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165
230화 자비스의 복수
콰콰콰쾅!
“이런 빌어 처먹을 일이 있나!”
폭음과 함께 몸이 쭉 밀려 나가는 가든 후작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나마 그는 다행이었다. 다른 이들은 폭발이 일어나며 남긴 후폭푸에 사방으로 나뒹굴고 있었다.
“헨리! 괜찮느냐!”
“쿨럭. 괜찮습니다!”
그것이 날아오는 순간 술법사들이 방어술을 중첩하며 펼쳤다. 그리고 다행히 날아온 쇠화살은 방어술에 막혀 공중 폭발을 했고 말이다.
그러나 그 폭발의 영향에 의해 방어술 뒤쪽의 사람들은 바닥을 굴러야만 했다. 하지만, 이들은 나은 상황이었다.
방어술 앞쪽에 있던 이들 중 상당수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신음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파편에 맞아 부상을 입은 것이다.
가든 후작이 이를 악 물더니 누군가가 놓친 창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소울 포스를 끌어올리며 네모난 상자를 들고 허공에 떠 있는 이를 향해 집어 던졌다.
“응?”
까만 점이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그걸 본 트렌든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왠지 분위기가 무시무시했기 때문이었다.
[응은 무슨 응이야! 닥치고 방어마법 펼쳐!]
“왓! 너 지금 뭐라고 했…….”
[닥쳐! 방어마법!]
거친 언사의 자비스의 조언에 따라 트렌든은 재빨리 방어 마법을 펼쳤다. 그와 동시에 회피기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날아든 창대가 그의 방어마법 위를 두들겼다.
파창!
방어마법이 순식간에 깨어지며 창대가 그대로 트렌든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까아아아앙!
“꾸웩!”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가 회피기동을 시도했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대가리를 맞은 트렌든이 빙글빙글 돌면서 바닥으로 추락해 갔다.
한마디 단말마를 남기고 말이다.
“갓 뎀!”
“대단하십니다!”
이 엄청난 공격을 해 댄 적을 먼 거리에서 창을 날려 맞춘 가든 후작을 보며 헨리 백작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가든 후작은 고개를 내저었다.
“젠장, 빗맞았군. 직전에 피했어. 그리고 방어술 비슷한 것이 펼쳐지기도 했고.”
“그, 그랬습니까?”
“저게 저들의 소울아머인가?”
가든 후작이 심각한 표정으로 묻자 헨리 백작 역시 얼굴 표정이 어두워졌다.
만약 그렇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진다.
소울아머가 시에라 제국만의 독보적인 것은 아니었다.
시작은 그러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저항하고 있는 남부 국가들까지 쓰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시에라 제국의 소울아머 기술이 가장 독보적이기는 했다.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에 걸 맞는 연구가 계속 이어져 왔기 때문이었다.
“그렇긴 한데 아직 범용적으로 쓰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 소울아머를 보고 흉내를 낸 것일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헨리 백작의 말에 가든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위력적인 병기가 있는데 달랑 하나만 나타났다는 것은 헨리 백작의 말대로 아직 상용단계가 아닐지도 몰랐다.
“일단 빨리 빠지지고.”
“예.”
가든 후작과 헨리 백작 그리고 토벌대 본진은 빠르게 이탈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빠져나가는 그들의 뒤쪽 숲에서는 비명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아예 묻어 줘?”
땅바닥에 묻힌 채 다리만 나와 있는 트렌든에게 제라르가 정중한 권유를 해 보았다. 상체가 땅에 처박혀 있었어도 제라르의 말은 들리는지 발버둥을 쳤다.
결사반대의 의지였다.
그 사이 수호가 트렌든의 다리를 잡고 끙 하니 힘을 주자 마치 무가 밭에서 뽑혀 나오듯 쑤욱하고 뽑혀 나왔다. 동시에 담아 두지 못할 욕이 쏟아져 나왔다.
“갓 뎀! 퍽! 썬 오브…….”
“쯧. 만드라고라라는 전설의 꽃은 몸에라도 좋다지만 이건 뭐…….”
뽑으면 비명을 지르는 만드라고라처럼 뽑히자마자 귀청을 울리게 만드는 트렌든의 욕지거리에 제라르가 혀를 찼다.
“일단 고생했어.”
“잠깐 이것 좀 빼 줘!”
“응?”
갑자기 욕을 하던 트렌든이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러자 그걸 본 제라르가 혀를 찼다.
“허? 이거 꽤 단단하던데.”
트렌든의 투구 위쪽의 경사면이 움푹 들어가 있었다. 가든 후작이 날린 창을 튕겨 낸 부분이었다.
“이거 이 정도면 제대로 맞으면 뚫렸겠네.”
이어 수호가 힘을 주어 당기자 트렌든이 짧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비명은 짧았고, 트렌든의 머리통을 압박하던 투구가 벗겨져 나갔다.
“아우우!”
트렌든이 머리를 문질렀다.
직접적인 타격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가슴이 철렁할 뻔했던 공격이었다.
“뭐 그래도 쓸 만했어.”
그렇게 대답하며 제라르가 그가 사용하고 남은 빈 상자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 위력이 마법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마법보다 나았다.
그 증거로 달려오던 시에라 제국의 실험체들의 상당수가 잿더미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아쉬운 것은 이건 더는 만들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렇게 정신이 혼미한 트렌든을 수레에 실어 놓은 채 추격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자 시에라 제국의 잔당들이 숲을 날뛰며 도주하기 시작했다. 물론 일부는 그 상황에서도 반전을 노리는지 공격을 해 왔다.
그러나 그들도 이내 토벌대 본진에서 아무런 지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점차 힘이 빠져 나갔다.
그러나 남아 있는 실험체와 추격을 하던 부흥군의 수가 소수인 탓에 결국 토벌대 본진이 인근 요새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다행입니다. 후작 각하!”
“영주인가?”
“예. 드리튼 페이지 자작입니다.”
자작이라는 말에 가든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자작이라. 이런 곳에 올 작위는 아닌데.”
“부흥군 토벌에 한손 거들기 위해 직접 지원해 왔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얼마 전에 오십을 막지 못했다지?”
가든 후작의 말에 드리튼 자작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뭐 이 만이 뚫리는 마당에 이곳이 뚫린 게 이상한 것은 아니지. 어차피 나도 도망쳐 왔으니 거기서 거기지.”
그렇게 말을 뱉은 가든 후작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급히 피신 명령을 내렸지만 막상 와서 보니 꽤 나쁘지 않았다.
이전 일루이먼 왕국 당시 꽤 많은 병력이 주둔했던 요새였던 덕인지 공간도 나쁘지 않았고 수성하기에 위치도 좋았다.
“이 정도면 함락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인데?”
“듣기로는 이곳의 영주가 그냥 투항했었다 합니다.”
“그래? 그럼 북방 영지를 받았겠군.”
“아마도 그럴 겁니다.”
투항 영주는 일가와 기사단을 이끌고 제국 북부의 영지를 하사받았을 것이다.
그게 제국의 방식이니까.
“수성 준비도 하고 있었군?”
이곳저곳 수성전에 필요한 것들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일부는 급히 배치한 것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미리 준비한 듯 보였다.
후방에 이런 준비가 되어 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저번에 뚫렸던 일도 있고 해서…….”
“아아.”
드리튼 자작의 말에 가든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 정도 준비가 미리 되어 있다면 일단 더 편하게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적해 오는 적들의 구성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일단 공성병기는 없었다.
그들이야 공성을 준비한 것이 아니니 말이다.
이쪽에서도 적들이 점유하고 있는 몇 영지를 무너트리기 위해 공성병기를 준비해 왔긴 하지만, 그것들은 지금 철수하면서 일부는 부숴 버렸다.
적들의 손에 들어가서 좋을 게 없으니까.
물론 그런 것이 없어도 공성병기를 즉석해서 만들어 낼 수는 있었다. 핵심 부품만 가지고 다니고 나머지는 주변 목채를 잘라 만들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게 만든 것은 위력이나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이 흠이기는 했다.
그때 망루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적입니다! 적입니다!”
그 외침에 가든 후작이 밖을 내다보았다.
“그럼 준비 좀 하겠습니다.”
그리고 드리튼 자작은 공성병기를 다루던 병사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사전에 어느 정도 훈련이 있었는지 병사들이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성병기는?”
가든 후작이 적진을 살피며 외치자 위쪽에서 답변이 들려왔다.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없어도 그냥 넘어올 수 있는 놈들이니 만전을 가하도록.”
가든 후작의 말에 헨리 백작이 고개를 숙이고는 움직였다. 성곽에 양손을 짚고 부흥군을 바라보는 가든 후작이 궁금한 듯 중얼거렸다.
“덤벼들까?”
병력은 이쪽이 많았다.
공성전을 수행하려면 최소한 병력이 두 배 이상은 되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세 배의 숫자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정반대다.
이쪽이 족히 두 배, 아니 여기 병력이나 징집병들을 포함하면 세 배에 가까울 수 있었다.
다만 사기가 바닥이라 어쩔 수 없이 후퇴를 선택한 것뿐이다. 아무리 봐도 적들은 일 만이 되어보이지 않았다.
“이쯤에서 우리 애들 기를 살리는 것도 좋기는 한데.”
내심 한 번쯤 도발해 왔으면 했다.
병력의 질이 아주 낮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충분한 휴식과 약간의 자신감 정도만 회복된다면 다시 치고 나가면 된다. 어찌 되었든 부흥군 입장에서는 사방이 적이나 마찬가지니까.
피로도의 차이는 분명했다.
“빨리 정해라.”
가든 후작이 미소를 지으며 지루하다는 듯 부흥군 진영을 바라보았다.
“아, 이거 참. 잔챙이만 잡고 끝내기는 찜찜한데.”
제라르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게. 꽤 실리적인 놈이 토벌대를 맡았나 본데?”
구신 역시 영 탐탁지 않는다는 듯 한마디 거들었다. 물론 성벽을 넘을 수는 있었다.
그들의 실력이라면 이런 성벽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러기 꺼려지는 것은 적들이 보유한 그 인간형 병기가 걸렸다.
두려움 없고 꽤 강하고.
그게 숫자가 많다면 오히려 소울아머 유저보다도 상대하기 힘들었다.
지금까지 본 숫자만 해도 거의 이백 가까웠다.
물론 트렌든이 날린 것이 꽤 많아 정확한 추산이 어렵기는 했지만 말이다.
깡깡깡깡깡!
“……에이, 씨.”
적진을 바라보며 고민하던 제라르가 귓가를 울리는 쇳소리에 얼굴을 확 구기며 외쳤다.
“그만 해! 시끄럽잖아!”
“Shit! 이거 안 펴져! 자비스랑 대화를 할 수가 없잖아!”
미친 듯이 거슬리는 소리를 만들어낸 이는 바로 트렌든이었다. 그가 찌그러진 투구를 펴 보겠다고 도끼 뒤편으로 열심히 움푹 들어간 부분을 두들기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고민하는 거 안 보여!”
제라르가 살기까지 뿌리자 트렌든이 움찔하더니 눈치를 보았다.
“쯧.”
제라르가 다시 전방을 바라볼 때 트렌든이 입을 열었다.
“헤이, 브라더.”
“왜?”
“내가 방법 하나 알려 줘?”
트렌든의 말에 제라르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트렌든이 찌그러진 투구를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나도 내 자비스의 복수를 해야 하거든.”
트렌든의 말에 투구에서 악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안 죽었다고요!]
“그럼 투구의 복수라 하지 뭐.”
트렌든의 말에 제라르가 눈을 빛냈다.
“무슨 방법이 있어?”
“있지. 아주 화끈한 방법이.”
트렌든이 진하게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