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166
231화 우리는 뭐하지?
가든 후작과 헨리 백작이 전진을 주시하고 있었다.
“꽤 신중한데요. 전격전을 펼치는 것으로 보아 화끈하게 밀어붙일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헨리 백작의 말에 가든 후작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긴 한데 우리가 내놓은 패가 신중함을 불러왔나 보지.”
가든 후작의 답변에 헨리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바보 아닌 이상 공성전이 쉽지 않다는 건 저들도 잘 알 거야.”
“그건 그렇겠지요. 하지만 이대로는 돌아갈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닙니다.”
“그렇군. 기왕이면 살짝 들이받아 주는 것도 좋다니까?”
가든 후작의 말에 헨리 백작이 짧게 대답했다.
“그렇지요.”
헨리 백작의 대답이 영 시원치 않다는 것을 느낀 가든 후작이 입을 열었다.
“왜? 들이받지 않을까봐?”
가든 후작의 질문에 헨리 백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건 아니겠지만 들이받는다는 건 저쪽도 승산을 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선택 아니겠습니까?”
“그야 그렇겠지. 그게 불안한가?”
“솔직히 무슨 수를 쓸지 불안합니다.”
헨리 백작의 대답에 가든 후작이 너털 웃음을 흘렸다.
“싱겁기는 어차피 전투 전에는 각자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하는 법이야.”
“하하하.”
가든 후작의 말에 헨리 백작이 너털웃음을 흘렸다.
“왜? 웃기나?”
“우리는 시에라 제국이잖습니까.”
그 말에 가든 후작 역시 너털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푸흐흐. 맞아. 시에라 제국이지. 우리 제국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게 얼마만인가?”
“글쎄요. 이런 대규모 전투에서는 거의 없던 일 아니겠습니까?”
“맞아. 신선하다 못해 당황스러운 거지. 이전 지휘관들이 당한 게 단순히 멍청해서라고 볼 수도 없는 거지.”
“예.”
시에라 제국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상대는 승리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저 시간을 끌어 무승부 즉, 막기만 해도 좋다는 생각으로 전투를 걸어온 곳이 대부분이었다.
현실적으로 제국을 상대로 승리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시에라 제국의 지휘관은 진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결과가 그래 왔으니 말이다. 잠시 물러설 수는 있어도 패하는 전쟁은 드물었다.
그런 면에서 남부 정벌은 약간의 의외성이 항상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가든 후작이나 헨리 백작은 은연중에 상대를 동등한 위치로 보고 있던 것이다. 그런 상대가 나타난 적이 얼마나 있겠는가.
“방심하지 않는다는 건 좋은 거네.”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너무 시간을 끄는 거 아닌가? 밤에 오려나?”
“글쎄요. 오히려 더 의미가 없을 건데요. 기습도 아니고.”
적들이 다 모여들었음에도 조용하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그 마법이라는 것이 시작일 것 같은데.”
“그렇게 예상됩니다.”
이미 대응은 준비 해 놓았다.
술법사들을 총 동원하여 방어에 투입시켜 놓은 것이다.
물론 공격에도 동원하고 싶었지만 안전하게 가겠다는 의미였다. 방어만 충실해도 일반 병력으로는 밀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일단 병력비를 봤을 때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정상적인 공성전이 이루어지기가 힘이 든다.
그걸 적이 모를 리가 없었다.
물론 오십여 명의 기마로 몇 개 영지를 휩쓴 이들이기에 항상 상식이 통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적들이 항상 비상식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다.
개개인의 무력이 로우급 정도라면 누구든지 그 작전이 무리한 작전이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응?”
그때 가든 후작의 미간이 좁혀졌다. 마치 먼 거리를 확인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떴습니까?”
초인적인 시야를 가진 가든 후작과는 달리 평범했던 헨리 백작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떴군.”
“그럼 먼저 요격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런데 계속 뜨는군.”
“예?”
헨리 백작이 반문하자 가든 후작이 설명을 이어갔다.
“높게 올라가는 중이야. 뭘 하려는 거지?”
가든 후작의 말에 헨리 백작이 반사적으로 적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도 까만 점들이 하늘로 솟구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점들은 하늘로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화살은 무용지물이겠습니다.”
“낮을 때도 무용지물이었네.”
“가능하겠는가?”
헨리 백작이 옆에 있는 술법사에게 질문을 했다.
“가능은 합니다만 장담은 못 드립니다. 그리고 가까이 왔을 때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저쪽은 가능하니까 저렇게 올라가는 거겠지?”
대답은 없었다.
그와 관련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뭐 처음 말한 대로 일단 막자고. 나머지는 정석대로 대응해야지. 서로 마법과 술법을 봉인하고 싸운다고 생각하면 되지.”
“알겠습니다. 일단 예상한 대로 움직이고 있으니 그에 맞춰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헨리 백작이 빠르게 명령을 전달했다.
사방으로 깃발이 올라가며 성벽 위로 병사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곳곳에 설치된 공성병기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다가옵니다!”
여기저기서 외침이 연달아 울려왔다.
하늘위로 떠오르던 부흥군 측의 마법사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약 이십여 개의 점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창 준비할까요?”
헨리 백작이 묻자 가든 후작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좀 멀군. 못할 것도 없지만 이후 벌어질 전투를 생각하면 헛힘만 쓸 수도 있어.”
투창을 염두했던 헨리 백작의 질문에 가든 후작이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는지 다시 말을 이었다.
“혹시 모르니 좀 가져다 놓게. 꼭 하늘이 아니어도 쓸 일이 있을 수 있으니까.”
하늘로 날아오른 마법사들이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다들 조심해! 놈이 창을 던질지 모른다!”
“예!”
마법전단장의 외침에 마법사들이 각자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다가가며 상대 진영을 주시했다.
“공격은 없는데?”
“막을 수 있겠다는 거지.”
“흐음.”
술법사들의 숫자가 많기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구형으로 펼쳐지는 마법사들의 방어마법과는 달리 허공에 대형 방패를 연상케 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라 효율은 떨어지지만 숫자가 많으면 나쁘지도 않았다.
“뭐, 우리야 안전하면 좋지.”
“그렇죠.”
“속도를 높여라!”
전단장의 외침과 동시에 속도가 빨라졌다. 이십여 명의 전단원이 넓게 퍼지며 빠르게 나아갔다.
“대응을 합니다!”
아래에서 불모양의 새들이 날아올랐지만 근거리에 다가오면서 그 크기가 줄어들었다. 술법지에 담긴 술사의 힘을 소진하며 날아오는 식이었다.
마치 장작이 스스로를 태우며 날아오는 것과 원리가 같았던 것이다.
그러나 작아졌다 해도 공격은 공격이다. 마법사들이 빠르게 몸을 유영하며 회피했다.
“계속 오는군.”
가든 후작이 미간을 찌푸렸다.
“거리를 줄여서 공격하려는 것일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가든 후작의 고개가 점점 위로 꺾이고 있었다. 바로 머리 위까지 다가온 것이다.
“정찰을 겸해서 말입니다.”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닌데.”
머리 꼭대기 위에서 진영을 살핀다는 건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아무리 잘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속내를 다 들키는 것 같았던 것이다.
“먼가 떨어트리려 할지도 모르겠슨비다.”
“돌 같은 거?”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화공?”
화공이라는 말에 헨리 백작의 얼굴이 살짝 얼어붙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렇기에는 저들이 들고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화염에 대한 방비는 되어있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그때 하늘에서 뭔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걸 본 가든 후작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빌어먹을 화공이 맞는가 보군.”
하늘을 나는 전단원들 손에 들린 주머니에서 기름과 술을 섞은 것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양이 상당했다.
“세상에 아공간 주머니를 이렇게 쓸 줄은 몰랐네.”
“어쩌나, 당분간 술은 입에도 대지 못하겠네.”
“흘흘흘.”
기름과 섞은 술의 양이 상당했다. 물론 전쟁 중에 술을 먹는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만, 그렇다고 없어서는 안 될 보급 중에 하나가 술이기도 했다.
사기 진작을 위해서는 필수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지금 이들이 뿌리는 술의 대부분은 시에라 제국병들이 버리고 간 보급품 중에서 얻은 것들이었다. 일부 기름도 말이다.
그렇게 술과 기름을 섞은 것들이 마치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때 아래에서 주황빛으로 빛나는 대형 방패들이 마치 우산처럼 펼쳐지고 있었다.
“역시나 방어만 해도 된다는 생각이었군.”
“그러게 말입니다.”
그 모습을 보며 마법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마치 비처럼 쏟아집니다!”
“일단 모래로 덮어!”
성내는 난리가 났다. 방어술 위로 쏟아진 기름과 술이 그 틈새로 흘러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었다.
술과 섞인 기름이 묻은 병사들이 불이 붙지도 않았음에도 당황하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일부 병사들은 모래를 몸에 뿌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저걸 어떻게 저리 많이 뿌릴 수 있지?”
가든 후작 역시 한방 먹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하늘위의 점들이 다시 멀어져 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냥 떠나지는 않았다. 일부가 불덩이를 선사하고 난 뒤였다.
“젠장! 어떻게든 막아!”
가든 후작의 외침과 동시에 화악하고 불기운이 하늘 위를 뒤덮었다.
“와우!”
트렌든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마치 건물 지붕에 불이 붙은 것 같은 형상이었다. 그걸 본 제라르가 혀를 찼다.
“허, 내 여태 본 화공 중에 제일 화려하군.”
“그러게 .여기까지 뜨끈하네.”
“화끈하지? 네이팜만은 못해도 이 정도면 아주 멋지다고!”
트렌든이 상기된 얼굴로 말하자 제라르가 멀뚱이 보며 대답했다.
“네이팜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멋지긴 하네. 당하는 게 우리가 아니니까.”
그렇게 말을 하며 구경했다.
그때 구신이 물었다.
“우린 뭐하지?”
불바다가 된 곳으로 진격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불구경을 하던 제라르가 짧게 대답했다.
“불구경.”
화르륵!
방어술의 틈새로 불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병사들은 바닥에 모래를 뿌리고 다녔다. 바닥으로 옮겨붙은 불들이 번져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부 병사들뿐이었다.
몸에 술과 기름을 섞은 것이 묻은 병사들은 행여나 옮겨붙을까봐 다가가지도 못했다. 일부 병사들은 빠르게 번져 온 불에 휩싸여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술법사들 역시 바쁘기 그지없었다.
방어술 위로 타오르는 불꽃 덕에 펼쳐 놓은 것들이 빠르게 소멸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달아 방어술을 허공에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방어술이 풀릴 때마다 그 위에 타고 있던 불길들이 떨어져 내리자 병사들은 죽는다고 비명을 내질렀다.
벌써부터 살타는 냄새가 사방을 가득 채웠다.
“이런 황당한 일이…….”
가든 후작이 이를 갈자 헨리 백작이 죄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죄송하니다. 이런 것까지 염두에 뒀어야 했는데.”
“죄송할 일이 아니지. 빌어먹을. 이걸 어떻게 대비하느냔 말이야.”
가든 후작은 이를 갈며 전방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