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2
강철의 열제 12화
땅~따앙! 따당~땅!
“…….”
땅~따당! 땅~따앙!
“…….”
땅…….
“후우.”
장 노인은 두들기던 망치를 멈추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의 노안이 꿈틀거렸다.
“네놈들…….”
“…….”
아까 난입했던 세 명의 드워프들이 한쪽에 조용히 쪼그리고 앉아서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거참…….”
끓어오르는 화를 누른 장 노인은 끝내 혀를 차버리고 헛웃음을 지었다. 장 노인이 보기에 저 세 명은 대장장이 같아 보였다. 손 하며 어깨가 발달한 것 하며, 분명 대장장이가 아니면 발달할 수 없는 근육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쪼그리고 앉아서 보는 눈빛은 배움에 대한 열망이었다.
“……이리 오너라.”
“네인?(네?)”
말이 안 통하는 로윈 스톤은 장 노인이 손짓하자 멀뚱히 쳐다보았다.
“당장 오래도!”
“네인!(넵!)”
그러나 이어진 장 노인의 호통소리에 놀란 머윈 스톤은 재빨리 다가갔다.
이미 그들은 장 노인의 실력을 알아보았던 것이다. 보통의 인간 대장장이와는 달리 망치질마다 들려오는 일정한 박자 등은 자신들 드워프 보다 못함이 없었고, 자신들처럼 월등한 체력이 없어 보이지만 같은 힘과 같은 강도로 두들기는 망치질은 분명 최고의 장인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것은 화로였다. 불빛이 다른 것이다.
드워프 일족이지만 처음 당하는 일이었고 또 이 같은 명장이 부르는데 안 따라갈 수도 없는 것이었다. 인간을 무시하며 살아왔던 그들도 지금의 상황에선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사회는 철저히 실력위주이기 때문이다.
“흠, 뼈대는 튼튼하고……. 어디 보자.”
“…….”
장 노인이 로윈 스톤의 몸을 여기저기 만져 보더니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그리고선 한쪽에 있는 자신이 쓰던 망치를 쥐여 주었다.
“아!”
“오오.”
머윈 스톤이 쥐어진 망치에 작은 탄성을 흘리자, 뒤쪽의 갈링 스톤과 화인 스톤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퍼펙 규횐!(완벽한 균형!)”
“미디움 스톤!(운철!)”
“호오. 역시 네 녀석들 안목도 뛰어 나구나.”
장인들끼리는 통하는 것이 있었다. 로윈 스톤에게 들려져 있는 망치는 운석에 섞여 있는 철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거기에 자신들 마을에서도 한두 개 있을까 말까 한 완벽한 균형이 잡혀 있는 보물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모습을 본 장 노인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놀면 뭣 하느냐. 이것들을 손보거라.”
장 노인은 잘되었다는 듯이 손질하던 것들을 주었다. 그러자 드워프들의 얼굴이 환해지더니 각자 망치들을 들고 열심히 두들기기 시작했다.
까강 깡!
“호, 쓸만한 놈들이군.”
아마도 이 세상에서 드워프를 쓸만하다고 평하는 인간은 장 노인밖에 것이다.
그렇게 이들은 대장간의 일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장 노인은 처음으로 시간을 내어 낚시를 하러 갈 수 있었다.
“니보라우.”
“말하기요.”
멍하니 바라보던 부루가 뒤에서 얼떨떨해하는 우루에게 입을 열었다.
“우리 말구 친척이 있었네?”
“틴척은 무슨. 보라우, 허여멀건 게 이 동네 사람 아니네.”
“길티.”
부루와 우루는 자신들과 똑같은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는 드워프들을 보며 신기해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가족이라도 본 줄 알고 놀랐던 것이다. 부루 일가는 외가 쪽 체형이 이런 형태로 유전이었다.
드워프들도 드워프들대로 지금까지의 상황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타이탄 울족가 샐론핸 니울라이.(타이탄 일족이 생존해 있었다니.)”
“기래 대울 위슬루대이.(그럼 이 기술들이.)”
전설의 타이탄 일족들의 기술이라 믿어버리는 그들이었다.
제5장 역사의 시작
화전민들은 합류한 지 며칠이 지나자 어느 정도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병사들 사이에서 모두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자신의 부인들과 딸들을 덮치고자 한다면 막을 수 없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며칠 동안 병사들의 따듯한 보살핌으로 인해, 말은 안 통했지만 어느 정도 마음의 장벽은 허물어진 것이다.
따뜻한 보살핌이라지만 사실 그 속을 보게 되면 아가씨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병사들의 처절한 노력의 결과였다. 가끔 사냥을 해서 고기를 가져다준다든지, 동물 가죽을 가져다주는 등의 일이 거의 경쟁적으로 일어났던 것이다.
진천도 그것을 막지는 않았다. 다만 싸우지는 못하게 했다.
그렇기에 선의의(?) 경쟁 속에 병사들은 근무 외의 시간을 사냥 등으로 보내게 되었다. 여기에 불안감을 느낀 것은 기존 마을 총각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불안을 느끼는 것은 병사들이 알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심각한 부작용도 있었다.
“이름이 뭐니? 뭐더라…… 이룬, 이룬.(이름, 이름.)”
“시아라.”
“그래 착하지. 다른 아저씨랑은 말하지 말고 이 오빠하고만 놀자.”
“……?”
“이거 먹어라.”
병사는 허리춤에서 열매를 꺼내어 주면서 웃음을 흘려주고 여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자 아이는 받아든 열매를 보고 귀여운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 모습에 흡족해진 병사는 더욱 즐거워하면서 말했다.
“그래 얼른 커라. 원래 처음엔 다 오빠로 시작해서 나중에 여보도 되고 애기 아빠도 되는 거다. 따라 해봐라, 기율 오빠!”
퍼억!
“아이쿠!”
“애 데리고 뭐하네!”
멀리서 지켜보던 우루가 혀를 차며 기율을 다그치자, 그가 투덜대다가 우물쭈물 대답을 하는데 이것이 걸작이었다.
“장군님도 참. 애라니요. 얘도 십 년만 크면 처년디.”
“디질래 아니면 저가서 일 할꺼네.”
“아이쿠 갑니다요! 시아라야 있다가 오마!”
“헤헷.”
한마디로 여성이 모자란 탓에 이제 대여섯 된 아이에게도 손길을 뻗는 놈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었다.
화전민 마을의 30여 명의 젊은 청년들은 늘어난 인원들로 인해 주둔지를 넓히는 작업에 병사들과 함께 동원되었다.
기존 화전민들의 마을은 외부에서 찾기 쉽지 않은 위치여서 숨기에는 좋았지만 퇴로가 없는 그런 곳이었기 때문에 이곳을 중심으로 하여 조금씩 넓혀 가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후, 통하지 않는 말을 걱정한 무덕에게 진천이 명을 내렸다.
“안 통하면 가르치면 되지.”
“글을 말입니까?”
“내 백성이 내 말을 해야지, 그럼 내가 배우나?”
“알겠사옵니다.”
자신의 백성이니 자신의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실 화전민들이라 글을 아는 사람들도 없었기 때문에 배우기 쉬운 가림토(한글의 원형)를 가르치라 했다.
배달시대 때부터 내려온 가림토 문자는 그보다 오래된 녹도문자(한자의 원형)를 지배층이 써왔던 탓에 배우기 쉬움에도 불구하고 덜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진천이나 병사들은 가림토가 익숙했고, 지렁이 기어가는 듯한 녹도문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한글의 원형인 가림토가 이 땅에서 전파되기 시작했다. 물론 교육은 언어의 천재, 구라쟁이로 알려진 웅삼이 맡게 되었다.
방책을 넓히고 집을 지어가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자 어느 정도 사람들 사이에 말이 통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의 습득이 빨라서 장군들의 시동으로 하나씩 데리고 있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종간나 아새끼래 닥치라우!”
“응?”
진지를 돌던 진천은 익숙한 사투리에 미간을 한껏 찌푸리며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목소리의 주인공이 상당히 앳되었던 것이다.
“고조 짐 쌈 거는 기야?”
“기래!”
“기래에? 댐비라우!”
“내레 못 댐빌거 같네!”
아이 둘이 서로를 노려보며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던 진천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며 뒤에서 웃음을 참고 있는 휘가람을 불렀다.
“휘.”
“큭큭큭. 예.”
“내가 잘못들은 건가?”
“푸하하하핫.”
환청은 아니었다.
결국 휘가람이 아이들의 싸움을 말리고, 말을 배우고 있는 곳으로 진천이 걸음을 옮겼다.
“애미나이.”
“애미나이!”
“기래 잘해서. 따라 하라우. 종간나 아새끼.”
“종간나 아새끼!”
그곳에서는 부루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휘.”
“큭큭큭…… 네.”
“저 자식 끌어내.”
“크하하핫!”
결국 휘가람의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웅삼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재미있어 보이자 부루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원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부루는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이 몹시 부러웠다.
터엉!
“옌장.”
터엉!
“크아아악!”
“장군, 참으십시오!”
결국 아이들 앞에서 끌려나온 부루는 부월수들과 함께 도끼를 들고 나무를 하게 되었다. 발광하는 부루를 말리는 병사들이 애처로웠다.
“뭐하네, 빨랑 안하고.”
“우루, 닥치라우!”
사냥을 마치고 궁수들과 돌아가던 우루가 비아냥거리자, 부루가 소리를 빼액 하니 질렀다. 그러나 우루가 겁먹을 위인이 아니다.
“보기 됴쿠만, 되끼쟁이.”
“넨장! 고조 대사자님이나 내나 무식한 건 똑같은데, 나만 이래 구박하는기 말이 대니?”
“고조 대사자님은 사투리를 안 쓰잖네.”
“옌장.”
그 시각 부루의 빈자리는 진천이 맡고 있었다. 우루의 말대로 진천은 사투리를 안 쓰니 별문제는 없었다. 물론 진천에게 배운 아이들이 간혹 주둥이니 대가리니 이런 식으로 변형된 단어를 쓰는 것을 빼고는 말이다.
그렇게 다시 한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작물의 파종은?”
주변의 나무를 베어다가 만든 임시 지휘부에서 진천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곳에 온 지도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어느 정도 사람이 살만한 환경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식량이었다.
“일단 예전 화전민들이 마을에서 가져온 밀과 우리가 철수하면서 식량보충을 위해 가져온 탈곡되지 않은 볍씨를 파종했습니다. 밀이야 이곳 사람들의 도움으로 제대로 커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만, 벼의 경우는 한강 쪽 남부출신과 전 백제출신 병사들의 도움으로 심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아직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나마 강우량과 날씨 등에 대해서 탐문한 결과 벼가 자라기에는 그리 나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다행이군.”
“고조 괴기만 묵으니 죽갔습네다. 딤치(김치)가 먹고 싶습네다.”
김치의 원형은 이미 고조선 때부터 있었다. 물론 우리가 지금 먹는 고춧가루가 들어간 형태는 임진왜란 이후이지만 배추를 절인 초기 형태의 김치는 그 유래가 깊은 것이다.
부루의 투덜거림을 무시해버린 진천은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주변의 방책을 석벽으로 교체하는 작업은?”
“장 노인의 제자들이 진두지휘를 해서 쉽게 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알고 보니 대장장이면서도 뛰어난 건축가이기도 하였사옵니다.”
“잘 됐군.”
드워프들은 집에 갈 생각도 안 하고 장 노인의 뒤만 졸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재미있는 것은 부루와 우루의 말이라면 깜빡 죽는 것이었다. 그 이외에는 그들은 자신에게도 덤비는 별종들이었다. 물론 진천이 부루와 우루를 손봐주고 연쇄작용으로 그들에게 구타의 연결고리가 한번 이어진 이후에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말이다.
“또한 내일이면 병사들과 이곳 처녀들의 첫 혼인식이 있습니다.”
“몇 쌍 이었지?”
“예, 7쌍 입니다.”
“내일은 사기 진작을 위해 비축한 음식을 좀 풀고 그…… 매…….”
“맥주 말입니까?”
“그래, 그것도 풀도록.”
드워프들이 어느 날 식량 창고에서 가우리의 보리와는 좀 달리 생긴(맥주의 재료는 두 줄 맥아) 보리를 들고 술을 담가 버린 적이 있었다. 물론 부루와 우루를 통해 죽지 않을 정도로 두들겨 맡았지만, 의외로 그 맛이 기가 막혔다. 그동안은 아꼈지만 이번 잔치 때 푸는 것이었다.
사실 그것 외에는 식량 사정으로 인해 만들지 못하게 하였고, 마을 주민들이 이전에 만들어 놓은 약간의 과실주가 전부였다.
술 얘기가 길어지자 무덕이 슬며시 다음 안건을 꺼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의복의 문제입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필요한 것이 있지만 자급자족이 힘듭니다.”
“해결 방안은?”
“그 부분은 제가 말하겠습니다, 장군.”
무덕의 뒤를 이어 휘가람이 끼어들었다.
“그동안 사냥한 몬스터라 불리는 것들의 가죽과 발톱 뼈 등을 모았는데 이것이 상당량입니다. 베론의 말로는 이것을 도시로 몰래 나가 판다면 돈이 될 거라고 합니다.”
“음. 그럼, 내가 가보도록 하지.”
“제가 가겠습네다!”
진천이 직접 나선다는 소리를 하자 우루가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참아라.”
“저, 제가 가겠습니다.”
무리의 수장인 진천이 직접 움직이는 것은 안 될 말이었다. 그렇다고 우루를 보내는 것도 불안한 것이었다. 결국 무덕이 옆에서 조심스럽게 청을 올렸다.
“아니야. 이곳의 정세를 읽고 하려면 내가 직접 움직이는 게 좋다. 그리고 근위장은 이곳의 모든 일을 맡기 때문에 몸을 빼는 것이 힘들 것이다.”
“저…… 장군, 정세를 읽고 하는 일은 보통 저를 시키셨잖습니까?”
“…….”
휘가람의 반문에 진천은 할 말을 잊어버렸다.
진천은 단지 이곳의 도시가 궁금했을 뿐이었다.
결국 휘가람과 진천이 가기로 결정을 보고 다룬과 베론이 길을 안내 하기로 되었다. 다룬은 처음 진천의 발걸음을 잡으며 첫 백성으로 자처한 남자였다.
“부루, 훈련은 어떤가?”
“그 틴구들이래 피죽도 못 먹었는지 시원찮습네다.”
젊은 청년들과 나이는 들었지만 그래도 전력에 도움이 될만한 중장년 90여 명은 부루와 우루가 맡아서 훈련을 시키고 있었지만, 애초부터 부루의 훈련에 적응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장군, 기러고 활이 부족합네다.”
“음.”
“이 동네 활은 애들도 안 쓸 정돕네다. 죄다 목궁이고 고조 좀 쓸만한 거이 노인데, 이것게지고는 택도 없습네다.”
하지만 궁을 말들 물소가 주변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거기까지 말한 우루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기래서, 저번에 걸어 다니는 소 있잖습네까?”
“미노…… 미노타우스 이던가?”
“미노타우르스 입니다.”
“크흠. 그래.”
휘가람이 옆에서 끼자 다시 진천의 미간이 찌푸렸다. 우루가 미노타우르스 얘기가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이어나갔다.
“그놈을 사냥하러 들어가야겠습네다. 그놈의 뿔과 갈빗대로 활을 만드니 사거리도 됴은 게 딱입네다.”
활에 관한 것은 우루를 따를 자가 없기에 진천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일임하겠다. 알아서 차출해 가도록. 그리고 일단 쉬고 오후에마저 하지.”
“어디 가십니까?”
진천이 회의를 중단하고 바쁜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무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막사를 나가려다 멈칫한 진천이 나지막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글 가르치러 간다.”
“…….”
할 말을 잊은 사람들이 진천이 나간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발 아구창이니 모가지니 하는 단어는 안 가르치셔야 할 텐데…….”
무덕의 진심 어린 걱정이 조용히 주변을 훑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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