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03
강철의 열제 103화
“음.”
동굴 입구를 풀 등으로 완전히 차단한 그들은 작은 불빛에 의존해서 동굴 안에서 찾아낸 바가지(?)를 비롯한 나머지 부분들을 모아왔다.
“세 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유골의 보존 상태로 보아 얼마 안 된 듯싶습니다. 그리고 작은 짐승 뼈도 어느 정도 되고, 부서진 활대 등으로 보았을 때 사냥꾼들 같습니다.”
“대사자!”
어느 정도 모인 뼈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던 웅삼의 귓가로 유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곰 같습니다.”
“곰?”
유월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니 배설물이 말라붙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고윈 남작이 눈살을 찌푸렸다.
“조심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자이언트 베어인 것 같소.”
“자이언트 베어?”
웅삼의 반문에 한쪽에 서있던 베스킨 기사가 변을 확인하고 나서 확신하듯 입을 열었다.
“일단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자이언트 베어가 맞습니다. 적어도 네 마리는 될 것 같습니다. 두 마리 정도라면 몰라도 무리일 듯싶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주변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거보단 약하더라도 트롤보다는 강한 놈이기 때문에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습니다.”
베스킨 기사의 말에 동생인 라빈 기사가 덧붙이듯 입을 열었다. 트롤보다 강하다는 소리에 웅삼과 일행들의 표정은 빠른 속도로 변화했다.
“그거 먹을 수 있는 거죠?”
“…….”
류화가 데리고 온 병사 중 하나의 얼굴이 환하게 변하며 입을 연 것이다. 고윈 남작은 이들의 기쁨에 벅찬 미소들을 보며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트롤 보다 강하다는 생물을 두고 희희낙락하는 인간들은 대륙에 오직 이들 뿐일 것이다.
“조용.”
웅삼이 중간에 끼어들자 고윈 남작은 한숨을 놓았다. 적어도 이 무지한 병사들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웅삼뿐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쫓기는 입장인 것을 모르나?”
“대사자…….”
류화는 아쉬운 모습을 하고 웅삼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웅삼의 얼굴 표정은 단호했다.
“언제 올 줄 알고 기다리냔 말이다. 지금 즉시 조를 짜서 자이언트 베어를 사냥해 와야 한다. 빨리 움직여!”
“옛!”
“…….”
웅삼의 명령에 고윈 남작은 더 이상 말을 잊은 채 한쪽 구석에서 자신들의 기사들과 함께 드러누웠다. 말이란, 통해야 하는 것이다.
쏴아아아.
어두운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방울져 떨어지던 비는 순식간에 사방을 분간 하지 못할 정도로 쏟아졌고, 동굴 안에서는 마음 놓고 불을 피울 수 있게 되었다. 불빛이야 새어 나가지 않도록 막았으니 문제는 없다.
“안 드십니까?”
“…….”
고윈 남작은 눈앞에 내밀어진 고기를 조용히 집어 들었다. 비가 오는 것을 미리 안 것일까?
이들이 뛰어나가는 순간 자이언트 베어 일가족이 운 없게도 이곳으로 질주해 온 것이었다. 그리고 고윈 남작 일행이 위험을 인지하고 검을 뽑아들고 나왔을 때에는 이미 계웅삼 일행들이 콧노래를 부르며 가죽을 해체하고 있었다.
“좀 노릿하지만, 맛은 있네.”
“그러게.”
두런두런 서로 말을 건네는 가우리 병사들을 보며 고윈 남작은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이언트 베어라면 라인만 기사나 고윈 남작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사 급에서도 상급들이나 가능한 일이다. 일반 병사들은 이십 명이나 되어야 겨우 견제가 가능한 것이 자이언트 베어였다.
그러나 이들이 자이언트 베어 세 마리를 잡는데 있어서는 몇 호흡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울부짖을 소리조차 주지 않고 잡았다는 것은 고윈 남작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문득 웅삼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기억났다.
‘아무도 범접하지 못할 대지와 소드 마스터급 이상의 실력자가 십여 명이 넘고 오너 최상급에 다다른 이백여 기사, 그리고 이천 여명의 유저급 정예가 지키는 나라…….’
고윈 남작 자신의 능력을 원한다며 내뱉었던 말.
‘가우리라…….’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였다.
“류화, 너 이리와.”
고윈 남작의 상념을 깨고 웅삼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한쪽에서 병사들과 열심히 음식 섭취를 하던 몽류화가 고기를 베어 물다 말고 웅삼의 앞으로 다가왔다.
“부르셨습니까!”
“귀에 말뚝 박았냐? 너 지금 불러서 온 거 아냐?”
“……하명 하십시오.”
무언가 잔뜩 꼬인 듯한 웅삼의 표정을 살피던 류화가 슬쩍 눈길을 피하며 말을 받자,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웅삼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왜 왔냐?”
“구하러요.”
“누굴?”
“계 대사자님요.”
“…….”
다시 이어진 침묵. 당연한 질문과 답변 같았지만, 상황은 그렇지가 못했다.
“그래서 누가 누굴 구했는데?”
침묵을 지키던 류화가 약간 말을 얼버무리며 입을 열었다.
“……중간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이렇게 된 것입니다.”
“뭔데?”
말이 끝나자마자 이어지는 웅삼의 질문.
류화의 눈이 조심스럽게 자기가 이끌고 온 병사들을 향했다.
“대답 안하냐?”
웅삼의 재촉에 류화가 다시 웅삼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저희가 변장을 하고 이리로 향하는 도중 하이안 왕국에서 저희의 정체를 알아내는 바람에 이렇게 쫓기게 되었습니다.”
설명이라고 하기에는 좀 짧았지만, 웅삼의 표정은 여전히 뚱했다.
“변장을 어떻게 해서 걸렸는데?”
웅삼이 팔짱을 끼면서 류화를 내려다보았다.
“변장은 리셀 님이 만들어 주신 마법 아이템으로 하고 왔습니다.”
“마법 아이템?”
웅삼이 반문하자 류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했다.
“거 트렌스포메이션인가 하는 마법이 걸린 아이템으로 전원 변신하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효과도 있었습니다.”
“그래?”
고윈 남작은 이들의 대화를 듣다가 놀랐다. 이것은 고윈 남작뿐만 아니라 라인만 기사를 비롯해 베스킨, 라빈 형제도 마찬가지였다.
저들이 말하는 마법 아이템을 만들려 한다면 적어도 5서클은 넘는 실력이어야 했다. 하지만 말이 좋아 5서클이지, 3서클이나 4서클은 흔해도 5서클은 대륙에서 백여 명 남짓한 수였다.
“아니, 그 분이 그런 것도 만들 줄 알아?”
웅삼이 떠나올 때는 리셀이 각성하기 전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결국 그에 대한 이야기부터 재차 설명했다.
류화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던 웅삼은 문득 의문이 생긴 듯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어찌 걸린 거야? 별 문제 없었다며?”
웅삼의 질문에 류화의 안색이 눈에 뜨이게 변했다.
“그…… 그게, 하이안 왕국의 함정 덕에……. 그 뭐더라…… 디스? 그거에 당한 것입니다.”
“함정? 디스?”
마법에 대해 알 리가 없는 이들의 대화는 정리가 되질 않고 있었다. 그때 라인만 기사가 끼어들며 입을 열었다.
“디스펠일 것입니다. 일종의 마법 무효화입니다.”
“그렇소?”
“그렇습니다. 아이템의 경우 마력 차에 의해 디스펠 마법이 통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라인만의 보충에 류화가 머리를 세차게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것 때문에 저희가 걸린 것입니다.”
“그랬군.”
웅삼이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류화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그려졌고, 뒤쪽 병사들의 눈에는 가증스럽다는 빛이 맴돌았다.
“하지만 디스펠을 하려면 대상을 향해서 해야 할 것인데 어찌 변신한 것을 알았을까…….”
“그…… 글쎄요.”
지나가는 듯이 흘러나온 라인만 기사의 의문은 류화의 심장을 잠시간 멈추어 놓았고, 웅삼의 머리에 다시 의문부호를 그려주었다.
그때 류화의 뒤쪽에서 모기소리처럼 두 병사의 대화소리가 흘러 나왔다.
[불면 잘릴지도 몰라. 그치?] [그렇지…….]하지만 작은 소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웅삼의 귓가로 충분히 전달될 수 있었다. 물론 류화라고 못 들을 사람은 아니었다.
스르릉.
“…….”
류화의 목으로 올려진 웅삼의 장도에 동굴 속에 피어 놓은 불빛이 비추어졌다.
“제대로 불래…… 아니면 뒤질래.”
“불죠.”
류화의 빠른 판단이었다.
그리고 류화의 의식은 보름 전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 * *
보름 전…….
“오! 역시 지원한 의미가 있어!”
병사들은 무엇이 신났는지 헤실 거리며 쉴 새 없이 떠들어대면서 도시를 통과하고 있었다. 웅장한 맛 같은 경우는 가우리의 건축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산맥에만 틀어박혀 있던 병사들로서는 입이 찢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도 가장 물을 만난 듯 휘저어가는 사람은 따로 있었으니…….
“미안합니다. 전 처녀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제가 이런 실수를…….”
“어머 아니에요. 호호호.”
여관 카운터에 한쪽 팔을 올려놓고 젊은 여주인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인간.
몽류화였다.
‘저 인간 과부인줄 알고 간 거면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병사들은 자기들끼리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삐죽이고 있었다. 변신 아이템이라 하더라도 외모를 바탕으로 변신이 된 탓에 호리하지만 그윽한 느낌(?)을 주는 류화의 모습과 행동은 어딜 가나 통했다. 마치 물을 만난 고기나 마찬가지인 것이었다.
“헛!”
“어머, 왜 그러세요?”
담소를 나누던 류화가 헛바람을 집어먹자 여주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듯이 물어갔다. 그런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류화가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럴 수가……. 아무리 봐도 아름답잖소!”
“어머, 호호호호! 너무 재미있으세요.”
여관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제는 서로 토닥거리며 붙어있는 모습에 한 병사가 맥주잔을 끝까지 들이키고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혀를 찼다.
“거참. 맥주 한 잔을 다 마시기전에 작업을 끝내시는구먼.”
“그러게.”
고개를 갸웃거린 그들은 종업원에게 맥주 한 잔을 더 시켰다. 그저 먹는 게 남는 것이라 생각했으리라.
그다지 넓지 않은 방에 몽류화를 비롯한 네댓 명의 장정들이 모여 있었다. 무언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은 낮의 해이했던 모습과는 달랐다.
“일단 소문이 들려오는 방향에서 넓게 잡아 본다 하더라도 이 선상을 넘지는 않았을 것이다.”
류화가 지도를 짚어가면서 설명을 하자 사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은편의 병사가 류화를 향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으로서는 예상지역 주변에서 움직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병사의 말에 류화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지개를 펴며 입을 열었다.
“으그그극! 하암. 뭐 일단 그러는 것이 좋겠지. 만약 시끄러워지면 구하러 가면 되고 조용히 빠져 나오신다면 더 좋고. 일단은 우리가 길목이 될 만한 곳에 표식을 남기는 것이 최선이야.”
“알겠습니다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편 류화는 창밖을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벌써 밤이군.”
미소를 지으며 밤하늘을 바라보던 류화의 등 뒤로 병사들의 안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다들 쉬도록. 난 좀 더 여주인을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얻어 볼 테니까 말이야.”
빙긋 미소를 지은 류화가 병사들의 대답은 듣지도 않은 채 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끼이익, 탕.
“…….”
그가 나간 방안에는 조용한 침묵만이 남아 있었다.
“그놈의 세 번째 다리가 쉬는 날을 못 보겠구먼.”
“젠장맞을! 어찌된 게 반나절도 안 걸릴까, 저 인간은…….”
“아까 목욕 열심히 할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한 명의 입이 열리자 닫힌 문을 바라보며 한 마디씩을 쏟아냈다.
“그래도 부럽다.”
“…….”
“……응.”
다시 방안은 잠잠해졌다.
싱숭생숭한 이 밤. 이들은 또다시 밤을 지새울 것이다. 물론 류화도 지새기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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