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140
205화 꺼지지 않는 전의
“급보이옵니다!”
마법사가 다급히 달려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연휘가람이 묻자 마법사가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터그람 왕국에 작전을 위해 파견된 마법전단의 위치가 발각이 되었습니다!”
마법사의 보고에 휘가람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상황은?”
“좋지 못합니다. 일단 현장에 함께 파견된 묵갑귀마대원들이 출동해서 마법전단을 피신시키기는 했사옵니다만…….”
“아, 그럼 다행이군.”
함께 파견 나간 묵갑귀마대 이야기가 나오자 휘가람의 얼굴에 안도감이 퍼져나갔다. 파견대를 이끄는 이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묵갑귀마대의 원년 대원이면서도 상황판단이 빠르고 가진바 무력이 수위에 드는 이가 이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타라면 문제없을 거네.”
하지만 마법사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프라임 공작이 직접 나선 듯합니다.”
“프라임?”
순간 휘가람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아직 정확한 실력에 대해 가늠을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전 대륙의 십인에 견주어 떨어지지 않는 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런 이가 직접 나섰다면 휘가람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도 당연했다.
“마법전단은?”
“일부가 상했지만, 생존자들은 모두 이동마법진으로 이동해 왔습니다.”
“연타와 나머지 대원들은?”
“뒤를 막기 위해 남았다 합니다.”
“으음.”
만약 상대가 프라임 공작이 아니었다면 모를까 지금의 상황은 매우 위급했다. 더욱이 고진천과 나머지 장수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시에라 제국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는 일 때문이었다.
“울절은?”
“이미 연락을 드렸습니다. 울절은 문제가 없습니다만, 폐하와 다른 분들은 복귀에 시간이 걸리신다고 합니다.”
“으음.”
고진천을 비롯해 을지우루와 다른 이들은 병력 현황을 확인하고 대륙의 눈을 속이기 위해 외부 활동을 잠깐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연방제국이나 여타 국가들의 시선에 잠시 비춤으로써 진천이 여전히 활발히 활동 중이라는 것을 보이기 위함이었다.
그사이 일이 터진 것이다.
물론 장수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대가 프라임 론 아가드 공작이라면 이쪽에서도 그에 걸맞은 패를 꺼내야 한다.
거기에 아무리 리셀이라 해도 미리 대응진이 마련된 곳이 아니라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었다.
“그럼 본국에는 대응할 수 있는 이가…….”
당장 떠오르는 인물이 없었다. 그때 다른 마법사가 달려 들어왔다.
“지금 본국에서 출정을 원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분들?”
휘가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은퇴한 묵갑귀마대원들이…….”
“끙.”
휘가람이 이마를 잡았다.
이전 묵갑귀마대원들 중 일부는 고령으로 은퇴를 했다.
그 수가 오십에 이른다. 물론 그들이 은퇴를 했다지만 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우리의 개마기병과 신입 묵갑귀마대를 양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나선다니 머리가 아파져 오는 것이다.
사실 그들이 은퇴를 했다지만 아직 한가락 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한가락 한다 해도 한계가 있었다.
“리셀이 이쪽으로 왔다가 내가 넘어가는 것은?”
“그게 일단 이곳에 오시는 것이 가능은 하지만 대륙을 넘나드는 일이라 지연이 좀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오늘 꽤 무리를 하셨는지라……. 그래서 가능하면 그쪽에서 터그람 쪽으로 바로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대응마법진에서 소환하는 정도만 가능했다. 정말 우연이 겹치고 겹쳐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일단 승인하지.”
시간이 촉박했다. 일단 그렇게 시간을 벌고 자신이 넘어가면 될 듯했다.
“울절에게 전하도록 인원을 이동시키고 그 사이 이곳으로 넘어오라고 하게.”
“그럼?”
마법사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자 휘가람이 말했다.
“내가 가겠네.”
***
“흐으으. 흐으.”
연타의 온몸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그득했다.
그나마 그는 나은 것이다. 함께 싸웠던 대원은 팔 하나가 없었다.
“으아아!”
그러나 팔 하나 없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프라임 공작에게 달려들었다. 연타 역시 함께였다. 그러나 또다시 프라임 공작의 롱소드가 휘둘러지고 환두대도를 쥐고 있던 팔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미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멈추지 않고 몸뚱이로 들이받아 갔다. 하지만 그걸 예상한 것은 프라임 공작도 마찬가지였다.
뒤로 한걸음 빠지면서 다시 롱소드를 휘두르자 다리 한 짝이 잘리며 균형을 잃고 나뒹군 것이다. 그사이 연타가 환두대도를 휘둘렀지만, 그 역시 프라임 공작이 막아 내 버렸다.
카아아앙!
그때 바닥으로 뒹굴던 묵갑귀마대원이 한발을 박찼다.
이번에는 프라임 공작도 예상 못했는지 얼굴이 구겨졌다. 그러나 역시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그 작은 틈이 연타에게 큰 기회가 되었다.
“흐아아압!”
연타가 커다란 기합을 터트리며 폭발적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의 환두대도가 커다란 기운을 내뿜으며 날아들었다. 그걸 프라임 공작이 가까스로 막아 내었지만, 그의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부아악!
연타의 다른 한 손에 들린 손도끼가 프라임 공작의 갑주를 스치듯 올라가 얼굴을 노렸던 것이다.
핏!
한줄기 핏물이 허공으로 뿌려졌다.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선 프라임 공작이 허탈하게 웃음을 머금었다.
“이런…….”
씁쓰레한 웃음을 머금은 프라임 공작의 한쪽 볼에 붉은 줄이 그어졌다. 이내 머금어진 피가 볼을 타고 흘러 턱 끝으로 방울져 내렸다.
“클, 대가릴 쪼개려 했는데 아쉽네.”
“칭찬하지. 내 몸에 상처를 내었다는 것만으로도 말이야.”
프라임 공작은 볼에서 타고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닦아 내며 대꾸했다.
연타가 바닥에 나뒹구는 젊은 묵갑귀마대원의 머리통을 보며 미안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쯧, 네 목숨으로 바꾼 게 저놈 볼따구 상처 하나다. 미안하구나.”
프라임 공작이 롱소드를 고쳐 잡으며 말했다.
“그래도 칭찬받을 만한 일이야. 자랑해도 될 일이지.”
그때 연타가 숨을 들썩이다가 프라임 공작을 보며 입을 열었다.
“궁금하지 않느냐?”
“무얼 말인가?”
“내 목숨으로 어떤 흔적과 바꿀 수 있을지 말이야.”
연타의 냉소 섞인 질문에 프라임 공작이 대답했다.
“더는 없을 것 같은데.”
“보면 알지.”
연타가 한 걸은 내디뎠다. 그런데 그의 몸을 흐르는 아지랑이가 더 거칠어졌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느껴질 정도였다.
“흐음.”
순간 프라임 공작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이 정도까지 힘을 낼 수 있다는 게 사실 의외였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이어가기 전에 연타가 다시 그를 향해 내달려 왔다.
콰콰콰쾅!
발걸음 하나하나가 땅에 박힐 때마다 바닥의 흙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의 일격이 프라임 공작을 향해 쏘아져 갔다.
콰앙!
“흠!”
아까보다도 더 큰 힘이 실린 일격이었다.
그 방향도 교묘하여 흘리기도 모호했다. 그런 공격이 연이었다.
물론 반격을 하려면 할 수 있었지만 지금 상대의 일격은 반격을 허용하더라도 반드시 칼을 박아 넣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목숨을 도외시한 공격이었다.
그렇게 되면 프라임 공작이 손해다.
그때 흙이 차올려졌다. 마찬가지로 익숙한 듯 피해 내며 다시 그의 공격을 받아갔다. 그런데 프라임 공작의 눈이 부릅떠졌다.
서걱!
“허?”
어이없다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자신이 막아 가던 롱소드에 환두대도를 든 팔을 더 깊이 밀어넣은 것이다. 당연히 소울포스가 담긴 그의 롱소드는 마치 지푸라기 잘라 내듯 연타의 팔을 잘라내었다.
미끼다.
아까 그의 볼에 상처를 내었던 손도끼가 아래에서 위로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쯧.”
인상을 찌푸린 프라임 공작의 온몸에서 푸르른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흉갑처럼 걸치고 있던 소울아머가 그의 소울포스에 반응하며 그의 나머지 부분을 휘감았다.
카아앙!
강렬한 울림이 퍼져 나왔다.
그때 뒤쪽에서 놀란 음성이 튀어나왔다.
“고, 공작 각하!”
고개가 틀어진 프라임 공작이 씁쓰레한 미소를 머금었다.
“모양 빠지는군.”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선 프라임 공작이 다시 시선을 내렸다. 팔 하나를 날려 먹으면서까지 공격해 왔던 연타가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끌, 그거 안 입는 줄 알았더니 똥줄이 탔나 보구나, 이놈아.”
연타의 말에 프라임 공작이 픽 하니 웃으며 대꾸했다.
“그러게 말이야. 나도 안 입어도 될 걸 입게 되었군. 그런데 말이지.”
프라임 공작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이걸 입었으니 그대에게는 기회가 없게 되었어. 애석하게도.”
프라임 공작의 선언에 연타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술법사들의 소식을 듣고 달려온 소울아머 유저들은 놀란 눈을 할 수밖에 없었다.
프라임 공작이 소울아머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는 소울아머 유저가 아님에도 말이다. 소울아머를 입지 않고도 소울아머 유저를 압도하는 실력을 갖춘 이가 바로 프라임 공작이었다.
그런데 지금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지만, 일격을 당하기까지 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거 모양 빠지는군.”
슬쩍 뒤를 바라보며 말을 내뱉는 프라임 공작을 보며 그들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안 그래도 뒤처리가 필요했는데 잘 왔군. 이제 나도 정리를 하지.”
그렇게 말을 내뱉은 프라임 공작이 소울포스를 활성화 시키며 나아갔다.
콰쾅! 쾅!
연달아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일격일격이 거친 것이 꽤 화가 난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손도끼를 든 상대는 이 공격을 막아 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지만 막고 있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콰직!
프라임 공작의 발길질에 상대가 튕겨 나갔다. 그때였다.
쾌랙!
프라임 공작을 향해 날아드는 손도끼.
발에 차여 날아가는 순간에도 손도끼를 날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걸 맞을 프라임 공작은 아니었다.
우지끈!
프라임 공작이 손도끼를 피하는 순간 날아간 상대가 나무에 부딪혀 튕겨 나왔다. 보통은 몸통이 꺾여야 정상인데 나무가 부러져 나가 버렸다.
그러나 충격을 안 입은 것은 아니었다.
피를 연신 토해 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몸을 일으켜 허리춤에 있던 다른 손도끼를 잡아드는 모습에 감탄이 일 정도였다.
투쟁심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입도.
“그놈 발길질 참 부실하다. 밤일은 쿨럭…… 제대로 하겠느냐?”
피를 한 바가지나 쏟아 내면서도 이죽거리는 모습에 소울아머 유저들은 얼굴을 구겼다. 그 상대가 그들을 존경하는 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때 프라임 공작이 입을 열었다.
“잘 봐 두거라. 우리가 상대할 이들이 이런 놈들이니까.”
그 말을 남긴 프라임 공작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또다시 연타의 몸이 퉁겨져 날았다. 이번에는 다리가 꺾였다. 그러나 다시 일어나며 손도끼를 휘둘렀다.
손도끼를 든 손목이 날았다.
그럼에도 연타는 몸을 띄우며 발길질을 했다.
그 발길질은 원하는 곳에 닿지 못했다. 그 대가로 무릎 아래가 잘려나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몸을 돌려 끝내 프라임 공작의 몸통에 발끝이 닿았다.
뿌작!
그러나 소울아머의 반탄력에 다리가 부러져 나가 바닥에 뒹굴었다. 양팔과 다리 한 짝이 없다.
남은 다리도 부러졌다. 꿈틀거리기는 하지만 대항할 수단은 없었다.
프라임 공작이 롱소드를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