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110
175화 전격전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오는 정보를 확인하던 쉬람 마잘 공작의 안색이 굳어졌다.
“정말이군.”
전체적인 내용을 종합해 보니 터그람 왕국 내부에 흩어져 있던 병력이 뭉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가우리의 병력이 더는 후방을 들쑤시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프라임 론 아가드 공작이 돌발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워 보니 심상치 않았다.
그러던 것이 지금 확신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흩어져 있던 병력이 뭉치는 것이 어느 한 지역을 향하여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마친 눈덩이가 굴러 가며 커지듯 중간 합류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이건 구심점을 따라 합류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그 구심점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프라임 공작일 가능성이 커졌다.
“마법사들을 동원해서 알 수 있는 방법은 더 없습니까?”
쉬람 공작이 조심스럽게 리셀에게 질문을 했다.
그나마 터그람 왕국 내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물어다 주는 이들은 바로 가우리와 동맹의 마법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점점 어려워지고 있네. 술법사들을 동원해서 인지를 방해하고 있어 무리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 전부라네.”
처음에는 마법사들이 활보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지만 지난 전투에서 당했던 것이 있는지 술법사들을 동원하여 주변을 훑으며 움직이고 있었다.
마법의 위력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술법 역시 무시 못했다. 술법사들이 마법사들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처럼 마법사들 역시 술법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이 많았다.
특히 마법은 탑 위주의 성장으로 인해 그 계파가 한정적이었다. 그에 비해 술법은 가문 혹은 술법자 개인을 토대로 전승되는 경우가 많아 그 종류는 정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았다.
그런데 시에라 제국에서 동원한 술법사들은 제국 내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를 모은 듯했다.
실제 마법사들 사이에서 사장된 패밀리어 마법과 유사한 술법까지 확인했던 것이다.
곤충이나 짐승을 통해 주변의 위협이나 위화감을 감지하는 술법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안개 비슷한 연무를 동원하는 술법도 마법사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왔다.
투명화 마법은 상대의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 존재 자체를 지우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연무가 뿌려지자 허공에 인간의 형태로 연무가 빗겨 나갔던 것이다.
당연히 화살 공격이나 술법 공격이 쏟아졌고, 염탐을 하던 마법사들은 혼비백산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제국이라 해야 하나…….”
리셀의 자세한 설명을 들은 쉬람 공작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야말로 물량공세의 교보니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더 나쁜 것은 그들 역시 마법의 존재에 대해 대비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앞으로의 전투에서 또 어떤 방비를 하고 나올지 걱정이 되는 건 당연했다.
이 덕에 마법사들 역시 카말 왕국 소속의 술법사들과 교류를 확대해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신기한 방식이기에 관심을 가졌다가 그 능력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전투에서 술법 전단의 효율성이 떨어진 것도 한몫을 했다.
그런데 막상 시간이 지날수록 그 종류가 방대한 것을 알게 되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소울아머 대체하는 물건을 만든다 하신 것은…….”
쉬람 공작의 질문에 리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만들려면 만들 수 있는 게 마법 아이템이었다. 문제는 마나석이 동원된다 해도 고위 마법사들이 동원되어야 쓸 만한 물건이 나온다는 것이다.
고위 마법사들이 동원된다는 말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소울아머는 고위 술법사들이 동원된다 해도 일부만이 참여를 하는 방식이기에 조금 달랐다. 어느 정도 양산이 가능하였다.
반면에 마법 아이템은 고위 마법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손을 대야 한다는 약점이 있었다.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듣기로는 아이언맨이라는 것도 있다고 들었는데…….”
쉬람 공작의 질문에 리셀이 멈칫 하더니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날아다니는 망치나 방패에 대해서도 들으신 것이 있소?”
“그것들이 완성된 겁니까?”
쉬람 공작이 반색하는 반면 리셀의 얼굴은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영상물에 중독된 이들의 입부터 단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 없소. 말하자면 긴 이야기고…….”
“후우. 그렇군요.”
“일단 터그람 쪽으로 알려야지 않습니까?”
리셀의 말에 쉬람 공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미 필리어리 왕국 쪽에 알렸으니 서신이 날아갔을 겁니다.”
***
프라임 론 아가드 공작이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에 뒤숭숭하던 필리어리 왕국은 그가 소수의 인원만을 이끌고 터그람 왕국으로 전격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발칵 뒤집혔다.
물론 필리어리 왕국으로 온다 해도 뒤집힐 만한 사실이기는 하지만 터그람 왕국의 내부 상황을 자세히 아는 필리어리 왕국 입장에서는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
“터그람 왕국의 귀족들이 정신 빠진 짓만 안 했어도 걱정을 덜하겠는데…….”
헤머튼 리어 2세 왕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팔 파샤 후작의 승전에 대하여 축하 소식을 알렸던 필리어리 왕국은 사신으로 가 있는 신하들로부터 내부 소식을 듣고 아연실색했다.
귀족들이 그리팔 후작을 견제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물론 이전 필리어리 왕국에서도 빈번했던 일이기도 했지만 지금 상황은 달랐다.
누가 봐도 일단 그리팔 후작에게 힘을 실어 줘야 하는 상황이 맞았다.
그런 상황에서 카말 왕국으로부터 프라임 공작이 빠르게 소수인원만 이끌고 내려오고 있는 것 같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한숨만 나올 이야기였다.
특급 서신을 보내기는 했지만 걱정이 태산이었다.
추정된다는 이야기지 확실하다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제대로 받아들이기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시간을 끌면 문제가 커진다.
“일단은 터그람 왕국의 카이거 국왕도 심각함을 느낄 것이니 움직임이 없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귀족들의 발언에 헤머튼 왕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전쟁이란 말이지. 멀쩡한 사람도 눈 먼 장님으로 만드는 법이라네.”
헤머튼 왕의 말에 귀족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가까이는 필리어리 왕국의 귀족파들이 그랬다. 강한 힘 앞에는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그러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어떻게 보면 그리팔 후작을 대하는 터그람 왕국의 경우가 그랬다.
필리어이 왕국이야 가우리를 비롯한 동맹군의 힘을 겪었기에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지 만약 몰랐다면 비슷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현명한 판단을 빌어야지요. 그래서 전하께서 직접 서신을 쓰신 것 아니옵니까.”
“그래야지.”
헤머튼 왕이 한숨을 내쉬었다.
***
터그람 왕국의 카이거 루 마이어스 왕이 분노를 터트리고 있었다.
“일단 소울아머 유저라도 파견을 해야 한다고 하지 않소!”
“허나 확실하지도 않은 첩보에…….”
“그대들도 프라임 공작이 우리를 노릴 것이라는 예측은 했지 않소이까!”
“그래서 더 걱정인 것이옵니다.”
트리아 루어 후작이 반대를 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카이거 왕의 측근 중 하나이 그조차 다른 귀족들과 마찬가지로 추가 전력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라니!”
카이거 왕이 목소리를 높이자 트리아 후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전쟁은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개전 초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때에 소울아머 유저 같은 고급전력을 더 잃게 된다면 이 나라는 회생 가능성조차 잃게 됩니다.”
“무엇이라?”
“그리팔 후작의 운용은 너무도 위험하옵니다. 이번 전투에서도 보셨지 않사옵니까. 미래를 대비하소서!”
“미래를 대비하소서!”
“허어…….”
카이거 왕이 허탈한 음성을 흘렸다.
이어 작심한 듯 트리아 후작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참에 남부로 진영을 더 내려야 하옵니다. 지금의 왕도는 너무 위험하옵니다.”
“그렇사옵니다. 미리 결사항전을 준비해야 하옵니다. 필리어리나 카말도 우리의 어려움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이건 현실이옵니다. 전하!”
“이런 개…….”
순간 카이거 왕의 입에서 개새끼들이란 말이 튀어나오다 말았다.
카이거 왕은 카말 왕국의 이름을 언급한 이들을 보며 이를 갈았다. 결국 두 왕국이 구해줄 때까지 시간을 끌자는 의미였다.
병력은 언제든 모을 수 있지만, 소울아머 유저는 그렇지 않다. 타고난 인재만이 될 수 있는 것이 소울아머 유저였다. 그리고 지금 터그람 왕국에 가장 모자란 전력이 소울아머 유저였다.
카말 왕국과의 전쟁에서 너무도 큰 손실을 입은 탓이다.
“나라의 운명을 타국에 맡기자는 건가?”
“그것이 아니옵니다. 현실에 맞추어…….”
“그게 그거 아닌가!”
카이거 왕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귀족들이 일제히 움찔했다. 그때 한숨을 내쉰 칼라일 론 마샤 공작이 조용한 음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무의미한 병력 지원은 어려울 듯하옵니다. 자칫 각개격파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차라리 그리팔 후작으로 하여금 전선을 내리도록 하는 게 나을 수 있사옵니다.”
“그대마저…….”
카이거 왕이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차라리 이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렇게 해서라도 전력을 결집시켜 시에라 제국을 상대하는 것이 현명한 줄로 아옵니다.”
칼라일 공작의 말에 카이거 왕이 한숨을 내쉬었다.
화내기도 버거웠다.
차라리 그리팔 후작을 던져 주고 시간 끌자는 이들보다는 나았기 때문이었다.
“후우. 그게 최선인가?”
“최선이옵니다. 그리고 왕도를 버리시는 것도 최선이옵니다. 이곳은 방어에 유리하지 못하옵니다.”
칼라일 공작의 말에 카이거 왕이 머리를 싸잡았다.
“허나 프라임 공작이 아니라면?”
“그래도 내리셔야 하옵니다. 우리가 단단히 방비를 하는 모습을 보면 시에라 제국도 우리보다는 카말 왕국 쪽으로 칼날을 돌릴 가능성이 크옵니다.”
이번에는 트리아 후작이었다.
그의 말에 귀족들이 다시 앞 다투어 말했다.
결국 시간을 더 끌자는 데에 의견을 모은 것이다. 사실 프라임 공작이 오는 것이 맞다면 이곳의 소울아머 유저들을 전부 동원하더라도 막아 낼 것이라는 장담은 어렵다.
오히려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전이라면 이런 때에 삼국은 소울아머 유저들만이라도 동원하여 힘을 결집시켰다. 그러나 지금은 각자가 시간을 끌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만에 하나 그런 식으로 지원을 받더라도 이게 기만책이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프라임 공작을 위장한 다른 병력이라든지 말이다.
가능성은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터그람 왕국과 필리어리 왕국이 아직 동맹이라지만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라는 걸 알게 되어 더욱 그랬다.
터그람 왕국에게는 언제든 뒤통수를 칠 수 있는 그런 왕국이라는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일이군.”
카이거 왕의 고민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리팔 후작이 있는 방향으로 서신이 날았다. 깊은 고뇌를 담은 카이거 왕의 서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