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023
88화 레간자에 노다지가!
북 헤네시아의 소식을 가져온 실론 베르스 후작은 물론이고 고진천, 연휘가람 그리고 대무덕과 을지우루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물론 고윈도 함께였다.
“아직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고윈의 말에 진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정과 관련된 일은 후방이 안정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가능하였다.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카말 왕국에게 ‘우리 상황이 별로이니 나중에 합시다.’ 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병력을 나누는 것도 어렵고.”
무덕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베르스 후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헤네시아를 재침하려는 것이었습니까?”
가우리가 전쟁을 준비한다는 건 흔한 소문이었다. 이미 가우리로 몰리는 물자의 양을 보고 일부는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물론 가우리는 그게 아니라고 발표했다.
그저 기존 전력의 증강을 위한 일이라는 것이 전부였다. 실제로도 그런 부분이 있어 외부에서는 반신반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우리의 전력을 잘 아는 동맹들은 그들이 전쟁을 준비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때문에 같이 끼어서 떡고물을 얻고자 하는 것이고 말이다.
지난 전쟁에서 보여준 가우리의 신위는 그들로 하여금 적극적이게 만들었다.
기존의 동맹들은 전쟁에 한 칼을 거든 덕에 지금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다. 그중 말린 왕국이 그 혜택을 가장 적게 얻은 면이 없잖아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지 말린 왕국이 더욱 적극적이기도 했다.
“전쟁준비 중이긴 하지.”
그때 진천이 언급을 하자 베르스 후작이 긴장했다. 사실 오가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자신에게도 공개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보면 그들 동맹체는 공동운명체에 가깝기도 했다. 그리고 가우리에서 모자란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이들이 바로 로셀린과 하이안, 그리고 말린이었다.
“어딥니까?”
“헤네시아는 아니지.”
그 말이 베르스 후작의 얼굴로 약간의 아쉬움이 스쳤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만약 헤네시아를 다시 재침한다고 하면 아무리 어지러운 정국이라지만 슬레지안 해상제국이나 아메리 연방제국 쪽이 끼어들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의 혼란이 빠르게 안정될 수 있었다.
외부의 전쟁이란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상대가 제국이기는 한데.”
진천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자 베르스 후작이 경직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호, 혹시 그럼 아메리 연방제국을…….”
“시에라.”
“예?”
“시에라 제국.”
“그런 시에라 제국이라니!”
진천의 말에 베르스 후작이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 시에라 제국이란 곳도 있습니까?”
순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되묻는 베르스 후작에게 옆에서 지켜보던 고윈이 조용히 설명을 해 나갔다.
그 이야기를 듣던 베르스 후작이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지금 다른 대륙이 존재한다는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있더군.”
“허, 이럴 수가…….”
베르스 후작은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이게 알려진다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 일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말이다.
“그럼 혹시 마나석 광산이 발견된 곳이 레간자 산맥이 아니라…….”
진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동네지.”
“어찌 그런 귀한 게 그곳에는…….”
“거기도 귀하긴 하지.”
진천의 대답에 베르스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어지는 말에 다시 얼굴이 굳어졌다.
“정력석이라 불리더군.”
“네?”
멍한 얼굴로 되묻는 베르스 후작에게 무덕이 흐뭇한 얼굴로 대답했다.
“효과가 좋더구먼.”
“네에?”
“이 나이에 막내를 봤어.”
“…….”
모두의 눈이 무덕을 향했다.
남들 같으면 관짝에 들어갈 나이인데도 막내를 봤다는 말에 모두 놀랐던 것이다.
심지어 진천 등도 몰랐던 사실이었는지 경직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허허허허.”
멋쩍은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의 결과에 자랑스러운 것인지 무덕의 웃음이 호탕하게 울려 퍼졌다.
고윈이 너털웃음을 흘렸다.
“어쩐지 신녀께서 요즘 버거워하더라니…….”
“아에 묵갑귀마대 편제 하나를 짜도 되갔습네다. 이번이 아홉째디요?”
“열하나이네.”
무덕의 말에 진천이 어이없다는 듯 한마디를 툭 던졌다.
“축구팀이군.”
“예?”
“있다. 그런 거.”
다시금 다들 무덕을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때 무덕이 다시 언급했다.
“사실 이 의자들의 바닥도 그걸세.”
“오! 이 귀한…….”
환한 얼굴로 대답하던 베르스 후작은 멋쩍은 얼굴로 주변을 둘러봐야 했다. 왠지 자신의 의사가 이상하게 전달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의미로 귀하다는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마나석이란 게 엉덩이에 깔고 있을 만큼 흔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놀란 것이었다.
“어쩐지 전쟁을 준비하는 것 같은데 마나석이 많이 풀려 나온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마나석을 비롯해 여러 가지 중계무역의 중심이 될 거다. 그게 이 나라가 살 수 있는 길이니까.”
“그렇군요.”
진천의 말에 그제야 다시금 전쟁을 선택한 이유를 알게 된 베르스 후작이었다.
지금은 마나석뿐이지만 다른 환경의 다른 나라에서 가져 올 것이 마나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문물의 귀한 것들은 언제나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가우리가 계속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할 전쟁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입맛이 썼다.
북 헤네시아만 아니었다면 조금 더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로셀린이 구 헤네시아 제국 영역의 잠재된 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위치적으로도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었다.
그동안 가우리를 믿고 야금야금 땅덩이를 넓혀왔던 로셀린 왕국이었다.
그런데 가우리가 이쪽이 아닌 다른 대륙의 전쟁에 끼어들게 되면 여력이 없게 된다.
“최대한 전쟁 사실을 알리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외부적으로는 레간자 산맥의 영역을 넓히는 것으로 대대적으로 알릴 것이네.”
무덕이 한마디 하자 베르스 후작이 설득력 있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마나석 광산이 발견되었다는 것도 흘릴 것입니다.”
휘가람이 한마디 더 붙이자 베르스 후작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라 대답했다. 안 그래도 그와 관련된 의혹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대륙이 있다는 걸 누가 알겠는가.
물론 고문서들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다른 대륙에 관한 언급을 하기도 했고 또 있을 수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 선원들 혹은 학자들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옵니다.”
베르스 후작이 그래도 아쉬운지 한마디 했다.
그들의 상황에서 그게 쉽지는 않을 것인데 말을 언급하는 걸 보면 뭔가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의 병력과 광산 기술자들을 지원하겠습니다. 단순 인력 또한 동원하지요.”
베르스 후작의 말에 고윈이 웃음을 머금었다.
로셀린이 나서서 레간자 산맥의 개발을 떠들어 주겠다는 의미였다.
거기에 단순 인력이라지만 그 안에 어떤 인력이 숨어들어올지 누가 알겠는가.
고윈이 그의 제의에 대해 말을 덧붙였다.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숨기면 더 의심만 사지 않겠습니까. 하이안과 말린에서도 지원 요청을 하지요. 그리고 이참에 레간자 산맥의 개발도 조금 하는 것 역시 나쁘지 않습니다.”
고윈의 말에 진천은 물론이고 휘가람과 무덕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우루만이 눈알을 말똥거리며 굴릴 뿐이었다.
그때 베르스 후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계 장군과 제라르 사령관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랜만인지라 그들이 궁금했던 베르스 후작의 질문에 진천이 근엄하게 대답했다.
“이미 시에라 제국에 대한 작전은 시작되었다.”
“그렇군요! 대륙 최강의 무력 중 둘이 한 작전을 펼치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군요!”
베르스 후작의 감탄을 들으며 진천은 그저 고개를 슬쩍 돌릴 뿐이었다. 어떠한 말도, 설명도 덧붙일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
가우리에서 시작된 소식에 대륙은 살짝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었다.
물론 모두 믿을 순 없는 일이었지만 그동안 가우리로 들어간 물자 중에 건축 혹은 재건에 필요한 것들이 상당수 흘러들어 갔기에 어느 정도는 신뢰할 수 있었다.
거기에 호사가들이 레간자 산맥에 대규모 마나석 광산이 발견되었으리라 지레짐작을 했다.
굳이 이 부분을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알아서 그렇게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쯤 되자 다른 제국들은 배 아픈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그동안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였던 레간자 산맥을 방치했던 사실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물론 그건 잠깐이었다. 그렇다 해도 가우리라는 제국이 세상에 조금 더 빨리 알려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로셀린, 하이안, 말린. 세 나라 중 이 사실을 가장 반긴 곳은 다름 아닌 하이안 왕국이었다.
말린이나 로셀린처럼 제국과 국경이 맞닿은 것도 아니었다. 물론 해상으로의 위협이 있기는 하지만 지난 제국전쟁 이후 최강의 해군력을 보유한 것은 바로 가우리였다.
하이안 왕국은 그들의 보급기지 역할만으로도 막대한 재화를 얻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해상으로의 위협 또한 없다고 봐야 했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꽤 많은 인원을 보낼 수 있었다.
지난 전쟁에 있어 많은 도움을 주지 못했던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 소식을 가장 반긴 것은 바로 헤네시아 지역의 군소 왕국 혹은 군벌들이었다. 이를 이유로 들어 로셀린 왕국이 그들에 대한 압박을 거뒀던 것이다.
오히려 그들과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 품목은 바로 마나석이었다.
그동안 마나석에 대한 거래를 꺼려했던 로셀린 왕국이었지만, 북 헤네시아 지역이 병탄이 되며 꺼릴 것이 없어졌다.
하나로 뭉쳐진 북 헤네시아 지역에 대한 완충지대가 필요해진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그걸 돈도 벌어가면서 지원 아닌 지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마나석의 출처는 가우리였지만 그들 역시 중계무역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메리 연방제국이나 슬레지안 제국이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슬레지안 해상제국의 경우, 가우리의 눈치를 보느라 헤네시아 제국에 인접해 있던 제국령을 잃었던 것에 대한 수복을 목표로 움직일 수 있었다.
해상제국이 그렇게 움직임을 시작하자 아메리 연방제국 역시 일부 연방국가들이 독립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응징을 가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기회라 생각했던 것이, 어떻게 보면 더 많은 혼란의 시작이기도 했다.
원래 호랑이가 침묵하면 늑대와 여우들이 영역 다툼을 하기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이 바람에 된서리를 맞은 것은 바로 북 헤네시아를 병탄한 카버 왕국의 왕인 샤우 환 카버였다.
원래 그의 계획이라면 황제를 칭제하면서 남부에 대한 영향력을 펼쳐 나갔어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슬레지안 해상제국의 기존 영토에 대한 수복과 남부 지역의 군벌들의 반발에 끼이게 된 상황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