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157
222화 누가 더 비참한가?
폴머 자작이 류화와 맞닥트리는 순간 그의 뒤를 따르던 두세 명의 로우급 유저와 한명의 소울아머 유저는 진천을 향해 달려들었다.
“큰 공을 세우겠구나!”
그들은 가장 큰 먹잇감이 자신들에게 온 것을 환영했다.
물론 그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들어 알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에 기반한 내용이었고, 실질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무력을 지녔는지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로우급이지만 소울아머 네 명의 합공이다. 다만 주변에서 그들의 합공을 막는 것이 문제이긴 한데 이쪽 역시 그걸 막기 위한 이들은 존재했다.
소울아머급 유저가 다섯이 포함된 선두다.
당연히 그에 걸맞는 기사들이 따르는 것은 당연했다. 최강의 무력이 꼭짓점에 몰려 있는 것이다. 반면 저들은 그럴 가능성이 낮았다.
진형상 넓게 퍼져 있는 것이 돌파를 주목적으로 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물론 기마병력읫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보니 휩쓸고 지나가기에는 딱 좋은 진형이기는 했다.
“이거 무시당한 건가?”
그때 소울아머 유저인 포브 헤임 자작이 피식 웃었다.
마주 달려오는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진천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그 홀로 이 네 명을 상대하겠다는 것처럼 말이다.
순간 자존심에 금이 갔다.
“잘 됐어. 빠르게 놈을 잡아 승기를 잡는다!”
포브 자작이 먼저 치고 나가며 외쳤다. 그러자 마찬가지로 로우급 유저 세 명이 진천을 향해 움직였다.
그때 진천이 겨누던 삭을 옆으로 돌렸다. 찌르기 공격을 포기한 듯 보였다. 사실 소울아머 유저에게 장창을 세운 돌격은 의미가 없기도 했다.
그것 때문인가 하는 순간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와아악!
“흡!”
순간 놀란 포브 자작이 몸을 누였다.
그 위로 옆으로 돌렸던 진천의 삭이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커다란 파공성과 함께 몸을 누인 포브 자작의 얼굴 위로 거칠게 터져 나오는 풍압이 느껴졌다.
우직!
몸을 다시 세우는 순간 왼편에서 뭔가가 박살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린 포브 자작의 눈에 로우급 유저 하나가 옆구리에 창대를 맞고 마치 새우마냥 꺾은 채 말 위에서 튕겨지고 있었다.
우두둑!
힘을 못 이겼는지 삭의 중간 부분에서부터 부러져 나갔다.
하지만 방금 전 들린 소리는 창대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창대에 옆구리를 얻어맞은 로우급 유저의 몸통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어서 입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피도 피였지만 연한 색의 살덩이 같은 게 입에서 비어져 나와 있었던 것이다.
“미친!”
포브 자작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로우급 유저가 튕겨져 날아갔기에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입에 덜렁거리며 튀어나온 것이 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마치 마차 바퀴에 밟힌 개구리가 내장이 입으로 비어져 나온 것 같았다.
입에서 튀어나온 그것은 내장이었다.
포브 자작은 물론이고 가까스로 기습과 같은 일격을 피해 낸 로우급 유저들은 얼음물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정신이 바짝 들었다.
콰드드득!
날아간 로우급 유저가 달려오는 말발굽 사이에 갈려 나가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들려왔지만 그들은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 따위는 없었다.
“잡아 봐. 날 잡으면 전쟁 쉽게 할 수 있지 않나?”
부러진 창대를 옆으로 툭 던지며 환두대도를 뽑아 드는 진천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들의 곁으로 진천이 이끄는 묵갑귀마대원들이 스쳐 지나갔다. 마치 없는 존재 취급하듯 스쳐갈 뿐이었다.
이어 뒤에서 뭔가 부서지고 박살나는 파열음만 들려왔다. 비명소리도 이어졌다. 하지만 그 어투가 모두 시에라 제국군의 것들뿐이었다.
“제엔장!”
포브 자작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적은 첩보대로 강한 상대라고 말이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포브 자작의 일격을 진천이 환두대도를 휘둘러 튕겨 내는 것과 동시에 옆에서 다가오던 로우급 유저의 공격을 막아 내었다.
미리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셋은 거의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 합공을 했다.
‘나머지 하나는?’
포브 자작은 다음 공격을 준비하면서도 시선을 살짝 돌렸다. 동시에 포브 자작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뻐억!
“저건 또 뭐야!”
포브 자작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로우급 유저가 탄 말이 주인도 없는 말의 뒷발질에 채여 나동그라지고 있었다. 더 웃긴 것은 바닥으로 내려서는 로우급 유저의 몸통으로 또다시 그 말의 발길질이 날아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미친 말이!”
로우급 유저는 황당하면서도 분노 어린 외침을 터트리며 롱소드를 휘둘렀다. 그러나 진정으로 황당한 것은 그 다음에 벌어진 일이었다.
후우웅!
“헛!”
단지 말이라 생각해서 휘두른 단조로운 공격이지만 로우급 유저의 일격이었다.
그게 빗나간 것이다.
아니 처으부터 맞을 수가 없는 공격이었다.
뒷발질을 하는 척 하며 뻗던 발을 도로 내리며 몸통으로 옆구리를 들이받은 것이다. 살짝 균형이 뒤틀린 상황에서의 몸통박치기였기에 로우급 유저는 꼴사납게 나자빠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충격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심리적인 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마, 말이 허수를 써?”
재빨리 일어서면서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로우급 유저의 롱소드를 쥔 팔을 그 말이 덥썩 물었다. 그리고는 힘차게 고개를 틀었다.
“으어어어!”
동시에 로우급 유저의 몸뚱이가 허공으로 날았다.
이제 일어나려던 상황이었고 다른 타격을 준 것도 아니고 팔을 잡아 아니 물어 던진 것이다.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한 덕에 말에게 팔을 잡혀 날아가는 참담한 결과를 맞이했다.
그러나 포브 자작은 너무 시선을 빼앗겼다.
“으아아악!”
익숙한 비명소리에 포브 자작이 재빨리 시선을 되돌렸다. 그와 동시에 그의 입에서도 비명이 터져나왔다.
“으허어억!”
함께 합공했던 로우급 유저가 그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그를 향해 휘둘러져 오고 있었다.
둘 사이에 소울포스의 푸른 기운이 동시에 발현되었다.
콰앙!
부딪히는 순간 푸른 빛 무리가 사방을 가득 채웠다.
“컥!”
“크어억!”
발목을 잡힌 채 휘둘려졌던 로우급 유저가 단말마를 내뱉었고 그에 얻어맞은 포브 자작도 말과 함께 넘어가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 광경을 본 진천이 픽하니 웃으며 말했다.
“무슨 부싯돌도 아니고…….”
소울포스들이 부딪히며 내는 불꽃을 보고 떠오른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수나는 이제 시작이었다.
말과 함께 자빠진 포브 자작의 위로 또다시 로우급 유저의 몸뚱이가 날아들었다. 사람을 무기마냥 휘두르는 괴력에 놀라고 할 겨를도 없었다.
이를 악물은 포브 자작은 몸을 일으키지도 못한 상태에서 로우급 유저를 맞아야 했다.
포브 자작이 이를 악물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롱소드에 소울포스가 뿜어져 나왔다. 동료지만 그를 베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최선이라 생각한 것이다.
“미안하다!”
포브 자작이 롱소드를 휘둘렀다.
콰앙!
또다시 폭음이 울려 퍼졌다.
“헛!”
포브 자작이 다시 엉덩방아를 찍으며 놀랐다.
그의 시선에 자신의 공격을 쥐고 있던 롱소드로 막아 내며 다시 되돌아 날아오고 있는 로우급 유저의 분노에 찬 얼굴이 보였다.
로우급 유저가 외쳤다.
“야이 개새꺄!”
“뭐, 뭐?”
창창창창!
로우급 유저가 접근해 오면서 순식간에 서너 번의 공격이 오갔다. 로우급 유저는 최선을 다했다. 살기 위해서 그리고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 말이다.
그는 완벽하게 진천의 검이 되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는 또 한명이 있었다.
만신창이지만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었던 로우급 유저가 그들을 보며 한탄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건 뭐 병신들도 아니고…….”
자신이야 개망신을 당했다 치지만 이게 뭔가 싶었다.
그런 그의 머리위로 다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튼튼해 보이는 말굽 두 개가 보였다.
“이런 씨파…….”
욕설이 다 끝나기도 전에 바닥을 굴렀다.
그 역시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펄떡펄떡 뛰는 장난감을 만난 강쇠는 회춘이라도 한 듯 신나게 뛰어 다녔다.
가우리의 기마 양 옆에서 그들을 따르고 있던 동맹국의 기사들은 혀를 내둘렀다.
“신성제국 전쟁 때도 어마어마했는데 지금은 더하네.”
“그렇습니까?”
옛 제국전쟁시기에는 참전하지 않았던 로셀린 왕국의 신참 기사가 묻자 북부군단 출신이었던 고참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때는 수가 적었거든.”
“그래서 더 대단했던 것 아닙니까?”
적은 수로 제국전쟁을 승리로 가져갔으니 더 대단한 것은 맞았다. 그러나 고참기사는 팔에 소름이 돋는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그건 맞는데, 예전에는 목표만 정확히 박살내는 전투를 했었다고. 강력하고 효율적인.”
“그런데요?”
“지금 보면 효율이란 단어가 생각 나냐?”
완전히 휩쓸고 있었다. 뭔가 작전상 우위를 가지기 위해 보이는 움직임과는 거리가 멀었다. 앞에 있는 것을 그대로 박살 내며 나아가고 있었다.
“에이 이 정도 전력이면 그럴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래서 무섭다는 거야. 이젠 눈치 안 보고 안 재고 그냥 다 때려 부수는 전쟁을 수행하니까. 머리 쓸 줄 아는 인간들이 머릿수도 채운 거지.”
그제야 고참 기사의 말이 이해가 간 신입 기사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같은 편인 게 다행이네요.”
“내 말이.”
그들 역시 적을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갔다.
본진에서 대열을 갖추고 대기하던 시에라 제국 병사들의 눈에 공포가 서리기 시작했다.
제국의 기마부대가 시간을 끌기 위해 나아갔다.
그 덕에 완전한 진영을 갖춘 것은 맞았다. 그런데 지금 자세히 보면 시에라 제국의 기마부대가 잘 해서 시간을 번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사냥당하고 있었다.
원래 계획은 예봉을 치고 빠지기 위함이었다.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적은 다수였지만 넓게 퍼져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선두가 돌입하는 순간 좌우에 펼쳐져 있던 기병들이 일제히 속도를 높이며 시에라 제국 기병들의 퇴로를 막아 갔다.
그리고 본진에 대기하고 있는 병사들이 볼 수 있었던 것은 적들의 기마가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처참한 시에라 제국 기병들의 시신들이었다.
대기하고 있던 보병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도주하는 기병들을 쫓아 악착같이 죽이는 것이었다.
그들을 쫓는 이들은 따로 있었다.
뒤쪽에서 튀어나온 가벼운 무장의 경기병들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궁기병들이었다. 추격을 길게 이어 가지도 않았다. 따라붙으며 화살을 날리니 멀리 도주하지도 못하고 모조리 쓰러졌다.
그렇게 이만여 기병이 학살당하는 시간 동안 시에라 제국 카말 원정대 본진은 방비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고작 그게 전부였다.
“소울아머 유저들이…….”
병사들을 지휘해야 하는 기사들이 질린 얼굴로 전장을 바라보았다.
분명 로우급 포함해서 다섯 명의 소울아머 유저가 이끌고 나갔다.
그런데 그들이 활약하는 모습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니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때 누군가 외쳤다.
“소, 소울아머 유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