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067
132화 새로운 소울아머
“엇!”
스트레인지 후작 곁에서 필리어리 왕국의 기사들을 쓸어버리듯 넘기던 소울아머 유저의 입에서 당혹스러운 음성이 튀어나왔다.
불길함을 느낀 스트레인지 후작이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리자 허리가 양단되어 쓰러지는 로만손 남작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체만이 외롭게 서서 피분수가 솟구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를 상대한 이를 찾아보았다.
“설마…….”
커다란 대부를 지팡이 삼아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병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온몸이 피투성이였지만 쓰러지는 로만손 남작을 보며 피에 물든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 이였다.
문제는 그것뿐이 아니었다.
“파슨 자작을 도와!”
스트레인지 후작이 반사적으로 외치며 자신도 말을 몰아 그쪽으로 향했다. 거의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파슨 자작과 그를 상대하는 이를 보았다.
말 꼬랑지 같은 꽁지머리를 휘날리며 공격해 나가는 이의 모습이 이국적이면서도 강력해 보였다.
“저자 설마?”
이전 보고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가우리라는 제국의 장수 중 하나이자 카말 왕국의 부마라 알려진 이였다.
“계웅삼이라는 자 같습니다! 용모도 그렇고, 가진 기형적인 무기의 형태도 듣던 것과 같습니다!”
“젠장!”
스트레인지 후작이 더욱 급하게 말을 몰아갔다.
그러나 그가 도착하기도 전에 파슨 자작은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롱소드를 든 팔이 잘려 허공에 붕 떠올랐다. 이어 다리가 잘리며 무너져 내렸고, 바닥에 채 쓰러지기도 전에 역수로 쥔 장도가 그의 뒤통수를 뚫고 입으로 쑤욱 튀어나왔다.
분한 듯 주저앉은 파슨 자작의 뒤통수에서 피에 물든 장도가 쑤욱 하고 뽑혀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허공에 피를 뿌린 계웅삼이 스트레인지 후작을 바라보며 손짓했다. 어서 오라는 초대장이었다.
“이노오옴!”
스트레인지 후작이 노성을 터트리며 그대로 말 위에서 몸을 날렸다.
몸을 날린 스트레인지 후작이 전투 중인 병사들의 머리통이나 어깨를 마치 징검다리 삼듯 성큼성큼 밟으며 나아갔다.
그에게 밟힌 이들의 머리통이나 어깨가 박살이 났다.
마지막으로 또 한 명의 머리통을 밟아 으스러뜨리며 추진력을 얻은 스트레인지 후작이 몸을 날렸다.
“얼씨구, 재주도 부리네?”
웅삼이 혀를 차며 자신에게 몸을 날려 오는 스트레인지 후작을 본 후 장도를 고쳐잡았다.
지금까지 보았던 소울아머 유저 중에서도 남다른 기세가 느껴졌던 것이다.
마친 쏜 화살처럼 날아온 그의 일격을 웅삼이 살짝 뒤로 몸을 띄우며 장도를 휘둘러 튕겨 내었다.
콰앙!
두 무기가 중간에 마주치며 굉음을 터트렸다.
“허?”
웅삼이 혀를 내둘렀다.
허공에 몸을 띄우지 않았다면 분명 뒷걸음질을 칠 만한 파괴력이었다.
그 증거로 웅삼이 몸을 띄운 채 그대로 뒤로 십여 미르(m) 가까이 날아갔던 것이다.
가볍게 내려서며 두어 걸음 물러선 웅삼이 스트레인지 후작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스트레인지인가 하는 친구인가?”
“전장이지만 예의를 갖추어라, 네놈.”
“그럼 인사부터 하렴. 난 왕국의 부마니까.”
“인정받지 못한 왕국의 부마 따위가 제국의 후작인 나에게 먹힐 지위이더냐?”
“그래? 그럼 난 제국의 공작이니 인사해라.”
“으음!”
순간 스트레인지 후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직위 체계가 좀 다르지만, 그의 직위가 제국으로 따지면 공후작의 위치라는 것이 뒤늦게 떠올랐던 것이다.
“인정하오. 제국의 스트레인지라 하오.”
스트레인지 후작이 말을 올리자 이번에는 웅삼이 혀를 내둘렀다.
“인사 받아도 짜증나네.”
왠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도 있는 법. 작위에서 한 단계의 차이가 있다 하나 본인에게도 예우를 갖춰 줬으면 하오.”
스트레인지 후작의 점잖은 대꾸에 웅삼이 얼굴을 구기며 입을 열었다.
“그냥 우리 서로 쌍욕하며 싸우면 안 될까? 두드러기가 날 거 같아서 말이야.”
왠지 밀리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말을 섞으면서도 웅삼의 시선은 그가 입은 갑주를 살피고 있었다.
그 형태가 소울아머임은 분명하지만 다른 것과 확연히 다른 것이 있었다.
“후작이라 더 이쁘게 만든 건가? 소울아머가 막 번쩍거리네? 저번에 보니까 기존 거보다 좀 더 좋은 것이 있더만.”
“그건 실험품이었소. 이게 제대로 된 하이급 소울아머라오.”
“흐으음.”
하이급이라는 발언에 웅삼의 시선엔 신중함이 자리 잡았다. 특징이 되는 소울스톤이 두 개나 달려 있었다. 가슴을 가린 흉갑에 하나, 허리의 중심에 하나.
두 가지의 소울 아머라더니 로우급과 하이급이라 정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이전에 보았던 것은 실험 단계였던 모양이었다.
물론 당시의 것은 일종의 폭주 모드를 더욱 폭발력 있게 만든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저번 거 보고 빨리 자살하기 위해 만든 거라는 생각은 들었는데, 이번 건 더 빨리 죽는 건가? 요렇게 틀면?”
그렇게 이죽거리며 웅삼이 가슴팍의 소울스톤을 돌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굳은 표정의 스트레인지 후작이 자신의 롱소드를 들어 올리며 허리 쪽에서 또 다른 롱소드를 뽑아들었다.
그걸 본 웅삼이 또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쌍검이었다.
“돌멩이 하나 더 붙였다고 검도 하나 더 든 건가?”
“처음부터 두 개를 다뤘소. 이제 더 할 말 없으면 싸워 봅시다. 내 오늘 카말 왕국의 공주를 미망인으로 만들어야겠소이다.”
“이런 망할! 첫날밤도 못 치른 나에게!”
결국 웅삼이 먼저 달려 나갔다. 열이 받았던 것이다.
퀘애액!
쩡! 쩌엉!
“흐음.”
스트레인지 후작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생각보다 공격이 더 빠르게 느껴진 것이다. 들었던 것보다도 더 말이다.
거기에 흥분을 유도해 보았지만, 겉으로 성을 내는 모습일 뿐이었다.
공격을 해오는 계웅삼의 눈동자는 차분하다 못해 틈을 노리는 독사의 눈과 같았다.
오히려 흥분한 척하면서 자신의 공격을 유도하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몇 합을 더 겨뤄 본 스트레인지 후작은 고개를 내저었다.
“파슨 자작이 쉽게 무너진 게 이해가 되는군.”
승기를 충분히 잡으리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오히려 상대방의 하는 모습을 보니 자신의 소울아머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시간을 끄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후우.”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강하구려.”
그렇게 말을 뱉으며 그는 허리춤의 소울스톤으로 손을 가져갔다.
웅삼은 스트레인지 후작의 실력이 노블기사단이라 불리던 이들보다는 확실히 위란 걸 느꼈다.
사전 정보에 의하면 시에라 제국에서도 그의 실력은 최상위권이라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웅삼이 그의 실력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
“뭐 대륙의 십인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강자라 불릴 만은 했다. 물론 소울아머를 입고 싸우는 걸로 판단한 것이기에 진짜 실력은 그보다 낮다고 봐야 했다.
그러나 병기의 이점을 가지고 가는 것도 실력이라 봐야 했다.
“이러니 소울아머 타령을 하는 거로군.”
웅삼은 입맛을 다셨다.
그때 상대하던 스트레인지 후작이 한걸음 물러서며 말을 내뱉었다.
“강하구려.”
마치 자신을 인정한다는 듯 말을 내뱉은 그가 허리춤의 소울스톤을 비틀었다.
‘벌써?’
살짝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걸 돌리는 순간 소울아머 유저는 생명력을 불태우다가 승패에 상관없이 목숨을 잃거나 폐인이 된다.
그런데 총사령관인 그가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 상식을 벗어난 것이었다.
“그만 살려고?”
웅삼이 여전히 스트레인지 후작을 살피며 말을 던져 보았다.
투툭!
소울스톤을 비틀자 푸른 소울포스가 더욱 불타는 것처럼 스트레인지 후작의 온몸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웅삼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설마 총사령관이 그런 무책임한 짓을 하겠소? 전쟁은 이제 시작인데.”
“흐음.”
웅삼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이상하다 했더니 새로운 소울아머는 생명을 잃거나 폐인이 되지 않아도 힘을 증폭시킬 수 있는 모양이었다.
이전에 본 것이 실험품이라는 것이 확실했다.
이어 스트레인지 후작이 시간이 아깝다는 듯 다시 달려들었다.
양쪽으로 화려하게 뿌려져 오는 공격은 이전보다도 더 빨라져 있었다.
진짜와 가짜, 가짜와 진짜가 어우러져 날아오는 공격을 웅삼이 막아 내면서 조금씩 뒷걸음질을 쳤다.
“쓰읍.”
입맛이 썼다.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히 어려워졌다. 지금 그의 실력은…….
“대륙의 십인 급.”
인정할 만한 강자였다. 아무리 병기의 힘을 빌렸다 해도 말이다.
검의 마스터라 불리는 이들과 동급의 힘을 쏟아 내고 있는 것이다.
“저런 왕건이를!”
진천의 눈이 크게 떠졌다. 큰맘 먹고 양보했는데 웅삼에게 제대로 된 실력자가 붙은 것이다.
“저 아새끼래 제국에서 실력이 어느 정도라 했디?”
우루가 약간 얼굴을 굳히며 질문하자 한쪽에 있던 기율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최상위권이라던데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진 않는다 합니다.”
“기래. 길쿠만.”
우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때? 해볼 만하갔어?”
우루의 질문에 기율이 머리를 긁었다.
“이전 제국전쟁 마지막 때 우리 셋이서 죽을 똥 살 똥 하며 상대했던 콰이어 공작이라는 양반 정도는 되는 거 같은데요.”
“킁, 거보단 좀 모자라지.”
두표가 끼어들자 기율이 고개를 내저었다.
“한 끗 차이야. 거기다가 지금 저거 뭔가 달라. 이전에 봤던 그 로우급 말고 새롭다던 소울아머와도 달라 보이는 게 안 보이냐? 총사령관이 한 명 잡자고 전투 중반에도 이르지 않았는데 목숨 던지겠냐?”
“끙.”
“길티.”
우루도 기율의 지적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목숨을 담보로 한다면 적어도 우리가 상대했던 양반 정도는 될 겁니다. 그 이상일지도 모르고요.”
“기래서 결론은?”
우루가 다시 묻자 기율이 입맛을 다시며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붙어 봐야지요.”
“기래.”
우루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율의 표정은 별로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호승심이 타올랐다.
지금 말한 대로 붙어 봐야 알겠다는 건 셋이 아닌 그 혼자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흐르는 시간만큼 그 역시 강해졌던 것이다.
삼인방이라 불리는 셋 모두가 말이다.
그때 진천이 중얼거렸다.
“방해꾼이 오는군.”
우삼이 싸우고 있는 방향으로 소울아머 유저들로 보이는 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웅삼을 믿지만 그래도 변수는 없는 것이 좋았다.
우루가 말없이 활을 들어 올렸다.
“적당히 놀아주디요.”
그 말과 함께 우루의 손끝에서 화살이 허공을 날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