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02
강철의 열제 102화
“와자자자자!”
파파파팍!
요란한 목소리와 함께 창이 수십 개로 늘어나 에워싸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찔러 들어갔다.
슈퍼퍼퍽!
“크아악!”
잔상처럼 늘어난 창날은 병사들이 미처 막지 못한 사이에 그들의 몸속 구경을 한 후 더운 피와 함께 빠져 나왔다.
“물러 서지마라!”
“닥치고 물러서! 난 남자는 질색이야!”
병사들을 지휘하던 기사의 목소리와 창을 든 사내의 목소리가 거의 동시에 화음을 이루며 퍼져나갔다. 창을 든 사내의 주변에는 십여 명의 사내들이 저마다 주절대고 있었다.
“젠장맞을! 내 언젠가 몽 대장 물건이 사고 한번 칠 줄 알았어!”
“닥쳐! 이 고자 같은 놈들아!”
“우리가 고자유! 몽 형님이 종마지!”
“기왕이면 풍류라 불러다오!”
현란한 창술을 보이는 사내.
계웅삼을 구하러 파견 나온 몽류화였다.
병사들이 달려 나와 이들을 둘러싸려 했지만, 에워싸기는커녕 무위의 차이가 큰 탓에 다가서는 족족 죽어 나자빠지고 있었다. 이쯤 되자 류화 일행을 잡으러 온 병사들은 접근조차 못하고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좋아! 이쯤에서 빠지는 거다!”
류화의 말에 병사들은 무기를 휘두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들의 눈앞에 순간 빛 무리가 터져 나왔다.
“뭐야!”
류화는 눈살을 찌푸리며 외쳤다. 빛 무리가 가시며 나타난 것은 은빛갑주를 온 몸에 두른 십여 명의 기사들과 백 오십여 명의 병사들이었다.
“원군이 왔다!”
“마족들을 처단하라!”
다시금 병사들의 사기가 치솟아 올랐고, 류화 일행들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류화 일행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마법사! 저놈들을!”
“오움 살라 디 크레이 움 타하. 세상을 이루는 마나의 힘이여! 나에게 그대들의 힘을 나누어 주오! 가장 작으나, 가장 필요한 그대의 힘을 빌어 원하노니…… 나의 의지를 받아 저들에게서 행동의 자유를 박탈하리니! 홀드!”
기사들 가운데에서 난데없는 영창 소리가 급작스럽게 흘러나오자 류화 일행들에게로 푸른 고리의 빛이 순식간에 죄여들었다.
위이잉!
“크윽! 젠장, 이건 또 뭐야!”
“마법인가 봅니다!”
여태 잘 싸워오던 류화와 나머지 가우리 병사들은 마법에 의해 몸이 움직이지 않자 당황하며 소리를 질렀다.
“후우~!”
“놈들은 움직이지 못한다. 어서 덮쳐라!”
류화의 입에서 숨 고르는 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속박 마법에 걸려든 가우리 군을 겁낼 병사는 없었다.
“흐아아압!”
후와악!
다가오던 병사들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인지 모를 외침이 류화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단지 외침이었지만 대기가 류화를 중심으로 밖을 향해 퍼져나갔다.
“크윽! 마나 역류가!”
“마법사!”
마법 반전으로 인하여 마법사가 충격을 받았는지 비틀댔다. 호위를 하던 기사들의 외침이 흘러나오기가 무섭게 류화를 향해 다가가던 병사들의 가슴에서 피분수가 뿜어져 나오며 다시 아수라장이 되었다.
“크아아악!”
“젠장, 모두 이때 도망을 쳐야한…….”
“오움 살라 디 크레이 움 타하…….”
포위를 뚫기에 바쁜 류화의 행동은 또다시 들려오는 마법의 영창소리에 끊어져버렸다. 하지만 원거리공격이 가능한 상황도 아니었고 에워싸고 있는 기사들의 호위도 쉽게 뚫기 힘든 상황이었다.
“제엔장!”
류화의 답답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쉬퍽!
“커헉!”
하지만 호박 터지는 소리와 함께 마법 영창은 이어지지 않았고, 마법사를 호위하던 기사들의 외침은 당황스러움으로 변했다.
“저격이다아!”
퍼퍼퍼퍽~!
“아아악!”
“크윽!”
이어지는 둔탁한 소음에 서너 명의 병사들의 몸이 튕겨 나갔다. 그리고 뒤이어 한쪽의 포위망이 급격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츄학!
“끄아아악!”
상체가 통째로 허공을 날았다. 자신의 다리를 경악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병사는 땅으로 떨어질 때까지 비명성을 질러댔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자기 다리가 잘려진 것도 모르고 뒷걸음질치다가 허물어져 내리는 동료들의 처참함을 본 병사들의 정신은 이미 진정될 수가 없었다.
“여기에도 마족이…… 크어억!”
경고를 발하던 병사의 팔이 무기를 쥔 채로 날아올랐다. 전의를 잃어버린 병사들의 머리통을 밟고 날아오른 사내의 모습을 보던 류화의 입에서 반가움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계웅삼 대사자님!”
장도를 하늘로 곧추세우고 하늘을 유영하던 계웅삼의 몸이 급격히 바닥으로 향했다. 류화의 반가움에 답하듯 떨어져 내린 웅삼의 장도가 땅을 퍼내듯이 반원의 궤적을 그렸다.
쉬카카칵!
“크헛!”
“허억!”
장도의 궤적이 지나간 자리로 붉은 혈월(血月)이 그려졌다. 힘을 잃은 몸뚱이들이 쓰러져 내린 곳에 피 안개를 뒤집어쓴 웅삼이 류화를 향해 반가운(?) 인사를 던졌다.
“빌어먹을 자식! 탈출하고 보자!”
“…….”
류화는 웅삼의 인사에 대답대신 열심히 창을 놀렸다.
산길을 타넘는 발걸음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움직였지만, 상대적으로 들려야할 소음은 거의 나질 않고 있었다.
하지만 십여 명이 넘어가는 인원들의 뒤로 처져서 달려오는 네 명의 사내들의 발걸음은 먼저 달려 나간 이들의 소음을 합친 것보다 큰 소리를 울렸다.
“헉! 헉!”
이십 여명으로 늘어난 계웅삼 일행들은 그렇게 한참을 질주 하고 나서야 멈추어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가우리 사람들은 겨우 몇 숨 만에 호흡이 정상을 되찾았던 반면, 고윈 남작과 그의 기사들은 허리를 꺾고 크게 숨을 몰아 쉴 뿐이었다.
“이쪽에 동굴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쉴 동안 근처를 살피러 움직였던 강유월이 다가와 웅삼에게 보고를 하자, 그는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바로 이동한다.”
“예.”
사사삭!
유월이 먼저 달려 나가자 웅삼과 일행들이 또다시 소리 없는 이동을 시작했고 이제야 숨이 안정된 고윈 남작과 일행들은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허…… 허허. 죽겠군.”
“남작님, 어서 가서 쉬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고윈 남작의 허탈한 웃음을 보고 안쓰러운 표정을 하는 라인만 기사였다.
“이쪽입니다.”
일행들이 들어선 동굴은 삼십여 명이 들어서도 괜찮을 만큼 넉넉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바닥에 깔린 짚이나 한쪽에 걸려있는 낡은 쇠 그릇 등은 이곳이 사람의 손을 탄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가끔 사냥꾼들이 머무는 곳 같습니다. 집기 상태로 보아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듯싶습니다.”
“그렇군.”
주변의 집기들에 쌓인 먼지는 굳이 유월의 설명이 없더라도 그 사실을 알 수 있게 했다.
“각자 자리를 잡고 쉬도록. 관무루.”
“예, 대사자.”
“넌 두 명 더 데리고 나가서 수고 좀 해줘야겠다.”
웅삼의 말에 관무루가 군례를 올리고 두 명의 병사와 함께 입구로 향했다. 쉬더라도 쫓기는 입장에서의 경계는 당연한 일이었다.
“음식 등은?”
웅삼이 유월에게 묻자 유월이 짐 보따리를 풀어 보이며 확인 시켰다. 현 상태에서 이틀은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하지만 일단 지원을 나온 몽류화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걱정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꼬르륵.
하지만 음식을 본 순간, 몽류화와 십여 명의 병사들의 눈빛은 마치 굶주린 야수처럼 변했다. 갑자기 느껴진 기이한 소리와 파동에 웅삼이 조심스럽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도망칠 때에는 몰랐는데…… 류화를 비롯한 십여 명의 새로 합류한 인원들은 무기를 제외한 아무런 짐도 들고 있지 않았다.
“식사…… 부터 하는 게 순서일 듯 하오만.”
고윈 남작의 어색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도 류화 일행들의 번들거리는 눈빛을 파악한 것이다.
꼬로로로록.
“…….”
동굴 속을 울리는 애처로운 소리와 류화 일행들의 하염없이 슬픈 눈은 웅삼의 마음에 비수가 되어 날아왔다.
‘제길! 고윈 남작이 뭐라 생각 할라나.’
남작이 가우리 사람들은 모두 굶주리는 것으로 알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쌓인 웅삼이 허탈한 마음으로 음식을 나누어 주었다.
우물우물.
“거기 물 좀 줘봐!”
소리도 요란한 상태로 음식을 먹어대는 식충들을 보던 웅삼은 잠시 미간을 찌푸리다가 건네지는 바가지를 보고 눈을 치켜떴다.
“이거 뭐냐?”
“바가지요.”
한 병사가 들어 올린 바가지가 달빛에 비추어지며 하얗게 빛을 뿜어냈다.
“바가지는 바가지인데…….”
들어 올린 하얀 바가지를 보던 일행들의 표정이 일순 변하기 시작했다.
그 바가지는 해골바가지였던 것이다.
“주변을 뒤져봐.”
웅삼의 명령이 떨어지자 허겁지겁 음식을 먹던 가우리 병사들이 동굴 내부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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