다.
그 순간 제라르가 다시 바닥에 내리꽂았던 소울아머 유저의 상체를 휘둘러 공격 하나를 막아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류화가 창대를 뿌려 차단해 냈다.
서걱!
“크으!”
그러나 류화의 등판이 갈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빈틈을 노린 소울아머 유저의 공격이었다. 그나마 몸을 뒤틀어 피한 덕에 치명상은 피한 것이다.
“몸 좀 사리십시오!”
“신세 졌네?”
투정을 부리는 류화에게 제라르가 히죽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대신 내가 좋은 거 줄게.”
“이 상황에 무슨…….”
“발딱그라라고 밤에 좋은…….”
그 말에 류화의 얼굴 위로 화색이 돌았다.
“무덕 님이 선물 받으셨다는 그 신비의!”
“흐흐흐!”
이 위기의 상황에서도 노닥거리는 둘을 본 소울아머 유저들은 더욱 분노해서 날뛰었다. 대화는 다시 중단되고 둘의 상처는 더욱 늘어났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마법사의 안색이 창백해지다 못해 이제는 시커멓게 죽어 가고 있었다. 벌써 방어마법이 다시 깨지고 펼쳐지기를 두 번이나 반복한 것이다.
그때였다.
“커억!”
마법사가 다시 피를 토하며 주저앉는 순간 다시 방어마법이 깨어졌다.
“아, 안돼!”
주저앉은 마법사가 힘을 쥐어짜며 다시 방어마법을 펼치려 했지만, 소울아머 유저가 그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하아아!”
그사이 헤머튼 왕을 보호하던 왕실기사들이 기합을 터트리며 소울아머 유저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비록 소울아머 유저는 아니지만 그들 역시 고르고 고른 정예였다.
하지만 그들이 번 것은 잠깐의 시간이었다.
촤악!
마법사 앞을 가로막았던 기사의 몸통이 난도질당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하지만 피가 튀는 동안에도 마법사는 열심히 마나를 끌어모았다.
그러나 달려든 소울아머 유저들은 더는 기다려 주지 않았다.
“놈!”
분노한 소울아머 유저가 마법사의 목 줄기를 향해 롱소드를 휘둘렀다.
피해는 있었지만, 드디어 저 성가신 술법을 막아 냈다는 생각에 케이브 백작은 물론이고 일리언 공작과 듀란 백작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각하, 이제는 다 되었습…….”
듀란 백작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일리언 공작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뭐, 뭐야!”
놀란 일리언 공작이 뭔가 나자빠지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머리통에 화살을 매단 듀란 백작의 모습이 들어왔다.
확인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즉사였다. 그럼에도 듀란 백작은 안도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죽은 것이었다.
“막아!”
따당! 따다당!
뒤쪽의 기사들이 놀라 방패를 들었다. 그 위로 쇳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몇몇은 화살에 맞아 뒤로 튕겨져 날았다. 그 화살이 노린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크악!”
마법사의 목을 치려던 소울아머 유저가 비명을 내질렀다. 손등을 꿰뚫은 화살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 충격으로 마법사를 베려던 행동은 무위로 돌아갔다.
“기습이다!”
따당! 따다당!
소울아머 유저들이 각자 무기를 휘둘러 막는 순간 마법사는 떨리는 미소를 지으며 마법을 마무리 지었다.
우우웅!
다시금 보호 마법을 펼친 마법사가 웃으며 말했다.
“사, 살았다.”
그의 시선은 저 멀리 뒤편을 향하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검은 찰갑으로 무장한 사내들이 달리며 화살을 날려 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무덕과 웅삼이 있었다.
“흐이익!”
전령이 그대로 주저앉아 비명을 내지르는 모습을 본 케이브 백작은 그가 말한 괴물들이 저들임을 알아챘다.
“달리면서 활을!”
놀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러나 케이브 백작은 중요한 건 달리면서 활을 쏘는 모습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중무장한 그들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궁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때 그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활을 뒤로 물리더니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공격하라!”
화살 공격이 멈추자 일리언 공작가의 병사들과 기사들이 달려나갔다. 그런 그들에게 허리춤에서 손을 빼며 일제히 앞을 향해 휘둘렀다.
퀘레레렉!
무언가가 돌며 날아갈 때나 들릴 만한 소음이 동시다발적으로 울리더니 제일 앞 열로 달려갔던 병사들이 일제히 뒤로 튕겨졌다.
“조심해!”
“막아라!”
날아든 것은 손도끼들이었다. 손도끼들이 날아들자 달려 나가던 이들이 주춤했다. 그 사이로 선두의 노인이 들이닥쳤다.
“으하하! 이제야 체증이 좀 풀리는구나!”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노인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그가 휘두르는 칼날에 병사들이 낫에 잘려 나가는 갈대마냥 이리저리 나자빠졌다.
이격도 필요 없었다. 모두 일격이었다.
“대무덕 님!”
뒤쪽에서 화색이 가득한 음성이 튀어나왔다.
류화의 음성이었다. 케이브 백작은 이 작전이 실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아.”
그때 믿을 수 없는 음성이 들려왔다.
“나 바사가 왔다아아!”
“어떻게?”
케이브 백작이 바라보니 비사 론 카말 왕이 뒤늦게 달려들며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분명 카말 왕국에 있어야 할 그였다. 쏜튼 백작이 그를 알현했다는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기에 의아할 뿐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생각이나 할 시간은 없었다.
일리언 공작가의 기사와 병사들은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았다. 씁쓰레한 미소를 지은 케이브 백작이 뒤쪽을 향해 외쳤다.
“1조가 나와 함께한다.”
그의 말에 두 명의 소울아머 유저가 나섰다.
“놈들을 막는다!”
포스를 끌어올리며 케이브 백작이 달려 나갔다. 적을 맞이하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