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065
130화 한 방에 모든 걸 담는 이들
“으랴아압!”
“이런 미친놈들!”
도주해도 모자랄 판에 도끼들을 들고 달려드는 적들을 본 로만손 남작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그대로 달려들며 선공을 가해 오는 모습에 자존심도 상했다. 로우급이라는 약간의 자격지심이 나온 것이다.
만약 로우급이 아니라면 저렇게까지 덤빌 수 있겠나 싶기도 했다. 물론 상대방은 그걸 모르고 있기는 했다.
달려드는 부월수들 입장에서 소울아머는 다 같은 소울아머 유저로 보일 뿐이었다. 다만 그 기세가 단순하지는 않았다.
“흡!”
카앙!
“커억!”
내리치는 도끼를 받아치자 달려드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뒤로 튕겨 나갔다. 그걸 본 로만손 남작은 어이가 없었다.
“잘려 나가지 않고 튕겨 나간다고?”
도끼는 물론이고 몸통까지 한 방에 잘라 버리려 했건만 튕겨내는데 그쳤다. 물론 튕겨 나간 이는 바닥을 뒹굴며 피를 게워내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사이 좌우로 달려들던 이들이 도끼를 휘둘러 왔다.
일격, 일격이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물론 그 자체는 소울아머의 보호를 받기에 방어에 자신은 있었지만 타고 있는 말은 아니었다.
“놈!”
귀찮다는 듯 왼쪽으로 달려드는 이의 공격을 또다시 튕겨 내고 반대쪽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이에게 롱소드를 휘두르려던 로만손 남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부왁!
롱소드가 허공을 갈랐다.
어이없게도 일반병사들을 상대로 헛손질을 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진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자신의 공격을 피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빠직!
“끼히히히힝!”
로만손 남작이 타고 있는 말이 비명을 내지르며 주저앉았다. 앞다리가 도끼질에 잘려 나갔던 것이다.
어이없기는 했지만 실수는 아니었다. 아마도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합공을 한 것이 분명했다.
기세가 좋다고 생각은 했지만, 머릿속에 남아 있던 일말의 방심 때문이 낳은 결과다.
“버러지 같은 것들. 소울아머 유저가 바닥에 내려왔을 때가 가장 두렵다는, 기본도 모르는 것들.”
소울아머 유저가 가장 강할 때는 바로 바닥에 내려섰을 때다. 기사는 소울아머를 입으면서 신체 능력이 향상되지만, 말은 그대로이기 때문이었다.
로만손 남작이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내달리며 롱소드를 뿌렸다.
“키아아!”
그럼에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기괴한 함성을 지르며 도끼를 휘두르는 투지에 오히려 인상이 구겨졌다.
로우급이지만 소울아머 유저가 전장에서 적에게 두려움을 주지 못한다면 그건 자존심 문제다.
콰직!
내려찍는 도끼를 그대로 튕겨내며 몸통을 갈랐다.
얇은 갑주가 쩍 벌어지며 휘청거리다 나자빠지는 병사를 보며 이제야 제대로 두려움을 느끼겠지 싶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및니 건가? 아니면 약이라도 한 거야?”
오히려 더욱 기세를 올리며 도끼를 날렸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었다.
“후읍!”
소울포스를 끌어올린 로만손 남작이 몸통으로 그대로 도끼들을 튕겨 내며 다시 롱소드를 그었다. 사방으로 피가 뿌려져 나갔다.
나름 속 시원한 결과로 보였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다.
터억!
“뭐야?”
옆구리가 잘려 나뒹굴던 적 도끼병이 자신의 발목에 도끼를 걸어 발걸음을 방해했던 것이다.
“허?”
헛웃음이 나왔다. 몸토에서 내장이 흘러나오는데도 눈에는 독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런 병사들이니 기사들이 밀렸던 것인가 싶었다.
그사이에 서너 개의 도끼가 그를 향해 날아왔다. 움직임이 멈춘 탓이었다.
그러나 로만손 남작은 그걸 튕겨내고 다시 롱소드를 휘둘렀다. 중병기의 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일격은 생각 외로 강했지만 그 공격이 무산되면 드러나는 허점이 크다는 것.
서걱!
그의 롱소드에 한 명의 목이 붕 떠올랐다.
머리는 잃었지만 그럼에도 몸뚱이는 전의를 잃지 않았는지 로만손 남작의 어깨를 후려갈겼다.
콰직!
“큼.”
아프다기보다는 그 충격에 몸이 슬쩍 흔들렸다.
보통 목이 잘리는 순간이라면 살기 위해서라도 피하든지 움츠러들기 마련인데 이건 반대였다.
오히려 온 힘을 다한 것 같았다. 마치 이 한 방에 모든 걸 건 사람처럼.
그때 로만손 남작의 안색이 변하며 몸통을 뒤틀었다. 하지만 조금 늦었는지 무언가가 그의 가슴을 강타했다.
이번에는 충격이 컸는지 몸통이 저릿했다.
“크윽!”
서너 발걸음을 물러선 로만손 남작이 본 것은 자신의 가슴을 강타하고 허공에 붕 뜬 커다란 도끼였다.
“쇠사슬?”
저 정도 크기나 되니 충격을 입었구나 싶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그의 눈길을 끄는 것은 그 대부의 손잡이 끝에 매달린 쇠사슬이었다.
팽팽해지며 허공에 떠 있던 대부가 딸려갔다.
그걸 누군가가 허공에서 당겨잡았다. 로만손 남작에게 불의의 일격을 가한 일인이다.
“너 이 새끼, 우리 애들을!”
벌겋게 타오르는 것 같은 얼굴의 사내가 일갈을 터트렸다. 바로 아빌런이었다.
허공으로 뛰어오르며 대부를 움켜잡은 그는 그대로 두 손으로 단단히 잡아당기며 떨어져 내렸다.
“웃!”
뒷걸음질 치느라 아직 균형을 잡지 못했던 로만손 남작이 황급히 롱소드를 들어 올려 아빌런의 내려찍기를 방어했다.
콰아아앙!
굉음이 울리며 로만손 남작의 한쪽 무릎이 땅에 닿았다.
카드득!
검 손잡이와 검날을 수평으로 잡아 대부의 공격을 막아 낸 그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반면, 아빌런 역시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혼신의 일격이었다.
동료들이 죽음으로 만들어 준 기회인데, 그저 무릎 꿇리는 정도의 결과만이 나왔을 뿐이다.
하지만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잇차!”
아빌런이 그대로 무릎 꿇은 로만손 남작의 면상을 향해 발을 걷어 차갔다.
물론 로만손 남작은 뒤로 빠지며 그 발길질을 피했다.
그러나 아빌런이 날린 것은 발길질만이 아니었다.
후두둑!
“우웃!”
빠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몸을 일으키던 로만손 남작이 눈을 감았다. 흙모래가 그의 눈알을 두드린 까닭이었다.
그저 발에 휘날린 흙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흙모래를 차 날린 것이 분명했다.
“이런 쥐새끼 같은 놈이!”
눈을 깜빡이며 욕설을 내뱉는 로만손 남작에게 아빌런이 차갑게 웃으며 외쳤다.
“당하는 새끼가 병신인 거야!”
그 말과 함께 몸을 빙글 돌리더니 크게 한 발을 내딛었다.
콰앙!
강력한 진각이 땅을 울리고 이어 바람이 찢어지며 그의 양손에 잡힌 대부가 커다란 반원을 그리곤 로만손 남작에게 날아들었다.
무모할 정도로 큰 동작이었지만, 시야가 잠시 감겼던 탓에 로만손 남작은 그걸 막아 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까처럼 정면에서 막는 실수는 범하지 않았다. 그 일격에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누가 봤다면 두고두고 놀림 받을 일이었다.
카가각!
소울포스로 보호받고 있는 그의 롱소드 위로 불똥이 튀었다. 무기를 기울여 튕겨 내는 데도 그 힘에 몸이 다시 밀릴 지경이었다.
“무슨 힘이!”
거구도 아닌데 이런 힘을 낼 수 있나 싶었다.
이어 다가온 풍압만으로도 볼이 떨릴 지경이었다.
채앵!
하지만 커다란 공격이 지나갔다. 이젠 반격의 시간이었다.
로만손 남작이 살짝 밀린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이 창피한 순간을 깔끔히 마무리하기 위해 발을 내딛었다. 동시에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음이 있었다.
차르르륵!
“엇!”
어느새 날아온 쇠사슬이 그가 발을 채 내딛기도 전에 발목을 감아 버린 것이다.
이건 소울아머 유저가 아니라 유저 할아비라 해도 버틸 수 없었다.
힘을 실어 내딛는 발이 땅에 닫기도 전이었으니까 말이다.
그 순간 아빌런은 튕겨 나간 대부를 그대로 다시 한 바퀴 돌리며 로만손 남작의 발목을 건 쇠사슬을 몸으로 휘감았다.
그러자 로만손 남작의 발목이 딸려오며 균형이 어그러졌다.
그런 그의 몸뚱이에 다시 한 바퀴를 휘돌린 대부를 사선으로 내리찍었다.
“꼴통을 쪼개 주마!”
살기 어린 외침과 함께 대부를 휘두르는 아빌런의 양팔 근육이 터질 듯 확장되면서 핏줄들이 불뚝불뚝 튀어 올랐다.
“이런 씨!”
로만손 남작이 버티는 것을 포기하고 그대로 몸을 뒤틀었다. 아까의 충격으로 보건데, 아무리 소울포스라 해도 그 충격까지 감당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던 것이다.
콰직!
“어억!”
로만손 남작의 눈동자가 크게 확장되었다.
몸을 띄우며 뒤틀었음에도 사선으로 찍힌 대부가 그의 허리를 후려갈겼기 때문이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로만손 남작의 몸통이 땅에 처박혔다. 아빌런이 대부째 그대로 내리찍었던 것이다.
“쿨럭!”
로만손 남작의 입에서 핏물이 튀었다.
내장이 상한 것이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카득!
대부날이 다시 들리자 그의 허리 부분에서 비틀린 소음이 흘러나왔다. 소울아머가 금이 갔던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로만손 남작이 핏물 섞인 침을 뱉으며 경악에 찬 얼굴을 했다.
다시 들어 올린 대부를 보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허리가 마치 반 토막이 난 것 같은 충격 때문이었다.
하지만 충격을 입은 것은 로만손 남작뿐만이 아니었다.
“크으아아아!”
아빌런의 양손바닥이 터졌는지 핏물이 손목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팔도 떨려왔다. 소울아머가 가진 반발력 때문이었다.
“젠장, 더럽게 단단하네!”
그렇게 외치며 다시 대부를 들어 내리찍으려는 순간 아빌런의 몸통을 후려갈기는 것이 있었다.
뻐어억!
“크어억!”
아빌런이 피를 토하며 뒤로 나뒹굴었다. 그럼에도 대부는 몸에 끌어안듯 들고 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그 커다란 도끼로 잘도 막았군.”
신기하다는 듯한 목소리.
로만손 남작이 한 팔을 짚고 일어서며 면목 없다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파슨 자작님.”
“괜찮나?”
“죄송합니다.”
그를 구한 것은 시에라 제국의 소울아머 유저인 파슨 피오르 자작이었다.
그때 튕겨져 나갔던 아빌런이 몸을 일으키며 이죽거렸다.
“한 놈이 또 있었네? 너도 허리 못 쓰게 만들어 줄까?”
입가에 흐른 피를 닦으면서도 전의를 잃지 않은 아빌런의 모습에 파슨 자작의 눈가로 살기가 스쳤다.
“로우급 하나 상대했다고 유저가 만만해 보이나 보지?”
그 말에 로만슨 남작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어뜨렸고, 아빌런은 안색을 살짝 굳혔다.
그도 로우급과 유저급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그래? 어쩐지 툭 치니 억하고 나자빠지는 게 좀 허약해 보이드만.”
“입만 산 놈.”
더 이상 대화할 가치가 없다는 듯 파슨 자작이 그대로 롱소드를 휘둘렀다.
“흡!”
아빌런의 얼굴이 굳어졌다.
팔을 휘두르는가 싶더니 벌써 눈앞에 롱소드가 날아와 있었다.
불의의 일격 때문에 받은 충격이 아직 해소되지 않아 몸이 굼떴다.
“이런 씨파알!”
막기 어렵다는 생각에 욕설이 흘러나왔다. 죽음 때문이 아니었다. 손에 들린 대부의 주인에게 미안해서였다. 이 정도밖에 못했다는 미안함.
카카칵!
눈앞에 불똥이 튀었다. 아빌런은 자신의 목이 날아가지 안흠을 알았다. 그리고 앞으로 그럴 일도 없을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자신의 목 가까이 날아온 적의 무기를 막아선 것이 눈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왜 애들 가지고 괴롭혀?”
웅삼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