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136
201화 꼬리를 밟히다
터그람 왕국에 파견 나와 있는 제4마법전단의 일상은 의외로 평화로웠다.
지금 시에라 제국과 터그람 왕국이 싸우고 있는 전장이 이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환상 마법과 경계 마법을 적절히 조합하여 은신 중이었기 때문이다.
동맹군 제4마법전단의 전단장인 피흘로 윌슨 자작이 막사로 들어서며 입을 열었다.
“어때 좀 괜찮아?”
“이 정도야 뭐 일상 아닙니까.”
너스레를 떨며 두 명의 마법사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피를로 자작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일상 좋아하고 있네.”
“죄송합니다.”
“솔직히 방심한 탓이니 할 말도 없습니다.”
너스레를 떨며 일어서는 이들은 이틀 전 전장을 살피던 중 발각이 되어 도주하던 중 마나 고갈을 겪어 몸조리하던 마법사들이었다.
“이제는 움직일 만합니다.”
몸을 일으킨 마법사의 대답에 피를로 자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마나 고갈은 별다른 치료가 필요 없다.
쉬면 된다.
물론 완전 탈진에 이른 고갈이라면 추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이들 정도의 상태면 이삼일의 휴식이면 말끔히 털고 일어설 수 있었다.
“다른 팀은 문제없습니까?”
“뭐 다행히.”
“전장 상황은 여전히 소강상태고 말입니까?”
마법사의 질문에 피를로 자작이 픽하니 웃으며 대꾸했다.
“일이 벌어졌으면 자네들이 여태 엉덩이 붙이고 쉴 수 있었을 것 같은가?”
“하, 하하하.”
피를로 자작의 말에 마법사들이 웃음을 흘렸다.
“그나저나 술법이란 게 무시할 수만은 없단 말이야.”
“방심한 면도 있지만 그건 그렇지요.”
술법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자 마법사들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일전에도 마음 놓고 침투하다가 걸린 적도 있다 보니 이젠 생각을 좀 달리해야 할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때였다.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무슨 일이야!”
아무리 환상 마법을 통해 은신하고 있다고 해도 은닉 상항에서 소란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막사천이 걷혀지며 다른 마법사가 고개를 내밀었다.
“적이 접근해 왔습니다!”
“뭐?”
순간 세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무것도 찾을 수 없습니다.”
시에라 제국의 술법사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분명 여기는 맞나?”
“예.”
소울아머 유저의 말에 술법사들이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분명 여기서 술법이 유지되다가 끊어졌습니다. 만약 적들이 이동했다 해도 근방일 것인데…….”
그때 주변을 살피던 병사들이 다가와 보고를 했다.
“이 주변으로 인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인적?”
“예. 그리 크지는 않지만 용변을 본 흔적을 찾았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소울아머 유저가 눈을 빛냈다.
술법사들의 추적용 술법의 유지가 끊어지기 전에 이곳을 찾아왔다. 추적용 술법의 아쉬운 점은 그것을 시전한 술법사가 자신이 보낸 추적용 술법을 감으로 찾아와야 한다는 점이었다.
감으로 느끼고 방향을 잡아 접근하다가 다시 감각을 열어 확인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그렇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감각을 확장하는 행위를 할 때마다 정신적인 피로도가 높았다.
그렇기에 시간이 이렇게 걸렸던 것이다.
다른 병사들과 술법사들이 주변을 뒤졌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다른 흔적은 없었다.
“흐음. 날아간 건가?”
처음 맞닥트렸을 때도 날아다녔다고 하니 그럴 수 있었다.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못 찾은 겐가?”
“죄, 죄송합니다.”
“죄송은 무슨. 얼굴이나 볼까 따라온 거구먼.”
프라임 론 아가드 공작이 뒷짐을 진 채 산책이라도 하는 것처럼 걸음을 옮겨 오고 있었다.
“그래. 이쪽에 있었던 것은 맞고?”
프라임 공작의 질문에 술법사가 한 말을 그대로 읊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프라임 공작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문을 열었다.
“뭐, 도주했다면 어쩔 수 없는 거긴 한데…….”
말을 하던 프라임 공작이 시선을 한쪽으로 돌렸다.
자연스럽게 일행들의 시선도 그쪽을 향했다. 그러나 별것 없었다. 그저 고목이 흐트러진 수풀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작은 낭떠러지가 있었다.
“흐음.”
“왜 그러십니까.”
조심스럽게 프라임 공작을 향해 질문을 했다. 그러자 프라임 공작이 수풀 너머의 낭떠러지를 계속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묘하네.”
“예?”
“그러고 보니 그 가우리의 마법사들이 몸을 숨기는 술법 아니지 마법을 쓴다지?”
프라임 공작의 질문에 소울아머 유저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꼭 사람만 숨기란 법은 없지 않나?”
프라임 공작의 말에 소울아머 유저가 눈을 빛냈다. 그리고는 프라임 공작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겨 나갔다.
소울스톤에서 푸른 불꽃이 일었다. 이내 그것은 소울아머 유저의 온몸을 휘감았다. 색이 진한 것이 그 경지가 높은 것이 분명했다.
스르릉.
그의 허리춤에서 롱소드가 뽑혀나왔다. 이내 그 차가운 검신에도 푸른 기운이 넘실거리며 옮겨갔다.
“흡!”
그 순간 눈앞의 광경이 바뀌었다.
시뻘건 화염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그 너머에 서너 개의 막사까지.
콰르르릉! 콰쾅!
뜨거운 기운이 훅하고 몰아쳐졌다.
“선두는 뒤로 빠지고 이열은 방어를 준비하라!”
제4마법전단장인 피를로 자작의 외침에 선두에서 선공을 가했던 마법사 다섯이 뒤로 빠졌다. 그리고 그 뒤에 있던 마법사들이 방어 마법을 펼쳤다.
푸른 막이 생성이 되었고, 그 뒤에는 또 다섯 명의 마법사들이 연신 마나를 끌어 모으고 있었다.
“오움 살라 움타아…….”
마나드레인을 계속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큰 위력의 마법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온다!”
누군가의 외침에 방어를 담당한 마법사들이 이를 악물었다. 처음의 공격으로 적들을 어떻게 하지 못했으리라는 것쯤은 예상했다.
적어도 둘 이상의 소울아머 유저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적 술법사들도 다수였다. 물론 기습이기에 술법사들에게 타격을 주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울아머 유저까지 제압하기는 힘들었다.
그들 역시 소울아머를 연구해 보았다. 그 결과 그 방어력이 꽤 높았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점이 많았다. 그 소울아머를 착용한 이의 실력 차에 따라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었다.
화르륵!
화염을 뚫고 나타난 것은 술법사의 술법이 아니었다.
“일 열 방어 준비!”
푸른 기운에 휩싸인 채 나타난 것은 바로 소울아머 유저였다. 지금 방어 마법을 펼치고 있다지만 뚫릴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처음 기습을 가하고 뒤로 물러섰던 이들이 다시 방어 마법을 준비했다.
콰창!
예상은 맞았다.
“으윽!”
“젠장!”
이열의 마법사들이 발현했던 방어마법이 단번에 깨져 나갔다. 하지만 일 열의 마법사들이 재차 방어를 시도했다.
콰차차창!”
“무슨!”
피를로 자작이 놀란 눈을 했다.
보통은 방어 마법을 순차적으로 펼치면 막아 내는 것이 가능했는데 두 번째도 그대로 깨진 것이다. 이를 악물은 피를로 자작이 세 번째 방어막을 펼쳤다.
먼저 펼쳐진 것과는 달리 짙은 회색이 감도는 반구가 만들어졌다.
“강철의 방패!”
피를로 자작의 외침과 함께 펼쳐진 회색빛 방어 마법이 소울아머 유저의 공격을 맞이했다.
떠어어엉!”
그제야 공격의 파고는 멈추었다.
“으음.”
피를로 자작이 이를 악물었다.
그가 막아 내기는 했지만 양팔로 느껴지는 충격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이 충격이 두 겹의 방어 마법을 뚫고 난 뒤의 공격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일격에 담긴 위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 순간 뒤쪽에서 여러 기운이 발현되었다.
“파이어 드릴!”
“아이스 드릴!”
“토네이도!”
관통에 집중을 한 각 속성 마법과 더불어 바람 마법이 어우러졌다. 바람 마법이 각 마법과 융합되며 파괴력을 높인 것이다. 그 마법들이 소울아머 유저를 강타한 것이다.
쿠콰쾅!”
“준비되었습니다!”
“빌어먹을.”
뒤쪽에서 울려 온 목소리에 피를로 자작이 이를 악물었다.
이곳에서 조금 더 떨어진 곳에 탈출을 위한 이동마법진이 있었다.
그것이 준비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아직 그쪽은 노출이 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모두 몸을 빼!”
“알겠습니다!”
동시에 뒤 열에 있던 전단원이 화염 마법을 사용해 막사들을 태워 버렸다. 별로 남은 것도 없지만 만에 하나 적에게 작은 정보라도 남기지 않기 위함이었다.
일 열, 이 열이 뒤로 빠지며 이인일조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력한 한 방을 날렸던 삼 열의 마법사들이 일제히 돌 벽을 소환해 올렸다.
물론 이 정도는 뛰어넘을 수 있는 위력을 가진 것이 소울아머 유저였지만 임시방편은 될 것이다.
동시에 돌벽 주변으로 뿌연 연기가 서렸다.
연막을 위한 스모그 마법이 펼쳐진 것이다. 그때였다.
콰창!
“끄아아악!”
먼저 이탈을 시작했던 마법사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크, 크으윽!”
피를로 자작이 뒤로 나뒹굴면서도 시선은 전방을 향하고 있었다.
“이거 참 단단하구먼.”
돌벽을 부수고 나타난 이는 바로 프라임 공작이었다.
그 순간 피를로 자작이 부유마법을 이용해 미끄러지듯 뒤로 빠졌다. 그의 뒤쪽에선 다른 마법사들이 그를 부축하며 다가왔다.
동시에 하늘에서 프라임 공작을 향한 마법이 쏟아져 내렸다. 그러나 프라임 공작에게 닿기도 전에 달려온 소울아머 유저들에 의하여 마법이 차단되었다.
그 사이 프라임 공작은 한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기사가 다가와 그의 손에 투척용 단창을 들려주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피를로 자작이 외쳤다.
“위험해!”
이탈하던 마법사들의 방어막을 깨고 공격을 가한 이가 바로 프라임 공작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어디 하나 더 잡아 볼까? 웃차!”
프라임 공작이 마치 사냥이라도 온 듯 단창을 여유 있는 모습으로 던졌다.
피를로 자작의 시선이 프라임 공작이 던져 낸 단창의 궤적을 쫓았다.
“비, 빌어먹을!”
미처 피하지 못한 마법사가 방어 마법을 시전하면서도 욕설을 뱉었다. 단창에 실린 힘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쩌엉!
아니나 다를까 단창이 날아와 닿는 순간 방어 마법이 깨어져 나갔다. 그러나 또 하나의 빛줄기가 날아왔다.
쾌래랙! 태애앵!
어디선가 날아온 은빛원반이 방어마법을 깨고 마법사의 몸통마저 꿰뚫으려던 단창을 날려 버린 것이다.
“호오?”
프라임 공작이 시선을 은빛원반, 아니 투척용 도끼를 날린 방향으로 돌렸다.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 검은빛 찰갑을 두르고 환두대도를 손에 단단히 그러쥔 묵감귀마대원들이 묵직한 발걸음을 옮겨 오고 있었다.
그들을 본 마법전단의 표정이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