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035
100화 숲적이 만난 반가운 손님들
을지수호를 포함한 오십 인의 묵갑귀마대원들이 일제히 무기를 고쳐 잡았다.
고요한 숲 속의 적막함이 어우러져 더욱 긴장감을 높였다.
“뭐지?”
“뭔가 오한이…….”
“너도?”
대원들이 서로를 보며 말을 건넸다.
그때 강구신이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누가 우리 씹는 거 아냐?”
“에이, 설마. 이런 외딴 데 떨어져서 걱정하면 했지.”
누군가의 의견에 구신이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대었다.
“걱정? 우릴? 잡아 족친다고 안 하면 다행이지.”
“넌 제발 입 좀 닥쳐라.”
“끙.”
순간 사방에서 쏟아지는 살기에 구신이 입을 다물었다. 의도치 않게 지은 죄들이 있어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그때 수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최근 주변에 병력이 많이 보입네다. 아무래도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갔습네까?”
“음.”
“그건 그렇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 일 이후 최대한 조심한다고 했지만 주변에 조여 오는 시에라 제국의 감시망이 부담되었다. 워낙 그들의 무위가 높아 재빠르게 치고 빠지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어느 정도 지쳐 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기존에 몰고 다니던 말들도 이미 버린 상황이었다. 기동력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고 산으로 숨어들기 위해 내린 판단이었다.
“내참, 이래서는 숲적이라고 못하겠네. 이쯤 되면 산적이지, 뭐.”
누군가의 말에 다들 키득거리며 웃었다.
“아무래도 제대로 된 포로를 잡아야 하디 않겠습네까? 저번처럼 누가 잡겠지 하고 죄 때려잡다간 포로고 뭐고 남아나질 않을 거 같습네다.”
수호의 말에 다들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장 선두에 서서 때려잡은 게 수호다. 그나마 하나 잡아 도저히 질문에 답을 못할 정도로 만든 것 역시 수호다. 하지만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병신조차 남기지 않고 싹 죽인 건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건 계 장군, 그 양반이나 그 애들이 잘하는데. 우린 워낙 싹 죽이는데 특화가 돼서.”
구신이 한숨을 쉬며 말을 내뱉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수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검수들과 달리, 그들은 무조건 앞에서 가로막는 것들을 모조리 죽이는 전투만을 해왔다.
흔히 말하는 스쳐도 죽는다가 아니라 스쳐도 죽게 만드는 게 그들이었다.
“무기를 바꿔 볼까? 몽둥이 같은 걸로.”
누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히자 구신이 혀를 차며 대답했다.
“칼로 계란을 치면 깨지고, 몽둥이로 계란을 치면 멀쩡 하다디?”
“쩝.”
심지어 주먹으로 후려갈겨도 시체로 만드는 위력을 가진 그들이었다. 딱 죽을 만큼 갈기는 버릇 때문이었다. 그나마 수호가 포로를 잡은 것도 대상이 소울아머나 되니 그 맷집 덕에 살아남은 것이다.
“일단 방향이라도 잘 잡아서 국경으로 향해야 할 듯하니까, 뭐라도 좀 잡아보자.”
“그니까 뭘 잡냐고. 시에라 제국 병력을 잡으면 추적대가 더 따라붙는 마당에. 여태 잡아 죽인 게 수백은 되겠다.”
“천은 됩네다.”
투덜거리던 대원들이 일제히 수호를 바라보았다.
“천이 조금 넘습네다. 천백에는 모자라고 말입네다.”
“쓸데없는 데에 똑똑하다니까.”
다들 수호의 대답에 투덜거렸다. 최대한 피해 다니며 잡아 죽인 게 천이 넘어갔다. 숫자도 숫자지만 그 질도 무시무시했다.
시에라 제국의 황자는 물론이고 소울아머 유저마저 섞여 있었으니 말이다. 술법사들이야 두말할 것도 없었다.
“화전민을 덮치긴 뭐하고.”
민간인은 영 찝찝했다. 가우리의 구성원 중 상당수가 화전민이고, 그들이 이계로 넘어오기 전에 살던 마을 역시 살기가 꽤 팍팍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구시렁거리는 사이 누군가가 다시 무기를 잡았다. 그 하나를 시작으로 다들 각자 무기를 잡더니 이리저리 흩어졌다. 그사이 달구어 놓았던 돌들도 치웠다.
시간이 지난 뒤 그들이 있던 곳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오는 인기척들이 있었다.
“분명 낮에 이쪽에 연기가 보였는데.”
“빌어먹을. 어디 족보도 없는 놈들 때문에 우리까지 숨죽이고 살아야 하다니.”
가죽 갑옷에 각기 다른 복장과 무기를 든 이들이 투덜거리며 경계를 하고는 나타났다.
그때 이리저리 살피던 사내 중 하나가 바닥에서 매끈한 돌을 집어 들었다.
“이거 따뜻한데? 숫 같은 걸로 달궈 놨던 돌 같아.”
“그래? 아직 주변에 있는 거 아냐?”
사내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물러서며 입을 열었다.
“토벌대일지도 몰라. 일단 돌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들의 몸이 굳어졌다.
십여 명에 지나지 않은 그들을 포위하며 나타난 묵갑귀마대원들 때문이었다.
“토, 토벌대?”
“아냐! 토벌대가 아냐!”
사내들 중 하나가 수호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말을 이었다.
“혹시 그 마을에서 현상수배 중이던?”
“숲적!”
다들 긴장하고 원을 그리며 각자의 무기를 내밀었다.
“산적 같지?”
“맞네. 딱 봐도 산적이네.”
대원들이 두런두런 말을 나누며 나타났다.
그런 그들과 달리 산적으로 보이는 무리는 긴장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일단 십여 명에 지나지 않는 그들이 수에서 밀리기 때문이었다.
“거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소란 피워서 좋을 것 없잖소.”
그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나섰다.
“맞네. 산적.”
“그쪽은 숲적?”
“흐흐흐.”
구신이 대답 대신 웃음을 흘려주었다. 그러자 산적들이 똥 씹은 얼굴을 했다. 숫자도 숫자지만 그들이 최근 떨치는 악명 때문에라도 부담되었던 것이다.
“우린 토벌대인 줄 알고 온 것이오. 이대로 각자 갈 길 가는 게 좋겠수. 어차피 털어갈 것도 없잖소.”
“우리는 돈보다 목숨 터는 게 전문이라 괜찮아.”
구신이 히죽 웃으며 대답하자 선적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때 수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리 목적을 이루는 데에 꼭 시에라 제국군 아새끼들이 아니어도 되디 않갔습네까?”
수호의 말에 묵갑귀마대원들이 그를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
“간만에 우리 두목이 맞는 말을 했어!”
“그렇지! 꼭 제국군이나 일반인들일 필요는 없지.”
다들 환한 표정으로 산적들을 다시 봤다.
그때 구신이 무기를 집어넣으며 손마디를 꺾었다.
“야야, 다들 무기 집어넣어.”
“아차차! 그게 좋겠다!”
구신의 말에 다들 실실 웃으며 무기들을 집어넣었다. 그들의 행동을 보던 산적들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나눈 대화를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흠흠. 우리도 그럼 일단 무장을 거두겠소.”
산적들이 무기를 집어넣자 구신이 걸어 낳오며 손을 휘휘 저었다.
“아니야. 들어도 돼.”
그런 구신을 보며 산적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가 다가가면서 악수하자는 듯 손을 내밀고 대답했다.
“하하, 그래도 어떻게 그럽…….”
순간 구신의 손이 그 산적이 내미는 손을 스치며 바람처럼 날아갔다.
짜아악!
차진 타격음과 함께 산적이 허공을 날았다.
“야야, 시끄럽다!”
“그래! 조용히 조져야지!”
“쩝. 그런가?”
구신과 대원들이 두런두런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허공을 날았던 산적이 바닥에 떨어져 널브러졌다. 그러고는 꿈틀대다가 부르르 떨었다.
“기, 기절했어!”
동료에게 다가갔던 산적이 질린 얼굴로 외쳤다. 그걸 들은 구신이 활짝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난 밥값 했다! 얘들 정말 살살 쳐야 해. 안 그럼 죽겠다, 야.”
구신의 말에 대원들이 실실 웃고는 팔을 걷어붙이며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들을 보며 산적들은 다시 무기를 뽑아들고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걸어오던 대원들이 갑자기 달려들었다.
“죽어어업!”
순간 뻗어온 손이 기합을 지르는 산적의 입 주변을 손으로 틀어막듯 잡았다. 이어 내장이 뒤집히는 충격에 눈이 부릅떠졌다.
들고 있던 무기는 차마 휘두르지도 못했다. 입이 막히고 주먹으로 복부를 맞았을 뿐인데 눈이 뒤집혀 버렸다.
“에이 씨.”
그때 대원이 화들짝 놀라며 입을 막았던 손을 떼어 내었다. 그와 동시에 산적의 입에서 토사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살살 치지. 피도 섞였네.”
“젠장.”
토사물에 피까지 섞인 게 내장이 상한 모양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마찬가지로 비명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을 막고 수도로 목을 쳤다.
“자, 깔끔하지?”
“야! 목 덜렁거린다?”
“뭐야! 이렇게 쉽게 부러져?”
그들의 모습에 산적들이 하얗게 질렸다. 툭 치니 억하고 쓰러지는 모습에 더 이상 대항할 의지가 꺾여 버렸다.
“하, 항복!”
“살려줍쇼!”
“조용해라.”
구신이 말하자 무기를 던져 버린 산적들이 일제히 입을 닫았다. 더 이상의 저항은 없었다.
구신이 걸어 나오며 제일 먼저 무기를 버린 산적의 어깨에 팔을 턱 걸치며 말을 거렀다.
“자, 그럼 안내해.”
“예?”
“오늘은 집 같은 데서 좀 자자.”
“산적이면 산채도 있겠네? 동종업계 사람들끼리 나누며 살자고.”
“푸흐흐흐!”
산적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토벌대 조심하다가 더한 놈들에게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술법사로 보이는 이가 쏜튼 폴리어 백작을 찾았다.
“완성했습니다!”
“그런가?”
“드디어 소울아머의 기본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렸습니다.”
“고생했네!”
그동안 나쁜 소식만 듣던 차에 두 가지 종류의 소울아머가 완성되었다는 보고는 쏜튼 백작으로 하여금 환히 웃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번 소울아머는 하이 급으로 명명했습니다. 게다가 사용자의 소울포스가 일정량으로 떨어지면 로우 급 수준으로 조정되는 기능까지 추가가 되었습니다.”
“안정성까지 확보가 끝났군!”
쏜튼 백작이 탄성을 터트렸다.
기존 소울아머의 경우, 유저가 스스로 사용 한계를 조절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소울아머의 경우, 저절로 로우 급으로 조절이 되게 만든 것이다.
로우 급의 장점은 한계 이상 사용하게 되더라도 사용자가 탈진되는 정도 선에서 멈춘다는 것이다.
기존 소울아머는 폭주 모드를 쓰지 않더라도 자칫 잘못하면 생명력에 타격을 입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그럼, 기본 성능은 어떻소?”
“실험 결과 비슷한 실력의 소울아머 유저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이번 신형을 입은 유저 둘이면 비슷한 실력의 유저 셋을 상대할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약간이나마 앞서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술법사의 보고에 쏜튼 백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어서 이 소식을 공작님께 전하러 가세!”
“예!”
소식을 가져온 술법사와 쏜튼 백작은 그 자리에서 바로 프라임 론 아가드 공작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