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11
강철의 열제 111화
탕탕탕!
“일단 조용하시오.”
나무망치 부딪히는 소리가 의사청 안의 소란을 잠재웠다.
“쯧쯧. 이렇게 의견 통일이 안 돼서야.”
혀를 차는 소리가 의사청 회의장 이 층의 화려한 좌석에서 울려 퍼졌다. 그러자 실내는 더욱 조용하게 변했다.
“내일까지 정하도록. 이러다 전쟁 나면 어쩔 것인가!”
혀를 차던 커다란 체구의 중년인이 호통을 치고서 자리에서 일어나자 의사청 회의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연방의 불빛이신 아멜리 더 칸 비쉬 폐하, 옥체 평안 하소서.”
“젠장, 이럴 때만 의견 통일이지.”
신경질적으로 한마디 더 내뱉은 연방제국의 비쉬 황제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갔다.
연방제국도 바보는 아니었다. 바다에서의 일이 지금의 상황에서는 예민한 것으로 커져버렸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연방제국 측에서 움직일 어떠한 꼬투리나 조건이 생성 되지 않은 것이다.
신성제국의 로셀린 지역에 대한 병합이 완성된다면 3개 제국의 미세한 균형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고, 그러한 것을 막기 위해서는 연방제국이 끼어들 틈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처음 슬레지안 해상제국의 군선이 신성제국의 수군제독을 날려 버리면서 슬레지안 제국의 입김이 빠지게 되자 골치 아파졌다.
그러나 이번엔 반대로 슬레지안 제국의 사신단이 돌아가던 와중에 공격을 당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입장을 교묘히 틀어 줌으로써 정세가 다시 바뀌게 된 것이었다.
“끙, 저것들을 의원들이라고.”
연방제국은 애초에 여러 도시국가들이 기반이었다. 서로간의 이득을 약속한 열 개의 도시가 처음 연방제국을 천명하며 일어서 그 이후 중소 도시들을 병합해 나갔다.
그런 덕에 황제가 있기는 하였지만, 각 도시의 지도자들 또한 독립된 지배를 하고 있었다.
황제에 대한 권력 집중은 시대의 필요로 인하여 강력했지만, 헤네시아 신성제국이나 슬레지안 해상제국에 비해서 아메리 연방제국의 황제의 힘은 미약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무역에 대한 즉, 장사에 대한 눈을 가장 먼저 뜬 덕에 전 대륙에서 가장 커다란 부를 누리는 것이 연방 제국이었다.
“원체 사안 자체도 좀 어려운 것이라 그런 것이니 너무 심려치 마옵소서.”
“으음. 이보게, 총리대신.”
“예, 폐하.”
비쉬 황제의 답답하게 들리는 음성이 따라 나오는 총리대신 조슈아 파울에게 흘러들어갔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비쉬 황제의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총리대신이라면 어쩌겠는가?”
“좀 무리를 해서라도 끼어드는 것이 상책입니다. 우리가 끼어든다고 해도 해상제국으로선 환영을 하지 반대는 안 할 것입니다.”
파울 총리대신의 말에 비쉬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고 걸음을 옮기며 말을 받았다.
“문제는 끼어들 이유가 없다는 게야.”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는 비쉬 황제의 귓가로 파울 총리대신이 손을 가져가며 조용히 속삭였다.
“두 번 일어난 일, 한 번 더 일어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의 귓속말을 들은 비쉬 황제의 얼굴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비쉬 황제의 걸음이 멈추어서고 천천히 고개를 파울 총리대신을 향해 돌렸다. 두 중년인들의 미소와 미소가 서로 엇갈려갔다.
“그리고 우린 이 사태에 대한 해결을 위해 병력을 준비 하면 되는 것이지.”
“그렇습니다. 대륙의 평화를 조율하는 임무는 우리 연방제국의 몫입니다.”
두 중년의 능글맞은 미소가 뒤섞이면서 묘한 기류를 형성해 나갔다.
* * *
칠흑 같은 어둠을 벗 삼아 먹이를 찾아 달려온 필리언 제라르와 장보고의 함선들은 한밤에 펼쳐진 불꽃놀이를 멀리서 지켜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미친놈들 아냐?”
“그러게 말입니다. 정상은 아닌 듯싶습니다.”
약 이십여 척의 배가 나타났다는 말에 제라르 일행들은 멀리 떨어져 관찰했다. 그런데 갑자기 십여 척의 배들이 각기 서로 거리를 벌리더니 한쪽 배를 일방적으로 공격을 하는 것이었다. 분명 양쪽이 서로 공격 하는 것과 같았지만 분명 한쪽이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는 것임이 분명했다.
한쪽의 공격은 짜임새가 있는 반면 공격받는 쪽은 눈으로 보아도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마디로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재들 분명히 같은 무리였다고 했지?”
“예, 대모달.”
“그런데 왜 저러지?”
“…….”
제라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지만, 장보고도 딱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그저 어색한 웃음만 보일뿐이었다.
“각 선단을 뒤로 좀 물려야겠다.”
“예.”
어두운 밤을 밝히는 화광이 제라르의 선단이 있는 곳까지 미칠 듯하자 미리 배를 물렸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덮친다면 수월할 것 같았지만, 왠지 이상한 냄새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점차 불빛이 줄어들고 비명이 잦아들 때쯤 공격을 퍼붓던 선단이 물러가고 살아남은 두어 척의 배만이 덩그러니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듯 했으나, 두 척의 배마저 금방이라도 침몰할 것 같은 타격을 받고 있었다.
“저기 돌아가는 배들의 형태가 꼭 신성제국의 군선과 같은데. 물론 침몰한 배들이나 저기 금방이라도 가라앉을 것 같은 배들은 연방제국 군선이고 말이지.”
“그런데 오기는 연방제국 방향에서 사이좋게 왔지요.”
제라르의 얼굴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제라르의 손이 천천히 침몰해가는 배 방향을 가리키자 보고가 목소리를 높였다.
“전 함대 전진.”
“전진!”
“구조해 준다고 신호 보내!”
뱃전으로 올라선 제라르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감돌았다. 마치 남의 비밀을 몰래 알아낸 악동의 모습이었다.
“살려줘!”
타탁 타탁탁!
나무 타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는 가운데 바다 가운데서 허우적대는 사람들의 눈에 희망이 서렸다.
살 수 있다는 희망.
죽음의 끝에서 찾아온 생명줄과도 같았다.
가우리 수군들도 지금 상황에서는 이들이 적이 아닌 살려야 할 대상이라는 생각에서인지 최선을 다해 건져 올리고 있었다. 건지면서 보니 하나같이 굶주려 보이는 사람부터 여러 가지 외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애부터 건져 주세요!”
“꺄악, 엄마아!”
있을 법한 사람들이 아닌 없는 게 당연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여자와 아이들?”
“어서 건져!”
“배가 다 찼습니다!”
“물통이라도 엮어서 띄워!”
가라앉아 가는 배의 선창에서는 여인들과 아이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쯤 되자 오히려 제라르와 가우리 수군들의 행동들은 다급해졌다.
“이건 무늬만 군선이지 완전 민간선이었잖아!”
“안되겠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평균 승선인원의 배는 되는 것 같습니다.”
“당장 지원해서 모든 배를 불러들이고, 그때까지 떠다니는 나무 조각들을 주워서 뗏목이라도 만들어. 어서!”
제라르의 외침 속에서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여자와 아이들 그리고 병약한 남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라르는 이제야 아까의 어이없는 학살과 같은 전투가 이해가 되었다. 전투 때보다도 바삐 움직이는 수군들을 보며 제라르가 이를 악물며 중얼 거렸다.
“제기랄,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끼어들었을 것인데.”
제라르의 분노를 읽었는지 보고가 다가와 위로하는 음성을 흘려주었다.
“이런 짓을 할 줄이야 알았습니까. 대모달 탓이 아닙니다.”
“젠장.”
터엉!
제라르의 주먹은 애꿎은 배의 난간만 두들길 뿐이었다.
비명은 밤을 지나 아침이 되면서 잠잠해졌다. 마치 피난선과 같이 변해버린 갑판을 보면서 제라르는 가라앉은 표정으로 시체가 떠다니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밤바다가 추웠는지 서로를 꼬옥 끌어안은 채 해류에 흘러가는 아이와 어미…….
반쯤 타다 만 노인의 시체…….
억울한 듯이 눈을 부릅뜬 청년들의 시체 등을 보면서 필리언 제라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전쟁을 겪어 보지 못한 사내는 아니었다. 이보다 더한 시체도 보아왔다. 하지만 제라르는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젓고 있었다.
“이건 아니야…….”
“…….”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제라르의 모습을 바라보는 장보고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분노하되 속으로 삭이는 모습.
어느새 제라르 역시 가우리의 무장으로 동화 되어 가고 있었다. 보고는 가볍게만 보이는 제라르가 더욱 좋아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선단장!”
“예, 대모달!”
제라르의 음성에 무언가 다짐이 보였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병력 확충에 나선다. 본국에 알려 물자의 확보 량 중 일부를 무장 강화에 사용한다고 알려라.”
“충!”
“그리고 본국에 보내는 인원 또한 줄여 수병으로 키워 나간다. 이점은 장 선단장이 총괄 하도록. 적어도 제국의 한 개 선단정도는 무리 없이 무너트릴 수 있는 선단 건설이 목표다.”
제라르의 음성에서 확고한 신념이 묻어났다.
“중앙해를 완전 장악한다.”
“충!”
제라르의 목표에 보고의 마음이 덮여졌다. 대륙을 떠나 바다로 온 제라르. 그는 지금 이 순간 바다와 가장 잘 어울리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제30장 그들은 질풍처럼……
연방제국의 괴선단에 의한 민간 수송선단의 괴멸이라는 발표는 결정적으로 신성제국의 발목을 잡았다.
괴 선단의 정체가 신성제국의 군선의 형태라는 발표는 신성제국의 반발을 가져왔으나, 해상제국이 조용히 동조를 하고 나섬으로써 제국간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그로인해 남 로셀린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 행사는 더욱 힘들어졌다.
그 덕인지 암중으로 신성제국의 지원을 등에 업었던 북 로셀린의 공세는 잠시 주춤해졌다. 게다가 이만의 병력이 증발을 한 탓에 북 로셀린 진형의 움직임은 눈에 뜨이게 신중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보통 전투에서의 마법사란 존재는 회유를 하면 충분히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인재로써 포로로 잡는 게 상책인 반면에, 가우리 군은 단지 술법사란 생각으로 척살 1순위였으니, 전장의 소식이 알려지지 못했던 탓도 있었다. 하지만 주춤해 졌다 뿐이지 전황 자체가 나아졌다고는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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