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147
212화 질주
콰콰콰콰!
대놓고 달려왔기 때문인가?
오십인이 돌입하는 순간에도 시에라 제국의 병사들은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경계병이 있었지만, 아무리 경계를 삼엄히 한다 해도 그들의 임무는 습격을 알리는 것 정도다.
당연히 막을 수 있는 전력이 되지 못했다.
그나마도 시야에 들어오고 경고성을 외친 직후 날아온 화살에 고꾸라져 버렸다.
즉각 대응을 위한 병사들이 나타났을 때에는 이미 오십 인의 기마가 진영을 꿰뚫기 시작하고 있었다.
“습격이다!”
“아악!”
습격을 알리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고 그들이 지나는 방향으로는 비명소리가 진동을 했다.
“토, 토벌사령관님을 보호하라!”
물론 토벌대의 사령관은 이중삼중으로 보호되고 있었다. 심지어 소울아머 유저들도 여럿 있었다.
첫날 습격의 여파 때문인지 경계를 강화하면서 호위 역시 수준을 높였던 것이다.
이들이 들이닥치자 시에라 제국의 토벌대 병사들은 늦었지만, 그만큼 기민하게 움직였다.
“보급품을 지켜라!”
“놈들을 포위해!”
사방에서 각자 맡은 자리로 달려 나가는 병사들의 모습과 토벌대 진영의 수비책임을 맡은 이들의 외침이 뒤섞였다.
“포, 포위가 힘이 듭니다!”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현장으로 달려온 귀족 하나가 보고를 올린 기사를 윽박질렀다. 하지만 기사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놈들의 이동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거기에 아군 진영 내를 지나는 중이기에 화살공격도 쉽지 않습니다!”
“대체 어떤 목적…….”
기사의 보고에 귀족이 그들이 돌파한 곳을 돌아보며 말을 하다가 끝을 흐렸다.
“뭐야 이건.”
돌아본 귀족이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막사들이 무너져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저 멀리서 또 하나의 막사가 무너지며 병사들이 비명과 함께 튀어나오는 모습도 보였다.
한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그들은 일직선으로 달리고 있었다.
막아서는 병력들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들을 막아설 수 없었다. 그 모습이 마치 포위망을 필사적으로 뚫고 나가는 결사대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뭐지? 혼란을 유도하는 건가?”
의도를 알 수 없는 그들의 질주에 귀족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는 것을 느꼈다.
일단 그게 목적이라면 충분히 먹혔다.
수만이 응집한 이 토벌대 진영이 쑥대밭이 되었으니 말이다. 거기에 이전의 습격이후 철통같은 경계태세를 갖췄다 생각했던 상황에서의 피해였으니 말이다.
“노, 놈들이 빠져나간다!”
“추격하라!”
황당함이 가득 섞인 외침이 구신과 묵갑귀마대원들의 뒤를 따랐다.
어느새 그들은 외곽을 뚫고 있었다.
물론 빠져나가지 못하게 병사들이 방진을 형성하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정도 대응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정병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이들의 목적을 알 수 없었기에 외부의 습격을 대비하기 위해 진영의 경계선상에 도열한 덕이기도 했다.
달려나가던 구신이 외쳤다.
“수호야아아아!”
“갑네다!”
구신의 외침에 뒤쪽에 말을 달리던 수호가 선두로 나서며 큼직한 것을 꺼내 들었다. 평소에 그가 쓰던 도끼창은 아니었다.
양쪽에 날이 달린 대부였다.
그것도 거의 몸통만한 크기를 자랑하는 대부였다. 그의 아버지가 쓰던 대부와 견주어도 크게 작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 대부를 든 수호가 말고삐를 놓더니 양손으로 잡고 크게 휘둘렀다.
부와아아악!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수호의 손끝에서 그 대부가 떠나갔다.
후우웅! 훙! 훙! 훙! 훙!
육중한 대부가 흉험한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그것이 향하는 곳은 바로 병사들이 방진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훙! 훙! 훙!
똑같은 크기의 대부가 또 날아갔다. 그리고 또 하나…….
어디서 이렇게 많은 대부가 나타났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걸 떠나 그게 날아오자 방진을 형성하고 있던 병사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방패수!”
창병 뒤쪽에 도열해 있던 방패수들이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대형 방패를 땅에 찍으며 고정했다. 그 방패 위로 창병들이 익숙한 듯 창대를 올렸다.
방패수들이 두터운 방패를 단단히 부여잡고 이를 악물었다.
단검 외에는 다른 무기가 없는 병종이 그들이었다. 철저히 방어를 위한 이들이었기에 그들의 방패역시 두께가 남달랐다.
그러나 그런 든든한 방패 뒤에 선 그들의 안색은 살짝 창백했다. 그 방패로 적의 기창공격이나 화살공격은 막아 봤지만 몸통만 한 도끼가 날아오는 걸 막아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때론 기마들의 몸통 돌격도 막아 내던 그들이었기에 이를 악물고 버텼다.
방패 뒤에 선 그들의 귓가로 바람을 뒤흔들고 날아오는 대부소리가 가까워졌다.
후후후후훙!
“후읍!”
동시에 방패병들이 호흡을 맞추고는 체중을 앞으로 밀며 방패가 밀리는 것을 최대한 막는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폭음이 터져 나왔다.
콰아앙!
방패병은 순간 온몸을 뒤흔드는 충격을 느꼈다.
귓가는 멍멍했다. 고막이 나가버렸는지 웅웅거리는 소리 외에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어떤지는 인지하고 있었다.
‘무슨 투척술이 저렇게…….’
방패병이 하늘에서 자신이 있던 방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끼가 날아온 방향에 있던 이들이 모조리 토막이 났고 그 주변의 인원들은 충격에 나자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방패병은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날아온 방향에는 자신도 있었다.
허공을 유영하던 그는 자신이 있던 자리에 익숙한 하체가 토막이 난 채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아……아흐흑!”
그렇게 상체만 허공으로 떠올랐던 방패병은 눈물을 쏟으며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웅웅거리는 귓가로 무언가의 충격파가 느껴졌다.
하늘을 보고 누운 그의 시선으로 하늘로 튕겨 올라간 동료들의 모습이 담겨졌다. 허망한 얼굴로 눈물을 쏟던 방패병의 동공에서 점차 생기가 빠져 나갔다.
“쫓아라!”
뒤를 쫓던 시에라 제국의 기마대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다.
앞쪽에 형성된 방진을 보고는 저들의 분탕질도 끝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휘두르는 것도 힘들 법한 커다란 도끼 세 개를 날려 간단하게 길을 열어 버린 것이다.
물론 나머지 인원들도 손도끼를 투척하여 흐트러진 전열을 붕괴시키는 쐐기를 박아 버렸기도 했다.
그렇다 해도 이런 돌파는 듣도 보도 못했다.
“혹시 저들이 그 묵갑귀마대인가 하는 이들인가?”
추적을 하고 있던 기마대장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가우리의 기사들 사이에서도 두 가지 분류가 있다는 정보를 그들도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하나는 일반 기사인 개마기병, 다른 하나는 그들 중에서도 특출난 묵갑귀마대라는 존재들.
저 말도 안 되는 돌파력을 보니 왠지 그들 같았다.
그렇게 단정하는 이유는 그들에게 죽어 나간 소울아머 유저들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뒤를 쫓는 기마대의 숫자는 오백여다.
열배가 넘었던 것이다.
저들이 전부 소울아머 유저라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최소한 계속되는 추적 혹은 견제도 가능했다.
“혹시 매복이 있는 건 아닐까요?”
달리던 사이 따라붙은 부대장의 의견에 기마대장의 안색이 굳어졌다.
솔직히 저들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혼란을 유도하는 것이라면 추가 병력의 습격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물론 아직 그렇게까지 늦은 밤은 아니었기에 그런 병력이 움직였다면 사전에 모를 리 없었다.
사방에 깔아놓은 정찰병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런데 전혀 그런 알림이 없었다는 것은 저들이 전부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런 식으로 고급 병종을 끌어내어 습격을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기마대의 상당수는 기사들로 구성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쫓아!”
하지만 아직은 아닐 거라는 판단을 했다.
여기는 아직 토벌대의 영역이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매복을 하기 위한 병력이 있었다면 정찰대가 낌새라도 알아챘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맹신은 안 된다.
기마대장의 손짓에 비교적 가벼운 무장의 기마들이 질주하듯 달리며 주변으로 흩어졌다.
매복이 있을 수 있기에 살피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흩어지는 순간 갑자기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아악!”
“억!”
그들뿐이 아니었다.
이어서 추격을 하던 선두 기마들이 낙마를 하기 시작했다.
“저건 또 뭐야?”
순간 기마대장은 놀란 눈으로 전방을 바라보았다.
말은 앞으로 달려 나가는데 상체는 잔뜩 틀어 뒤를 향하고 있었다. 그 상태로 활을 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식의 활쏘기는 처음 보았다.
물론 제국 북부 쪽에 위치한 초원의 어느 부족들이 말을 타며 활을 기가 막히게 쏜다는 이야기는 전해들은 적이 있지만, 전장에서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소규모지만 부대단위로 말이다.
심지어 사거리도 길었다. 그렇다고 활의 크기가 큰 것도 아니었다.
자세히 보지 않았다면 활을 들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물론 어두운 탓도 있지만 결코 그 활의 크기는 이 사거리를 감당할 정도로 크지 않았다.
연이어 화살이 날아왔다. 기마병들이 서둘러 방패를 들어 화살을 막기 시작했지만, 화살은 기마병뿐 아니라 말에게도 날아와 박혔다.
끼히히힝!
말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나자빠졌다.
전마의 특성상 화살 한두 대 맞는다고 이렇지는 않았다. 그러나 말에 박혀 든 화살을 보면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화살의 깊이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딱 봐도 길게 틀어박혔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이, 미친…….”
기마대장은 이를 악물었다. 이 짧은 사이에 오십이 넘는 기마대원들이 죽거나 낙마했다. 아니 백에 가까울 것이다. 처음 매복을 감지하기 위해 전초로 나선 기마병들이 서른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악!”
“크억!”
비명은 끊어지지 않았고 단 오십여 명이 쏘는 화살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집요했다. 그때 누군가가 외쳤다.
“낙오병이다!”
추격하던 적들 중 하나가 바닥에 내려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하나 가지고 소리를 높인다는 것이 창피했지만, 아직 하나도 잡지 못했던 그들에게는 나름 가뭄의 단비일 수도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살짝 당황한 음성을 뱉었다.
“어?”
콰아앙!
그 낙오병이 길가로 가더니 커다란 울림이 퍼져 나왔다.
쾅! 쾅!
연이어 두 번이 더 울려 퍼졌다. 동시에 기마병들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 같은 것이 튀어나왔다.
“어억!”
콰드드득!
딱 봐도 제법 두껍고 커 보이는 나무가 비명을 지르며 기울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어 또 다시 도끼질 소리가 들리더니 또다른 나무가 기울어졌다. 그 사이로 낙오된 줄 알았던 이가 다시 말을 타고 달리기 시작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제엔장! 알아서 넘어!”
기마대장은 이를 악물고 외쳤다.
두 그루의 나무가 길을 막고 있었지만 옆으로 빠지거나 잘 피해서 가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하지만 쓰러진 나무 근처에 다다른 순간 그것은 착오라는 걸 알아챘다.
“술?”
독한 술 냄새가 풍겼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불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걸 맞았다고 칭찬하듯 불이 붙은 화살 두 개가 날아왔다.
밤하늘 아래에 화광이 솟구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