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002
67화 니가 이겼다
숲적이라 지칭하는 이들을 향해 달려 나갔던 노블기사단 2전대 인원은 알아드는 화살을 보고도 그대로 달렸다. 소울아머를 괜히 입는 게 아니다.
소울아머를 활성화시키며 화살 따위는 뚫지 못하는 방어력이 생긴다. 소울포스가 갑옷 주위를 흐르며 일종의 방어막과 같은 것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었다.
화살 뿐이 아니었다.
일반 병사의 공격 또한 아무런 피해 없이 막아 낼 수 있었다. 물론 소울포스의 소모가 약간이나마 있지만 그 정도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었다.
뻐억!
“컥!’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소울아머 유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어억!”
화살을 무시하고 달려나갔던 이들이 뒤로 튕겨 날아가며 비명을 내뱉었다.
그나마 비명을 내지른 이들은 나았다.
머리 쪽을 향한 화살을 무시했던 이들은 머리통에 화살을 매달고 나자빠진 후 간헐적으로 몸을 떨어 대고 있었다.
“막아!”
짧은 거리였지만 화살의 연사는 그야말로 경악할 지경이었다. 심지어 어떤 때는 두세 발씩도 한 번에 쏘았다.
동료가 화살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을 본 소울아머 유저들은 날아드는 화살을 경시할 수 없었다.
따당! 땅!
“무, 무슨 화살이!”
화살을 쳐내고도 손아귀가 저릿한 느낌을 받았다.
달려 나가던 이들이 잠시 주춤하자 화살이 더욱 빠르게 날아들었다.
그 사이로 건장한 숲적이 달려들었다.
물론 그는 고진천이었다.
진천이 환두대도를 휘두르자 소울아머 유저가 그의 환두대도를 막아섰다.
카카칵!
칼과 칼이 부딪히자 불똥이 튀었다.
진천의 공격을 막은 소울아머 유저는 그대로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순간 힘의 차이를 느끼자마자 버티는 것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섰던 것이다.
“호오.”
소울아머 유저를 많이 상대해 본 것은 아니었지만, 저번 필리어리 왕국의 사신단에 속해 있던 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때의 소울아머 유저의 느낌이 힘만 센 멍청이 같았다면 지금 상대하는 이는 힘과 기술을 직절히 사용할 수 있는 이라 볼 수 있었다.
“나쁘지 않아.”
진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물론 복면으로 가려져 있어 상대방이 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진천의 지금 상태는 뭔가가 많이 쌓인 상황이었다.
서울을 다녀오면서 너무 본능을 억눌렀다고나 할까.
물론 이후 몇 번 몸을 풀 시간은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련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니었다.
마음껏 활개 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쿠웅!
진천의 발걸음이 내딛어지면서 바닥이 음푹 파였다. 그리고 앞무릎이 굽혀지면서 마치 용수철을 한계까지 누른 것처럼 팽팽하게 몸의 근육이 응축되었다.
파앙!
공기가 터져나가며 진천의 신형이 마치 화살처럼 쏘아져 갔다. 그가 향하논 곳은 바로 그의 일격을 막아 내며 뒤로 물러선 소울아머 유저였다.
물론 그런 진천의 공격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듯 양옆에서 또다른 소울아머 유저들이 달려들었다.
까앙!
하나는 다시 날아온 화살을 쳐내며 멈추었으나 다른 하나는 그대로 쏘아져 오는 진천의 옆구리를 갈라 버리겠다는 듯 무기를 휘둘러 왔다.
콰직!
“크윽!”
횡으로 휘둘렀던 롱소드가 튕겨져 나갔다. 진천이 아래서부터 휘둘러 온 환두대도가 롱소드를 쳐내며 그대로 위로 솟구쳐 올랐다가 내리그어져 갔다.
몇 발자국 물러섰던 소울아머 유저가 황급히 옆으로 굴렀다. 그와 동시에 진천의 환두대도가 바닥을 그었다.
콰앙!
폭음과 동시에 마치 투석기에서 쏘아진 바위가 떨어진 것처럼 바닥이 파였다. 그 모습에 바닥을 굴렀던 소울아머 유저의 얼굴이 굳어졌다.
일단 기세가 심상치 않아 피했는데 생각보다 더 파괴력이 강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생각을 채 마치기도 전에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다.
답답하다 느끼는 순간 그의 몸뚱이는 그의 제어를 벗어나 있었다.
퍼억!
“컥! 어, 언제!”
바닥을 내리찍었던 진천이 언제 다가왔는지 그대로 구르고 일어선 소울아머의 가슴팍을 걷어찬 것이었다. 그런데 그 한 방에 몸뚱이가 사정없이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콰직! 콰당탕!
작은 나무를 그대로 박살 내며 처박힌 소울아머 유저가 고개를 흔들며 일어섰다. 하지만 또 다른 충격이 그를 찾아왔다.
퍼어억!
“큽!”
수풀에서 일어섰던 소울아머 유저가 또 다른 충격에 뒤로 몇 발자국 밀려났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시선을 내렸다.
“비, 빌어먹을…….”
화살의 꽁지깃이 눈에 들어왔다. 가슴팍을 파고든 화살을 본 그가 손을 뒤로 돌려 등판을 만져 보았다. 또 다른 나뭇대가 느껴졌다.
이건 관통이다.
“크으으…….”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는 걸 느꼈다. 그때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었다.
쾌래래랙!
거친 소음과 함께 그의 머리가 그대로 뒤로 튕겼다.
더 이상 사고할 수 없는 그의 눈동자에 마지막으로 비추어진 것은 자신의 미간을 파고 든 손도끼의 자루 부분이었다.
“으음.”
그린 베이커 백작의 입에선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두 명의 소울아머 유저가 죽었다. 하나는 달려 나갔다가 화살에 어이없이 머리를 관통당해 죽었고, 다른 하나는 얻어맞아 뒹굴다가 화살과 손도끼에 맞아 죽었다.
“무슨 저 덩치에 몸놀림이!”
소울아머 유저들이 질린 표정을 하며 외쳤다.
화살을 쏘는 이를 잡으러 달려가던 이들이 터트린 음성이었다. 체구는 마치 눌러놓은 곰탱이 같은데 그 몸놀림이 민첩하기 그지없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것이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문제는 그러면서도 쉴 새 없이 화살을 날린다는 것이었다. 그걸 막는 이들이 욕설을 퍼부었다.
“화살에 담긴 힘이 다 달라!”
날아드는 속도는 비슷한데 화살을 튕길 때의 모습을 보면 그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냥 몸으로 때워도 될 만한 화살이 날아들기도 했고, 막지 않으면 소울아머를 꿰뚫을 파괴력이 담긴 화살이 날아들기도 했던 것이다.
이미 화살의 위력을 체감했기에 그걸 구분해 가며 막고 안 막고 하기에는 무리였다.
무조건 막는 것이 최선이었다.
“술법사는…….”
술법사를 찾았던 그린 백작은 할 말을 잃었다.
콰쾅! 콰콰쾅! 퍼엉! 펑!
그쪽은 그야말로 현란했다.
파이어 버드들이 쉴 새 없이 허공에서 만들어져 날았지만 그보다 많은 수의 빛의 화살들이 만들어져 술법사들을 두들겨 대고 있었다.
다섯 명의 술법사 중 두 명은 아예 방패 술법을 펼쳐 막기만 할 정도였다. 심지어 그것도 버거운 모습이었다. 그 상황을 돕기 위해 소울아머 유저 하나가 달려들었다.
그런 그를 반긴 것은 커다란 불덩이었다.
“이, 이익!”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난 불덩이가 날아들자 달려들었던 이가 무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불덩이 크기가 성인 몸뚱이만 한 덕에 폭음과 함께 그의 온몸을 뒤덮을 정도의 화염이 뿌려졌다.
퍼어엉!
그 광경을 본 몇몇이 놀라 시선을 던졌다.
“콜록!”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 그을음이 보이는 것이 잠시나마 소울아머의 방어를 날려 버린 듯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허?”
그 복면 노인은 마치 여유롭다는 듯 술법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이를 상대한 것이었다.
“야, 양손으로 술법을 써?”
“저건 술법이 아니야! 술법지를 아예 쓰지 않는 것 같아!”
술법사들은 아예 난리가 났다.
그 모습을 본 그린 백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래선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그린 백작은 다시 시선을 돌렸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병력의 기척. 그러나 그들은 마치 움직일 생각이 없는 듯했다.
‘분명 약 오십여 명은 되는 느낌이었는데…….’
오히려 그게 더 신경 쓰였다.
“우리는?”
“몰라. 계속 대기지.”
“젠장, 그냥 돌아가면 대무덕 님이 우리 굴리는 거 아냐?”
대기 중인 묵갑귀마대원들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이런 일에 무덕이 진천과 우루만 달랑 보낼 리는 없었던 것이다. 당연히 묵갑귀마대원들을 딸려 보냈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품을 하던 묵갑귀마대원 하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무덕 님이 우리 굴리는 거랑 저 양반에게 갈굼당하는 거랑 어떤 게 낫냐?”
“그게 질문이냐?”
역시 계급이 깡패였다.
어차피 굴려지는 거라면 차라리 무덕이 나았다. 진천의 뒤끝은 역대 최강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가우리 최고 명령권자의 명령이니까 우린 움직이면 안 돼.’ 라며 스스로를 세뇌하며 버티고 있는 묵갑귀마대원들이었다.
‘기습? 그렇다 쳐도 기척을 너무 안 지워.’
그린 백작의 머릿속은 어지러웠다.
‘설마 아까와 같은 화살공격? 아니야…… 그러려면 처음부터 했어야지. 뭐지. 술법사? 그것도 좀. 저 노인만 해도 상당한 전력인데…….’
그린 백작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때였다.
뻐어억!
묵직한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저런 무식한!”
그린 백작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울아머 유저의 정신이 순간 아득해졌다.
뻐어억!
또다시 아득해졌다. 흐려진 시선 속에 하늘로 솟구치는 핏물과 허연 이빨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몸을 피할 수도 없었다.
무기를 든 손이 마치 바위에 낀 것처럼 붙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몸이 당겨지는가 싶더니 또다시 별이 보였다.
뻐어억!
아직 남은 이빨이 있었는지 또다시 하늘로 솟구친다. 동료들이 무어라 외치며 달려드는 모습이 보이는가 싶더니 몸이 붕 뜬다.
세상이 휘리릭 돌았다.
‘이젠 나를 잡고 휘두르는구나…….’
혼미한 정신 속에 허탈감마저 들었다. 몸뚱이에 뭔가가 부딪히는 느낌이 났다. 왠지 미안했다. 동료일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한 바퀴 돈 뒤 다시 당겨졌다.
뻐억!
이젠 숨을 쉬려 할 때마다 핏물이 삼켜졌다. 답답함에 힘차게 뱉어 내었다.
“푸허억!’
대체 몇 방이나 얼굴을 얻어맞았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스스로 선택을 했다.
딸칵!
소울스톤을 돌리는 순간 소울포스가 온몸에 충만하게 느껴졌다.
“개…… 자시.”
발음이 샜지만 이젠 더는 당할 생각이 없었다.
생명을 담보로 놈에게 반격을 가할 시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기 위해 잡힌 팔을 힘껏 당겼다.
‘어?’
당기는 동시에 오히려 몸이 딸려 갔다.
마치 어릴 적 움직이지 않는 나무를 힘껏 당겨 보다가 오히려 몸이 딸려 가는 것처럼. 흐릿한 시야로 자신의 핏물로 덮인 주먹이 커져 오는 것을 보았다.
뻐억! 뻑뻑뻑뻑뻑!
머리통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맞는 숫자를 세던 소울아머 유저는 피식 웃었다. 마치 남이 돈 셀 때 따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음?”
진천은 축 늘어진 소울아머 유저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웃어?”
피로 범벅이 되었으면서 미소를 짓는 모습에 기분이 나빠졌던 것이다. 마치 그것밖에 안 되냐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팔을 놓고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다시 주먹을 연타했다.
뻐벅! 뻑뻑뻑뻑뻑!
마치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는 듯.
그런 진천의 만행을 막기 위해 달려들던 소울아머 유저들은 쉴 새 없이 날아드는 화살 때문에 다가서지는 못하고 이를 악물을 뿐이었다.
퍼석!
머리통이 날아갔다.
축 늘어진 소울아머 유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진천이 그를 한 쪽에 던지며 말했다.
“니가 이겼다.”
그 말을 들은 동료 소울아머 유저들이 속으로 외쳤다.
‘뭘 이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